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란 당나라 역사서인 구당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당나라 헌종이 반란군을 제압하러 간 진압군 장수가 패하고 돌아오자 “병가에서는 지고 이기는 일이 흔한 일”이라며 위로하고 다시 진압을 명했다. 이후 다시 출전한 장수가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왔다는 것이 고사의 내용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병가지상사는 실패한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로 잘 쓰인다.
정치도 대통령이라는 핵심 권력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 전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번 진 싸움에서 5년간 권력을 넘겨줘야 하는 패자 정당에게 병가지상사가 위로의 말이 될지는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두 개의 큰 축은 여당과 야당이다. 여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야당은 여당의 정책을 살피고 잘못이 있다면 엄하게 비판하며 제동을 건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존재 가치로 인정받을 때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21대 대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에 대해 “잘 싸웠다”는 말보다 ‘뼈속부터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구하는 비판 목소리가 더 컸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많은 지지자들의 눈에는 그들의 정치가 무능했고 나약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병가지상사가 위로를 뜻하는 의미도 있지만 본 뜻은 분발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교훈을 갖고 있다. 환골탈태 또한 그런 의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