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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두 나라 공존론이 답이다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구 상의 유엔 가입국은 195개국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여러 인종이나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룬 연방국가도 있고, 같은 민족이 여러 나라로 분산되어 살아 가는 경우도 있다. 독일은 2차 대전 후 같은 민족이 동서로 갈라져 오랫동안 분단된 상태로 살아가다 1990년 하나의 국가로 통일됐다. 그러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같은 게르만이지만 아직도 두 개의 나라로 공존하고 있다. 거대 중국도 대만이 독립되어 있지만 ‘일국양제’라는 표현으로 분단국 이미지를 감추려 하고 있다. 몽골은 독립된 외몽고와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된 내몽고로 분리돼 있다. 중국과 대만 간에는 담론수준의 통일 논의는 있다. 그러나 독일과 오스트리아, 내몽고와 외몽고의 통일 논의는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평화적 공존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의 한(조선)민족은 유례가 드문 단일 민족이다. 전 세계의 분단국이 대부분 통일된 현실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가능할 것인가.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가 이루어질수록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북 양쪽에는 다행히 아직도 통일의 열망을 가진 사람이 많다.남북 모두 통일의 꿈은 대단하지만 남북 간의 급속한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민족 통일의 정서적 열망은 강하지만 통일의 논의에서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은 그간 각기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 정권은 1971년 7·4 공동 선언마저 정권 연장과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공동 선언 후 김일성은 ‘주석’직을 두어 권력을 독점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10월유신을 선포해 종신 대통령의 길을 열었다. 양쪽 공히 남북의 적대적 대립관계를 정권유지에 이용한 결과이다.남북관계가 4·27 판문점 선언으로 모처럼 상당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큰 틀에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간의 대화는 재개될 것이다. 남북의 상이한 체제가 하나의 통일체로 나아가기에는 아직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 세계의 분단국은 통일의 과업을 성취했다. 베트남은 무력에 의해 통일 됐고, 남북예멘도 정치적 통일에 합의했으나 결국 내전에 따른 무력에 의한 통일로 종결됐다. 독일의 통일 역시 형식은 합의에 의한 통일이지만 결국 ‘작은 동독’의 ‘큰 서독’에로의 흡수통일로 종결됐다. 우리도 독일의 통일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의 두 나라의 공존과 협력시대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의 통일’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교류와 협력이라는 평화로운 공존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한반도의 두 나라는 평화롭게 살아가다 어느 시점에서 한민족 구성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통일이 될 것이다.그러므로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은 체제가 다른 두 나라가 공존하는 기반이다. 남북이 갈라져 있지만 독일처럼 상호 인정하고 내왕하고 교류 협력하는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종전이 선언되고 남북과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상호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현 상황에서는 남북은 아직도 통일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부터 이제 이러한 구태를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남북 교류를 통해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들어 가야 한다. 북한 김정은은 늦은 각성이지만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는 종래의 핵을 보유한 폐쇄정책만으로 체제의 안보도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것을 인식한 듯하다. 그것은 김정은 개인의 인식 변화에 기인하기보단 현실적 상황이 그들에게 가르쳐주는 선물이다. 여기에 한반도에 유엔에 가입한 두 나라 평화로운 공존론이 설득력을 지닌다. 물론 두 나라의 평화로운 공존은 기필코 한시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2018-05-28

판문점에서 싱가포르까지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부풀게 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분단 후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잠시나마 북한 땅을 밟고 되돌아 왔다.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은 동북아의 굳어진 냉전구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거사였다. 북한 당국의 지난 18일 남북고위급 회담의 갑작스런 중단 선언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북미 정상회담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판문점에서 싱가포르 회담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미 협상을 앞둔 시점의 마지막 기 싸움일까. 3주 앞둔 북미 회담은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인가. 현재로선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의 큰 틀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2차 대전 후 70여 년 지속된 냉전체제의 해체 과정의 진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보수 정당은 북한의 회담 제의를 성급하게 수용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고위급 회담 중단 선언과 풍계리의 남한기자 초청 거부는 북한의 협상 전술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 당국의 태도 돌변은 회담을 앞둔 시점의 북한 나름의 치밀한 계산 결과이지만 중국의 입장이 작용했다는 분석은 타당성이 약하다. 대체로 이번 한미 군사 합동 훈련이 북한 당국에 자극을 주어 그들의 태도 변화의 빌미를 줬다. 북한 당국은 외형적으로 한미합동 맥스 선더 훈련이나 태영호 공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그것도 북한식 ‘작은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필자는 독일 통일 전후 독일을 몇 차례 다녀왔다. 독일의 통일은 같은 처지였던 우리가 벤치마킹할 모델이다. 서독은 인구와 영토 뿐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동독을 압도했다. 6천500만명의 서독인구는 동독의 4배이고, 영토의 크기도 3배를 넘었다. 동서독 간에는 1970년 양독 기본 협정이 체결돼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다. 서독이 동독에 1년 간 지원한 경제 규모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북한에 ‘퍼준 것’ 보다 훨씬 많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1990년 10월 3일 독일은 하나로 통일 됐다. 그들은 우리보다 내왕이 많고 기자도 교환하고 TV방송도 양독 간 상호 시청했다. 독일 통일은 서독 정부의 일관된 통일 정책과 활발한 교류 협력이 초래한 결과물이다. 우리의 155마일 군사분계선도 언제쯤 붕괴될까. 성경의 말씀처럼 그 때와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아직도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남북의 적대적 분단 구조는 정상 간의 선언만으로 청산되지 않는다. 판문점 남북 회담에서 싱가포르 북미 회담까지는 아직도 장애물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남북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4강의 안보와 국익 갈등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특히 G2국가로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바라지만 미국의 한반도 진출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과거 순망치한의 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려고 한다. 일본과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지뢰밭으로 남아 있는 휴전선, 국내외의 분열된 여론,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이러한 여러 장애물이 남북관계 개선의 추동력을 떨어지게 한다.싱가포르의 길은 멀고도 가깝다. 이러할 때일수록 정부는 싱가포르까지 안전운행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는 미·중이라는 큰 손님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본과 러시아 입장도 살펴야 한다. 우선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정부는 한·미 군사 훈련의 당위성을 북한 당국에 설명하고 풍계리 현장에 우리 기자를 파견토록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속도조절 운전을 해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5-21

마르크스 탄생 200 주년, 다시 그를 생각해 본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나라의 어린이 날인 5월 5일은 칼 마르크스의 생일이다. 그는 1818년 5월 5일 독일에서 탄생하여 1883년 3월 14일 영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대인 변호사의 아들로 독일 라인란트 팔즈주의 트리어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거처 영국 런던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런던에서 철도청 임시직, 신문 기고가로서 궁핍한 생활을 하다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세상을 떠났다. 23세에 예나 대학에서 자연철학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그의 생활은 빈곤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대학 교수직에서 쫓겨나고 그가 작성한 기사 문제로 기자직에서도 해직되었다. 그는 친구 엥겔스의 경제적 도움을 받기도 하였지만 자녀를 먼저 보낸 인간적인 아픔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60여 권의 저서는 그를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그의 ‘경철 수고’,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은 대표적인 저서이다. 2008년 6월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 해외 동포행사 관계로 2주간 독일을 방문하였다. 짬을 내어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마르크스의 트리어 생가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모젤란트의 넓은 포도밭을 지나 트리어에 있는 그의 생가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의 기념관이 된 대저택 담장에는 붉은 장미꽃이 만발하였고, 생가 2층에는 그의 저서 등 여러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기념관 벽면에는 그의 사상을 이어가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도식이 잘 소개되어 있었다. 러시아의 레닌,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치민, 쿠바의 카스트로, 체 게바라까지 망라되어 있었다. 그러나 궁금했던 북한 김일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답변밖에 없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위대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선전하지만 그는 이미 마르크스의 대열에서는 탈락된 것이다. 그것이 북한식 왕조적 공산주의에 대한 냉혹한 평가인지도 모른다. 나도 20대 초반 마르크스의 저서를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몰래 빌려 본 적도 있다. 반공을 국시라고 하던 시기에 그의 저서는 ‘불온 저서’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온 문서로 분류된 책일수록 더욱 잘 팔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국가 보안법에 위반되는 불온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당시 마르크스와 레닌, 모택동 관련 저서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금서를 많이 읽은 사람이 진보적 지식인으로 대접받았다. 당시 사회 운동이나 학생 운동의 이론가들은 이러한 좌파 서적에서 운동의 방향성을 탐색했던 것이다. 당시 청년 학생이나 좌파 지식인들은 독재 정권하에서 사회적 정치적 모순의 해법을 좌익 이념서적에서 찾으려고 했다. 프랑스의 속담에 ‘20세에 공산주의자 한번 안 되어보면 바보이고, 60대 넘어까지 그대로 있으면 더욱 바보’라는 말이 있다.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원조 공산주의자 마르크스를 다시 생각해 본다. 불행히도 그는 평생 소망이던 ‘계급 없는 사회’를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시 1871년 파리 코뮌도 지지했지만 70일 천하로 끝나 버렸다. 후일 레닌의 1917년 볼셰비키 혁명도 그의 혁명이론과 맞지 않았다. 타도 자본주의를 외쳤던 마르크스가 다시 살아난다면 오늘의 수정 자본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노동의 가치는 점차 존중받고,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자본주의 모순은 다소 해소되고 있다.그러나 마르크스 혁명사상을 전면부정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자본주의 현실이다. 그의 유명한 자본론은 자본주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 수정 자본주의 길을 열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아직도 좌파 철학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5년 BBC방송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상가 단연 1위로 마르크스’를 뽑았다. 그는 아직도 북런던 하이게이트 공원 묘지에 안장돼 있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5-14

금강산 남북 학술회의를 다시 회상한다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꽉 막혔던 남북 교류협력의 물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남북의 학자들 간의 교류도 재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7년 12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학자들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학술 토론회에 참석한 바 있다. 남북 학자 60여 명이 참가한 모처럼 마련된 학술회의였다. 순수 자연과학 외의 남북 학술회의는 남북 학자들의 진지한 토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 학자들은 체제의 차이로 이념적·가치론적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 금강산 학술회의에서도 남한의 진보적인 정치 경제학자로 알려진 L교수가 발표 중 ‘식량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라는 발언을 했다. 북한 학자들이 학술회의 중단을 선언하고 일제히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막후 협상 후 학술회의는 재개되었지만 당시 남측 참여자들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 후 남북 학자들은 토론에서 자신의 입장만 개진하고 질의나 토론이 없어 학술회의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북한 측이 마련한 만찬은 금강산 목련식당에서 거대하게 치러졌다. 당시 대표단의 상호 인사에 이어 건배 제의가 여러 번 있고 술이 몇 순배 돌자 냉랭했던 분위기는 일시에 달라져 버렸다. 나는 당시 옆 자리에 앉은 북한 어느 교수에게 금강산 오는 길 차창 밖의 옥수수 집단농장의 영농 사정을 은근히 물어보았다. 나는 집단농장의 옥수수 수확량이 왜 그렇게 저조한가를 슬쩍 물어보았다. 북한 김철주사범대학 사상 정치 담당 교수라는 그는 집단농장원들이 당이 지시한 주체 영농방법을 따르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비료도 부족하고 수로도 확보하지 못한 천수답 집단 농장의 당연한 귀결인데 그는 그 책임을 모두 집단 농장 인민들에게 돌려버렸다. 다시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언쟁이 예상되어 참아버렸다.북한의 원로 L선생도 같은 테이블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식사 중에도 북한의‘사회주의 강성대국’론을 자랑하였다. 그 방법은 선(先) 군사·사상 국가 건설이고, 후(後) 경제 강국 건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이념적인 사상 강국, 정치 강국은 이미 완성되어서 군사 강국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군사 강국으로서 핵을 보유해야만 미국으로부터 나라를 보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는 북한의‘경제 강국 건설’이 최우선 아니냐고 강변했지만 그는 북의 핵무장이 한반도의 남쪽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였다. 그 후 북한 당국은‘선군 정치'라는 구호를 빈번하게 사용하였고,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까지 정당화하였다. 당시 고령이었던 아태위원회의 L선생은 아직도 생존해 계실까.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를 선언한 이 시점에서 그의 견해라도 듣고 싶다.금강산 마지막 학술토론회가 끝난 지 벌써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북한 땅은 오늘날 어떻게 변해 있을까. 금강산 학술회의 당시부터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에 주력했다면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연말까지 ‘핵 주권 국가'임을 자랑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핵 포기를 선언하였다. 2000년대 초반 김정일은 중국 상해 개방 특구인 황포강 하구를 유람한 적이 있다. 그는 선상에서 휘황찬란한 푸동의 빌딩 숲을 바라보면서 ‘아버지(김일성)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라고 푸념까지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늦으나마 민생 경제를 위한 ‘경제 건설’노선을 선언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북한식 개혁·개방의 출발이 되기를 빈다.

2018-05-08

판문점 정상회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분단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북 정상은 세계인들이 주시하는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3개 영역 15개의 세부적인 선언은 예상한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비롯해 남북의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조치, 올해 안의 종전 선언과 3자나 4자 간의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 방안도 포함됐다. 남북 당국은 이제 군사, 경제, 문화, 체육 등 전 분야의 후속회담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4월 27일 오전 9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12시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의 감격적인 순간을 스케치 하면서 남북관계의 앞날을 전망해 본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0분 북쪽 판문각을 현관을 나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측 일행을 뒤로 하고 남북 정상간의 첫 만남 지점인 군사분계선(MDL)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순간이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행한 북측으로의 10초간의 월경과 귀환은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 버렸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의로 성사된 이 장면은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금단의 군사 분계선을 양 정상이 손잡고 함께 넘나든 장면은 판문점에도 새 봄이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양 정상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은 회담의 전망을 밝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 표시와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의 평양 초청은 회담의 원만한 합의를 예감케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올림픽 사절을 통해 남쪽 고속철 시설이 좋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문 대통령의 방북 시 북한 교통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실정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 지도자다운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의 이러한 솔직 담백한 태도는 과거 북의 지도급 인사들의 태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과감한 태도변화는 그의 고정된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김 위원장은 이제 국제무대에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 임을 각인 시킨 것이다.점심식사 후 두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과 목책 회동은 너무나 자연스런 장면이 됐다. 문 대통령(66)은 김 위원장(36)보다 30살이나 연상이어서 나이로는 부자지간 격이다. 산책 중 문 대통령이 말을 주도하고, 김 위원장이 듣고 질문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예정에 없던 도보다리 위의 30여 분의 이색적인 단독 정상 회담은 모두의 관심을 충분히 끌었다. 스위스 2년 유학과 서구 문화를 체험한 북한 젊은 지도자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민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30분간 과연 무엇을 이야기 했을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관련 준비 자세를 가르쳐 주지는 않았을까. 나무 의자에 마주 앉은 양 정상의 대화내용은 알 길이 없고 새소리만 녹음됐다는 전갈만 있다. 이번 정상 회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만찬장 참석이었다. 유쾌 통쾌한 남쪽의 김정숙 여사와 북쪽 젊은 지도자 부인 리설주의 첫 만남은 자연스레 공개됐다. 북의 퍼스트 레이디는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오게 되어 부끄럽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회담이 잘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북한의 최고 수령의 호칭이 부인으로부터 남편으로 지칭된 것은 처음이며 북한 지도부의 변화의 일단으로 볼 수도 있다. 첫 인사 후 남쪽의 김 여사는 북쪽의 리설주의 허리에 손을 얹고 안내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친정어머니와 딸과의 관계를 연상시켰다. 이번 회담이 남북 양 지도자의 결단의 소산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곧 있을 북미 정상 회담을 기다려 보자.

2018-04-30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3대 과제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역사적인 판문점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끔 있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 것인가. 판문점 회담은 70여 년 분단사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꽉 막힌 분단의 장벽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는 것은 사실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타협해야 할 3대 과제를 미리 점검해 본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비핵화’라는 교집합에 대체적으로 합의했지만 어떤 형태로 구체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의 정의용 안보실장 뿐 아니라 며칠 전 방북한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까지 북한 당국의 비핵화 의지만은 확인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되겠지만 그 이행 단계는 어떤 행태로 구체화 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비핵화의 원칙 선언은 가능하겠지만 그 이행 방식이 구체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두번째 과제는 평화체제 구축문제이다. 북한당국은 과거부터 ‘적대시 정책’과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는 평화 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1953년 7·27 휴전 협정의 종식을 선언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그것이 남북의 평화 협정 체결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일 전 독일의 양 독 기본 협정과 같은 남북 평화 협정 원칙에는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휴전선 일대의 ‘평화 지대화’를 위한 합의가 우선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평화 협정이라는 원칙에 합의하면 북·미 평화 협정은 선순환 단계에 들어설 것이다. 이러한 당사국간의 평화 협정이 성사될 때 남북은 물론 북미간의 대사급 외교 관계도 수립될 것이다.세번째 과제는 적대적 남북 관계의 정상화 조치일 것이다. 남북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은 역사의 대의인데도 그간 적대적 반목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탈냉전 시대에도 남북은 이념의 대결에 함몰되어 분단의 고통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새로운 로드맵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부터 재개되고 남북 간의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10·4 선언에서는 백두산 직항로와 개성 공단의 여러 지역 확대 안까지 합의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문화 예술 교류의 길은 이미 열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북한 예술단의 가을 서울 공연도 가능할 것이다. 이번 판문점 회담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원칙만 합의하고 그 이행은 후속 고위급 회담에 맡겨도 될 것이다.한반도 주변 정세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남북 회담 성공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자기들이 주장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는 11월 대선과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 6월초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의 패싱을 막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정상 회담 한 번만으로 단단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 판문점 정상 회담은 오래된 매듭을 푸는 출발임은 틀림이 없다. 이제 판문점은 정상회담의 정례화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이 암울했던 남북 분단사를 종식한 집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간절히 바란다. 판문점 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금석이다. 회담의 성공을 충심으로 기원한다.

2018-04-23

북핵 해법, 리비아 식과 이란 식을 넘어서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오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북미 정상회담도 5월 말이나 6월 초로 잡혀있다. 양 정상회담의 최대의 이슈는 북핵의 해결 방식에 있을 것이다. 북핵 폐기문제는 평화 협정 체결의 기본 전제이다. 북핵 폐기문제는 과거 실패한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합의가 도출될 것인가. 국내외 언론에서는 북핵의 해법이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일괄 폐기라는 리비아 식 해법이고, 다른 하나는 단계적 폐기라는 이란 식 해법이다. 북핵의 진전 상황과 국제적 여건이 과거와 다른 현 시점에서 어느 방식이 유용할 것인가. 이를 하나씩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리비아 식 카다피의 일괄 폐기 방식은 북한이 핵 폐기를 일괄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강경파인 매파들이 선호하고 한국의 보수층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면 그에 따른 국교 정상화라는 후속조치가 따른다는 것이다. 미 대통령의 현 안보 보좌관인 존 볼턴은 과거 리비아와 핵 협상 시 군축담당 차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지만 북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리비아는 2003년 일괄 핵 포기는 선언하고도 원심분리기 비밀 도입 문제가 발각되어 3년 후 2006년에야 실질적인 핵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 방식은 한국의 보수층에서도 강력히 지지하지만 북의 실질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이란 식 방식은 10년에 걸친 단계적 핵 폐기 방식이다. 이는 북한이 선호할 방식이지만 미국과 한국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은 과거 9·19 핵 폐기를 선언하고도 다시 핵 개발이라는 전력이 있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3년 이란이 이 방식을 채택한 배경은 당시 1만9천개에 이르는 이란의 원심분리기의 일시적 폐기는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란의 8천500만 인구와 많은 석유 자원이 있어 당시 이 방식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란 식 장기적 단계적 핵 폐기 방식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미국도 선호하지 않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 북한이 북핵 폐기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은 현실적으로 이 방식을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게 한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는 김정은의 북미 회담 제의가 대북 제재와 압박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 이 방식은 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북핵 폐기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 식과 이란 식을 절충한 제3의 방안이 그것이다. 즉 양국 혹은 다자 정상 회담에서 북핵 포기라는 원칙과 그 단계적 이행이라는 방식을 일괄적으로 절충 합의하는 방식이다. 북한이 먼저 1년 내의 핵 폐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라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평화 체제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핵 문제에 관한 일괄적 포괄적 합의를 끌어내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위한 북미 평화 협정 등 후속 단계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화성 12호 발사로 인한 북한의 핵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북한 체제 안전을 평화적 방식으로 보장하는 절충적 방식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강조한 중재자 역할의 가능성까지 보여 우리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분단 후 처음으로 찾아온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절호의 기회를 우리 정부는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서 북핵 폐기의 실질적인 전략 전술적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정상 간의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보장하기 위한 세밀한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상회담 한번으로 북핵 폐기와 평화 체제는 일시에 구축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핵 폐기를 위한 6자 회담이라는 중장기적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04-16

홍준표 당 대표의 ‘막말의 정치’

정치인들의 말은 생명이다. 정치인의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 정치인은 말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조직하고 지지를 획득한다. 정치인의 말에는 정치적 현안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적절한 말 한마디로 이를 잘 극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준표 대표의 근자의 발언은 상당한 화제를 자아내고 있다. 담백하고 시원하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가히 막말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발언이 이 나라 정치 문화를 저급화 시킨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남지사 시절 홍준표 대표는 경남도 예산을 절감해 많은 부채를 탕감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진주 도립병원 청산과정에서 그는 노조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경남 도청은 연일 항의와 시위의 집회장이 되어 버렸다. 그는 시위자들을 향해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남겼다. 심지어 단식을 하는 정의당 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야, 2년간만 단식해봐’ 홍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도정 책임자의 발언으로는 매우 적절치 않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시 개나 쓰레기로 비난 받은 사람의 상처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발언이 그 스스로는 서민 친화적 발언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기 어려운 막말 수준이다.지난 대선 정국에서 대선 후보의 TV 토론에서도 홍 후보의 발언은 상당한 우려를 낳았다. 당시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대결하는 과정에서 보수당 후보인 그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비호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최순실로부터 ‘옷 몇 벌 얻어 입은 것이 대통령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한말은 결코 온당치 않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국정 농단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외면하고 흐려 놓은 발언이다. 법원은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와 231억 원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홍 대표의 당시의 발언이 정당하지 않았음을 대한민국 법정이 분명히 한 셈이다.6·13 선거가 가까워 오자 개헌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후보 뿐 아니라 모든 후보가 6·13 지방선거시 개헌 동시 투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개헌의 연기 명분을 찾다가 ‘청와대의 개헌안은 사회주의 개헌안’이며, ‘토지 공개념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개헌 주장을 다시 종북 좌파 프레임으로 걸어 연기하려는 속셈이다. 이런 그의 발언이 지방 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자유한국당의 지지표 확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당 간의 정권 교체를 두 번이나 경험한 우리 선거 문화도 이제 종북 좌파로 정치 프레임은 먹혀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근자에도 홍 대표의 막말 식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당 여성최고 의원에게 ‘주모 푸념을 들을 시간이 없다’, 조국 민정수석에게는 ‘조국인지 타국인지 사법시험을 통과 못해서’, 당내 친박을 향해서는 ‘바퀴 벌레나 양아치들’,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로 폄하하고, ‘평창 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라는 발언은 그의 말의 품격을 여지없이 노출시켰다. 그의 돌출적인 저속한 발언은 추종자들의 귀를 잠시 즐겁게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홍 대표의 비아냥대는 ‘막말의 정치'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 참모인 모리스는 신(新)군주론에서 ‘네거티브 광고가 먹히지 않으면 그 불똥이 자신에게 오고, 자신의 신뢰마저 위협받는다’고 했다. 시중에는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도와주는 일등공신이라는 말도 있다. 그의 툭 던지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자유한국당에도 그 자신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18-04-08

북한의 J 교수에게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선생을 뵌 지 벌써 햇수로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잘 계셨는지요? 이곳 내가 사는 남녘땅에는 벌써 모란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2008년 6월, 6·15 8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우리 일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선생을 처음 뵈었습니다. 왼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단 선생님 모습에 처음에는 약간 긴장도 됐습니다. 당시 행사에 동행했던 C 교수님, 평양 예술 소조 단원들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우리가 당시 독일 여러 곳에서 펼친 행사 장면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독일 동포 농막의 송별 만찬에서 이별을 슬퍼하던 북한 여성단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선생과 나는 독일 동포들 앞에서 조국 통일을 위한 동포들의 역할을 강조했지요. 그 발표장에서 선생은 느닷없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을 기억하나요. 당시 갓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까지 하더군요. 나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찬성하지 않지만 우리 대통령에 대한 당신의 거친 비난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당신의 발언을 제지했지요. 독일인들까지 참석한 연설장 분위기가 처음부터 상당히 험악해진 것을 당신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당신처럼 북한의 핵 주권을 주장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포기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남녘땅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선생의 솔직한 생각은 어떠합니까.당시 선생과 함께했던 프랑크푸르트 학술회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당시 회의장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뿐 아니라 독일인들도 상당수 참석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원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어느 학생이 선생에게 탈북자 문제를 날카롭게 질문했지요. 그 때 선생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북한에는 탈북자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이 탈북자 문제를 보도한 독일 신문을 흔들면서 재차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선생은 얼굴이 상기되어 `공화국에는 탈북자는 없고 공화국 배반자는 있다`고 대답해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림이 있었습니다. 지금 남한 땅에는 탈북자가 3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들이 왜 그들 공화국을 배반하는지를 당신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J 선생, 아침 신문을 펴니 판문점의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의 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합의 됐다는 기쁜 기사가 보입니다. 5월에는 북미 정상 회담도 개최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어제는 남한의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120여 명이 전세기로 평양을 방문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그중에는 `J에게`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도 포함되어 글을 쓰면서 묘한 생각이 듭니다. 평양에 거주하시는 선생께서도 이들의 동평양 예술극장 공연에 초대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처럼 마련한 이러한 한반도의 화해 기류가 오래도록 이어져야 우리도 만날 수 있겠지요. 남북이 정상적으로 교류하고 교역하여 `사실상의 통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북한의 통일 문제 전문가인 선생의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J 선생, 독일의 행사 기간 중 우리가 에센의 어느 노천 식당에서 맥주 한 잔 했던 것을 기억합니까. 김일성 배지를 단 당신께서 정장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소탈하게 맥주를 즐기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공식 회의장의 경직된 태도와는 달리 예의를 잘 갖추고 편안한 모습으로 담소하던 당신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선생께서는 그 때 남녘 제주도 땅을 밟아 보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지요. 나 역시 북한 삼지연 비행장에 내려 북한 땅 백두산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봄 눈 녹듯이 녹으면 우리의 만남도 가능하겠지요. 방북 예술단의 주제가 `봄이 옵니다`로 되어 있군요. 멀리서 나마 선생의 건강을 빕니다.

2018-04-02

가짜 뉴스, 어떻게 할 것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현대인들은 뉴스를 먹고 산다. 날씨부터 시작해 취미도, 여행도 뉴스에 의존해 살아간다. 뉴스(NEWS)는 동(E) 서(W) 남(S) 북(N)의 새 소식을 합한 의미이다.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뉴스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민주사회의 시민들은 정치 뉴스를 통해 정치적 사안을 해석하고 정치적 행동도 선택한다. 이처럼 뉴스는 생활의 방편이 되어 뉴스와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뉴스의 생명은 사실에 입각한 진실성이 담보돼야 한다. 뉴스가 그러지 못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사회에는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가 수시로 횡행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에 혼란과 분열을 조장한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가짜 뉴스는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이러한 가짜 뉴스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독재자들은 언론을 장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뉴스만을 양산했다. 정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왜곡하고 조장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유언비어가 횡행하고, `카더라 방송`을 통해 가짜 뉴스가 전파된다. 우리는 당시 서로 말을 조심하고 눈치도 봤다. 당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긴급조치로 구속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북한 중앙방송, 노동 신문은 김정은 수령 찬양으로 장식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좌우익 진영 어디에서나 그럴듯한 가짜 뉴스가 은밀하게 유포될 수밖에 없다.촛불 혁명을 성취한 우리 사회에도 아직 과거와는 결이 다르지만 그 가짜 뉴스가 유포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럴듯한 가짜 뉴스일수록 SNS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공식 언론 매체에서 사라진 가짜 뉴스는 바람을 타고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과정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는 대표적 가짜 뉴스이다. 전문이 공개된 가짜 뉴스는 경찰조사에서 허위이며 날조된 편지임이 드러났다. 며칠 전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도 `극좌파의 용공 연방제 헌법`이라는 가짜 메시지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일부보수층에서 개헌 저지용으로 작성한 이 가짜 뉴스는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정작 발표된 개헌안과 너무 동떨어진 주장이지만 카톡에서 확산되고 있다.각종 매체를 통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가짜 뉴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가짜 뉴스는 특정 세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기에 찾기도 어렵다. 우리 사회의 가짜 뉴스는 상대를 좌익이나 용공으로 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보수를 가장한 사이비 세력이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기 위해 제조된 가짜 뉴스는 다단계 판매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도 태극기 세력은 선동적인 가짜 뉴스를 통해 조직을 결집하는 데 이용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가짜 뉴스의 진원은 정권 교체에 따른 보수 세력의 불만 표출에서 비롯됐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상대를 용공으로 매도하는 매카시적 가짜 뉴스가 수시로 등장한다. 건전한 시민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가짜 뉴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가짜 뉴스는 그 진위부터 가려서 그 제작자는 물론 유포자까지 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 가짜 뉴스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자율적인 정화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가짜 뉴스는 사회 안정과 국민 통합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에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 서라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대선 시 `김정일에 보낸 편지`를 유포한 60대 제작자는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법만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정치권부터 상대를 폄하 비난하는 언술부터 바꿔야 한다. 건전하고 상식이 통하는 선진 시민 사회에서는 결코 가짜 뉴스가 횡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2018-03-26

`한반도 운전자론`의 로드맵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한반도 운전자론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와 긴장상태를 우리가 주도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위기로 실타래처럼 얼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다자 외교로 풀겠다는 뜻이다. 종래에는 주변 4강 속의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평창이후 대북 특사 파견과 4월 남북 정상회담, 예상도 못했던 5월 북미 정상회담의 확정은 그 전망을 밝게 한다. 남북 및 4강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운전석에 앉은 정부는 `비핵, 평화`촌 도달을 위한 로드맵부터 잘 짜야 할 것이다. 운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 사정과 장애물을 아는 로드맵부터 잘 짜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안착토록 하기 위함이다. 이제 북을 향해 시동을 건 운전자는 3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정상회담은 긴 여정의 하나의 관문이며 터미널은 결코 아니다. 3차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의 의지 확인만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 절차까지 합의하여야 한다. 북핵의 동결이라는 모라토리움 선언, 핵시설 봉인과 폐쇄, 국제 핵 사찰 수용이 구체화되어야 다음 관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문화 교류, 경제 교류 협력은 정상회담의 부차적인 관문일 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1953년 체결된 휴정 협정이 종식되고 북미 평화 협정이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 북미 간 대사급 외교 관계가 수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평창 올림픽과 특사 외교로 북쪽으로 직진하는 우리의 운전과정은 현재까지는 그 소통이 원활하다. 우리는 이미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관문 앞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활한 소통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과거의 대화 경험에서 보듯이 붉은 신호등은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4월 한미 군사훈련이라는 장애물은 제거되었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시 김정은의 `무리한 요구`는 직진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종래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거나 남북 교류의 댓가라는 경제적 요구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일괄 타결이 아닌 북한의 단계적 타결 조건 제시는 정지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야당의 계속된 반대 여론조성도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이 로드맵에서는 북쪽을 향한 직진만이 아니라 좌우를 살피면서 방어 운전도 잘 해야 한다. 운전자는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여 끝까지 한차에 태워가야 한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대미 특사는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였다. 중국은 남북과 북미의 대화가 쌍중단과 쌍궤병행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운전자는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얻고 일본, 러시아의 협조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은 겉으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동의하지만 동북아의 헤게모니 구축전략에 더욱 관심이 많다. 일본은 북미 회담으로 일본 패싱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는 것이 운전자의 본 책무이다. 정부는 독일 동방정책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운전자는 결국 `비핵과 평화`라는 마을에 모두 안착시켜야 한다. 우리가 로드맵을 아무리 잘 짠다 해도 주변 4강의 이해관계의 변화는 진로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했지만 이 회담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운전자가 과속한다면 사고가 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운전자가 출발 타이밍을 늦추다가는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목적지는 4월 판문점 남북회담이 그 방향타를 결정할 것이다.

2018-03-19

무엇이 김정은의 태도를 변화 시켰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은 북한의 당·국가 체제에서 당, 군, 내각을 일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북한에서의 언행이 곧 공화국 법이 된다. 그에 대한 비판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북한 수령체제의 현실이다. 김정은은 대북 특사에게 비핵화를 선언하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하였다. 북핵문제에 대한 종래의 강경 입장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그는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한 것인가. 그의 신년사에 이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특사단의 교환,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를 보는 시각은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당은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환영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과거의 행적을 볼 때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4월의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의 북미 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김정은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문제에 관한 입장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회담 제의는 전술적 제스처인지 본질적 변화인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김정은의 태도 변화가 일시적인 시간벌기식 변화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은의 이러한 급격한 태도 변화는 아래와 같은 3가지 배경이 상호영향을 주고 있다.먼저 유엔의 대북공동 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해 압박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철수를 서두르고 북한의 선박은 어디에서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는 북한의 시장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의 시장 경제 확산이 북한의 경제위기 극복에 상당부문 기여했지만 그것이 이제 북한 경제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에서 탈피하고 연 평균 3.8%의 성장을 구가하던 북한 경제는 계속된 대북 경제 제재 앞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금고까지 비어간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국제적 대북 경제 제재는 김정은의 핵 포기와 평화 제안이라는 결단 카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둘째, 북한 당국의 체제 존속에 관한 위기인식이 정책 급변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미국에 대해 겉으로 큰 소리치고 도발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작전에 상당히 위축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 당국은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비극적 종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겉으로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지만 그것은 국내 통치용이다. 그들의 속내는 `피 포위 의식`으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선제 타격론과 코피 전략, 김정은 참수작전 등은 실제적 공포나 트라우마로 작용되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 체제의 안전만 보장해주면 우리가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북한 당국이 북미 평화 협정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셋째, 북한 정권의 안전성 확보는 김정은의 태도 변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하였다. 김정은은 유훈 통치 3년을 거친 김정일과 달리 안정적 통치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가 고모부 장성택과 군부 핵심측근 여러 명을 숙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김정은은 선군 정치 하에서 군부의 핵심 세력의 잦은 교체, 숙청, 강등, 복권을 통해 허약한 카리스마를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세습 6년이 지난 현재 김정은은 당과 군부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권력의 안정성을 구축하였다. 김정은의 대내적 통치 기반의 확보는 비핵 선언과 평화 회담 제의의 배경이 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북한 체제의 경제적, 대내외적, 심리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그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2018-03-13

건국절 논쟁은 재연되지 않기를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019년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강조했다. 건국 99주년인 올해부터 내년 건국 100주년 기념사업을 착실히 준비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1948년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있다. 상해임정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을 건국 기념일로 하자는 주장과는 갈등의 소지가 있다. 건국절 문제도 국정 교과서 문제와 같이 역사인식 차이로 좌우 진영 간의 갈등의 소지도 여전히 있다. 여야 갈등의 정치가 그 논쟁을 부추기고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을지 심히 두렵다. 이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로 기념하고, 상해임정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해 그 뜻을 기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4월 13일이 상해임정수립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상해임정은 일제의 강점으로 나라를 빼앗긴 후 최초로 수립한 정부이기에 이를 건국절로 기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지난해 상해에서부터 중경의 임정 청사를 세세히 둘러보았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요인들은 상해에서부터 항주를 거처 중경에 이르기까지 거처를 옮겨가면서 임정 체제를 굳건히 유지했다. 그들의 피나는 투쟁은 오늘의 대한민국 건국의 굳건한 토대가 됐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선열들의 항일 투쟁 정신과 민족의 자주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국절 승격은 만시지탄이며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또한 건국절 제정은 1919년부터 1945년 해방 시까지의 26년 임정의 활동과 역사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길이다. 그간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임정의 역사를 소홀히 취급한 것은 민족사의 대의에도 어긋난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임정의 피나는 활동을 소홀히 취급하고 도외시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19년 상해 임정 출발을 건국의 토대로 삼음은 일제 강점의 민족 역사를 9년이나 단축하는 일이다. 더구나 당시 임정에는 좌우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대표성을 상당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결국 건국절 제정은 해방 후 두 개의 남북 분단 정권 수립 이전의 단일 정부의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차후 한반도 통일 정부 수립의 정신적 토대가 될 수도 있다.나아가 상해 임정이 국가의 구성요소는 완전히 구비하지 못했지만 인접 국가의 승인을 받았다. 임정은 비록 영토는 일제에 침탈당했으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당당히 사용하고, 태극기와 애국가까지 사용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조항은 임정의 법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 독립 정신과 상해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분명히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국절 제정은 우리 민주 헌정사의 복원의 근거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건국절 제정은 당시 임정 참여 요인들의 시대를 앞서간 애국지사들의 애국 애족 정신과 민주적 대의를 늦으나마 회복하는 길이다.물론 건국절의 지정문제는 역사학계의 충분한 고증과 논의를 통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건국이 일회성의 사변이 아닌 오랜 세월의 투쟁의 산물이라면 임정 수립과 광복도 동시에 존중하여야 한다. 일제하 임정의 출발이 건국의 출발일이라면 8·15 광복절은 건국의 종착역이다. 그러므로 그 역사적 출발을 중시하는 건국절 제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것은 한민족의 자긍심 회복과 오도된 식민사관의 극복이라는 관점에서도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당분간 새로 제정될 건국절과 광복절을 동시에 기릴 필요도 있다. 이 문제가 또 다시 좌우의 진영논리나 여야의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03-05

탈냉전 시대의 철 지난 색깔논쟁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2차 대전 후의 냉전시대가 아직도 이 땅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다니엘 벨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시대`를 이미 1960년대에 선포하였다. 좌우의 이념 대결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북아와 한반도는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좌우의 이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치에는 아직도 좌익과 우익의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나라 시민 사회도 정치적 현안에 대해 아직도 치열한 이념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는 같이 가야할 동반자임에도 상대를 무시하는 네거티브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자기가 속한 집단과 이념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사이비 이념에 빠진 결과이다. 지난해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태이다. 촛불 집회는 이 나라 국정 파탄의 책임을 전직 대통령에 겨누었다. 그러나 그 비판의 근저에는 그 책임이 대통령 개인에게만 있지 않고 그를 둘러싼 수구세력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태극기 집회는 대통령을 살리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좌파적인 체제 전복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표방했다. 촛불 집회 참여자나 태극기 집회의 참여자는 모두 자신의 행동이 애국심의 발로라고 적극 참여했다. 촛불집회에서는 어느 승려 한분이 분신했고, 태극기 집회에서도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화문의 촛불과 서울역의 태극기가 충돌의 위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부딪치지는 않았던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번 평창 올림픽의 북한 측의 대거 참여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야당과 보수 쪽에서는 대한민국이 힘들게 개최한 평창 잔치에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장으로 삼는다고 정부를 비난하였다. 심지어 김여정이나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방남 허용은 친북이나 종북 행위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평창올림픽의 북한의 참여문제의 저변에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이데올로기가 내재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남북의 화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야당의 비난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 행태라고 맞받아 쳤다. 앞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험난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대북 문제의 이념이나 색깔 논쟁은 대화로 풀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좌우 이념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한반도의 분단 구조가 이념 갈등을 촉발하는 토대가 됐다. 나아가 6·25 전쟁은 남쪽의 반공체제와 북쪽의 사이비 친공 체제를 더욱 강화해 좌우의 이념은 더욱 공고화됐다. 북한당국은 분단이후 조만식 선생과 최근의 장성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숙청을 자행했다. 남한에서도 `평화 통일`을 주장한 조봉암 선생의 처형 이후 최근에 까지 수많은 용공 조작 사건이 이어졌다. 모두가 좌우의 이념과잉이 초래한 민족적 비극이며 상처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정치는 사이비 이념과 색깔 논쟁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려는 매카시즘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선거의 북풍 조작이나 블랙리스트 사건도 이 사회의 철 지난 이념 과잉이 초래한 비극이다.한국사회의 언론의 편 가르기 식 보도는 시민들의 이념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확산시킨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언론은 시민 사회를 더욱 좌우 진영으로 분열시킨다. 결국 이 나라 정치인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색깔 논쟁을 부추기고, 언론이 이를 부채질하여 더욱 확산시켜 시민 사회를 분열시켰다. 여기에 시민 사회는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노예가 된 꼴이다. 색깔 논쟁의 뿌리는 분단의 모순에 기인하고 이 나라 파당적인 정치와 언론이 합작한 결과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정치권이 각성하여야 한다. 우리의 정치가 달라진 모습을 보일 때 언론의 태도뿐 아니라 시민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2018-02-26

6·13 지방선거 정책 변수 찾아보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 정치는 돌아서면 또 선거이다. 지난해 5월 장미 대선을 치른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방선거가 6월로 성큼 다가와 있다. 선거는 스포츠처럼 다중(多衆)이 참여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면 이전투구를 하다 6월 13일 저녁에는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갈리는 네거티브 게임이다. 혹자는 선거는 단기 투자로 결판나는 모험적인 벤처라고도 주장한다. 대박도 나고 쪽박도 찰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 정국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 6월 지방 선거는 그 결과를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정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집권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파헤칠 자유한국당이 유리할 것인가. 평창 이후의 급변하는 남북관계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상당히 미칠 것이다. 평창 이후 남북이 정상적으로 교류하고 북미간의 대화가 순조로울 경우 선거 판세는 집권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여당은 불리하고 야당의 입지는 되살아날 수 있다. 대체적 현재의 조짐은 북미간의 대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지만 그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스스로 선택한 남북 간의 화해와 통미봉남 노선은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탐색할 것이다. 정부가 북미 양측에 특사를 파견하여 대화를 권고할 전망이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치들이 순풍을 탈 경우 선거는 여당에 유리하고, 역풍을 맞을 경우 자유한국당이 득을 볼 것이다.개헌문제는 6월 선거의 주요 정책이슈가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 후보들은 모두 `개헌`을 6·13 지방선거 시 확정한다는데 공약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이를 파기하고 개헌은 지방 선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집권당과 여타 정당은 개헌 투표를 지방 선거 시 동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개헌 특위가 구성됐지만 아직 개헌 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 문제가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은 거의 분명하다. 여야는 개헌 시기와 내용에 관해서도 입장을 달리하면서 그것을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다.안철수, 유승민의 합당은 지방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지난 20대 총선 전 민주당에서 탈당한 안철수는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선거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켰다.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은 예상과는 달리 39석을 얻어 제 3당의 자리를 확보하였다. 이번 선거에서도 바른미래당은 지난 총선 정도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 이론적으로 보면 한국의 고질적인 양극정치 하에서 중도를 표방한 제 3당은 상당한 득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선명성과 정체성을 중시하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는 회색의 제 3당의 득표는 한계가 있다. 양측으로부터 협공받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이 전통 보수 정당의 표만 잠식하고 끝날 것이란 전망이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고, 유승민의 `배신자 프레임`이 극복될 경우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제 문제, 민생 문제는 선거의 가장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지방 선거는 정치적 거대담론보다는 주민들의 민생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6월 지방 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1년 평가라는 성격이 강하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영세업자나 중소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여기저기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 환경, 개헌 문제, 제 3당의 출현, 민생 문제 변수의 조합이 6·13 지방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를 적절히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활용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2018-02-19

평창에 온 북녘 사람들 생각 읽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세상일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독일 통일 문제 전문가들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북한의 약 5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남과 김여정, 최휘와 리선권 등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를 방문했다. 280명의 응원단과 태권도 시범단, 140명의 북한 예술단, 올림픽 선수단과 기자단이 현재 남한에 체류 중이다. 그들은 대부분 줄을 서서 조별로 이동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거의 답변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차창 밖으로 비쳐지는 남한의 풍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 대규모 방문단은 사전 소집되어 철저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시 북한 대규모 응원단이 대구에 온 적이 있다. 그들은 이동 중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악수하는 플래카드 사진이 비에 젖는 것을 보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항의한 적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수령의 현수막 사진을 가슴에 안고 행진했다. 당시 우리 언론이 특이한 그 모습을 보도했지만 그들은 그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그들의 수령 절대론은 어릴 때부터 학습하여 체질화된 결과이다.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남쪽 사람과 대화를 삼가는 것도 이러한 교육의 결과이다. 그들은 이곳에 와서도 자아비판 시간인 `생활 총화`시간을 통해 자신들의 언행을 돌아볼 것이다.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은 대부분 평양 거주자들이다. 평양은 상당한 수준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이고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발전된 한국의 모습에 크게 놀라지는 않지만 문화적 괴리감은 다소 느낄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 간의 땅 길, 하늘 길, 뱃길까지도 잠정적으로 열어 버렸다. 이들은 새로 개통된 KTX로 인천, 서울, 평창, 강릉을 오가고 사통팔달 잘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소달구지가 오가는 북한의 농촌 모습과 대조적인 남한의 풍광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화려한 올림픽 개막 장면, 서울의 복잡한 교통상황, 질문 공세를 퍼붓는 남조선 기자들, 남쪽 여성들의 옷차림, 그들은 숙소에서 수십 개가 넘는 남쪽 TV 채널을 돌려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생각이 몹시 궁금하다.강릉과 서울에서의 예술단 공연은 성황리 치러졌다. 체제 선전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던 공연은 축제 분위기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그들의 `반갑습니다`로 시작한 공연은 남북의 노래와 연주, `다시 만납시다`로 마무리 지었다. 삼지연 악단은 이선희의 `J에게`부터,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사랑`,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도 불러 관객들의 흥취를 돋웠다. 대체로 정치 선전적 내용은 보이지 않고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가 주종을 이뤘다. 그들은 종래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색채가 짙은 노래는 교묘히 피해갔다. 이번 공연이 그들의 응급 처방식 급조된 프로그램이지만 또 다른 변화의 일단을 보여줬다. 예술단은 이번 공연에서 남한 동포들의 적극적인 호응 앞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분단의 세월은 사람들의 생각마저 다르게 했다. 북한식 독특한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수령론과 집단주의에 길들여진 북녘사람들의 사고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독일은 통독 전 양독 간의 수백만 명의 인적 교류가 이뤄졌으며 그것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됐다. 독일 통일은 서독인이 아닌 동독인들의 의식변화가 주도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새로운 교류와 협력이 성사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북한주민들의 굳어진 의식을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유엔의 대북 제재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대화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8-02-12

안철수의 또 다른 선택, 미래당의 장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신당을 오는 13일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통합 신당 당명은 미래를 이끌 정당임을 자처해 `미래당`으로 결정했다.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입당과 탈당, 분당과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대선 후보 선언과 사퇴, 양보 등의 행태를 보여 한동안 안철수는 또 `철수`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안철수 신드롬에 힘입어 그는 과감히 정치에 입문해 유력시 되던 서울 시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했다.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겨우 21.41%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안철수는 이번 또다시 바른정당과 중도 보수 신당을 창당한다. 그 신당은 그가 바라는 대선의 꿈을 성취케 할 수 있을까. 개인 안철수는 능력도 있고 재능도 뛰어난 인물이다. 일반인들이 하나도 이루기 어려운 의사, 교수, 컴퓨터 전문가, CEO, 당대표, 국회의원 자리까지 두루 차지해 보았다. 그가 남은 꿈은 대권에 도전해 승리하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순진한 외모, 부드러운 언행은 세인들의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이다. 그러나 그는 적극적인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안철수 정치의 한계이다.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 행태는 아직도 아마추어리즘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안철수입니까, 강철수 입니까.” “내가 MB의 아바타입니까.” 그는 대선 막바지에 연설 스타일까지 묵직한 웅변 톤으로 바꿔 보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은 재현하지 못했다.안철수 통합 신당은 제 3당으로 성공할 것인가. 그의 통합 신당인 미래당은 그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훨씬 많다. 우선 한국과 같은 양당 정치 구도에는 관심이 적고, 그의 제 3의 길은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제 3당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 정치구도에서 보수와 진보 양측을 흡수하고 어부지리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유승민의 3당은 보수, 진보 어느 쪽으로 부터도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 우리의 양극 정치 풍토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형성하는 서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이나 정주영의 국민당, 박찬종의 신당도 선거 패배 후에는 자동 해체되고 말았다.안철수의 통합 신당은 우선 6월 지방 선거를 서둘러 치러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돌풍인 `녹색혁명`은 이번에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는 통합 반대파인 10여명의 호남 의원을 버리고 9명의 바른정당과 통합을 선언했다. 그는 호남을 포기하고 영남을 획득해 전국 정당화를 꾀해야 각종 선거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의 미래당은 과거의 중도 진보에서 중도 보수 정당으로 우클릭 했다. 안철수는 국민의당의 분당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다음 주 출범하는 안철수 통합 신당이 6월 지방 선거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논의가 본격화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통합신당은 다시 이합집산의 과정을 겪을지도 모른다.미래당과 안철수의 운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재로서는 안철수의 신당의 제3의 길은 명확치 못하다. 남북이 대치하고 흑백 논리,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양당의 독점구도 하에서 중도 보수 정당은 생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파와 유승민 바른정당파의 정체성 대립으로 또 다시 내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통합 신당 미래당은 100년 가는 굳건한 정당을 표방했지만 그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이러한 고난의 길에서 아마추어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적 리더십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다.

2018-02-05

평창 이후의 남북관계는?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세상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노인의 건강과 날씨도 마찬가지다. 눈앞에서 전개되는 남북관계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해 북핵과 미사일이 시험 발사되고 성주의 사드 배치는 동북아를 긴장시켰다. 미국의 최첨단 전폭기가 북방한계선을 넘나들고 핵 항공모함이 동해까지 진출하고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더욱 강화됐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과거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가 탁구공 하나로 녹았듯이 이번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여가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에 대해 겉으로 큰소리치지만 내심은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자신들의 핵보유국 선언과 군사적 퍼레이드는 그들 내부 결속용은 될지언정 외교적으로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은 그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간을 벌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그들이 과거 보수정권과 다른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에 신년사를 통해 즉각 응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 당국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남북관계를 시급히 복원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진정한 수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평창 이후의 그들의 태도를 주시해봐야 할 것이다.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양분돼 있다. 정부 여당은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이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반도의 긴장으로 우려했던 평창올림픽의 안전이 보장되고 세계적인 평화 축제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평창 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판하고 천신만고 끝에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북한 김정은의 선전장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북한당국은 선수단 규모에 비해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하면서 그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예술단 단장 현송월의 방남에 대해 정부의 환대하는 태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비판도 있다.북한의 올림픽 참여에 대한 국내의 여론도 분열돼 안타까운 일이다. 환영하는 입장은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여기에는 평창 올림픽이 남북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종국적으로 북미대화로 선순환할 것이라는 희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비해 반대 입장은 올림픽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남북의 공동 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아이스 하키 단일 팀 구성에도 불만이 많다. 여기에는 20, 30대의 부정적 여론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북한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평창 올림픽을 선전장으로 잠시 이용하고 다시 핵과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평창 올림픽 이후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은 또 핵실험 등 군사적 모험주의를 재개할 것인가. 미국은 평창 이후 즉각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당국이 당분간 통남봉미(通南封美)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평창 이후에도 남한과의 대화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25일 북한 당국은 당, 정부, 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도 남북의 관계 개선과 다방면의 교류 협력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들이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한 회담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핵의 동결내지 포기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의는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북 제재와 남북 화해라는 상반된 변수를 적절히 조정하는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적 변수이다. 평창 이후 북한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8-01-29

김정은의 `비사회주의` 척결은 가능한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연말 북한 김정은 노동당 당위원장은 전국 노동당 당 세포위원장회의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의 섬멸을 지시했다. 비(非)사회주의란 북한식 사회주의에서 이탈하려는 현상이나 징후를 말한다. 그는 나름대로 북한 땅의 자본주의적 요소를 척결해야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체라는 미명하에 `장막속의 안정`을 추구하는 북한 통제 사회에도 자본주의적 현상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그들이 바라는 사회주의적 혁명적 요소보다 자본주의적 현상이 강해질 때 그들 체제의 안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은 체제나 제도의 개혁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배급경제 보다는 시장 경제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다. 고난의 행군 후 장마당에서 출발한 종합시장은 이제 400여 개로 확산된 실정이다. 집에서 만든 음식이나 수공업제품까지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생필품을 시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집단 농장의 생산량이 한계에 이르자 개인의 자유 경작이 가능한 소토지 개발은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개인이 경작하는 채전(菜田)인 `남새밭`의 수확량을 늘려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국영이나 집단 소유의 유휴 공장은 개인에게 임대하여 봉제 공업을 하는 사람까지 있다. 북한 시장 경제가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에는 미치지 못하나 시장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다.북한사회에서는 시장의 증가에 따라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는 확산일로에 있다. 평양에는 벌써 영업용 택시뿐 아니라 주유소도 늘어나고 있다. 평양의 오락시설이 늘어나고 호텔의 양주 코너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라오케 노래방에서는 `고난기 노래`라는 이름으로 남한의 흘러간 노래가 애창되고 있다. 주민들의 복장은 컬러풀하고 여성들의 화장은 짙어지고, 헤어스타일까지 바뀐다. 평양뿐 아니라 어딜 가나 `아리랑 손 전화`를 사용하여 이미 300만대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다. 시장에는 남한산 쿠쿠 밥솥과 담배까지 밀거래 된다.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암시장에서 구입한 CD를 통해 남한의 인기 걸그룹의 노래를 듣고, USB로 드라마까지 시청한다. 공안 당국이 압수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당 간부들이 돌려 본다는 소문까지 있다. 모두가 `북한에 상륙한 한류`인데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핵심이다.이러한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는 북에 부는 `황색 바람`이라고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은 겉으로는 수령과 당에 충성하지만 속으로는 개방적인 소비문화를 선호한다. 그들이 주체사상이나 수령 영도론, 사회정치 생명체론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다. 당의 이념성 보다 소비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주민들은 국가와 당이 요구하는 공식적 규범과 개인의 실리적 규범의 괴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 관료들의 보편적 뇌물관행에도 표출되고 있다. 자녀들의 대학과 직업 선택에도 이러한 경향은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사상 관련 학과 보다는 무역이나 컴퓨터학과들의 과학 기술계를 선호한다.북한 당국은 과연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척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시적 통제는 가능하지만 항구적 단속은 불가능하다. 사라예보 지첵이 예언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한다`는 아름다운 역설이 북한 땅에도 상륙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는 그 침투력이 강해 사상교육이나 감시만으로 역부족이다. 북한 당국은 시장을 단속하니 그 부작용이 너무 커 통제와 이완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북에 부는 한류라는 바람도 일벌백계로 단속하지만 근본적인 차단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소비문화에 대한 동경이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낳은 것이다. 북에 부는 비사회주의 바람은 언젠가는 통일의 바람이 될 수도 있다.

2018-01-15

남북회담 재개를 환영한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해 북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로 유엔의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고,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나 김정은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를 시사한 신년사는 이러한 상황을 급변시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남북 회담 제의에 리선근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1월 9일 판문점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로 화답했다. 약 2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 회담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남북 회담 개최로 급변한 배경은 한마디로 남북한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합치됐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유엔 등 국제적 대북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적 전술이 필요했다. 북한 당국의 무한질주식 핵과 미사일 개발 정책은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전술 변화는 정책에 대한 자성이라기보다 일종의 현실적인 평화 전술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종래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를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북미 긴장 시점에서 국면전환용 평화 전술이 긴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종래의 통미봉남은 뒤로 미루고 통남봉미(通南封美)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북한의 대남 회담 재개 정책은 중국의 한반도 `대화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까지 보여 일거양득의 효과도 거둘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우리 정부의 남북 회담 제의 역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 변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문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사드 배치의 갈등 상황에서도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운전석 론`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코리아 패싱이라는 현실 앞에 그의 역할 중시론은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수 정권 9년의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강경정책만으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유화 정책을 택한 것이다. 보수 정권 안보 위기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시의 `안보 무능론`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 대북 대화 정책을 선택하였는데 북한이 이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이러한 남북의 대화 재개가 남북 관계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과 보수층에서는 북한의 회담 수락을 일종의 위장 전술이라고 불신하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진보적 입장에서는 남북의 회담 재개는 지극히 당연하며 그것이 종국적으로 북한의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간의 미국의 평양 선제공격설이나 참수 작전설 등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경 봉쇄 정책만으로 성과를 내지 못할 때 현상을 잘 관리하면서도 정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이 대북 압박과 제재를 적절히 병행할 때 `북한의 변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2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회담에서 남북 쌍방은 과거의 포용 정책의 교류 협력의 경험을 살려 실현가능한 문제부터 해결토록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마침 한미 합동 군사훈련도 연기되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쉽게 합의할 것이다. 차후 군사회담을 통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완화도 시급한 해결 과제이다. 남북의 이산가족 재회도 서둘러야 할 해결 과제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 공단의 재가동 문제 등도 필시 대두될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제재조치와 연계되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비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연례 한미 군사훈련 등은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풀기 힘든 퍼즐을 풀기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여 회담에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