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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광주 비엔날레 북한 미술 작품을 보면서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2018년 제12회 광주 비엔날레가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66일간 개최된다. 우리 일행은 여수 오동도를 거쳐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널찍하게 자리잡은 지하 전시실에는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작품의 주제는- 상상된 국가들/모던 유토피아, 경계라는 환영을 맞이하며, 종말론: 포스트 인터넷시대의 참여정치, 귀환,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 생존의 기술, 북한미술 등 7개 전시실에 배열됐다. 주제에서 보듯이 비엔날레에 참여 작가들은 현대인들의 고통과 갈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미술 작품에 대해 식견이 부족한 탓인지 나는 북한 미술에 가장 관심이 끌렸다. 북한의 예술전반에 관한 초보적인 이해는 선행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미술은 동양화를 북한식으로 발전시켰다는 의미에서 북한에서는 ‘조선화’라고 부른다. 이번에 전시된 북한미술은 4개 부문의 작품으로 분류돼 전시됐다. 북한의 미술은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하기 위한 주제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수화, 소형의 그림에다 작가의 시나 소회를 써 넣은 문인화, 화조나 조선호랑이를 즐겨 그린 동물화로 분류 전시됐다. 전시장에는 우리가 접하기 쉬운 산수화나 동물화보다 대형 주제화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이북 5도 실향민들과 여성 탈북자들과 함께 참여한 작품 감상에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노동하는 장면을 그린 주제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주제화는 북한의 작가들이 북한사회의 인민 대중들의 노동하는 장면을 그림을 통해 부각하고 있다. 북한 작가들이 그린 대형 주제화에는 ‘인민들이 혁명을 위해 열성적으로 노동’하는 장면이 당의 방침인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따라 표출돼 있었다. 이러한 대형 주제화는 여러 작가들이 공동의 집체화된 형태로 작품을 완성한다. 협업을 통해 작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 건설현장에는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다. 작가들이 노동의 신성함, 협동성, 혁명성에 대한 기대를 담으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 초기부터 강조한 ‘노동 해방’이 오늘의 북한 땅에서도 구현되지 못한 현실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그러나 북한 미술 전시실에는 우리의 평소의 편견을 깨는 그림도 더러 있었다. 북한 미술작품에도 체제의 선전이나 획일성에서 벗어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우리 미술 사학자들이 북한에는 사대부의 유물인 문인화는 그 전통이 단절됐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이 포용하는 범위에서 북한에도 문인화가 살아 있음을 이번 전시회는 보여줬다. 북한의 문인화는 운봉 리재현에 의해 계승돼 부채그림과 비슷한 형태로 작가의 시, 소감 등의 글귀가 담겨 있었다. 현장의 큐레이터는 스승과 제자가 그린 금강산 산수화에도 처리 기법은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미술은 천편일률적이라는 외부의 비판이 빗나갔음을 말해 주며 우리가 북한 미술이 무조건 체제 선전에만 매몰됐다고 비판하는 것도 잘못된 시각임을 입증한다.이번 비엔날레의 의의는 북한 미술이 세계 최초로 남한에서 전시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 북한 미술이 남한 광주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음은 남북관계의 상당한 변화의 증좌이다. 서방 미술이 추상화된데 비해 북한의 미술은 사실주의에 입각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의 문화 예술분야의 교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에서 정치적 대화도 중요하지만 예술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훨씬 넓힐 것이다. 예술 분야의 보다 활발한 교류를 기대해본다.

2018-10-29

‘평양인민공화국’의 명암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때 우리도 수도 서울을 ‘서울 공화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서울특별시만 발전하고 비대해지는 것을 빗댄 말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노출된 평양의 모습은 ‘평양 인민 공화국’이라고도 할만하다. 면적 1천300㎢, 인구 약 300만 명의 평양은 18구역 2군으로 구성된 그들 말대로 자랑스러운 ‘혁명의 수도’이다. 6·25 전쟁 시 완전 폐허된 도시가 화려한 도시로 변신하였다. 카메라에 잡힌 30∼40층의 아파트는 페인트칠까지 하여 더욱 화려해 보인다. 대동강가의 여명 거리는 주로 김일성대학 출신 국가 간부들이 거주하고, 과학자 거리는 김책공대 출신 과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평양 지하철은 천리마선·혁신선·만경대선(서울의 1·2·3호선) 등 전체 길이 34km이다. 카메라에 잡힌 평양만 보고 북한을 말할 수 없다.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 개성시 주변과 금강산 가는 길가의 북한의 농촌을 살펴본 적이 있다. 개성공단 북측 출입문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바싹 야윈 북한 어린이를 본 적이 있다. 어릴 때 내 모습과 흡사하여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다. 강원도 통천으로 통하는 비포장도로에서 남한에서 볼 수 없는 소달구지를 보았다. 지금도 북한의 산은 어딜 가나 민둥산이다. 연료가 부족한 시골에서 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 결과이다. 우리도 내가 초등학생이던 1950년대 땔감용 나무를 산에서 구해 사용하였다. 지금도 북한의 농촌 사정은 우리의 60년대 우리와 비슷하다. 이처럼 북한의 수도 ‘평양공화국’과 ‘지방 공화국’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은 핵심 계층으로 신분도 다르고 풍채도 다르다.북한 당국은 평양에서만 정상회담 등을 고집한다. 그들은 카메라를 통해 비쳐지는 평양의 발전된 모습을 세계에 알려 체제 선전수단으로 삼고자 한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도 평양에서 개최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평양 정상회담에 다녀왔다. 김대중 정권 초반부터 노무현 정권 말기까지 남북의 크고 작은 회합도 모두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내년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평양 방문이 될 것이 뻔하다. 북한 당국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만큼은 집중 관리하고 육성하였다. 105층의 류경호텔을 건설하고, 15만 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5·1 경기장 건설도 그 일환이다. 우리로서는 개인 소유 땅값 때문 엄두도 못 낼 일을 북한 땅에서는 당이 결정하면 가능한 일이다.북한 주민들은 누구나 평양거주를 희망하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북한에서는 ‘평양 가고 싶어 병아리도 피양 피양 하고 운다’고 한다. 운 좋게 평양에 직장을 구하거나 평양 거주자를 배우자로 구하면 평양 거주도 가능하단다. 남한같으면 특혜도시 평양 집중 정책에 엄청난 비판이 따르겠지만 북한 땅에서는 아직도 엄두도 못 낸다. 가족주의적 왕조 국가인 북한 땅에서 ‘평양 공화국’에 대한 비판은 수령 비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통망이 제대로 건설되지 못한 북한 농촌주민들의 평양방문은 사실상 어렵다. 함경도나 양강도 사람에게는 평양의 소식이 감감할 뿐이다. 과거 우리가 서울 구경이 어려웠던 사정과 흡사하다.그러나 북한 땅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북한에도 제도, 관행,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미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휴양 시설 건설이 한창이다. 평양의 순안 비행장을 국제 공항으로 단장하고 삼지연 비행장과 원산의 비행장도 확장했다. 북한의 휴대 전화가 500만 대를 넘었다. 북한에도 시장이 4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북한 땅에서도 한류가 몰래 퍼지고 있다. 북한사회가 정보 사회에 진입했다는 증거이다. 북한 주민들이 평양공화국에 대한 불만과 비판적 시각이 집단 노출될 때 북한의 변화는 본격화될 것이다.

2018-10-22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북한 땅을 밟을 것인가.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의 평양 초청을 제안해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 방문 때 교황께 이를 전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할 시 북한의 정식 초청장 접수 등 후속 절차가 따를 것이다. 사실 로마 교황청뿐 아니라 한국천주교회는 북한의 가톨릭 평양교구와 원산교구 복원 등 북한 선교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교황은 탈북자 등 북한의 인권 개선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 초청장을 보낼 경우 교황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은 성사될 것이다.주지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다.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종교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임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자로서 팔공산 동화사의 통일대불 축성을 지원했다. 과거 장면 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임이 잘 알려져 있었다. 전직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영세받은 신자로 알려졌지만 노 대통령은 영세 후 신앙생활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뿐 아니라 현재도 왼손에 가톨릭 신자 표시인 묵주 반지를 끼고 다닌다.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는 점은 이번 교황의 북한 초청 건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교황의 평양 방문은 미국과 엉켜있는 비핵화 문제 해결과 경제 발전 구상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교황의 평양 방문 뉴스를 통해 북한체제를 선전할 수 있고, 나아가 그의 이미지 개선도 기대할지 모른다. 북한 당국은 교황의 방북 종교 행사를 통해 그들이 ‘신앙 자유’가 보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집중 개발한 평양 모습을 통해 그들의 빈곤한 이미지를 퇴색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헌법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지며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 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는듯하지만 사실상 종교는 불허하고 있다. 북한의 종교 단체는 외부 원조나 국제회의 참석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을 뿐이다.이런 저런 사정을 알면서도 로마 교황은 북한 당국의 초청에 응할 가능성은 높다. 우선 교황의 방문은 일차적으로 ‘세계만방에 복음을 전하라’는 복음말씀에 합치되기 때문이다. 1979년 2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향 폴란드 방문은 동구 개혁 개방의 촉진제가 되었다. 2012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은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화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수장으로 인정하고, 교황청은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인정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오랜 갈등 관계인 가톨릭과 중국은 화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만약 이번 교황의 평양 방문과 장충성당의 미사가 집전된다면 그것은 선교라는 종교적인 목적보다는 북한 개혁 개방의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북미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 열쇠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교황방문을 성사시킬 치밀한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은 이탈리아와 영국·독일 등 자기들의 서방 외교 루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로마 교황청과 북한과의 중재자 역할은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정상적이고 폐쇄적인 북한을 바로 세우고 개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10-15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2차대전 후 분단된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성취했다. 동서독의 분단 상황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는 다른 점은 있다. 우선 소련의 점령지역인 동독은 미·영·불이 점령한 서독에 비해 영토가 매우 적다.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기점으로 양분됐다. 독일은 분단 시 전쟁이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6·25 전쟁은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뿐 아니라 사상과 이념의 장벽을 두텁게 했다. 한반도에도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우리가 독일 통일과정에서 배워야 할 점을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도 서독처럼 통일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서독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수차례의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되었다. 그들의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대 동독 정책은 독일 사민당(SPD) 정권이 기민당(CD)으로 교체돼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은 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포용정책은 보수 정권이 등장하자 완전히 폐기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은 과거의 대북 정책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하면서 대북 강경·봉쇄 정책으로 회귀했다. 문재인 정부 등장 후 과거의 포용 정책은 다시 복원됐다. 남북이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화해 협력이라는 대북 정책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진보와 보수 정권간의 180도 바뀌는 대북 정책은 국민들의 통일의 의지와 에너지만 분산시킬 뿐이다.독일 통일에는 유럽 통합 정책이 크게 기여했다. 서독은 통일 전 구 소련에 경제 원조를 제공해 동방 정책의 신뢰를 확보했다. 서독은 동독 주둔 소련군 철수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소련의 환심을 쌓았다. 인접 폴란드 역시 서독 총리 브란트의 과거 역사에 관한 깊은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들였다. 서독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에 까지 그들의 대 동구 접근 정책을 설득해 안심시켰다. 우리도 ‘평화 번영 정책’에 관한 주변국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 못지않게 중국과 러시아 외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통일 정책은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측과도 상당한 간극이 보인다. 우리도 언제쯤 통일전 서독과 같은 외교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양 독은 1972년 체결한 양독 기본 협정을 토대로 부속 교류 협정을 철저히 지켰다. 양 독은 상호 자유 방문뿐 아니라 언론인 교류까지 성사시켰다. 서독 학생들의 동독 캠핑이 허용되고 동독 노인들의 서독 고향 방문까지 허용됐다. 동독 공산당 당수 호네커의 서독 방문에는 서독 공산당이 앞장서 환영했다.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을 막대한 돈을 들여 사오기도 했다. 서독의 많은 마르크가 경제 협력 자금이란 명분으로 동독에 지원됐다. 우리의 ‘퍼주기 논쟁’은 독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 양 독 간 체결한 ‘작은 합의문’의 철저한 이행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권 교체 시 그전에 합의한 수십 개의 교류 협력 문서는 휴지조각화시켜 버렸다. 심지어 남북 정상 간 합의한 선언마저 팽개쳐 버렸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처리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는 모처럼 찾아온 남북의 해빙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통일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 정책인 ‘평화와 번영 정책’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 주변 4강을 우리 대북 정책의 동조 지원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합의한 문서는 상호 존중하고 그 이행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과 같은 ‘작은 걸음 정책’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초래했다. 한반도 통일의 그날은 아무도 모른다. 동서독의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이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됐음을 상기하는 아침이다.

2018-10-08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남·북·미 양자 정상회담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4·27 남북 판문점 회담, 5·26 판문각 남북 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북미 협상이 교착되자 9·19 평양 남북 3차 회담이 북미 회담의 불씨를 살려 놓았다.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이 10월 중 재개되고, 북미 2차 정상 회담도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북미 관계가 원활치 못하면 남북 회담이 추돌하는 묘한 삼각 외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3국간의 연쇄 정상 회담이 북핵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장래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연쇄회담이 순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삼각 연쇄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은 3국간의 이해관계가 상당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정부는 남북 간의 화해를 전제로 대북 정책의 큰 틀인 ‘한반도 경제지도’를 그렸다.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 9년의 대북 강경정책만으론 북핵문제도 남북관계도 풀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도 경제 위기도 남북의 교류 협력이 하나의 돌파구가 된다는 확신이 있다. 물론 우리 내부에는 야당 등 반대하는 입장도 상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의 교류 협력, 화해가 북한 투자를 유도하여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북한 역시 과거의 입장을 대외 화해정책으로 180도 선회하였다. 그것은 최고 통치자 김정은의 대외 정책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전체주의 권력의 속성상 그의 인식의 변화없이 정책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까지 ‘타도 미 제국주의’를 외치고 ‘핵보유국’임을 선포하였다. 그가 갑자기 대화와 협상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미국과도 갈 데까지 가서 양보를 받아내는 ‘벼랑 끝 전술’도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도 이제 실효를 거둘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그가 ‘핵 포기’의 대가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 발전’에 관한 강한 의지를 밝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럽 유학 체험은 선대의 ‘선군 정치’보다 ‘경제 발전’ 정책을 선택한 배경이다.미국 트럼프 정권 역시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개선이 절박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트럼프는 11월 6일의 중간 선거와 2021년 1월 그의 임기 말까지 북핵이 완전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는 내심으로는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치 못한 북핵문제를 깨끗이 해결하여 그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전직 사업가답게 트럼프는 자신의 이익과 승리가 전제된다면 어떤 협상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3국간의 이해관계의 교집합은 3국의 정상회담을 이어갈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러나 남·북·미 협상과정에는 여전히 상당한 어려움은 남아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FVD)와 종전 선언, 평화 협정과 유엔의 제재의 완화라는 장애물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 협상에서는 무엇보다 양보정신이 요구된다. 협상의 “갑”이 되어버린 미국은 우선 종래의 패권주의적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미국은 강요만 아니라 종전선언이나 부분적 대북 제재 해제 등도 협상 카드로 사용하여야 한다. 북한 역시 미국이 원하는 핵 폐기 프로그램을 시원하게 빨리 제출하여야 한다. 미국은 핵 폐기라는 북한의 말보다 행동과 실천을 바라기 때문이다. 아직도 북·미간에는 상호 불신이 강하여 단번에 협상이 끝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우리 정부는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는 완전한 운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10-01

3차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문재인 대통령이 18일 3차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대통령 전용기는 서해 직항로를 통해 순안공항에 도착하고 대통령의 주요 일정은 생중계된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방북,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의 3번째 방북이 성사되는 셈이다. 이번 대통령의 방북단에는 4대 재벌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인, 여야 정치인 등 200여 명이 동행한다고 발표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미묘한 갈등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번 정상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이번 회담에서 다룰 현안 중 가장 중요한 주제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이다. 싱가포르선언 이후 북미 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그램 제출과 종전 선언 문제로 갈등을 초래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현재 핵 자산뿐 아니라 미래핵 폐기에 관한 검증목록을 제시하고 그 타임스케줄까지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종전 선언이나 대북 제재완화 등 가시적 조치 없는 미국의 일방적 핵 폐기 강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폐기 문제와 종전 선언 문제를 절충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길 바란다. 이는 유엔의 대북 제재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쉽지 않다. 비무장 지대(DMZ)의 ‘완전한 비무장화’와 NLL 등 서해의 평화 지역 설정 문제는 군사당국의 실무회담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 비무장지대 초소(GP)의 철수와 병사의 비무장화는 대체적으로 합의하였지만 NLL문제는 남북 군사당국간 아직도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원칙에는 합의하였으나 각론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간격이 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직전 손을 맞잡고 넘나들었던 휴전선 일대를 평화지대화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에 합의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비무장 지대의 생태공원화 등 세계인들이 바라는 평화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교류의 법적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길 바란다. 통일 전 독일은 서독의 본과 동독의 베를린에 상호 대표부가 설치되어 외교적 현안을 절충하였다. 우리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토대로 장차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길 바란다. 양독 간에는 대표부 교환을 계기로 상주 기자 교환과 상호 텔레비전 시청도 허용되었다. 이를 위해 남북 간에도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반드시 추진하기를 바란다. 동서독은 이미 1972년 양독 간 ‘기본 협정’에 의해 교류와 협력이 다양화되고 일상화되었다. 우리도 이번 정상 회담에서는 종전의 부분적인 잠정적 남북관계 개선에서 탈피하여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그러나 한반도의 평화 체제 정착 문제는 남북 양측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는 정상 회담의 성과를 주변 4강 외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번 대북 특사 방북의 결과를 중국과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여 설명한 것도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다.이번 정상회담에 기대되는 결과도 미국에 소상히 알리고 협의하여 북미 회담의 동력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서독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 정책을 넘어 유럽통합 정책을 통해 주변국을 일차적으로 안심시켰다. 그것이 독일의 역사적 통일의 위업으로 연결된 것이다.이러한 외교적 노력에 더하여 정부는 통일 문제에 관한 국민적인 합의기반 강화에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는 남북문제에 관해 여전히 입장을 달리하는 야당의 동의부터 구해야 정책의 추동력이 확보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9-17

한반도 운전자의 로드맵 점검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남북의 경색된 상황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 참여 이후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급변하게 됐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 회담도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그러나 예정되었던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트럼프에 의해 전격 취소되자 우리 정부는 북미간의 회담재개의 중재역을 톡톡히 하였다. 이번 폼페이오의 4차 평양 방문이 취소되고 북미관계가 교착되자 정부는 다시 5명의 대북 특사단을 파견하여 북미 대화의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 진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는지를 지켜보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운전자의 역할을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그 로드맵부터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운전자의 로드맵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북·중·미 승객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합의를 이끄는 로드맵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당사국간의 정상회담이 출발점이라면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종전 선언이 두 번째 정거장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국간의 평화 협정 체결은 세 번째 정거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 터미널은 남북한의 완전한 교류 협력과 북미 수교라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 때 남북관계는 제도적 통일이 아닌 ‘사실상의 통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류장도 쉽게 도달할 수 없으며 건너뛸 수도 없는 입장이다.로드맵에는 항상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도 운전 중의 장애물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명의 안전을 위해 운전자의 방어운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멀고도 험한 평화 정착의 로드맵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동북아에는 운전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냉전의 유산도 잔존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장애물도 등장할 수 있다. 70여 년의 분단체제의 고착이라는 장벽이 전자라면 중미간의 패권 경쟁은 후자에 속한다.또한 우리 내부의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 대립은 운전자의 진로를 방해할 수도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 뒤에 숨어 있는 북한 체제의 불안전성도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 의회 내의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 군산 복합체라는 안보 상업주의는 북미 화해보다 냉전을 선호하는 장애물이다. 아직 승차하지 않은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의 개입도 운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장애물이다.운전자로서 우리 정부의 당면 과제는 평양과 워싱턴을 설득하여 한반도의 ‘평화 정착’의 토대부터 튼튼히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양자의 입장이 조절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대북 특사 방북의 성과를 토대로 9월 19일로 예정된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협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운전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의외의 복병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운전자는 당사자의 입장을 중재·조율하여하나의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남방 경제가 후퇴하는 가운데 북방운전만을 고집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도 내치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현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당면한 경제적 위기를 해소할 때 대북·대미 외교도 정책의 추동력을 담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의 심화, 실업 등 경제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때 ‘한반도의 신경제 지도’는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운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승객의 의견을 조율하여 과속해서도 안 되지만 지체해서도 안 된다. 운전자는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여 목적지에 도착토록 해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9-10

민주당 전국 대회 참관기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민주당 전국 당 대회는 어떻게 치러지는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현장을 둘러보았다. 전국의 당 대의원 1만5천 여 명 중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회장의 분위기는 여름 날씨 이상으로 뜨거웠다. 전국 각지의 300여 대의 버스가 모여들었고 대회장 입구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의 구호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개회가 선언되자 대회장은 발디딜 틈이 없이 꽉 차 버렸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비공식적으로 당원 150만 명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당원 수로는 독일의 기민당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일당 독점인 북한 노동당원이 약 200만으로 추산하는데 민주당의 당원수도 많이 늘어났다. 민주당은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 71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날 당 대회는 전국의 대의원 1만여 명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중요한 회의이다. 성원 보고에 이어 경과보고, 당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당 강령과 당헌 개정이 있었지만 대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집중되었다.후보자의 열띤 정견 발표가 시작되었다. 단상에 오른 송영길 후보는 ‘당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의 ‘북방 경제’를 개척하겠다는 연설은 그의 뚝심 이미지와 결합되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김진표 후보의 ‘경제위기 극복’을 통한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주장은 대의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득표로 연결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등단한 이해찬 후보의 ‘20년집권 플랜’은 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당내 선거용으로는 적중한 연설이었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 투표 45%, 전국 권리당원 ARS투표 40%, 일반당원 5%, 국민여론 10%를 반영하는 선거이다. 이날 대의원들의 투표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회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개표 결과는 42%를 얻은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은 친문과 친노의 열성적인 당원들의 조직력에 기반한 예측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돌아오는 차창에서 이번 당 대회에서 민주당이 얻은 소득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해찬 당대표의 당선은 민주당 위상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는 보여도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당대표는 내조형의 조용한 리더십보다는 할 말은 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호할 것이다. 반면 그의 리더십은 돌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여야관계나 당정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이번 당 대회의 또 하나의 수확은 최고위원 세대교체가 원만히 이루어진 점이다.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40대 박주민과 김해영의 최고위 입성은 당의 동력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박주민은 당 중진 후보를 누르고 최고 득표로 당선되었다. 이는 민주당 당대표의 올드보이 이미지를 상쇄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이 극복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한국의 정치 향방은 사실 한치 앞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국인들의 정치적 조급성은 일당의 독점이나 장기 집권을 절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제 경제 회복 등 현실 문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성장론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수없이 많다.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생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 지원 성장론에는 수없는 비판이 따른다. 한국의 장래를 복지 포퓰리즘에 파탄난 아르헨티나 경제에 비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20년 플랜에 앞서 당면한 경제적 위기부터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상승의 길이기 때문이다.

2018-09-03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두 가지 이유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정전 협정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최종적으로 서명해 체결됐다. 휴전선 남북 2㎞는 비무장 지대(DMZ)로 설정되고 민간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됐다. 휴전 이후에도 빈번한 무력 충돌까지 있었으며 군사적 긴장은 계속됐다. 벌써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나 지났다. 6·25 전쟁이 사실상 끝난 시점에서도 종전은 선언되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에 종전선언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김정은 정권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우선적 이유는 북한 당국이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2차대전 후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리비아에서는 카다피의 생명을 빼앗아 갔다. 미국의 특공대는 신출귀몰한 빈 라덴까지 사살해 버렸다. 북한 당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미 제국주의 타도’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북한이 선군정치나 강성대국 건설을 표방한 것도 결국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염두에 둔 처사였다. 북한 당국이 몇해 전 ‘핵 주권 국가’를 선포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의 전제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종전선언을 토대로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로 나아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대북 제재완화는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취약한 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그간의 지속적인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막고 있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선대와 달리 여러 개의 경제특구 설정 등 경제 발전에 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스위스 유학시절 서구 선진국 소비문화를 체험했고, 도쿄의 디즈니랜드도 관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김정은은 대북제재의 완화나 해제만이 북한 경제 발전의 동력을 회복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급박한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종전선언을 통한 대북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이다.그러나 북미간의 종전선언은 북한 당국의 요구처럼 쉽게 풀리기는 힘들다.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지만 현재로서는 단번에 선언되기 어렵다. 선언 당사국 문제에 관한 합의도 그렇게 쉽지 않다. 미국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돼야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핵화의 과정과 절차 역시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핵 원료, 핵시설, 핵기술 목록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종전선언 전의 핵 목록의 제출과 핵사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 발사대 폐기 대가로 종전선언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북간의 이러한 미묘한 입장 차이가 종전선언을 미루는 배경이며 딜레마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폼페이오의 다음 주 4차 방북은 취소됐다. 북미간의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양측은 회담의 동력은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는 11월 미 중간선거 전까지 북미 협상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며, 북한 김정은 역시 북미 정상 회담의 가시적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실무 회담이든 정상회담이든 북한이 비핵화의 부분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면 종전선언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사태의 추이를 냉철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2018-08-27

경술국치일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하자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매국노 이완용과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내민 합방문서에 도장을 찍고 그 합방의 효력이 발생한 날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국권을 송두리째 내주고 35년의 일본 식민지배를 받게 되는 통탄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일제의 강점이 한말의 우리의 쇠약한 국운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그 국운을 그렇게 이끈 당시 왕과 친일 관료 세력이 초래한 민족적 참사이다. 다시 광복 73주년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나라를 빼앗긴 당시 경술국치일을 회상하고 민족적 자성의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8·15 광복절을 국경일로 기념하면서도 8·29 경술국치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경술국치의 슬픈 상처를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광역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이날을 추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여 조기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마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희망이 없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 한다.우리가 경술국치일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해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일본 정부 당국의 조선의 식민지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재촉구하기 위함이다. 현 아베 정권은 군사력의 팽창을 통해 국가주의를 날로 강화하고 있지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들은 평화 헌법까지 개정하여 과거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아베 정부는 8·15 종전기념일을 전쟁영령 추도의 날로 정해 전쟁 영웅들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A급 전범 14명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는 올해도 일본 정치인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아베도 비서를 통해 공물을 어김없이 바쳤다. 전후 그들의 과거를 철저히 반성한 독일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독일은 1946년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12명의 전범들을 처형하고, 수도 베를린에는 홀로코스트 기념관까지 설립하여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 치의 반성도 없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당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경술국치를 추념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정작 우리 내부에도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우리 내부에 존립한 일제 잔재 청산에는 소홀했다. 그후 박정희 정권의 굴욕적인 3억불 대일청구권 자금의 수령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박근혜 정권의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10억엔의 합의는 생존한 할머니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아 버렸다. 보수 정권의 국정 교과서 왜곡 문제도 그 발단에는 친일 사관 문제가 결부되어 있고 학계에서는 아직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정당화하는 학자들까지 있다. 국립묘지에는 항일지사들과 친일 부역자들의 묘소가 아직도 공존하고 있다니 할 말이 없다. 친일 부역자들의 후손은 여전히 활보하고 항일 지사들의 자손들은 생계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초기부터 친일 청산 문제를 방기하여 민족의 정기를 훼손시킨 결과이다.우리도 8·29 경술국치일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하여 우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늦으나마 항일 애국지사 선양사업에 적극 나섬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8·29 경술국치일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하고 추념주간을 설정하길 바란다. 8월22일 데라우치가 내민 합방문서에 조인한 날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 29일까지를 추념 주간으로 설정하였으면 한다. 이 기간 중 우리는 조기를 게양하고 우리의 굴절된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삼길 바란다. 마침 내년 2018년 4월 13일이 상해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건국 100주년으로 삼고, 일제 잔재의 청산과 독립 정신 계승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왜곡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2018-08-20

비핵화가 먼저? 종전선언이 먼저?

▲ 배한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오랜만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의 북미관계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상당한 갈등상황을 보이고 있다. 북미 간에는 상호 비핵화 요구와 종전선언 요구가 뒤엉켜 양국 간의 외교적인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강도적’주장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최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란을 방문해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북한의 핵 기술(technology)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까지 선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 간 핵심적 쟁점은 비핵화 이행과 종전선언 요구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대상과 범주를 명시한 프로그램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는 북한의 핵 실험장, 핵 실험 발사대. 현재 보유한 핵물질, 개발된 핵탄두, 핵관련 기술과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북핵 폐기는 빠른 기간 내에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사실상 완전하고 명백한 불가역의 수준의(CVID)비핵화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전역의 인적 물적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일정한 기간 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 폐기상황은 미국이나 국제기구의 객관적 검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의 일방적 비핵화 강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한편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당사국의 종전선언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셀프 폭파와 미군 유해 55구 송환 등에도 미국이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당사국간의 종전선언이 선행되어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종국적으로는 북미 평화 협정이나 외교 관계도 수립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종전선언의 당사국 문제는 미중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북한과 중국은 중국이 참여한 4자 선언을 선호하고, 미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프로그램 없는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이러한 북미 간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요구는 핵심적 쟁점이 되었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불량 국가’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인 이상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선군정치의 결실인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확고히 보장받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북한은 그 대가로 낙후된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경제적 재정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북미의 주장에는 각기 상당한 정당성이 있기에 상호 기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이제 통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북미간의 외교적 교착 상태는 쉽게 해소되지는 않지만 문제의 해법은 대화밖에 없다. 그러나 북미간의 고위급 회담과 실무진의 협상만으로 그 돌파구를 찾기는 무척 어렵다. 흔히 협상에서 원론에는 합의해도 각론에서는 여러 면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북미관계는 완전한 파탄으로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정상 간의 친서 외교도 이어지고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방북도 예정돼 있다. 결국 북미 2차 정상회담이 현재의 디테일한 악마를 잠재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다. 그에 앞서 9월 초에 예정된 남북 3차 정상회담은 교착상태의 북미 관계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8-13

적폐청산의 끝은 어디인가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적폐청산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자고나면 곳곳에서 권력형 비리와 횡포의 실상이 노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국정 농단의 진원지인 청와대 뿐 아니라 핵심 권력인 국정원,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기무사의 적폐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를 보는 시각도 정파와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이를 보수 정권의 ‘누적된 적폐의 당연한 청산’ 과정이라고 보지만 정권을 놓친 자유한국당은 이는 ‘정치보복’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론도 이념과 계층, 지역에 따라 입장이 다소 갈리고 있다. 정부의 적폐 청산은 청와대로부터 시작됐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고 전직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됐다. 청와대의 전직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구속됐으니 구 정권의 핵심 권력은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과 특활비 상납으로 전직 국정원장들까지 구속됐다. 뒤이어 지난 3월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전직과 전 전직 대통령이 동시 구속되고 보수정권 9년의 최고 권력실세가 모두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적폐 청산의 범주는 지난 정권의 사법부까지 확대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립을 위한 ‘재판 거래’의혹은 초유의 사법부의 적폐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그 전모는 더욱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재벌과 기업의 공정한 관리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적폐도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5대 기업에 대한 취업 청탁은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공정한 잣대로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해야할 공정거래위원회의 그간의 ‘불공정한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또한 대통령 탄핵 전 작성된 기무사의 계엄 관련 문건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이를 기무사의 무모한 국기 문란 문건으로 보고, 야당에서는 우발상황에 대비한 엉성한 시나리오로 평가절하하고 있다.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의 범주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적폐청산은 초기에 일종의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강력한 청산드라이브 정국 하에서는 저항의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의 지휘부의 교체과정의 내부의 혼란은 이에 대응할 여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시중에서는 적폐청산에 대해 ‘털어서 먼지 안날 수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하지만 보수정권 집권 9년의 적폐와 비리는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낼 뿐이다. 이러한 적폐와 비리의 온상은 모두가 이 나라 최고 권력과 결탁한 부패 구조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우리는 제도적·법적인 측면의 권력의 형식적 분산은 상당히 이룩했으나, 아직도 그 운용의 실제는 정치적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언제 끝날 것인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개혁에는 항상 공정성 시비가 따르고, 개혁 주체의 도덕성도 항시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게 나라냐’는 집권 명분을 끝없는 적폐청산에서만 찾고 있다. 그것이 집권 세력의 정통성의 명분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권력 오남용에 따른 적폐청산은 경제발전과 민생 현안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반도 평화 이슈와 적폐청산만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은 더 이상 강화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회생을 통해 국민의 주머니부터 채워줘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개혁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8-06

노회찬 자살의 사회 심리 분석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장례식이 국회 장으로 치러졌다. 삼복더위에도 조문객이 3만8천명을 넘었다. 주변에 누굴 만나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러해 전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이후 또 한 번의 유명 정치인의 비극적 종말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정치인들의 자살은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올곶은 정치인의 자살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정치인 노회찬은 시대를 앞서간 양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7일 더위를 무릅쓰고 그의 빈소를 다녀왔다. 정치인 노회찬은 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을까. 그는 친구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돈 4천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 그는 정치자금법상 신고해야할 돈인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고 있다. 그는 드루킹 사건으로 이 문제가 세상에 노출되자 자신의 실책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스스로 정한 ‘정직’이란 도덕 앞에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인간 노회찬의 평소 이미지가 여지없이 구겨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자신의 돈 만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과연 이 땅에 있는가. 그는 생명처럼 여기던 정직과 정의라는 잣대 앞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세인들은 4천만원이 아닌 6천억원을 갈취한 사람도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정치판이기에 그의 죽음을 더욱 애통해 하고 있다.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가 자살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사회 심리학적으로 유추 해석해 볼 수 있다. 사회학적 자살학의 태두는 에밀 뒤르켐이다. 그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분류했다. 노회찬의 자살은 속 좁은 자신만을 위한 자살도 자포자기적 아노미적 자살도 더욱 아니다. 그의 자살은 분명히 이타적(利他)적 자살이다. 그의 유서에도 누를 끼친 정의당에 사과하면서 당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그의 이타는 단순히 정의당만을 위한 이타가 아닌 바른 정치를 위한 국민을 향한 결단이다. 그는 혼탁한 한국의 정치 현실 하에서도 시종 진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항상 민생 행보를 한 정치인이다. 세상은 그의 죽음을 아쉽게 여기지만 그는 자살을 통해 책임지는 정치인의 참 모습을 보여줬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타나토스(thanatos)라는 죽음의 본능을 통해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자살을 자기 방어(ego defense)기제가 붕괴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입장이다. 정치인 노회찬의 자기 방어기제는 노동자, 소외된 자를 위한 가치 실현이며, 공정한 사람 사는 세상구현이다. 이번 그의 죽음은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노동자를 위한 정치, 정직이라는 정체성이 붕괴된 상황에서 선택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그도 유서에서 자신의 행위를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자책하고 있다. 친구로부터 돈을 받고 올바르게 처신하지 못한 자책감이 담겨있는 내용이다.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올곶은 길로만 갈 수는 없다. 하늘을 보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 보려고 했던 그였지만 순간적인 실수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이 나라 정치인들은 솔직하고 양심적인 정치인의 죽음 앞에 자신을 철저히 되돌아봐야 한다. 언제나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복잡한 정치적 현안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던 정치인 노회찬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없다. 민초들이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자살은 우리의 굴절된 정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정 농단 사태에도 아직도 책임지는 정치인이 한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시대의 의인 노회찬 영면하시길.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7-30

북한사회에 대한 오해와 이해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판문점 선언 이후 다방면의 남북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북한 당국에 대해서는 불신과 거부감이 강하다. 보수층에서는 북한에 대해 혐오감이 강하고 진보 층에서 그래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북 교류와 협력, 화해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가 북한 사회를 올바르게 알아야 대화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 남북 대화가 활발했던 시기인 2006∼2007년 빈번하게 북한 사람을 마주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북한 사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사회가 완전히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사회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자유가 없는 억압사회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북한사회도 과거 국가 배급제가 전면 실시되던 시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식량난 이후 유랑민들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허용될 수 밖에 없다. 북한 사회에도 수령과 당에 대한 절대 충성을 제외한 일상생활의 사적인 자유는 보장되고 있다. 남녀의 애정과 결혼, 이혼은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다. 시장 경제주변에는 소위 자유국가의 간통과 불륜도 증대하고 있다. 우리의 조직 깡패 비슷한 ‘놀랑패’도 늘어나고, 휴대폰 보급에 따른 ‘카더라 방송’도 유행하고 있다. 과거 남한의 권위주의 독재 시절의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은 ‘생활총화’시간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있다. 결국 북한 사회에도 집단주의적 통제 하에서도 개인적 사적 자유는 늘어나고 있다.북한 사회에는 문화와 예술마저 공산당이 엄격히 통제하는 사회라고만 생각한다. 대체로 예술은 당 이념을 구현하는 수단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술분야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 남한에서 부르는 일제 하의 흘러간 노래는 ‘계몽기 가요’라고 허용되고 있다. 북한 금강산 호텔 노래방에서도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과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이 허용되고 있었다. 주민들 중에는 상당수가 남한의 노래뿐 아니라 영화도 돌려가면서 보고 있다. 북한 땅에서 한류는 단속하지만 그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단속하는 보위부 간부들도 ‘날나리 풍’의 남한 영화와 노래를 접할 수밖에 없다. 탈북자 중에는 이미 북녘 땅에서 남한의 문화를 접하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증언도 있을 정도이다.북한 관련 우리 교과서와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 사회는 인정도 메마른 사회로 묘사하고 있다. 오호 담당제가 있어 고발이 일상화되고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사회라고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잠시나마 접해본 그들 사회는 대립과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보였다. 내가 본 그들의 윗사람에 대한 예절은 우리보다 월등했다. 북한 땅에는 남존여비도 가부장제적 전통도 우리보다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은 수령 초상 앞이지만 나름대로의 제사도 지내고, 자식에 대한 교육열도, 치맛바람도 우리에 못지 않다. 여러 날 만남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헤어질 때는 눈물 흘리는 여성도 많았다. 전통과 봉건제적 잔재가 보전된 곳에 인정은 메마르지 않기 마련이다.남북 화해 시대에 우리는 북한 사회와 사람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많다. 그들 역시 남한 사회에 대한 인식은 무척 왜곡되어 있다. 분단 70년의 세월이 초래한 비극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북한을 ‘더디 가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칭송할 수는 없다. 남북의 대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부터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북한 사회도 사람도 변하고 있다.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르 드 메지에르는 한반도 통일은 ‘북한 주민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통일은 결국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2018-07-23

자유한국당, 싸우고만 있을 것인가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지방 선거는 예상대로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끝났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TK 두 곳과 제주를 제외하면 모두 여당에 넘겨줬다. 지난 총선,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 선거의 패배는 자유한국당을 심각한 위기로 내몰고 있다. 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저희들이 잘 못했습니다’고 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들이 무슨 잘 못을 했는지를 자각하지는 못한 듯하다. 홍준표 대표 사퇴 후 당은 어디로 갈지 방향도 잡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당내에는 책임을 통감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사람은 없고, 고작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한두 명 보인다. 당내의 친박과 비박은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사퇴를 강요하고 있다. 어느 누구 하나 ‘내 탓이오’하고 가슴을 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미몽에서 깨어나 선거 패배의 원인부터 철저히 자성해야 한다. 이번 지방 선거 패배는 단순한 선거 전략의 부재가 아니라 일찍부터 예상된 패배이다. 자유 한국당은 두 번의 대선 승리에 취해 보수의 참 가치마저 상실했다. 당내 민주주의는 사라져 버리고 대통령의 절대적 권위에 복종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사이비 보수정당’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보수 정당을 자처하면서도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지 못했다. 보수는 기득권의 유지만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국민의 권리부터 지켜야 한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그간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에만 안주했으니 탄핵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들은 국정 농단의 모든 책임을 전직 대통령과 최순실에게만 돌려 버렸다. 이번 선거 참패는 권위주의와 독단주의에 안주한 보수 정당에 대한 심판이며 인과응보다.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퇴영적 리더십은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 홍준표 대표의 시대에 뒤진 안보 논쟁과 종북 프레임은 선거에서 역효과를 자초했다. 보수 정당의 대북 강경 적대시 정책은 결코 평화시대의 화두가 될 수 없는 데도 그들은 또 다시 안보 프레임을 선거에 이용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한 종북 프레임을 재탕했던 것이다. 또한 당 지도부는 서울, 충청, 경남 등 여러 곳에서 철지난 올드 보이를 공천하였다. 변화의 시대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명망가의 공천은 당 이미지만 더욱 손상시켰다. 보수의 중심 대구·경북에서까지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으니 어찌 선거의 승리를 기대하랴.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당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이들은 우선 골이 깊은 당내 싸움을 멈추고 보수의 대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 과거 자유당이 내건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슬로건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내의 친박과 비박의 정치적 헤게모니 쟁탈전은 결국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탄핵 문제로 갈라선 유승민의 ‘합리적 보수’는 보수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중대 선거구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현 정치 풍토에서 제 3의 정당은 뿌리를 내리기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연립정부나 연합 정부의 전통이 부족한 우리 정치 풍토에서 중도 통합을 표방한 제 3당은 성공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의 패배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보수 정당은 이제 개혁의 주체인 새로운 리더십을 옹립하여야 한다. 우선 누가 봐도 보수 개혁에 적합한 인물을 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 지금 미봉책으로 거론되는 원로 중진은 임시방편은 될지 몰라도 개혁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보수정당의 정체성과 거리가 먼 인사를 당의 얼굴로 삼아서도 더욱 안 될 것이다. 친박과 비박을 아우르면서도 참 보수의 가치를 구현할만한 인재는 어디에 있을까. 이제 총선은 2년도 남지 않았다. 총선 전 갑작스런 짝짓기 형의 당 통합과 어정쩡한 당 개혁은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2018-07-09

북한을 보는 세 가지 시각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까. 분단 70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북한을 보는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해방과 분단 이후 북한을 완전히 적으로 보는 시각과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반공·반북적 시각은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에 비해 친북적 시각은 북한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일부 종북적 시각도 포함된다. 앞의 반북과 친북은 모두 보수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이다.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관한 국론 통일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을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입장대립이 아닌 객관적·사실적 시각에서 볼 수는 없을까. 자유민주주의적·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북한 체제를 보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분단 이후 6·25라는 민족 간의 잔인한 전쟁까지 치러 이러한 시각이 굳어졌다. 우리는 분단 이후 북한 공산주의는 상대해서는 안 될 존재로 배척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탈냉전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반공·반북적 시각이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 팽배했다. 반공이 국시였던 나라에서 그것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우리 정치사에는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매카시적 수법이 횡행했고, 가족이 좌익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좌제에 의해 공직을 맡을 수도 없었다. 아직도 이 땅에는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으며, 우리 헌법 3조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치 않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보수층이 반공이 애국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는 이러한 보수적 시각은 점차 옅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반북적 시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북한을 이해, 존중, 두둔, 변호하는 입장에서부터 북한을 따르자는 입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과거 재독 송두율 교수의 북한문제에 관한 내재적 입장이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고 교류 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이다. 이들 중에는 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인정하면서도 북의 자주노선은 존중한다. 이러한 종북적 시각은 한국 사회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얻은 왜곡된 결론이다. 우리 사회의 종북적 입장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판결에서 보듯이 법에 의해 단죄되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산업화의 진전 속도에 따라 종북적 주장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그러나 남북 화해시대에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대립된 시각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북한을 보자는 제3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이상과 현실을 바르게 알고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북한을 편견 없이 가치 중립적 객관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이라는 대상을 이념을 떠나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중반 남북 학술 교류 협력과정에서 북한 학자들과도 여러 차례 회합을 가진 적이 있다. 그들 역시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수령론적 틀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해석하려고 하였다. 당시 학자들 간에도 원만한 남북 대화가 성립될 수는 없었다.이제 우리는 과거의 관념적인 반공·반북적 시각이나 종북론적 시각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경제적 위기는 세계인들이 아는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시대에 우리는 ‘북한적 현상’의 비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대한 관용의 자세도 보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화 제의를 정부가 불신하고 거부했다면 오늘의 남북대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열린 자세가 북한 당국을 대화로 유도했고 그것이 민족 통일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북 간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 북한의 당국과 인민, 이념과 현실, 이론과 실제를 구분하는 지혜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7-02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외교적 로드맵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주변 4강에 둘러싸여 있다. 2차대전 후 냉전 체제 하에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역삼각형 각축을 벌였다. 현재도 이념적으로 중국, 북한 사회주의와 한·미 자본주의 세력이 이마를 맞대고 있다. 주변 4강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과거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은 물론 6·25전쟁 시에도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였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문제로 주변 4강의 외교적 접촉이 활발해 지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 이은 북·중, 한·러 회담이 개최되고 미·러, 북·일 간 정상회담도 예상되고 있다. 주변 4강의 다각적인 마름모형의 외교 접촉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중국은 일찍부터 북·미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언제나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감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까지 그들의 역사에 편입시켰다. 중국은 6·25전쟁 시 의용군까지 파견하여 북한 사회주의 정권을 보호하였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전통적인 혈맹관계임을 분명히 하고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중국은 정전 협정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는 분명히 개입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대중 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일본과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려 한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이익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태평양 진출뿐 아니라 경제적 입장에서 나진 하산 프로젝트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와의 정상회담도 한·러 경제 협력을 통한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일본 역시 한반도 문제의 ‘저팬패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수시로 제기하고 북한 핵사찰에 일본의 참여를 희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북일 관계 개선의 전제로 약 200억 달러의 대일청구권을 제기할 전망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대일·대러 교린 외교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 과제이다.통일 전 서독은 1969년부터 지속적인 동방정책(Ostpolitik)뿐 아니라 주변국 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역사적인 통일 위업을 달성하였다. 서독은 동독에로의 접근 정책뿐 아니라 유럽 통합이라는 큰 틀의 대외 정책을 통해 독일 통일 기반을 구축하였다. 서독은 분단 상황에서도 소련과 동구 공산권을 안심시키고, 인접 프랑스와 유럽을 설득하여 유럽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양독 간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의 누적된 결과이다. 우리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북방 정책뿐아니라 4강에 대한 균형 외교를 정교하게 추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한반도의 현 상황은 2차대전 후 70여 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평화 체제 구축 기회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제 과거와는 다른 비핵화와 개방 개혁의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주변 4강도 이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변 4강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외교적 역량을 총체적으로 발휘하여 주변 4강의 이익을 고려하면서도 ‘평화의 안전지대’에 도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먼저 남북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면서도 4강 외교의 로드맵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06-25

진보는 자중하고 보수는 개혁하라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6·13 지방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집권 여당은 17개 광역 단체장 중 14개를 차지하고, 자유한국당은 겨우 대구·경북 두 곳에서만 승리했다. 12개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광역(시·도)의원 선거에서도 824명 중 652명을 당선시켜 80%를 차지했다. 광역의회 17개 중 10곳은 야당은 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하고 기초 의원 역시 여당이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여당 진보의 승리고, 보수의 참패이다. 예견된 일이지만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1야당 한국당의 패인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선거는 흔히 구도, 인물, 정책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한국당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구도 면에서 급박하게 진전된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은 선거의 모든 쟁점을 빨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여당 후보들에게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안겨줬다. 한국당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과 선거 전략의 부재는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홍준표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대구·경북에서까지 거부한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 민주당이 국정을 잘해서 얻은 표는 아니다. 선거의 판세는 초반부터 기울어 있었다. 홍준표, 트럼프, 김정은까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도왔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이제 선거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 압승으로 정책 추진의 동력은 확보했지만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중앙권력뿐 아니라 지방권력의 일당 독점 구도는 견제 장치 없는 자동차에 비유된다. 어느 시대나 집권 여당의 권력이 차고 넘칠 때 독선과 오만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로드 액톤경의 경구가 생각난다. 독점이나 과점 권력이 부패하지 않는 나라는 동서고금 드물다. 서민 경제가 어렵고 자영업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청년 실업률이 줄지 않을 때 민심은 쉽게 이반한다. 소득 성장 주도 경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 과감한 정책변화가 요구된다. 집권 여당은 이럴 때일수록 교만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중하는 참 진보의 길이 아닌가.보수 한국당은 보수의 제 모습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한국당은 당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부분적인 수술만으로 살 수 없는 중증환자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당은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공당이 책임만 전가하고 구태에 머물다 이 꼴이 되었다. 그러한 정당을 젊은 유권자는 혐오하였고, 중년 유권자도 무관심하였다. 당 지도부의 시대에 뒤진 반공 안보 프레임이나 맹목적 여당 비판만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자기 보신을 위해 침묵한 당 지도부에 대한 엄중한 탄핵이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은 하루 빨리 보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보수 정당은 전통, 자유, 정의, 진실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 여당은 자중하고 보수 야당은 개혁하라는 명령이다. 진보는 자기 점검과 통제를 통해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보수는 철저한 반성과 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참 진보와 참 보수의 양 날개를 구비할 때 이 나라의 정치는 발전할 수 있다. 선거 참패 후 홍준표 대표 등 야당 지도부의 사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참회하는 모습만으로 사태는 수습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상황은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데 보수 정당의 정책 프레임은 그대로이다. 제1 야당이 실질적인 보수 개혁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때 유권자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2018-06-18

6·13 지방 선거의 이상징후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내일 모레가 지방 선거일이다. 선관위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방자치의 당위성은 잘 인식하면서도 투표에는 아예 관심이 적은 사람이 많다. 유권자들은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나 구청장 출마자의 이름 정도는 알지만 기초나 광역 후보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교육감 후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투표 당일 평균 7장의 투표지에 한명을 선택해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왜 이렇게 지방 선거에 무관심할까. 첫째,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남북관계라는 큰 이슈가 지배하고 지방 정치의 이슈는 증발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회담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거 하루 전 6·12 북미 회담 일정이 잡혀 지방 선거의 이슈는 모두 뒤로 밀리고 있다. 언론은 사상초유의 북미 싱가포르 회담관련 기사를 연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여당에 유리한 지방선거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후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리더십의 위기로 선거 판세는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제1야당 홍준표 대표의 선거 전략과 거친 언사는 야당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17개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은 14곳, 12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는 11곳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이를 입증한다. 정통 보수층의 선거 무관심이 초래한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둘째, 선거의 쟁점마저 부각되지 않은 이번 선거에서 상대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전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욕설 파문에 이은 여배우와의 스캔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골프장 특혜 의혹 등으로 선거전이 혼탁해지고 있다. 마타도어 등 네거티브 전략은 대체로 선거 판세가 불리한 후보가 앞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수법이지만 대체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의혹이 해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후보 간의 정책 대결이 사라진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들의 일시적인 관심과 흥미는 유도하지만 그것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증대시킬 뿐이다. 우리 정치에도 근거 없는 폭로 위주의 네거티브는 이제 통하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판을 혼란시키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셋째, 유권자들의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투표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것은 선거로 선출한 지방 의회가 지방 행정을 제대로 견제도 감시도 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엄중한 비판일 것이다. 아직도 지방의원의 행정 견제 능력은 부족하고, 도덕성마저 흠결이 많은 의원들이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지방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미 투 관련사건, 탈선과 부패는 상당수 의원들이 중도 사퇴한 사실만 보아도 충분히 입증된다. 이러한 의원들의 자질과 탈법행위들이 지방 정치 불신의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기초 의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러한 요인이 복합 작용하면서 지방 선거에 관한 관심은 줄어 들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6·13 지방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야 지방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한 정계 개편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절대 오만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선거 패배 시 그 책임문제로 이합집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확실한 보수 개혁을 추진할 때 집 떠난 보수층은 회귀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는 정계 개편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8-06-11

북한은 ‘정상국가’로 갈 것인가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의 정치 행보가 연초부터 많이 달라졌다.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 ‘판문점 선언’까지 채택됐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선언하고 6·12 미북회담도 코앞에 두고 있다. 과거 김정일 시대의 닫혀진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선군노선보다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한듯 보인다. 군부대를 주로 시찰하던 김정은은 도로보수 현장 방문 등 경제재건 의지를 자주 보이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은둔과 신비의 리더십을 탈피, 개방적 리더십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이제 정상적인 국가로 가려는 징조인가. 그의 이러한 행보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불신하는 사람도 많다. 그간 북한은 내치 면에서 정상적인 국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권력은 아직도 수령에게 집중돼 있고, 그 권력마저 3대째 세습되고 있다. 주체사상은 권력 통치의 수단시 되고 중국식 집단지도체제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내각이나 의회, 사법, 공안, 군 조직은 모두 당에 복종하고 종속되는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당·국가 일원체제이고 독점 체제이다. 아직도 인민들의 가슴에는 수령의 흉상을 달고 다니며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을 통한 우상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수령의 생일인 태양절과 광명성절은 국경일이 돼 성대한 행사까지 치러진다. 이것은 사회주의적 국가 기준에서도 일탈한 비정상 국가 모습이다.북한은 외교면에서도 거의 고립돼 정상국가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사급 외교관계가 수립된 나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 등 국제적 비난과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 타도’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비핵화를 북미 협상용으로 들고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지만 유럽에서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드물다. 북한은 대외 관계에서도 여전히 고립돼 ‘불량 국가’로 취급받는 비정상국가 모습이다.이런 북한 당국의 달라지는 모습은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준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김정은의 북한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입장은 재확인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정상국가를 향한 개혁개방이라기보다는 현실적 위기 타개를 위한 긴급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보가 변화를 위한 위로부터의 ‘불가피한 몸부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북한이 최소한 베트남이나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적으로 채택할 때 사회주의적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 의지가 성공여부를 떠나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임은 틀림이 없다. 미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고 북한체제의 안전이 확약된다면 북한은 정상국가를 향한 초기단계로 나서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는 정상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체제 유지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을 흡수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다. 그러므로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도록 적극 도울 필요가 있다. 남북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남북 교류협력과정을 통해 남한의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그것이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며 법적 정치적 통일에 앞선 ‘사실상의 통일’의 길이다.

201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