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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

등록일 2018-10-15 20:51 게재일 2018-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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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북한 땅을 밟을 것인가.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의 평양 초청을 제안해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 방문 때 교황께 이를 전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할 시 북한의 정식 초청장 접수 등 후속 절차가 따를 것이다. 사실 로마 교황청뿐 아니라 한국천주교회는 북한의 가톨릭 평양교구와 원산교구 복원 등 북한 선교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교황은 탈북자 등 북한의 인권 개선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 초청장을 보낼 경우 교황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은 성사될 것이다.

주지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다.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종교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임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자로서 팔공산 동화사의 통일대불 축성을 지원했다. 과거 장면 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임이 잘 알려져 있었다. 전직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영세받은 신자로 알려졌지만 노 대통령은 영세 후 신앙생활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뿐 아니라 현재도 왼손에 가톨릭 신자 표시인 묵주 반지를 끼고 다닌다.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는 점은 이번 교황의 북한 초청 건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교황의 평양 방문은 미국과 엉켜있는 비핵화 문제 해결과 경제 발전 구상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교황의 평양 방문 뉴스를 통해 북한체제를 선전할 수 있고, 나아가 그의 이미지 개선도 기대할지 모른다. 북한 당국은 교황의 방북 종교 행사를 통해 그들이 ‘신앙 자유’가 보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집중 개발한 평양 모습을 통해 그들의 빈곤한 이미지를 퇴색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헌법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지며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 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는듯하지만 사실상 종교는 불허하고 있다. 북한의 종교 단체는 외부 원조나 국제회의 참석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을 뿐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알면서도 로마 교황은 북한 당국의 초청에 응할 가능성은 높다. 우선 교황의 방문은 일차적으로 ‘세계만방에 복음을 전하라’는 복음말씀에 합치되기 때문이다. 1979년 2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고향 폴란드 방문은 동구 개혁 개방의 촉진제가 되었다. 2012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은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화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수장으로 인정하고, 교황청은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인정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오랜 갈등 관계인 가톨릭과 중국은 화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번 교황의 평양 방문과 장충성당의 미사가 집전된다면 그것은 선교라는 종교적인 목적보다는 북한 개혁 개방의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북미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 열쇠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교황방문을 성사시킬 치밀한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은 이탈리아와 영국·독일 등 자기들의 서방 외교 루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로마 교황청과 북한과의 중재자 역할은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정상적이고 폐쇄적인 북한을 바로 세우고 개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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