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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보는 세 가지 시각

등록일 2018-07-02 21:26 게재일 2018-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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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까. 분단 70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북한을 보는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해방과 분단 이후 북한을 완전히 적으로 보는 시각과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반공·반북적 시각은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에 비해 친북적 시각은 북한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일부 종북적 시각도 포함된다. 앞의 반북과 친북은 모두 보수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이다.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관한 국론 통일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을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입장대립이 아닌 객관적·사실적 시각에서 볼 수는 없을까.

자유민주주의적·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북한 체제를 보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분단 이후 6·25라는 민족 간의 잔인한 전쟁까지 치러 이러한 시각이 굳어졌다. 우리는 분단 이후 북한 공산주의는 상대해서는 안 될 존재로 배척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탈냉전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반공·반북적 시각이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 팽배했다. 반공이 국시였던 나라에서 그것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우리 정치사에는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매카시적 수법이 횡행했고, 가족이 좌익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좌제에 의해 공직을 맡을 수도 없었다. 아직도 이 땅에는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으며, 우리 헌법 3조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치 않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보수층이 반공이 애국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는 이러한 보수적 시각은 점차 옅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반북적 시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북한을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북한을 이해, 존중, 두둔, 변호하는 입장에서부터 북한을 따르자는 입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과거 재독 송두율 교수의 북한문제에 관한 내재적 입장이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고 교류 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이다. 이들 중에는 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인정하면서도 북의 자주노선은 존중한다. 이러한 종북적 시각은 한국 사회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얻은 왜곡된 결론이다. 우리 사회의 종북적 입장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판결에서 보듯이 법에 의해 단죄되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산업화의 진전 속도에 따라 종북적 주장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화해시대에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대립된 시각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북한을 보자는 제3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이상과 현실을 바르게 알고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북한을 편견 없이 가치 중립적 객관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이라는 대상을 이념을 떠나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중반 남북 학술 교류 협력과정에서 북한 학자들과도 여러 차례 회합을 가진 적이 있다. 그들 역시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수령론적 틀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해석하려고 하였다. 당시 학자들 간에도 원만한 남북 대화가 성립될 수는 없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관념적인 반공·반북적 시각이나 종북론적 시각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경제적 위기는 세계인들이 아는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시대에 우리는 ‘북한적 현상’의 비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대한 관용의 자세도 보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화 제의를 정부가 불신하고 거부했다면 오늘의 남북대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열린 자세가 북한 당국을 대화로 유도했고 그것이 민족 통일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북 간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 북한의 당국과 인민, 이념과 현실, 이론과 실제를 구분하는 지혜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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