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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의 끝은 어디인가

등록일 2018-08-06 21:08 게재일 2018-08-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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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적폐청산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자고나면 곳곳에서 권력형 비리와 횡포의 실상이 노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국정 농단의 진원지인 청와대 뿐 아니라 핵심 권력인 국정원,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기무사의 적폐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를 보는 시각도 정파와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이를 보수 정권의 ‘누적된 적폐의 당연한 청산’ 과정이라고 보지만 정권을 놓친 자유한국당은 이는 ‘정치보복’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론도 이념과 계층, 지역에 따라 입장이 다소 갈리고 있다.

정부의 적폐 청산은 청와대로부터 시작됐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고 전직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됐다. 청와대의 전직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구속됐으니 구 정권의 핵심 권력은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과 특활비 상납으로 전직 국정원장들까지 구속됐다. 뒤이어 지난 3월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전직과 전 전직 대통령이 동시 구속되고 보수정권 9년의 최고 권력실세가 모두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적폐 청산의 범주는 지난 정권의 사법부까지 확대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설립을 위한 ‘재판 거래’의혹은 초유의 사법부의 적폐청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그 전모는 더욱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재벌과 기업의 공정한 관리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적폐도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5대 기업에 대한 취업 청탁은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공정한 잣대로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해야할 공정거래위원회의 그간의 ‘불공정한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또한 대통령 탄핵 전 작성된 기무사의 계엄 관련 문건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이를 기무사의 무모한 국기 문란 문건으로 보고, 야당에서는 우발상황에 대비한 엉성한 시나리오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의 범주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적폐청산은 초기에 일종의 ‘정치 보복’이라고 항변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강력한 청산드라이브 정국 하에서는 저항의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의 지휘부의 교체과정의 내부의 혼란은 이에 대응할 여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시중에서는 적폐청산에 대해 ‘털어서 먼지 안날 수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하지만 보수정권 집권 9년의 적폐와 비리는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낼 뿐이다. 이러한 적폐와 비리의 온상은 모두가 이 나라 최고 권력과 결탁한 부패 구조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우리는 제도적·법적인 측면의 권력의 형식적 분산은 상당히 이룩했으나, 아직도 그 운용의 실제는 정치적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언제 끝날 것인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개혁에는 항상 공정성 시비가 따르고, 개혁 주체의 도덕성도 항시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게 나라냐’는 집권 명분을 끝없는 적폐청산에서만 찾고 있다. 그것이 집권 세력의 정통성의 명분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권력 오남용에 따른 적폐청산은 경제발전과 민생 현안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반도 평화 이슈와 적폐청산만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은 더 이상 강화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회생을 통해 국민의 주머니부터 채워줘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개혁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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