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019년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강조했다. 건국 99주년인 올해부터 내년 건국 100주년 기념사업을 착실히 준비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1948년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있다. 상해임정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을 건국 기념일로 하자는 주장과는 갈등의 소지가 있다. 건국절 문제도 국정 교과서 문제와 같이 역사인식 차이로 좌우 진영 간의 갈등의 소지도 여전히 있다. 여야 갈등의 정치가 그 논쟁을 부추기고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을지 심히 두렵다. 이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로 기념하고, 상해임정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해 그 뜻을 기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4월 13일이 상해임정수립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상해임정은 일제의 강점으로 나라를 빼앗긴 후 최초로 수립한 정부이기에 이를 건국절로 기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지난해 상해에서부터 중경의 임정 청사를 세세히 둘러보았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요인들은 상해에서부터 항주를 거처 중경에 이르기까지 거처를 옮겨가면서 임정 체제를 굳건히 유지했다. 그들의 피나는 투쟁은 오늘의 대한민국 건국의 굳건한 토대가 됐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선열들의 항일 투쟁 정신과 민족의 자주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국절 승격은 만시지탄이며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또한 건국절 제정은 1919년부터 1945년 해방 시까지의 26년 임정의 활동과 역사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길이다. 그간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임정의 역사를 소홀히 취급한 것은 민족사의 대의에도 어긋난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임정의 피나는 활동을 소홀히 취급하고 도외시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19년 상해 임정 출발을 건국의 토대로 삼음은 일제 강점의 민족 역사를 9년이나 단축하는 일이다. 더구나 당시 임정에는 좌우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대표성을 상당히 확보했기 때문이다. 결국 건국절 제정은 해방 후 두 개의 남북 분단 정권 수립 이전의 단일 정부의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차후 한반도 통일 정부 수립의 정신적 토대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상해 임정이 국가의 구성요소는 완전히 구비하지 못했지만 인접 국가의 승인을 받았다. 임정은 비록 영토는 일제에 침탈당했으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당당히 사용하고, 태극기와 애국가까지 사용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조항은 임정의 법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 독립 정신과 상해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분명히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국절 제정은 우리 민주 헌정사의 복원의 근거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건국절 제정은 당시 임정 참여 요인들의 시대를 앞서간 애국지사들의 애국 애족 정신과 민주적 대의를 늦으나마 회복하는 길이다.
물론 건국절의 지정문제는 역사학계의 충분한 고증과 논의를 통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건국이 일회성의 사변이 아닌 오랜 세월의 투쟁의 산물이라면 임정 수립과 광복도 동시에 존중하여야 한다. 일제하 임정의 출발이 건국의 출발일이라면 8·15 광복절은 건국의 종착역이다. 그러므로 그 역사적 출발을 중시하는 건국절 제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것은 한민족의 자긍심 회복과 오도된 식민사관의 극복이라는 관점에서도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당분간 새로 제정될 건국절과 광복절을 동시에 기릴 필요도 있다. 이 문제가 또 다시 좌우의 진영논리나 여야의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