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북미 정상회담도 5월 말이나 6월 초로 잡혀있다. 양 정상회담의 최대의 이슈는 북핵의 해결 방식에 있을 것이다. 북핵 폐기문제는 평화 협정 체결의 기본 전제이다. 북핵 폐기문제는 과거 실패한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합의가 도출될 것인가. 국내외 언론에서는 북핵의 해법이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일괄 폐기라는 리비아 식 해법이고, 다른 하나는 단계적 폐기라는 이란 식 해법이다. 북핵의 진전 상황과 국제적 여건이 과거와 다른 현 시점에서 어느 방식이 유용할 것인가. 이를 하나씩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리비아 식 카다피의 일괄 폐기 방식은 북한이 핵 폐기를 일괄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강경파인 매파들이 선호하고 한국의 보수층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면 그에 따른 국교 정상화라는 후속조치가 따른다는 것이다. 미 대통령의 현 안보 보좌관인 존 볼턴은 과거 리비아와 핵 협상 시 군축담당 차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지만 북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리비아는 2003년 일괄 핵 포기는 선언하고도 원심분리기 비밀 도입 문제가 발각되어 3년 후 2006년에야 실질적인 핵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 방식은 한국의 보수층에서도 강력히 지지하지만 북의 실질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란 식 방식은 10년에 걸친 단계적 핵 폐기 방식이다. 이는 북한이 선호할 방식이지만 미국과 한국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은 과거 9·19 핵 폐기를 선언하고도 다시 핵 개발이라는 전력이 있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3년 이란이 이 방식을 채택한 배경은 당시 1만9천개에 이르는 이란의 원심분리기의 일시적 폐기는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란의 8천500만 인구와 많은 석유 자원이 있어 당시 이 방식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란 식 장기적 단계적 핵 폐기 방식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미국도 선호하지 않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 북한이 북핵 폐기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은 현실적으로 이 방식을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게 한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는 김정은의 북미 회담 제의가 대북 제재와 압박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 이 방식은 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북핵 폐기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 식과 이란 식을 절충한 제3의 방안이 그것이다. 즉 양국 혹은 다자 정상 회담에서 북핵 포기라는 원칙과 그 단계적 이행이라는 방식을 일괄적으로 절충 합의하는 방식이다. 북한이 먼저 1년 내의 핵 폐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라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평화 체제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핵 문제에 관한 일괄적 포괄적 합의를 끌어내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위한 북미 평화 협정 등 후속 단계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화성 12호 발사로 인한 북한의 핵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북한 체제 안전을 평화적 방식으로 보장하는 절충적 방식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강조한 중재자 역할의 가능성까지 보여 우리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분단 후 처음으로 찾아온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절호의 기회를 우리 정부는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서 북핵 폐기의 실질적인 전략 전술적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정상 간의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보장하기 위한 세밀한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상회담 한번으로 북핵 폐기와 평화 체제는 일시에 구축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핵 폐기를 위한 6자 회담이라는 중장기적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