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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정상회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등록일 2018-04-30 21:11 게재일 2018-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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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분단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북 정상은 세계인들이 주시하는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3개 영역 15개의 세부적인 선언은 예상한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비롯해 남북의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조치, 올해 안의 종전 선언과 3자나 4자 간의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 방안도 포함됐다. 남북 당국은 이제 군사, 경제, 문화, 체육 등 전 분야의 후속회담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4월 27일 오전 9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12시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의 감격적인 순간을 스케치 하면서 남북관계의 앞날을 전망해 본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0분 북쪽 판문각을 현관을 나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측 일행을 뒤로 하고 남북 정상간의 첫 만남 지점인 군사분계선(MDL)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순간이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행한 북측으로의 10초간의 월경과 귀환은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 버렸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의로 성사된 이 장면은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금단의 군사 분계선을 양 정상이 손잡고 함께 넘나든 장면은 판문점에도 새 봄이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양 정상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은 회담의 전망을 밝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 표시와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의 평양 초청은 회담의 원만한 합의를 예감케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올림픽 사절을 통해 남쪽 고속철 시설이 좋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문 대통령의 방북 시 북한 교통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실정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젊은 지도자다운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의 이러한 솔직 담백한 태도는 과거 북의 지도급 인사들의 태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과감한 태도변화는 그의 고정된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김 위원장은 이제 국제무대에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 임을 각인 시킨 것이다.

점심식사 후 두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과 목책 회동은 너무나 자연스런 장면이 됐다. 문 대통령(66)은 김 위원장(36)보다 30살이나 연상이어서 나이로는 부자지간 격이다. 산책 중 문 대통령이 말을 주도하고, 김 위원장이 듣고 질문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예정에 없던 도보다리 위의 30여 분의 이색적인 단독 정상 회담은 모두의 관심을 충분히 끌었다. 스위스 2년 유학과 서구 문화를 체험한 북한 젊은 지도자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민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30분간 과연 무엇을 이야기 했을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관련 준비 자세를 가르쳐 주지는 않았을까. 나무 의자에 마주 앉은 양 정상의 대화내용은 알 길이 없고 새소리만 녹음됐다는 전갈만 있다. 이번 정상 회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만찬장 참석이었다. 유쾌 통쾌한 남쪽의 김정숙 여사와 북쪽 젊은 지도자 부인 리설주의 첫 만남은 자연스레 공개됐다. 북의 퍼스트 레이디는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오게 되어 부끄럽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회담이 잘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북한의 최고 수령의 호칭이 부인으로부터 남편으로 지칭된 것은 처음이며 북한 지도부의 변화의 일단으로 볼 수도 있다. 첫 인사 후 남쪽의 김 여사는 북쪽의 리설주의 허리에 손을 얹고 안내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친정어머니와 딸과의 관계를 연상시켰다. 이번 회담이 남북 양 지도자의 결단의 소산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곧 있을 북미 정상 회담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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