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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맛있는 보물찾기’의 쏠쏠한 재미에 빠진 여정

네댓 달 동안의 ‘경북 맛집 투어’는 즐거웠다. 12월을 마지막으로 ‘경북 맛집 투어’를 마무리한다. 하루 4~5끼를 먹으며, 부푼 배를 부둥켜안고 다닌 적도 있지만, 역시 숨어 있는 맛집들을 만나는 재미는 쏠쏠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신의 음식을 빚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성현의 고장’ 경산, 장터의 푸근한 맛장터국밥 전문점들이 좋다. ‘온천골가마솥국밥’과 ‘옛진못식육식당’이 노포다. ‘온천골가마솥국밥’은 대파를, ‘옛진못식육식당’은 무와 콩나물이 눈에 띈다. 두 곳 모두 육개장보다는 맑은 시원한 장터 국밥, 해장국이다.‘다정한정식’은 밥상 차림이 단출하면서 깔끔하다. 가격과 음식이 대중적인 기호에 맞으면서도 수준급의 음식을 내놓는다. 생선과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밥상 차림새가 아주 좋다. 잘 정리된, 푸근한 집밥 느낌.‘중남식당’은 한식 노포다. 경산 하양에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 음식이 싱거운 편이다. 반찬 가짓수가 많지만 모두 먹을 만하다.‘천년의 고장’ 경주, 소문난 잔칫집 맛이름난 음식점은 많으나 막상 ‘밥 한끼 먹을 만한 집’은 드물다. ‘숙영식당’은 오랫동안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밥’을 먹는 곳이다. 보리밥 비빔밥이 아주 좋다. 반찬들도 정갈하고 가정집을 개조한 내부 분위기도 푸근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멋도 지닌 음식이다. 노포의 내공이 엿보인다. 추천한다.‘청산숯불갈비’는 고기를 내놓는 접시마다 ‘이력 꼬리’를 붙였다. 가격은 싸지만 고기 질이나 숯불, 반찬 등이 수준급이다. 점심시간에는 6천 원짜리 한우 국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빼곡하다. 숙성육은 부정한다. 주인이 직접 고른 신선한 고기를 내놓는다. 가게 내에서 직접 육가공 공정을 진행한다. 2019년 12월, 현재 소금구이가 500g에 4만2천 원. 아주 좋다. 추천.‘맷돌순두부’는, ‘이름난 잔치에 먹을 것 있는’ 케이스. 맷돌순두부를 권한다. 콩의 좋은 비린내와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밑반찬도 정성스럽다.‘화림정’은 푸짐한 밥상이다. 손 큰 주인이 음식을 듬뿍 내놓는다. 직접 만든 촌두부와 김치가 압권이다. 회식 장소로도 좋다.‘힐링의 고장’ 청도, 정갈하고 착한 맛‘여정식당’은 옻닭 전문점이다. 청도시장 안에 있다. 허름한 시장통 식당이지만 업력이 50년을 넘긴다. 창업주 할머니와 아들 내외가 운영한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섞어서 옻닭을 내놓는다.‘오경통닭’은, 이름은 ‘통닭’이나, 닭볶음탕 전문점이다. 정확하게는 ‘닭조림’이다. 조림에 채소와 당면이 없는 것이 특징. 반찬도 단출하다. 가게 간판에 ‘옹치기’라고 써붙였다. ‘오경통닭’만의 닭볶음, 조림의 이름이다.‘소나무집’은 ‘착한식당’으로 널리 알려졌다. 자가 제조 두부가 특징. 조미료 없이 차린 밥상이 정갈하고 맛있다. 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한다. ‘음식+힐링’이 가능한 곳.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에 메기 등을 섞는다. 청도식 추어탕의 특징이다. 읍내의 ‘황토추어탕’이 노포, 각북면의 ‘대원식당’과 ‘덕산추어탕’이 권할 만하다. ‘대원식당’은 실내 분위기와 음식이 상당히 정갈하다. ‘덕산추어탕’은 바로 지져내는 부추전이 아주 좋다.‘사통오달의 고장’ 영천, 수수하지만 품위있는 맛‘밀방앗간옆빵집’은 재미있다. 주인이 직접 ‘밀’을 재배한다. ‘방앗간’에서 직접 제분, ‘빵집’에서 빵을 만든다.‘밀방앗간옆빵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일주일에 두 번, 수, 토요일 빵집 문을 연다. 일찍 매진되는 일도 잦다. 전화, 예약하기를 권한다. 수수하지만 품위 있는 ‘시골’ 빵이다. 수준급.‘시골추어탕’은 시내 입구의 작은 추어탕 집. 조미료 사용을 절제하고 깔끔한 추어탕을 내놓는다. 우거지, 시래기 사용이 아주 좋다. 반드시 확인 전화 필요.‘심산이수의 고장’ 김천, 외지인이 반한 감칠맛김천은 두 곳의 오래된 중식당과 지례의 돼지 불고기가 유명했다. 중식당 ‘장성반점’은 문을 닫았다. ‘주인의 건강’ 때문이라는 소문만 확인 가능. ‘중국만두’는 여전하다. 테이블 서너 개의 작은 가게. 전국구 만두 맛집으로 이름을 얻었다.‘만두’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포자(包子, 빠오츠)’다. 좁은 주방에서 남편은 연신 만두피를 밀고, 아내는 속을 넣고, 찜통에 찐다. 지례의 돼지 불고기는 단맛으로 통일. 외부 관광객이 선호하는 맛이다. 황금시장의 ‘지례순대’는 놀라움이었다. 북한(함경도)식 속이 꽉 찬 대창, 막창 순대와 남도의 피순대까지, 제대로 된 순대를 선보이고 있다. 머리 고기 등 수육도 수준급이다.‘선비의 고장’ 영양, 골 깊은 청정의 맛영양에서는 3곳을 권한다. ‘장원가든’ ‘선바위가든’ ‘칠보식당’이다.‘장원가든’과 ‘선바위가든’은 산채 전문점이다.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내놓는다. 겨울에는 봄, 여름 비축한 냉동 산나물을 사용한다. 두 집 모두 추천한다.‘칠보식당’은 허름한 건물의 닭고기구이 전문점이다. 닭고기와 닭발, 모래주머니 등으로 구이를 내놓는다. 물엿 사용을 절제하고, 생닭을 준비해서 일일이 살을 발라 사용한다. 가게 뒤편에서 연탄불에 직접 굽는다. 불맛이 은은하다. 수준급의 닭고기구이 전문점.‘마늘의 고장’ 의성, 마늘 품은 알싸한 맛‘남선옥’은 의성에서 널리 알려진 불고깃집이다. 얇게 썬 양념 불고기를 불판에서 재빠르게 익혀 먹는다.의성에는 마늘을 많이 사용한 치킨집이 두 곳 있다. 읍내의 ‘의성마늘치킨’과 단촌면 장터 앞의 ‘주영자마늘닭(구 삼미치킨)’이다. 두 곳 모두 주문한 후,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의성진식당’은 평범한 ‘밥집’이다. 골부리국(다슬기국)과 찌개가 가능하다. 반찬도 좋다. 의성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삼백의 고장’ 상주, 명불허전 전국구맛상주시장 앞의 ‘남천식당’. 전국구 시래기국밥 집이다. 2천500원짜리 시래기국밥을 두고 호들갑을 떤다? 명불허전. 가히 전국구 수준이다. 대를 이어서 시래깃국 한 종류를 내놓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2대가 더불어 운영한다. 테이블도 없이 긴 식탁, 의자가 있다. 시래기국밥, 곱빼기가 있다. 가격이 낮다고 음식을 낮추어볼 일이 아니다. 각종 장류가 아주 좋다. 인근 농산물을 손질하여 정성으로 끓여낸다.‘꽃들추어탕’도 재미있는 집이다. 동화 같은 분위기에 음식이 정갈하다. 역시 가족경영. 국산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다. 부부가 쉬는 날, 인근에서 직접 미꾸라지를 잡는다. 일정량을 냉동보관, 겨울철에 낸다. 조미료 등은 절제한다. 함창 버스터미널 앞 골목 안에 ‘할매손두부’가 있다. 나이든 부부가 운영한다. 두부는 당연히 자가 제조.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두부를 직접 빚는다. 산초두부구이를 추천한다. 반찬도 정갈하고 좋다.‘유네스코의 고장’ 청송, 업력 깊은 내공의 맛청송읍내 ‘고향식당’은 겉으로는 중식당 분위기가 아니다. ‘고향식당’의 음식 내공은 깊다. 주인 겸 주방장의 수타면 업력이 60년에 가깝다. 읍내 단골 위주로 영업한다. 외지 손님은 꺼린다. 매번 적절한 숫자로만 수타면을 내놓는다. 면이나 소스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짬뽕도 불맛이 은은하다. 탕수육도 좋지만, 점심시간에는 내놓지 않는다. 한가한 시간에는 가능.‘청솔식당’은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유원지 식당의 범위를 넘어선다. 직접 채취한 산채 등으로 음식을 만든다. 가게 앞에서 번철로 지져내는 어수리 등 산나물 전이 좋다. ‘킴스마운틴커피’는 평범한 ‘시골 커피숍’이 아니다. 수준은 도회지 카페를 넘어선다. 주인의 커피에 대한 열정도 놀랍다.‘호국의 고장’ 칠곡, 서투르지 않은 곰삭은 맛특이하게도 장어 전문점이 두 곳 있다. 외곽지의 ‘삼거리장어식당’과 시내의 ‘청록’이다. ‘삼거리장어식당’에서는 장어탕을 반드시 맛봐야 한다. 맑은 국물이다. 장어 비린내가 전혀 없고, 마치 곡물을 끓인 듯한 맛이다. 특이하다. ‘청록’은 밑반찬이 어느 것 하나 서투르지 않다. 자가 제조 장류를 사용한다.‘한미식당’과 ‘아메리칸레스토랑’은 왜관 미군 부대 주변의 경양식 집이다. ‘한미식당’의 ‘코덴블루’와 ‘아메리칸레스토랑’의 함박스테이크를 추천한다.‘소미할매칼국수’의 안동국시 스타일의 국수, 칠곡시장 안 ‘진땡이국밥’의 순대, 국밥도 수준급이다. ‘지란방’은 화상이 운영하는 만두 노포다. ‘진교스’를 권한다. ‘찐 교자 스타일의 만두’다. 끝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2-25

발길 닿는 곳곳이 ‘식도락의 천국’

‘경북의 맛집’을 찾고, 소개하자는 기획이었다. 각 지자체마다 ‘으뜸 맛집’들을 찾고 싶었다. 가장 먼저 안동을 떠올린 이유가 있다. 경북 대부분 지역은 약 100년 전까지, 경상좌도(慶尙左道)였다. 경상좌도는 유교의 나라였다. 음식도 유교를 바탕으로 섰다. 더위가 시작되는 7월 초, 안동을 시작으로 연재가 시작되었다.안동에는 불멸의 선지 국밥집이 있다. 중앙신시장 내의 ‘옥야식당’. 셈을 치르면서, “멀리서 왔어요”라고 하면 주인 할머니가 주차비 1천 원을 빼주기도 한다. 따뜻하다. 메뉴는 단 하나. ‘선지국밥’. 대파를 많이 넣고, 후추를 뿌린 국밥이다. 밥은 따로 내놓는다. 국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숱하게 ‘벤치마킹’ 오는 집이다. 좋은 음식은 ‘보이지 않는 정성’으로 만든다. 따님이 어머니를 모시고, 묵묵히 일을 해내고 있다. 강추.‘골목안손국수’는 안동의 ‘건진국시’ ‘제물국시’ ‘묵밥’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시’의 고장답게 많은 국숫집이 있다. 대부분 가게가 ‘맛있는 국수’를 만든다, 육수도 국수도 모두 달다. 조미료의 감칠맛이 밀가루 맛과 향을 앞선다. ‘골목안손국수’는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 밀가루의 풋내와 배추 등 채소의 단맛이 그대로 드러난다. 강추.‘계림식당’은 냄비 밥 전문점이다. 간판에 ‘냄비 밥 전문’이라고 써 붙였다. 된장찌개를 비롯하여 반찬도 수준급이다. 나물 비빔밥도 가능하다. 양은냄비에 곱게 지은 밥의 질감, 향, 맛이 모두 좋다. 고슬고슬하고 고소하다.‘까치구멍집’은 헛제삿밥 전문점이다. 흔했던 헛제삿밥은 안동, 진주에만 남았다. 대중식당에서 여러 종류의 숙채(熟菜)를 내놓기는 힘들다. 헛제삿밥집이 사라지는 이유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 업력 40년에 가깝다. 주인 서정애 씨가 2대째. 3대 전승 중이다.안동에는 ‘갈비골목’이 있다. 예전 시외버스터미널 자리 건너편이다. 대부분 생갈비, 양념갈비를 내놓는다. 양념갈비가 특이하다. 간장 절임이 아니라 마늘 양념에 간장을 조금 넣는 식이다. 굵은 갈빗살이다. 늑간(肋間)살을 잘라낸 갈빗살이다. 갈비뼈를 된장찌개에 넣거나 찜을 해서 별도로 내놓는다.‘뉴서울갈비’ ‘구서울갈비’ ‘동부갈비’ ‘거창갈비’ 등을 소개했다. 길안면의 ‘백두한우’는 옥수수를 땔감(?)으로 사용한다. 갈빗살만 곱게 구워 먹는 방식이다. 고기 질, 양에 비해 가격도 높지 않다. 추천한다.안동에는 민물고기 매운탕 집이 몇 곳 있다. 내수면에서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이 지금도 민물고기를 잡는다. ‘왕고집매운탕’ ‘물고기식당’ ‘거랑애’ 등을 소개했다. ‘물고기식당’은 청국장찌개를 비롯하여 밑반찬들이 백반집보다 한 수 위다. ‘왕고집매운탕’은 주인이 직접 민물고기를 잡아서 음식을 만든다.메뉴도 비교적 다양하다. ‘거랑애’는 모자가 운영한다. 어머니가 주방, 아들이 홀을 담당한다. 아들의 안동 민물 생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보기 좋다. 안동 간고등어 구이를 맛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일직식당’을 추천한다. 안동 간고등어 명인 이동삼 씨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이다.안동에는 안동소주 명인이 두 사람 있다. 조옥화 씨와 박재서 씨다. 조옥화 씨는 소량 생산, 전통방식 고수다.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는 좀 더 진화한 방식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는 ‘화근내(불내)’가 덜하다. 두 곳 모두 현장에서 40도 이상의 안동소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봉화는 송이가 유명하다. ‘봉화 송이버섯’은 고유명사다. 산지에서도 송이버섯은 비싸다. 다행히 ‘용두식당’은 송이 솥밥을 과하지 않은 가격에 내놓는다. 솥 위에 송이가 가득하다. 솥뚜껑을 여는 순간 송이 향이 방안에 꽉 찬다. 봉화에서는 ‘송이라면’을 먹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용궁반점’은 소설가 성석제의 산문으로 유명해졌다. 일반 중식당의 메뉴, 짜장면, 짬뽕 등도 좋지만 경북에서는 흔한 ‘야끼우동’을 권한다. 볶음면이다. 지나치게 맵지 않고, 은은한 불 향도 좋다.영주에는 이름난 묵집들이 몇몇 있다.대부분 묵, 두부 음식을 더불어 내놓는다. 가장 유명한 집은 ‘순흥전통묵집’. 영주 외곽 순흥에 있고, 묵과 더불어 직접 만드는 두부가 수준급이다. ‘두산묵집’은 묘한 집이다. 간판이 없다. 네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소로 찾는 수밖에 없다. 신주소로 찾아야 한다. ‘영주시 테라피로 417’. 묵밥과 칼국수를 내놓는데 밀가루 냄새가 폴폴 나는 칼국수가 수준급이다.투박한 시골의 이름 없는 가게지만 점심시간에는 대기 줄이 길다. 풍기 외곽이다. ‘전통영주묵집’은 영주 시내에 있는 노포다.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으로 안팎의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좋다. 음식도 정갈하다. 유기그릇을 사용한다. 순두부, 태평초, 묵밥, 모두부 등을 내놓는다. 순두부가 아주 좋다.‘정도너츠’는 영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너츠 전문 가게다. 생강도너츠로 이름을 얻었지만, 인삼 등을 넣은 도너츠도 있다. 여러 가지 도너츠를 섞어서 선물용으로 포장해도 된다.영주에는 경북 북부의 ‘특이한 갈비’를 내놓는 가게가 여럿 있다. 뼈 없이 갈비살만 내놓는다. ‘중앙식육식당’이 노포다. 부석사 가는 길의 ‘횡재먹거리한우’와 ‘서부냉면’을 추천한다. ‘횡재먹거리한우’는 고기, 밑반찬이 깔끔하다. ‘서부냉면’은 전국구 냉면 맛집 노포다. 한때 “한강 이남에는 ‘서부냉면’만이 평양냉면 맛집”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여전히 슴슴한 평양냉면을 내놓고 있다.문경에서 ‘전국 가장 유명한 맛집’을 가고 싶다면 ‘영흥반점’을 권한다. 점촌 시장 옆에 있다. 짬뽕과 탕수육으로 유명하다. 짜장면도 수준급이지만, 짬뽕과 탕수육 덕분에 늘 순위에서 밀린다. 흰색의 파삭한 탕수육이 일품이다. 이른바 ‘부먹’ ‘찍먹’ 논쟁이 있을 때도 늘 등장하는 탕수육이다.역시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을 선택한다면 ‘진남매운탕’과 ‘영남매운탕’을 추천한다. 두 집 모두 인근에서 생산되는 민물고기들로 매운탕을 끓인다. 깊은 산속이나 물이 제법 깊다. ‘영남매운탕’은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사용하고, 제철 민물고기를 냉동했다가 고기가 없는 겨울철에 사용한다. 과하게 맵지 않고 민물 생선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문경새재 입구 상가에는 돼지 불고기 맛집이 몇몇 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모싯골맛집’을 추천한다. 반찬들이 정갈하다. 집에서 담근 간장, 된장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된장찌개, 애호박 무침, 열무김치 등이 좋다. 직화로 넓적한 모습으로 구워내는 돼지고기 역시 수준급의 맛.문경 동로면의 ‘문경주조’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유명하다. ‘문희’ 브랜드로 청주, 탁주 등을 내놓는다. 오미자 막걸리도 있다. 최근에는 자가제조한 식초도 개발, 상품화했다. 찹쌀을 원료로, 감미료, 조미료 무첨가 전통술이다.아주 좋은 ‘식초 집’이 있다. ‘초산정’이다. 식초는 크게 ‘유산초’와 ‘초산초’로 나눈다. 유산초는 널리 만들고, 먹는 것들이다. 막걸리 식초가 대표적이다. 종초(種醋, 식초의 씨앗, 뿌리)를 사용하면 초산초가 된다. 마시기에는 유산초가 좋지만, 음식에 사용하는 데는 초 함량이 높은 초산초가 좋다. ‘초산정’은 제대로 된 초산초를 만든다. 외부 강의도 진행하고, 각종 학교, 지자체 등에도 자주 강의를 한다.‘명봉양푼매운탕’은 깊은 산속인 예천에서도 더 깊은 곳에 있다. 호남 출신 여주인이 해산물 요리와 닭, 오리 등의 백숙을 낸다. 능이버섯이 들어간 탕은 담백하면서도 진하다.전국구 맛집인 ‘단골식당’과 예천읍내의 ‘고향식당’도 가볼 만하다. ‘고향식당’은 2대 전승 돼지 불고기 집이다. 가게 앞에 연탄 화덕이 있다. 행인들은 돼지고기 굽는 연기를 맡을 수밖에. 최고의 마케팅이다.방송 출연도 극구 사양하는 ‘유정식당’. 보기 드문 ‘추어전골’ 전문점이다. 아내는 주방을, 남편은 미꾸라지를 잡는다. 인근 들판, 물길에서 잡는 미꾸라지다. 생산량이 한정적이니 “방송 보고 손님이 더 와도 큰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전국을달리는청포집’ ‘통명전통묵집’ ‘동성분식’에서는 묵 음식인 탕평채, 태평초를 만날 수 있다. ‘청포집’은 청포묵, 태평추를 내놓는다. ‘통명전통’, ‘동성분식’은 태평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2-18

멋모르고 맵다가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그 빨간 맛

고추 양념구이 맛집 3곳영양은 고추로 유명하다. 고추는 양념의 재료다. 돼지고기, 닭고기에 고추 양념을 제대로 한 집들이 제법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 고추 양념이 아주 좋은 구이집 3곳을 소개한다.“저녁에 가볍게 술 한잔 생각나시면 가봐도 좋을 집”이라고 소개받았다. “대단한 집은 아니고, 허름한 집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마라”는 말도 덧붙였다. 메뉴도 평범하다. 닭불고기, 닭발불고기 등이다. 내륙 어디나 있는 평범한 메뉴다.허름한 안팎의 분위기와는 달리 음식, 반찬이 상당히 깔끔하다. 채소도 신선하다. 대부분 닭, 돼지 불고기 식당은 물엿을 많이 사용한다. 물엿을 쓰지 않으면 겉모양부터 표시가 난다. 먹음직스럽지도, 표면이 반짝거리지도 않는다. 문제는 맛이다. 물엿은 지나치게 단맛을 낸다. 이 가게 불고기는 달지 않다. 닭고기의 맛이나 닭발의 식감을 제대로 살렸다.음식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접 닭을 해체하고 손질한다. 가게 뒤편에 연탄불이 있다. 일일이 석쇠로 굽는다. 불맛이 좋다.직접 손질한 고기에 달지 않은, 자가 제조 양념이다. 더하여 연탄불에 일일이 정성스럽게 굽는다. 시골이라서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 시골이라도 1만 원대의 음식에 곧이곧대로 정성을 기울이는 곳은 드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깊은 정성을 기울이는 가게에 감사.재래시장 골목길의 자그마한 가게다. 문에 써 붙인 메뉴가 재미있다. 주물럭, 칼국수, 비빔밥, 정식 등이다. 메뉴는 의미가 없다. 정식을 시킨 후, 밥 위에 반찬들을 올린 후 비비면 비빔밥이다. 비빔밥을 주문해도 마찬가지. 별다른 비빔용 나물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쌀밥’ ‘보리밥’을 가르는 게 낫다. 비빔용 대접을 줄 때 쌀밥? 혹은 보리밥? 이라고 묻는다.가게 안팎이 허름한 ‘동네 식당’이다. 반찬은 상당히 정갈하다. ‘주물럭’은 양념한 돼지고기 주물럭 볶음이다. 주문하면 불판에 냄비를 올린다. 냄비 속에는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 주물럭과 대파 등이 들어 있다. 한가할 때는 주인이 볶아주기도 하지만, 바쁜 식사시간에는 손님이 직접 볶는다. 양념이 수준급이다. 반찬들도 양념이 좋다. 시골 읍내의 시장통이다. 채소류는 늘 신선하다. 여기에 영양 특산 고춧가루를 더한다. 깔끔한 매운맛이 아주 좋다. 간판은 없다. LED 전광판에 ‘갈매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갈매기식당’임을 알 수 있다.노포다. 업력 50년. 관광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다. 메뉴는 한우와 돼지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주물럭이다. 메뉴에는 ‘돼지주물럭’이라고 표기했다. 돼지 주물럭은, 경북 내륙지방의 일반적인 것과 얼마간 다른 부분이 있다. 돼지 주물럭에 콩나물 데친 것과 묵은 지를 더하여 끓인다. 칼칼한 맛이 별다르다. 불판이 돌판인 것이 눈에 띈다. 돌판은, 열기를 은은하게, 오래 지킨다. 돼지고기와 곱창을 섞었다.대부분 손님은 고기, 곱창, 채소를 건져 먹은 다음, 돌판에 밥을 볶는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이다. 별도의 김 가루 등을 더한 다음 종업원이 볶아주기도 한다.한우와 돼지고기구이도 가능하다.산나물 전문 맛집 2곳영양은 깊은 산속이다. 오지이니 산나물이 아주 좋다. 봄에는 산나물축제도 연다. 산나물 전문점도 군데군데 있다. 그중 두 곳을 소개한다. 1년 내내 묵나물이 아니라 푸른 산나물, 들나물을 만날 수 있는 맛집들이다.영양군청 바로 곁에 있다.가벼운 식사나 손님맞이로도 모두 좋다. 여러 종류의 산나물, 들나물들을 세심하게 갈라서 내놓는다. 나물 대의 색깔이 붉은 것, 보라색 등은 자연산이다. 자연산 나물들 대여섯 가지를 잘 매만져서 내놓는다. 정식을 주문하면 여기에 보쌈과 고등어구이가 곁들여진다. 명이나물과 더불어 내놓는 보쌈도 잘 만진 것이다.여러 종류의 나물과 조화를 이루는 간장, 된장 등이 돋보인다. “음식은 장맛”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나물 고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전한다.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나물은, 맛이 아니라 향으로 먹는다.된장찌개와 무가 들어간 국, 배추 부침 등을 눈여겨볼 것. 수준급의 음식이다. 도드라진 맛이 아니라 슴슴한 맛이다.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렸다. 재래 된장의 맛을 살린 된장찌개도 좋다. 추천.육류는 예약 판매다.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전문점이다. 손님들의 기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고기를 찾는 이들도 있다. 내놓기는 하지만, 예약해야 한다. 산채 음식은 늘 가능하다. 산채정식에도 적절한 양의 불고기를 내놓는다.나물을 일일이 가르지 않고, 섞어서 내놓는다. 이유가 있다.봄철 산나물 채취 기간은 길지 않다. 시골도 인력난이다. 힘든 산나물 채취 일을 하려는 이가 드물다. 주인 가족, 식당 종업원들을 중심으로 직접 봄철에 산나물을 채취한다.짧은 기간에 해내는 일이다. 바쁜 시간에 일일이 산나물을 가리기 힘들다. 섞어서 채취하고, 저녁에는 바로 보관 준비를 해야 한다. 나물을 가르지 않은 이유다.정성을 기울인 밥상, 주인이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는 밥상이다. 시골의 밥상이지만 세련된 맛도 있다. 수수하면서 정갈한 밥상이 아주 좋다. 내부는 상당히 깔끔하다. 추천.“영양 가면, 이 곳은 꼭 가보시길!”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탁주양조장 ‘영양탁주합동’, 영양을 한식의 고장으로 만든 ‘음식디미방’ 체험관, 연꽃 연못 위의 카페3G. 이 3곳을 영양에 가면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영양탁주합동1926년 문을 연 곳이다. 이름 ‘영양탁주합동’의 ‘합동’은 오늘날 협동조합 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탁주, 막걸리 양조장이다. 경북에서는 가장 오래된 막걸리 제조 공장이다. 영양이 오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올 수 있었을 것이다. 막걸리는 유통 과정이 까다롭다. 가격 대비 무게가 무겁고, 운반 과정에서도 쉬 상한다. 술의 도수가 낮다. 효모균이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에 쉽게 상한다. 일제는 세금을 걷을 목적으로 전통주를 막고, 당시로선 근대적인 주류 제조 공장을 권했다. 몇 곳의 양조장을 합쳐서 만든 것이 바로 ‘합동 양조장’이다.‘영양탁주합동’은 얼마 전 주인이 바뀌었다. 최근까지 술을 빚었으나 이제는 문을 닫았다. 바뀐 주인이 새로 문을 열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두들마을 ‘음식디미방’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여성군자 장계향 음식디미방 체험관’이란 긴 이름도 있다.안동 서후면에 종택이 있는 경당 장흥효 선생의 외동딸이 장계향이다. 석계 이시명과 혼인, 영덕으로 시집갔다. 석계가 영덕에서 오늘날 영양 두들마을로 세거지를 옮기면서 영양에서 살았다. 1670년 무렵, ‘음식디미방’을 남겼다. 장계향의 음식은 안동, 영덕, 영양, 그리고 외가인 봉화의 음식을 모두 모았다. ‘음식디미방’ ‘맛질방문’의 ‘맛질’은 봉화다. 외가인 ‘봉화의 음식 만드는 방법’이라는 뜻이다.현재 ‘음식디미방 체험관’에서는 17세기 반가의 여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원형 잡채와 여러 종류의 ‘누르미’ 음식 등은 반드시 봐야 할 음식. 예약 필수.카페3G설마, 했던 곳에서 수준급의 카페를 만난다. 영양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다. 대부분 카페가 높은 곳을 찾는다. ‘카페3G’는 나지막한 곳에 있다. 지방도에서 바라보면 나지막한 곳에, 대도시에 있을 법한 예쁜 카페 건물이 보인다. 바로 곁에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멀리 산과 들, 학교 건물이 하나 있다. 늦봄부터 여름 한 철에는 연못에 연꽃이 잔뜩 핀다. 이 무렵이 ‘카페 제철’이다. 연꽃으로 둘러싸인, 마치 작은 배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려면, 여름철에 가는 것도 좋을 듯.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2-11

풍미 진한 이국의 맛… 제대로 만든 토종의 맛

‘경양식 맛집’ 2곳왜관은 왜(倭)인들이 살던 지역이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왔던 사신들, 한반도 영주권자들, 왜인 상인들이 살거나 일시 묵었던 곳이다. 한국전쟁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 부대 담을 따라서, 마치 외국을 옮겨 놓은 듯한 간판들이 여러 곳 있다. 한때 유행했던 경양식(輕洋食)집들도 많다. 이제 경양식은 사라졌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미군 부대 주변의 경양식집들’. 그중 두 집에 갔다.‘40년을 지켜온 집밥 같은 전통 경양식’. 가게 벽에 크게 써 붙인 문구다. 그럴듯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집밥’과 ‘경양식’? 뭔가 묘하다. 어느 가정에서도 경양식을 일상의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전통 40년? 이것도 묘하게 다가온다.왜관 미군기지는 캠프 캐럴(Camp Carroll)이다. 미군 병참기지로 1960년에 조성했다. ‘한미식당’은 1980년 문을 열었다.‘한미식당’의 음식 수준은, 오히려, ‘40년 전통’의 맛을 넘어선다.이 식당의 대표 메뉴 ‘코던블루’는 ‘꼬르동 블루’다. ‘코르동 블뢰(Cordon bleu)’는, 절대권력의 프랑스 기사단이 사용한 ‘푸른 리본’이다. 푸른 리본을 단 기사들의 만찬에서 ‘코르동 블뢰’가 시작되었다. 음식 이름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만찬’을 뜻한다. ‘코던블루’는 일본식 발음 ‘코돈부르’의 변형이다. 유럽의 코르동 블뢰가 일본식 코돈부르로, 한글 표기로 ‘코던블루’가 된 것이다. 음식도 유럽, 일본을 거쳐 한국식으로, 이름도 마찬가지 길을 밟았다.음식 이름으로 ‘코던 블루’는 고기튀김이다.얇게 편 고기에 햄과 치즈 등을 넣고 돌돌 말아서 기름에 튀겼다. 김밥처럼 동글동글하다. 유럽인들은, 커트렛의 원형인 오스트리아식 슈니첼 형태로 만든 것은 특별히 ‘슈니첼 코르동 블뢰(Schnitzel Cordon Bleu)’라고도 부른다.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쇠고기로 코르동 블뢰를 만들지만, 돼지고기, 닭고기도 사용한다.‘한미식당’ 메뉴 ‘시내소’는 ‘슈니첼(Schnitzel)’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돼지고기 요리는 냉장 원육을 사용한다. 주인이 일일이 손으로 다지고, 펴서 튀김옷을 입히고, 튀긴다. 변형 유럽 음식이지만, 놀라울 정도의 정성을 기울인다. 접시에 음식을 펼친 모양새도 아주 좋다.메뉴가 상당히 단출하다.‘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샌드위치’ 3종류다. 유럽 출발, 일본 경우, 한국에 정착한 경양식 메뉴의 ‘정수’만 모았다.돈가스는 오스트리아 슈니첼에서 출발, 일본에서 돼지고기 튀김으로 바뀐다. 슈니첼은 기름을 두르고 어린 송아지 고기를 지진 것이지만 일본식 돈가스는 기름통에 튀김옷을 입힌 돼지고기를 완전히 넣고, 튀긴다. 딥 프라이드(deep fried) 방식, 일본식 ‘뎀뿌라’다.햄버거는, 잘 알려져 있듯이, 함부르크 항구 노동자들이 처음 먹었다는 음식이다. 함박스테이크는 ‘햄버거+스테이크’다. 고기를 다져서 굽는다. 고기 패티는 다진 것이다. 일본은 경양식의 주요 메뉴로 ‘햄버거+스테이크’를 일본식으로 발전시켰다. ‘아메리칸레스토랑’의 함박스테이크는 유럽, 미국,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정착한 것이다. 미군 부대 옆에 ‘아메리칸레스토랑’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단출한 메뉴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다. 소스도 오래전 ‘경양식’의 풍미가 살아 있다.‘장어 맛집’ 2곳얼마쯤 생뚱맞다. 내륙인 경북 칠곡과 장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칠곡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장어 맛집이 2곳 있다. 업력 30년을 넘긴 노포와 곁들이 반찬이 아주 좋은 가게다. 두 집 모두 바닷가의 장어전문점보다 오히려 낫다.칠곡에서도 지천면 창평리는 외진 곳이다. 인근에 ‘칠곡 양떼목장’이 있다. 30년 이상 된 노포다. 2대 전승 중. 아들 부부가 어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는 중이다. 3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장어전문점으로 자리를 잡았다.장어 손질이 상당히 깔끔하다. 잡냄새는 없애면서 장어 맛은 살렸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각종 장류와 소스. 직접 담근 장으로 음식을 조리한다. 소스도 은은한 향이 아주 좋다. 조미료 없이, 장과 소스로 장어 맛을 살렸다. 장어 곤 국물은 대단하다. 잘 만진 곰탕 같다. 색깔도 곰탕 국물 같이 뿌옇다. 붉지 않다.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마시면 장어의 비린내 대신 희미한 곡물 냄새가 난다. 장어를 곤 다음, 여러 번 곱게 거른 것이다. 한때 점심 메뉴로 내놓았지만, 지금은 장어요리를 주문하면 서비스 메뉴로 내놓는다. 곁들이지만 대단한 정성을 기울여 만든 국물이다. 다른 장어집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다.칠곡에서는 가장 ‘핫(hot)한’ 식당이다. 칸막이가 있는 실내와 넓은 주차장이 좋다고 표현한다. 음식이 수준급이라는 표현이 맞다. 음식 만지는 내공이 깊다.콩나물, 무나물의 간이 아주 좋다. ‘슴슴한’ 맛과 감칠맛이 돋보인다. 장아찌도 특이하다. 당귀 장아찌는 흔하지만, 당귀 잎사귀로 만든 장아찌는 드물다. 장아찌이면서 짜지 않고, 물기도 적당히 살아 있다. 부추장아찌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 질기고 거친 부추 대와 이파리를 그대로 살렸다, 당귀 잎사귀, 부추 모두 향도 좋다.‘제대로 만든 음식’은 특출나게 만든 음식이 아니다. 평범한 재료로, 누구나 아는 방식으로, 그러나 제대로 만든 것이다. 이 식당의 음식들이 그러하다.경북 지방에서는 배추전, 무전을 제사에 사용한다. 귀한 음식이라기보다 필수적인 음식이었다. 무전은 사라졌고, 배추전도 다른 지방에서는 귀하다.제대로 만든 무전은 ‘충분히 잘 익었지만, 질감이 살아 있는’ 형태다. ‘청록식당’의 무전이 꼭 그러하다. 잘 익었지만 사각사각한 식감이 제대로 드러난다.장맛 좋은 식당의 음식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식사로 내놓는 어탕국수도 수준급이다. 된장찌개는 대단한 수준. 장어와 고기 등을 파는 집의 된장찌개 수준을 넘어섰다.칠곡의 맛집 3곳‘진땡이국밥’은 국밥집이라기보다는 순대 전문점이다. 대창순대와 막창순대가 좋다. 국밥을 주문하면 순대와 더불어 내장 등을 뜨거운 육수에 토렴한다. 잘 만진 순대, 부속물에 잘 곤 국물의 맛을 더한다. 칠곡전통시장 안의 허름한 집이다. 채소, 고기를 갈아 넣어서 직접 만든 순대는 ‘전국구 맛집 수준’이다.‘소미할매칼국수’는 엉뚱하다. 칠곡군 약목면에 있다. 제법 먼 곳인 안동의 ‘건진국시’ ‘제물국시’를 칠곡에서 살렸다. 메뉴가 모두 5개. 뜨거운 칼국수, 건진칼국수, 잔치국수, 겨울철 메밀묵, 여름철 콩국수 등이다. 메밀묵을 제외하고 가격은 모두 5천 원.‘건진칼국수’는 안동의 ‘건진국시’다. 칼로 곱게 썬 칼국수를 삶은 후, 물에 헹군다. 맑은장국에, 삶아 건진 국수를 넣어서 먹는다. 뜨거운 칼국수는, 제물국수다. 멸치 육수 등에 칼국수를 넣고 그대로 삶은 후, 양념해서 먹는다. 2대 전승.‘지란방’은 화상 노포다. 메뉴가 단출하지만 재미있다. 고기만두, 꾼만두, 진교스다.고기만두는 바오쯔[包子, 포자]다. 만두 윗부분을 보자기 틀듯이 묵었다. 중국인들은 ‘바오쯔’라고 부르지만, 한반도에서는 만두다.꾼만두와 진교스는 교자로 만든다. 꾼만두는 자오츠[餃子, 교자]를 구운 것이다. 진교스는, ‘찐 자오츠’다. 교자를 찐 것이다. 이 식당의 추천 메뉴는 ‘진교스’ 찐 교자다.바오쯔는 피로, 발효한 곡물을 사용한다. 껍질이 두텁고, 부드럽다. 자오츠는 생피다. 뜨거운 물에 반죽한(익반죽) 곡물 피를 사용한다. 쫄깃하고 비교적 얇다.화상들이 한반도에서 지속적으로 변형시킨, 그러나 원형을 지니고 있는 포자, 교자다./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2-04

산마늘 중 오직 울릉도산만 ‘명이’로 부른다

울릉도서 나고 자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특산 5종가장 널리 알려진 울릉도 특산 나물. 다른 이름은 ‘산마늘’이다. 이파리가 마늘잎과 닮았지만, 마늘잎보다 넓고 크다. 마늘 향이 강하다. 생나물로 쌈을 싸거나 양념에 찍어 먹는다. 장아찌로 널리 먹는다.간장 절임 명이나물은, 울릉도 관광객을 통하여 외부로 전해졌다. 돼지 삼겹살이나 한우 기름진 부위와 궁합이 좋다. 기름기로 텁텁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한때는 ‘명이 이파리 하나가 5백 원, 1천 원’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명이나물 리필은 없다’ ‘명이나물 리필은 추가 요금’이라는 흉흉한(?) 이야기도 있었다. 중국산이 흔해지면서,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 가격도 안정되고 있다. 중국산과는 맛, 향이 전혀 다르다.산마늘 중 울릉도 산만 ‘명이나물’이라 부른다. ‘오대산 산마늘’도 있다. 오대산 산마늘은 비슷하지만 덜 달고, 맵다. 중국산은 대가 짧고 이파리만 있는 경우가 많다.‘부지갱이나물’로도 부른다.‘부지깽이나물’이 표준어(문화어)다. 약명으로는 ‘당개(糖芥)’. 부지깽이나물은 두 종류다. 섬쑥부쟁이와 갯쑥부쟁이. 부지깽이나물은 섬쑥부쟁이다. 울릉도에 널리 자생하는, 특산이다. 갯쑥부쟁이도 해안가에서 자란다. ‘갯=갯가’다.울릉도에서는 사계절 자라니 늘 채취한다. 주로 이른 봄에 많이 채취한다. 생나물로 먹는 것보다 데쳐서 간장, 소금을 넣고 향을 살리는 편이 낫다.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향이 억척스럽게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약재로도 사용하지만, 울릉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용했다. ‘부지깽이나물 솥밥’, 나물무침으로 조리한다. 튀김 혹은 각종 찌개의 부재료로도 좋다.‘눈개승마’ ‘능개승마’로 널리 알려졌다. 울릉도 특산. 묘목, 뿌리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내륙 산지에서도 재배한다. ‘삼’나물은, 이파리가 마치 인삼 잎 같이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눈개승마’는 ‘누운 개승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개승마는 미나리아재빗과의 식물이다. 눈개승마는, 성장 과정에서 ‘누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누운 개승마’라는 표현은 어찌 어색하다.울릉도 삼나물, 눈개승마는 초본이다. 이른 봄, 울릉도 여기저기서 자생하는 것을 채취한다.지금은 울릉도와 내륙에서 재배한다. 시중에 나도는 것들은 대부분 재배한 것이다. 어린싹, 줄기를 나물로 먹는다. 갓 돋은 싹은 마치 두릅 같다.맛은 특이하다.“오래 씹으면 고기 냄새가 난다” “쌉싸래하면서 맛이 눅진하다”고 표현한다. 나물치고는 특이한 맛. 생나물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묵나물은 육개장 등에 넣는다.전호(前胡)나물은 애틋하다. 식물은, 대부분 이른 봄에 싹을 틔운다. 전호나물은 정반대다. 다른 식물들이 잎을 거두는 10월께 싹을 틔운다. 거꾸로다. 겨우내, 눈과 비, 바람을 겪으며 싹과 잎을 지킨다. 2월이면 몸체를 키운다. 다른 식물들이 싹도 제대로 틔우지 않았을 때다. 2월 초, 중순이면 먹을 정도 크기로 자란다. 2월 중순쯤이면 서울 등의 대도시 소비자들이 구할 수 있다. 미리 주문했다가 택배로 받는 이들도 있다. 겨우내 추운 울릉도의 눈, 바람을 겪으며 싹을 지켜낸 정성이 놀랍고 애틋하다. 전호나물은 ‘봄의 전령사’다. 미나릿과에 달린 여러해살이풀이다. 겉모양이 미나리 혹은 당근 잎사귀 같다. 미나리보다는 잎사귀가 작고 여리다.쌉싸래한 향이 독특하다. 날채소로 먹는 이들도 있지만, 슬쩍 데친 후 무쳐서 먹기도 한다. ‘전호나물 전’ ‘전호나물 생채 비빔밥’도 향이 아주 좋다.오징어가 ‘난리’다. 씨가 말랐다. 1만 t 수준으로 잡히던 오징어가 몇백 t으로 줄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아예 출항하지 못한다. 오징어는 귀하다. ‘20마리 한 축’이 다섯 마리, 세 마리 묶음으로 줄었다.우리는 오랫동안 오징어를 먹었다. 조선 시대 기록에는, ‘烏賊魚(오적어)’ 혹은 ‘烏魚(오어)’다. 오징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 바로 오적어다. ‘오(烏)’는 까마귀다. 오징어가 물 위에 마치 죽은 듯이 떠 있다가, 까마귀가 다가오면 잽싸게 낚아채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오적어라고 부르는 이유, 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진 않다. 오징어의 먹물이 마치 까마귀처럼 검어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오징어는 많이 잡히는 생선이었다. 대도시에서는 뜨거운 물에 튀긴, ‘오징어 숙회’를 먹었다. 최근까지도 싱싱한 오징어를 통째로 쪄서 먹는 ‘오징어통찜’이 유행했다. 오징어가 귀해지면서, 오징어통찜은 귀한 음식이 되었다.오징어가 사라진 것은 ‘중국 배의 약탈적인 조업’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 해역이다. ‘중국-북한’ 간 북한 해역 어업권 거래가 있었다. 중국 배들이 회류(回流) 하는 오징어를 ‘길목’에서 마구 잡고 있다. 미처 자라지도 않은 것들이다.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싱싱한 오징어는 회, 회무침, 통찜으로 먹는다. 반쯤 말린 ‘피데기’는 찌거나 구워서 먹는다. 마른오징어와 땅콩은, 한때, 맥주 안주의 대명사였다.중국도 오래전부터 오징어를 먹었다. 조선 사절단들은 마른오징어를 공물로 챙겼다. 중국은 자체 생산되지 않던 오징어를 조선을 통해서 구했다. 이제 중국은 ‘약탈’로 오징어를 구한다. 대신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사라졌다.제대로 맛보는 별미집 4곳따개비, 홍합, 오징어를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이 가능하다. 약초해장국은 특이한 메뉴.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여러 약초, 산나물 등을 넣고 끓였다.오징어내장탕이 아주 좋다. 무나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이면 국물이 상당히 시원하다. 내장은 맑고 고소한 맛을 낸다.저동항 부근에 있다. 업력이 길다. 민간에서 널리 먹었던 오징어내장탕을 식당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원조’다. 한우 암소도 취급한다. 따개비솥밥이나 홍합솥밥 등은 주문받은 후 준비한다.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울릉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맛보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집. 울릉도에서는 외진 곳인 사동항 부근에 있다. 오징어, 꽁치 등 물회가 유명한 집이다. 주인이 전문적인, 프로 다이버다. 직접 잡은 해산물 위주로 음식을 만든다. ‘해계탕’은 특이한 음식이다.‘해’는 바다, ‘계’는 닭이다. 닭을 아래에 두고, 전복, 문어, 각종 새우, 홍합, 뿔소라 등 여러 종류의 조개류를 얹거나 깔았다. 네댓 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음식 모양은 ‘쇼킹’하다. 해계탕은 반드시 예약이 필요하다.다녀온 사람마다 ‘정애식당’ ‘정애칼국수’ ‘정애분식’ 등으로 다르게 부른다. 가게 입구에 크게 ‘정애’라고만 써 붙였다. 헛갈릴 만하다.메뉴도 마찬가지. 따개비덮밥(?)부터 따개비칼국수, 꽁치물회, 홍합을 이용한 여러 음식, 오징어 내장탕 등이 두루 가능하다. 마치 ‘분식집 메뉴’ 같다.저동항에 있다. 배를 타고 뭍으로 나오기 직전에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명이나물을 비롯한 밑반찬들이 깔끔하고 좋다. 종류와 양이 모두 넉넉하다. 대부분이 울릉도 특산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나리분지에 있다. 울릉도 산나물, 들나물로 만든 비빔밥이 좋다. 비빔밥 나물도 좋지만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울릉도 특산이다. 삼나물, 부지깽이나물, 더덕, 명이나물 등이다. 산채 전도 권할 만하다. 향이 좋다. 씨껍데기 동동주와 곁들이면 아주 좋다.울릉도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다. 멀리서 보면 아늑한 분위기고, 가게 안에 들어서면 소박하고도 포근하다. 건물 안팎이 모두 나무다. 가까운 곳에서 울릉도 전통가옥인 억새를 올린 너와집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울릉도 나물을 맛보려면 꼭 들러야 하는 집이다.

2019-11-27

추워야 제 맛 ‘평양냉면’·식감 좋은 ‘한우갈비’ 제대로 즐겨볼까요

왜 ‘영주의 평양냉면’인가?왜, 느닷없이 ‘영주 냉면’일까? 영주 인근인 봉화, 안동 문경 등지에는 이름난 냉면집이 없다. 경북 전체나 인근 충청도에도 별다른 냉면집은 드물다. 영주에는 업력 50년을 넘긴 냉면집이 있다.냉면은 북한 음식이다. 서울 장충동에서 냉면 노포가 시작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이들이 많이 살았다. 장충동 일대는 서울의 끝자락이었다. 피난민들이 쉽게 자리 잡았다. 이 지역에 서울의 냉면 노포들이 문을 연 이유다. 냉면은 북쪽 평안도 일대에서 온 이들을 통하여 서울에 정착한다. 피난민들을 통하여 냉면집이 생긴다. 냉면집 이름에 ‘평양’을 붙인 이유다. 영주의 냉면집들도 평양, 평안도, 북한발 냉면 전문점이다. 한국전쟁 때 피난 온 이들이 문을 열었다.서문가든윗대가 월남 가족이다. 현재 가게 위치와 부근도 마찬가지. 피난 온 이들이 시작한, 인견(人絹) 등을 생산하는 작은 수공업체가 가득했던 곳이다. 인견은 레이온(rayon), ‘사람이 만든 비단’ ‘인조견’이다. 누에고치의 실 대신 나무 펄프로 만든다. 서구에서 시작된 인조 비단이 한반도로 들어온다. 평안도 일대에 인견 공장이 많았고,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을 통하여 영주 풍기 지역으로 들어온다. ‘풍기 인견’의 시작이다. 현재 ‘서문가든’ 일대는 인견 공장 지역이었다. 자리에 누워도 인견 공장의 베 짜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서문가든’의 냉면은 오래된 평양냉면의 모습 그대로다. 메밀 함량은 70%, 나머지는 전분을 넣는다. 주문을 받은 후 바로 반죽을 시작한다. 여전히 손반죽을 고집한다. 냉면 뽑는 기계는, 당연히, 유압식이다. 오래전에는 손반죽, 사람 힘으로 내리눌러서 국수를 뽑는 방식이었다. 1980년대 이후, 냉면 기계는 대부분 유압식으로 바뀐다.냉면 고명은 원형 평양냉면 그대로다. 오이, 달걀 반쪽, 배나 무 등으로 고명을 얹는다. 매운 고추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냉면 면발에 가뭇가뭇한 점이 있다. 하얀 녹쌀이 아니라 도정이 덜 된 거친 녹쌀을 사용한다. 검은 자국은 녹쌀 속껍질이다.재미있는 것은 반찬. ‘슴슴한 맛’을 추구하는 북한식은 아니다. 냉면은 북한식 그대로, 반찬은 ‘경북 영주 방식’이다. 냉면에 맵고 짠 영주의 밥상 반찬을 더했다.겨울철에 선보이는 콩비지가 대단히 좋다. 풍기 지역이다. 부석태(浮石太)를 사용하여 북한식 콩비지(되비지)를 만든다. 북한식 ‘되비지’는 비지가 아니라 날콩을 삶아서 통째로 비지찌개를 만든다.서부냉면오래된 냉면 노포다. 불과 10~20년 전에는 “한강 이남에는 서부냉면만이 평양냉면 전문점”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마당이 널찍한 가정집 한 귀퉁이에서 냉면을 만들었다. 이 지역 고기가 유명하니 고깃집도 겸했다. 지금도 불고기와 냉면을 같이 내놓고 있다.냉면은 전형적인 북한식 평양냉면. 물냉면이다. 육수 색깔이 상당히 검은 것이 특징. 면발은 꾸준히 달라지고 있다. 메밀 함량보다는 녹쌀의 도정 차이가 있다. 때로는 완전 도정한 녹쌀을 사용, 면 빛깔이 흰색이었다가, 때로는 가뭇가뭇한 점들이 박힌, 도정을 덜 한 녹쌀을 사용한다. 예나 지금이나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부터 냉면 국수용 반죽을 시작한다. 메밀 함량도 상당히 높다. 반죽에 전분을 사용한다. 냉면 가락의 겉면이 매끄럽고, 반짝거린다.육수도 평양 방식 그대로다. 때로는 닭고기, 한약재 냄새가 났다. 원형 물냉면용 육수 재료는 닭, 꿩, 쇠고기를 모두 아우른다. 닭, 꿩, 쇠고기 어느 것이나 흠잡을 일은 아니다. 평양냉면을 제대로 내놓는 집에서는 돼지 살코기 혹은 뼈를 사용하기도 한다. 냉면 가락 위에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육이 동시에 올라간다. 두 가지 고기나 뼈를 모두 사용했다는 뜻이다. ‘서부냉면’은, 지금은, 쇠고기 위주의 육수다.50년에 가까운 업력이다. 3대 전승 중.‘영주 한우갈비’는 숙성보다 생육… 소백산 자락서 제대로 키운 신선한 육질에 반하다왜 영주 한우갈비인가?영주 쇠고기 마니아들이 제법 많다. 영주의 쇠갈비, 쇠고기는 특징이 있다. 별다른 장식 없이 무심한 듯 내놓는다. 그릇에 곱게 펼치지 않는다. 갈비의 경우, 경북지방에서는 대부분, 늑간(肋間)살을 곱게 펼치지 않는다. 양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늑간살을 있는 모습 그대로 갈라서 내놓는다. 고기 단면이 네모꼴일 때가 많다. 고기가 상당히 두껍다. 숙성보다는 생육의 신선한 맛을 드러낸다. 얼마간 질긴 느낌을 준다. 입안에서 기름기가 살살 녹는 ‘한우암소갈비’보다는, 씹는 식감이 좋은, 얼마간 질긴 갈비를 선호한다. 이른바 ‘마블링’보다는 살코기 원래의 맛을 즐긴다.영주는 소백산 자락이다. 태백산맥과도 멀지 않다. 일교차가 심하다. 고기나 채소 모두 깊은 맛이 있다. 영주 쇠고기, 영주 갈비가 맛있는 이유다.중앙식육식당영주에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 전문점보다 한우 갈빗살 전문점이 훨씬 많다. ‘골목마다 갈빗살 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중앙식육식당’은 그중에서도 비교적 오래된 노포다. 고기는, 영주의 다른 식당과 비교해도 질긴 편이다. 숙성보다는 생육의 싱싱한 맛을 따른다. 크지 않은 가게다. 입구에 들어서면 주방, 계산대에서 고기를 거는 쇠꼬챙이를 볼 수 있다.숯불에 석쇠를 사용한다. 한우갈비가 150g 기준 25,000원이다(2019년). 갈빗살이 유일한 메뉴인데, 메뉴판에 손글씨로 안창살 30,000원이라고 덧붙였다.소앤소한우전문점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가게다. 가게 내부는 식사보다는 저녁 술자리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검은색, 붉은색 위주의 깔끔한 분위기다. 연탄불이 어울릴 법한 둥근 식탁 위에 숯불을 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다.부분육으로 정형한 고기를 가져와서 가게에서 손질하여 사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고기 구성. 접시에 내오는 고기의 질이 다르다. 아래는 ‘마블링’이 적은 갈빗살 위주. 접시 위에는 살치살에 가까운,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얹었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눅진한 맛을 내고, 아래의 갈빗살은 얼마쯤 질긴 고기 특유의 맛을 낸다. 숙성육보다는 싱싱한 고기 맛을 살린 구성이다. 젊은 세대, 외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고기 구성이다.횡재먹거리한우풍기 동양대 부근에 있다. 다른 고깃집과는 달리 메뉴가 상당히 다양하다. 청국장, 육회비빔밥, 갈비탕 등의 메뉴도 권할 만하다. 여러 가지 음식을 내놓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였다. 수준급의 음식이다. 고기도 갈빗살을 비롯하여 등심도 아주 좋다. 영주 토박이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영주에서 생산된 원육을 고집한다. 등심, 갈비, 육회(우둔살), 갈비탕 등을 모두 내놓는 것은, 덩어리 고기를 식당 내에서 손질한다는 뜻이다. 밑반찬도 수준급이다. 고기 가격이 상당히 싸다는 점도 매력적. 이 지역 고깃집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숯불 직화 방식이다. 마블링이 적당한 고기를 내놓는다. 기름기보다는 살코기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영주 맛집 2곳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 ‘한결같은’ 맛을 짓다한결청국장3대 전승 중이다. 가게 업력은 조금 혼란스럽다. 처음 가게 문을 연 것은 1970년대다. 가게 이름은 ‘인천식당’. 1980년대까지, 상당수 가게가 그러했듯이, 영업 허가도 없이 운영했다. 1980년대 정식 허가를 받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식당 이름 ‘한결청국장’을 사용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창업주가 20~30년간 운영했던 가게를 아들 부부가 2000년대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청국장에 기울인 노력이 대단하다. 2대 안주인이 멀리 대구까지 가서 청국장 공부를 따로 했다. 원래 손님이 꾸준했던 가게다. 2대에서 ‘학문적으로’ 청국장을 배워서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었다. 손님이 꾸준한 이유가 있다. 현재 남편은 청국장 만드는 일을 위주로 하고, 아내는 식당을 운영한다. 덕분에 청국장 가루나 생 청국장을 전국적으로 통신 판매할 수 있다.재미있는 음식은 ‘콩탕’이다. 이 지역의 콩이 좋으니 청국장을 빚고, 한편으로는 콩탕을 만든다. 콩탕은 ‘콩으로 만든 탕’ 즉, 콩을 삶아서 거칠게 간 후, 마치 비지 탕이나 찌개같이 만든 것이다. 북한식 ‘되비지찌개’ ‘되비지탕’이 영주 인근의 콩탕이다.인삼·상황버섯 등 온갖 약재로 끓인 삼계탕토방식당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식당이다. 영주 시내에 있다. 가게 유리에 고기부터 청국장, 상황삼계탕 등의 메뉴를 써 붙였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가서 주문을 한다. 반전은 이 식당의 밑반찬들이다. 된장이나 무장아찌, 깻잎절임 등이 상당히 좋다. 모두 직접 담근 것이다. 채소와 더불어 먹도록 내놓는 된장은 압권이다. 투박하진 않지만 재래, 집 된장의 꼴을 갖추었다. 물기가 많지 않고 제법 되직한 된장이다. 직접 재배한 채소나 인근에서 구한 식재료들을 사용한다.영주는 풍기 인삼이 흔한 곳이다. 인삼을 넣은 삼계탕이 유명하다. 이 식당의 삼계탕은 인삼은 물론, 각종 약재, 상황버섯 등을 넣은 것이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1-20

묵 한사발에 담긴 농밀한 메밀향에 취하다

묵집3곳서너 해 전에 가본 적이 있는 식당이다. 음식이 아주 좋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칼국수와 메밀 묵밥. 국수와 메밀묵이 별다른 맛이 있을 리는 없다. 메밀묵과 밀가루 국수의 맛이었다. 오래전에 먹었던 그 음식 맛이었다. 사진을 찍었지만, 정리할 때 막연했다. 간판이 없다. ‘간판 없는 집’으로 저장. 그리고 잊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은 ‘두산묵집’. 간판은 여전히 없다)오래간만의 영주 나들이. 풍기읍은 영주에서도 제법 멀다. ‘확인 차’ 다시 가보기로 했다. 아뿔싸. 가게 이름도 모른다. 초행일 때도 안내하는 이의 차를 뒤따라 갔다. 풍기 외곽 언저리라는 것밖에. 위치를 모르고, 주소도 없다.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도 불가능.알만한 이들에게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했다. 가게 전화번호 ‘054-636-8304’를 겨우 구했다. 전화하니 엉뚱한 대답. 나이 드신 노인분이, “주인이 없어 주소를 모른다”는 대답. 나중에 받은 명함의 ‘영주시 봉현면 두산2동 838번지’나 가게 이름 ‘두산묵집’ 모두 차량 내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깨비에 홀린 듯하다.‘영주시 테라피로 417’. 이 정보(?)는 도움이 된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나타난다.음식은 단순하지만 수준급이다. 전형적인 경북 북부의 밥상이다. 반찬들이 얼마간 맵고 짜다. 조미료를 절제하니, 달지 않고 투박하다. 북어포무침은 간간하지만 맛있다. 거칠지만 잘 무친 맛이 난다. 간장이 아주 재미있다. 일반적인 간장보다 칼칼하고 짜다. 콩간장에 어간장(맑은 생선 젓갈 물)을 섞었다. 비린내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다.칼국수, 메밀묵, 도토리묵이 메뉴다. 가격은 6천 원 선. 술은 동동주가 있다.칼국수는, 당연히, 가게에서 직접 썬 것이다. 경북 북부의 칼국수는 대부분 콩가루를 넣는다. 이 가게의 칼국수에는 검은콩을 넣었다. 국수에 작은 점들이 있고, 전체적으로 검은 색깔을 띤다. 묵도 직접 쑨 것이다. 매끈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툭툭 끊어진다. 오래전의 음식이다.점심시간엔 만석. 기다리는 줄도 생긴다. 풍기읍내에서도 제법 떨어진 곳이지만 현지 손님들로 가게가 빼곡하다. 30~40명 정도 앉는 좌석에 빈자리가 없다. 바깥에는 승용차들이 넓은 지방도 길가에 빼곡하다.바쁘기도 하고, 별로 친절하지도 않다. 무뚝뚝하다. 국수나 메밀 묵밥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몇 마디 물어보면 바로 지청구 듣기 십상이다.“메밀묵을 직접 쑤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다. 그저 쳐다본다. “메밀묵을 직접 쑤지, 그럼 어디서 사 오느냐?”고 되묻는 표정이다. 구수한 칼국수에서는 밀가루 냄새가 풀풀 난다. 쫄깃하기는커녕 툭툭 끊어진 채로 내놓는다. 밀가루의 풋 냄새가 아련하다.40년 전통의 순두부, 태평초 전문 식당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주 읍내에 있다. 가게 안팎의 분위기가 아주 좋다. 바깥마당은 가정집 분위기. 깔끔하게 정리한 작은 정원이 정취가 있다. 아늑하다. 실내는 깔끔하면서 아늑하다. 대청마루를 식당 공간으로 개조했다.메뉴는 순두부와 태평초다. 태평초는 메밀묵, 돼지고기, 신김치를 넣고 한차례 끓인 음식이다. 안동, 예천, 영주 등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영조 시대 시작했다는 탕평채에서 태평초가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지는 않다. 태평초가 서민적인 음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겨울이면 신김치는 흔하다. 메밀이 흔한 계절이다. 메밀묵도 겨울이면 흔하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다. 서민적인 음식,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봉화는 인접 지역이다. 봉화유기를 사용한다. 묵직한 유기가 품위를 더한다. 서민 음식인 태평초를 유기에 담았다. 어색하지 않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순두부는 아주 좋다. 재래 간장을 조금 얹어 먹으면 고소한 기운이 온몸에 번진다. 가벼운 술안주, 해장에도 좋다. 반찬들이 소박하지만 단아하다.두 가지 반찬을 눈여겨볼 만하다. 된장고추박이. 시판 된장고추박이는 흉내만 낸 것이다. 전통 재래 된장도 아니고 제대로 삭힌 것도 아니다. ‘전통영주묵집’의 된장고추박이는 재래 된장에 고추를 넣어서 제대로 삭힌 것이다. 배추 무침도 재미있다. 경북 북부지역은 배추를 잘 사용한다. 배추전도 부치고, 배추 무침도 흔하게 사용한다. 잘 만진 배추 무침이다.묵직한 유기에 푸짐하게 담아낸 순두부와 단아한 반찬들, 추천한다.40년 전통, 노포다. 널리 알려진 ‘전국구 맛집’이다. 묵밥과 두부가 메뉴의 전부다. 메밀 묵밥은 구성이 재미있다. 가마솥에서 직접 쑨 메밀묵 채에 고춧가루, 김 가루 등을 뿌려서 내놓는다. 육수가 ‘자박자박한’ 그릇에서 먼저 메밀묵을 건져 먹는다. 작은 그릇에 좁쌀밥을 준다. 마지막에 좁쌀밥을 넣고 말아 먹는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순흥으로 귀양 온 금성대군은 ‘단종 복위’를 꾀했으나 실패. 안동 감옥에 하옥된다. 순흥의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얽혀서 죽었다. 융성했던 ‘순흥도호부’는 단종 복위 사건으로 강등된다.영주시의 홈페이지 등에서는 이때 몰락한 순흥 사람들이 먹을 것이 귀해서 메밀묵을 먹었고, 이게 지금의 ‘순흥 묵’으로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는 않다. 영주는 태백산과 멀지 않고, 소백산 지역이다. 다른 지역보다 산지가 많고 평야는 좁다. 태백산맥 언저리의 산골에서는 대부분 메밀과 도토리를 많이 먹었다. 어디나 식량은 귀했다. 결국, 메밀과 도토리 등이다.메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막국수, 메밀전병, 메밀묵 등이 모두다. 국수가 필수적이었던 경북 북부는 수입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죄다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었다. 안동 지방의 ‘건진국시’나 ‘제물국시’ 등이다. 메밀로 묵을 만들기는 힘들지만, 방법은 쉽다. 메밀을 곱게 갈아서 가루로 만들고 체로 친다. 뜨거운 물을 부어 곱게 내린 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인다. 이때 눋지 않게 나무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순흥전통묵집’의 메밀 묵밥은, 겉면이 매끈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있다. 두부도 좋다. 이른바 ‘시골 두부, 촌 두부’지만 단단하지 않다. 입자는 거칠지만, 입안에서는 부드럽다. 수준급 두부다. 콩의 단맛과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좋다.빵 도넛 2곳37년의 업력이다. 생강 도넛이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게다. 사과, 인삼, 커피 등을 첨가한 도넛도 개발했다.경북 북부 도시인 영주에 도넛 가게가 있다. ‘영주의 도넛 가게’? 얼마간 생뚱맞다.주인 부부는 오랜 기간 외지에서 경제적으로 고생했다. 서울 생활을 접고, 남편 고향인 풍기로 낙향한 후 분식집을 열었다.‘정아분식’. ‘정아’는 아내의 애칭이었다. ‘정아분식’을 운영하던 시절 생강 도넛을 개발했다. 가게 이름은 ‘정아 생강 도너츠’. 이 이름이 ‘정도너츠’로 바뀌었다.지금은 서울을 포함 전국 여기저기 분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정도너츠’ 자리는 ‘본점’이고 영주 읍내 외곽의 새 건물은 ‘본사’다. 본사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구마 빵’ 전문점이다. 쿠키 모양, 비스킷 모양 등 다양한 고구마 첨가 빵을 만날 수 있다. 빵이라고 부르지만, 쿠키, 빵, 케이크가 혼재된 형태다. 실제, 고구마 케이크도 있다.풍기 IC 부근에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이다. 바깥 분위기는 반듯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마치 카페 혹은 대도시의 디저트 카페 같다. 실제로도 카페처럼 운영한다.연결된 건물에서는 고구마 빵 관련 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미소머금고’의 고구마 빵은 맛, 식감뿐만 아니라 색깔도 잘 살렸다.비슷한 맛이라고 짐작하지만, 실제 먹어보면 맛이나 식감이 모두 다르다. 선물용 세트도 판매한다. 1만 원부터 3만 원대까지 다양한 세트가 있다./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1-13

가벼운 주머니 넉넉하게 만드는 기분좋은 한 끼를 찾다

60년을 한결같이… ‘몰랑몰랑’ 식감의 유희할매손두부두부는 만들기 쉽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두부 만드는 걸 봤다. 따라 만든다. 두부는 만들기 쉽다. 두부는 만들기는 어렵다. 상당 부분 기계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부를 만드는 일은 힘겹다. 음식 만드는 최고의 공력은 꾸준함이다. 두부 만드는 최고의 레시피는 ‘알고 있는 대로, 꾸준히’다. 두붓집 역사 60년, 쉽지 않다.상주 함창버스터미널 앞 작은 골목 안에 ‘할매손두부’가 있다. 창업주에 이어 며느리 신복순 씨 부부가 두붓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두 번, 겨울에는 일주일에 세 번 두부를 만든다. ‘한 번에 서른다섯 모 정도’ 만든다.수제 두부는 단면이 거칠다. 입에 넣어보면, 콩의 달짝지근한 맛이 살아 있다. 콩이 좋은 계절은 12월부터다. 겨울철에는 두부의 비릿한 콩 맛이 살아 있다.시골 손두부는 딱딱, 퍽퍽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잘 만든 두부는 몰랑몰랑하고 부드럽다. ‘할매손두부’는 퍽퍽한 듯 보이지만 입에 넣으면 입자가 부드럽게 펼쳐진다.산초두부구이도 반드시 맛봐야 할 아이템. 산초의 은은한 향을 제대로 살린 두부구이다. 산초 채취가 힘들어지고, 산초 기름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초 두부구이는 사라졌다. 산초의 향을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살렸다.된장찌개는 과하지 않은 곰삭은 맛과 구수함이 두루 좋다. 반찬 중에는 북어 껍질 조림도 아주 좋다. 북어 껍질의 파삭한 질감이 잘 살아 있다.놀라운 부분은 이 집의 기명(器皿). 사기그릇을 사용한다. 사기그릇은 무겁고 잘 깨진다. 웬만한 식당들은 멜라닌 그릇이다. 가격이 높지 않은 대중식당에서 사기그릇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정갈한 반찬들을 정갈한 그릇에 담았다. 손님들을 귀하게 여기는 주인 부부의 마음 씀씀이를 그대로 드러낸다.업력 60년 가볍지 않다. 2013년 무렵 선대 창업주가 돌아가셨다. 현재 주인 부부의 업력도 20년이다. 가볍지 않은 세월. 묵묵히 두부를 만들고 있다. 두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작은 읍내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집이다.메뉴 단 하나… 소박하고 동화같은 가게꽃들추어탕가게에 들어서면 왠지 기분이 좋다. 깔끔하다. 손님을 대하는 주방 주인, 홀에서 음식을 나르는 이들이 마치 동화 속의 인물들 같다. 한결같이 부드럽게 웃는다. 가게 이름부터 ‘동화’스럽다. ‘꽃들추어탕’. 미꾸라지가 ‘들판의 꽃’이다.멀고 가까운 논배미, 개울, 크고 작은 웅덩이, 들판에서 미꾸라지를 잡는다.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만 추어탕을 끓인다. 가게가 문을 닫는 날, 부부가 직접 미꾸라지를 잡으러 길을 나선다. 들판 여기저기 통발을 놓고 미꾸라지를 기다린다. 하루 80그릇 한정. 더러 오후 나절에 준비한 미꾸라지가 부족해서 손님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가게 입구에는 손님들이 기다리는 ‘대기실(?)’ 공간도 있다.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채소 등을 넣고 끓인, 이른바, ‘갈추’다. 추어탕과 반찬들에 일체의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부부가 모두 요리사다. 오래전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하다가 처음 문을 연 ‘내 가게’다. 위생,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격도 낮다. 메뉴는 딸랑 하나다. ‘꽃들추어탕 8,000원’ 원산지 표기도 재미있다. 단순히 국산, 국내산이라고 하지 않는다. 쌀은 함창, 고춧가루는 영양, 제피(초피, 산초가루)는 상주, 문경 등으로 상세히 표기한다. 모두 인근 지역들이다. 소박하고 동화 같은 가게다.‘2천500원의 행복’ 질리지 않는 집밥같은 맛남천식당숫자 몇 개로 이 가게를 설명한다. 1936년. 이 자그마한 식당이 문을 연 시기다. 시장통.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이른 아침의 한 끼 식사. 우거지 국밥이었을 것이다. 2천500원. 2019년 현재, ‘남천식당’의 우거지 국밥 가격이다. 메뉴도 딸랑 한 가지, 우거지 국밥뿐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해장국 2,500원’이라고 써 붙였다.해장국은, 기능성을 강조한 이름이다. ‘해장 국물’이라는 뜻이다. 재료를 이야기하면 우거지 국밥, 시래기 국밥이다. 곱빼기, 500원 더 받는다. 3천 원. ‘막걸리 1천 원’도 재미있다. 잔술이다. 막걸리를 한잔 가득 주고 1천 원이다. 이것뿐이다.문 입구에 “그동안 수천만 명이 다녀갔다”고 써 붙였다. 실제 그러했을 것이다.모녀가 운영한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다. 인근 시장 상인들 혹은 농민들이 각종 채소를 들고 찾는다. 무청 우거지, 배추 우거지, 근대 등을 가져온다. 이런저런 채소를 다듬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2대째인 어머니가 언제부터 일하셨는지 물어봤다. “박정희 대통령, 윤보선 씨가 대통령 선거하던 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1963년 무렵이다. 3대 전승. 창업주, 어머니, 딸로 연결되었다.가격이 낮다고 해서 얕볼 집은 아니다. 국물이 맑으면서도 슴슴하다. 좋은 장을 사용하고, 내용물을 잘 만졌다. 우문현답. “어떤 채소를 사용하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라는 현답이 돌아온다. 한 가지 채소를 사용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어서 사용한다.채소는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살아 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하다. 수수하다. 매일, 매 끼니 먹어도 질리지 않을 ‘집밥’ 같은 맛이다.오래된, 널리 알려진 집들‘청자회관’은 이름과는 달리 중식당이다. 상주 외곽의 국도변. 바깥은 작지만, 내부는 상당히 넓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식당이다. 부자 2대 전승. 짬뽕밥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점심시간에는 기다려야 한다.‘고려분식’은 시내 시장통의 분식집이다. 매운맛의 꼬마김밥과 군만두가 유명하다. 군만두라고 부르지만 튀김만두다. 50년의 업력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분식집이다.‘부흥식육식당’은 석쇠 돼지불고기 전문점이다. 3대 전승. 외부에 간판이 없는 특이한 집이다. 상주시와 공검면 사이 국도변 깊은 뒷길에 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가 있다. 양념구이는 단맛이 강하다.새롭게 문을 연 맛집 2곳뽕잎의 다양한 변신두락‘두락’은 상주의 농가맛집이다. 주인이 한방에 조예가 깊다. 한방 내용을 따라 밥상을 구성했다. 상주는 ‘농잠(農蠶)’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뽕나무, 누에치기가 한때는 번성했다. 단품으로는 뽕잎을 넣은 ‘뽕잎돌솥밥’이 이 집의 주력 메뉴다. 이외에도 ‘뽕잎대보탕’이나 ‘두락뽕잎밥상’도 있다.밥상의 반찬들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많지 않은 반찬 중 몇 개가 눈에 띈다. 널리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뽕잎.‘상추 줄기 무침’도 특이하다. 상추는 흔하게 사용하는 식재료다. 늦여름부터 잎은 작아지고 대는 굵고 뻑뻑해진다. 상춧잎의 맛도 한결 쓰다. 먹기 힘든 시기다. 이때쯤이면 상추를 통째로 뽑아낸다. ‘두락’의 상추 줄기 무침은 늦여름, 가을의 억센 상추대로 만든 반찬이다. 예약하는 것이 좋다.낙동강변서 받아보는 조선시대 밥상시의전서‘시의전서’는 낙동보 언저리에 있는 한식집이다. ‘시의전서’는 조선 말기 상주 지방에서 발견된 요리 서적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따온 것이다.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는 1910년대 상주 군수로 일했던 심환진이 필사본으로 남겼다. 필사본이 상주 군청에서 사용한 편면괘지(片面罫紙), 모필인 것이 상주와의 인연이다.‘시의전서’에는 처음으로 ‘골동반(骨董飯)=부븸밥’ 표기가 나타난다. 비빔밥은 ‘혼돈반(混沌飯)’ 혹은 골동반으로 표기했다. 그 이전에도 한글로 ‘부븸밥’으로 불렀을 것이다. 글로 남길 때는 ‘骨董飯(골동반)’이었다. ‘시의전서’에, 지금까지 발견된 책 중에는, 처음으로 한글 표기 ‘부븸밥’이 나타난다.식당 ‘시의전서’에도 비빔밥 메뉴가 있다. 떡갈비, 갈비 등을 주제로 한 밥상도 가능하다. 문을 열면 낙동강이 보이는 곳의 한옥이다. 실내는 개별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1-06

미식의 계절 가을, 소문난 전국구 맛집 지나치면 섭섭하지

‘수제순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식재료 비용과 더불어 인건비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들도 힘든 일은 피한다. 순대 만드는 일은 힘들다. 대부분 ‘공장제 대량생산’ 순대를 내놓는 이유다. 순대 및 머리 고기 수육, 뼈를 우린 국물까지. 죄다 수제다. 맛이나 가격 모두 넉넉하다. 제법 수북한 순대 한 접시, 머리 고기 수육 작은 것이 1만 원, 큰 것은 2만 원이다. 잘 곤 국물은 덤이다. 두 사람이 순대나 머리 고기 한 접시만 주문해도 제법 넉넉할 듯하다.이른 새벽 3시 무렵에 주인 남자가 직접 순대를 만든다. 순대는 두 종류다. 대창 순대는 피순대다. 유명한 전주 남문시장의 피순대와 흡사하지만, 오히려 낫다. 좋은 피를 많이, 가능하면 100% 사용한 것이 좋은 것이다. 텁텁한 식감의 피순대는 별미다.막창 순대는, 흔히 ‘함경도 아바이순대’라고 부르는, 채소, 곡물 등이 잔뜩 들어간 것이다. 경북 김천의 작은 시장통 가게에서 함경도 식 아바이순대와 전주식 피순대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은 재미있다. 외부,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경력 30년의 주인 남자가 직접 만든다.국물도 수준급이다. 돼지 사골을 비롯하여 3가지 정도의 뼈를 섞어서 곤다. 잡내가 나지 않는다. 쭉 들이키면 희미한 곡물 냄새가 난다. 정갈하게 곤 국물이다. 국물 음식을 주문하거나 순대, 수육을 주문하면 이 국물을 마실 수 있다.‘황금시장’은 재래시장이다. 시장의 기능은 많이 약해졌다. 순대 집들은 성업 중이다. ‘보람이순대’ ‘황금순대’ ‘장군순대’ 등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들. 대부분 직접 순대를 만들거나 수육을 만진다. ‘지례순대’도 황금시장 안에 있다.무지했다. ‘갱시기’가 ‘갱식’에서, 갱식은 다시 데워먹는 ‘更食’인 줄 알았다. 갱시기는 ‘羹食(갱식)’이다. 국물이 있는 음식, 국밥 같은 음식이다.갱시기는 신 김치에 식은 밥을 넣고 끓인 것이다. 돼지고기, 콩나물, 두부를 넣어도 된다. 다 끓인 후, 김 가루를 뿌려도 좋다. 갱시기치고는 업그레이드, 화려한 버전이다.절대 빈곤의 시절은 아니라도 늘 뜨거운 밥에 반찬을 챙길 수는 없었다. 국물이 있는 음식, 그러면서 별다른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갱시기다. 갱시기의 시작은 보잘것없지만, 그 진화는 놀랍다. 갱시기는 김치찌개로 발전한다. 돼지고기, 두부, 콩나물 등을 넣는다. 때로는 햄, 소시지나 마른 생선도 넣는다.갱시기는 추억의 음식이다. ‘기차길옆오막살이’는 추억의 음식 갱시기를 파는 곳이다. 음식과 더불어 추억을 내놓는다. 가게 분위기도 복고풍이다. 멀리 기찻길이 보이고, 기찻길과 가게 사이에는 너른 들판이 있다. 가게 안팎에도 추억이 하나 가득하다. 고르지 않은 모양의 크고 작은 장독, 그릇이 있다. 꽃들도 나란하지 않다. 들쑥날쑥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실내도 70~80년대 복고풍이다.음식 맛은 굳이 따지지 말자. 갱시기는 갱시기 맛일 뿐이다.동네 이름보다 ‘김천 아랫장터에 있는 만둣집’이라고 말하면 더 빨리 알아듣는다. 10평 언저리의 작은 가게다. 메뉴는 만두와 찐빵 두 종류. 대부분 만두를 주문한다. 가게 이름이 ‘중국만두’. 화상노포다. 예순을 넘긴 노부부가 운영한다. 바쁜 주말에는 가끔 아들인 듯한 젊은 남자가 일을 거든다.‘중국만두’의 만두는, 정확하게는, 바오쯔[包子, 포자]다. 그중에서도 소룡포자, 소룡포(小籠包)에 가깝다. 소룡포라 하지 않고 ‘가깝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소룡포는, 중국 상해의 남상(南翔, 난샹) 것이 유명하다. 흔히 ‘남상소룡포’라고 부른다. ‘소룡’은 작은 나무 찜통이다. 나무 찜통에 일정량의 포자를 넣고 쪄내면 소룡포다. ‘중국만두’는 작은 가마솥에서 쪄낸다. ‘소룡’은 아니다. 포자를 빚을 때 제일 위 끄트머리 부분을 보자기 묶듯이 틀어 올린 것이다. 북경, 천진 등의 ‘천진구부리포자’가 유명하다.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 작은 나무 찜통, 가마솥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히 맛있는, 수준급의 포자, 소룡포다.“만두가 너무 늦게 나온다” “30분 혹은 한 시간 기다렸다”는 불평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반죽뿐이다. 포자를 위한 반죽은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날 반죽하여 숙성한 다음, 다음날 사용한다. 만두 속도, 물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돼지고기, 부추, 양파, 생강 등을 잘 다져서 섞어두어야 한다.주문을 받은 후, 만두를 빚는다. 바깥주인은 주방 안쪽에서 연신 만두피를 민다. 잠시도 쉬지 않고 하나하나 만두피를 빚는다. 안주인은 만두 속을 채우고, 일정량이 되면 가마솥에서 쪄낸다. 테이크아웃 용 만두를 포장하거나 작은 홀에 만두를 내놓는 일도 안주인 몫이다. 계산대나 손님 응대도 모두 안주인의 몫이다.주문 후, 피를 밀고, 만두를 빚고, 쪄낸다. 바로 만든 음식은 맛있다. 업력이 상당히 긴 노포다. 소룡포 같은 포자가 10개 5천 원이다(2019년 10월 기준). 음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전국구 만두 맛집이 된 이유다.대단한 수준급의 복어탕이나 복국을 기대한다면 가지 말 것. 내륙 도시 김천에서 복어 전문점(?)을 만나다니, 라고 생각하면 가볼 것.복집이지만, 복어가 중심이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저래기’라는 표현이 있다. 무생채, 나물 겉절이 등을 이르는 말이다. 비빔용 겉절이, 저래기가 나온다. 겉절이로 밥을 비빈 후 복국을 한 그릇씩 떠서 국물 삼아 먹으면 된다. ‘겉절이 비빔밥+복국’의 형태다. 가격이 싸다. 1만 원 이하다.70년 가까이 버틴 이유가 있다. 복국을 내륙 식으로 바꿨다.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겉절이 비빔밥과 복국을 같이 내놓는다. 쪽파 썬 것과 새우를 무쳐서 내놓는 음식도 특이하다. 새우젓갈이 아니라 마른 새우를 쪽파와 무친 것이다. 양념 겸 비빔 나물이다.창업주에게서 며느리로 전승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음식 만지는 일에는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말한다. 며느리는 긴 세월 동안 그릇 씻는 일, 청소, 정리하는 일만 도우면서 기다렸다. 음식 만지는 일은 10년이 채 되지 않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눈으로 음식을 익힌 세월은 수십 년이다.김천에는 두 곳의 큰 맛집 타운이 있다. 관광객들도 자주 들르는 곳들이다. 단체로 찾는 이들도 많다.황악산 직지사 아래에는 산채비빔밥, 산채비빔밥 정식을 내놓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업력 50~60년을 내세우는 집들도 제법 있다. 음식은 큰 차이가 없으나 상을 받으면 비빔용 채소나 반찬 등의 맛이 각각 다르다.‘부일산채식당’은 이 지역에서도 노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깔끔한 맛의 산채비빔밥이 좋다. 정식은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다. 뜬비지가 이 가게의 특징이다. 다른 곳 뜬비지에 비해서 곰삭은 구수한 맛이 돋보인다. 비지는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이다. 콩의 주요 영양분을 뽑아내고 남은 것이다. 별맛이 없다. 이 비지를 한 차례 띄우면(발효, 숙성), 뜬비지가 된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지만 영양가도 높고 구수한 맛이 돋보인다.산채비빔밥 타운 안의 ‘일직식당’이나 ‘서울식당’ 등도 노포다.‘지례흑돼지타운’은 김천시 지례면의 특산물 흑돼지로 불고기 등을 내놓는다. 역시 2~3대 전승, 50~60년 된 노포들이 많다.‘지례식육식당(한마음농장)’, ‘장영선지례원조불고기’ ‘현구삼대원조불고기’ 등이 유명하다. 모두 2~3대 전승된 노포들이다. 소금구이 스타일의 비교적 맑은 맛의 돼지고기와 고추장, 매운 양념의 불고기가 모두 가능하다.흑돼지는 새로운 품종이 아니라 오래전 품종을 복원한 것이다. 크게 자라지 않아 찾지 않던 품종을 복원했다. 비계와 고기의 밀도가 높다. 특히 지방 부분이 차진 맛이 특징이다. 여러 명이 가면 먼저 소금구이를 주문하고 마지막에 양념 불고기를 먹는 것이 요령. 양념의 경우, 단맛이 강하다. 고기 맛을 가린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0-30

바쁜 걸음 쉬어가게 하는, 과하지 않게 담박한 맛을 찾다

재미있는 닭집 2곳 여정식당 오경통닭10가지 한약재와 옻이 부드럽게 엉킨 ‘여정식당’ 옻닭옻닭을 내놓는 집들은 많다. 오래된 집들도 많다. ‘여정식당’ 특이하다. 단순히 옻을 넣은 닭이 아니다. 옻과 더불어 열 종류 이상의 한약재를 넣고 만든다.‘주인 할매’의 음식에 대한 정성이 아름답다. 간판에 ‘박정늠 아지매, SINCE 1970년’이라고 써 붙였다. 사진도 걸려 있다. 젊은 얼굴이다. 오래전의 간판, 사진이다. 실제 박정늠 할매는 여든의 노인이다. 지금도 꾸준히 가게에 나온다. 자신만의 ‘맛’ ‘음식’을 고집한다. 음식 만드는 일에 헌신한다. ‘나만의 옻닭’의 맛, 모양, 색깔을 가지고 있다. 닭이 상당히 큰 닭이다. 모른 척하고 슬쩍 물어본다. “토종닭입니까?” 대답이 재미있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쪼매 노아 먹인 거래여”.토종닭은 드물다. 병아리 수준의 닭들이 많으니 웬만큼 크면 토종닭이라고 내놓는다. 그렇지는 않다. ‘박정늠 할매’가 말하는 ‘일정 조건 방사닭’이 맞다. 예전에는 산과 들에 놓아먹인 닭들이 있었다. 양계장이 생기면서, ‘A4 용지 반장 크기’의 시설 안에서 키우는 닭들이 대부분이다.닭고기 맛은 전혀 다르다. 왜 ‘쪼매 놓아먹인 닭’이라고 표현했을까? 큰 닭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라도록 기른 닭이라는 뜻이다. 온전한 방사닭은 아니다. 육질은 비교적 질기지만 오랫동안 잘 삶았다. 살이 잘 부스러지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아주 좋다. 한약재와 옻의 맛도 적절하다. 한약재 고유의 맛과 옻의 맛이 서로 부드럽게 엉겼다. 고수가 ‘선’을 잘 정한 음식이다.시장통의 어수선한 작은 식당이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생계형 식당. 2대 전승은 아니다. 아들, 며느리가 일을 돕고 있지만, 아직은 1대 박정늠 할매가 정정하다.오직 닭고기만 소복이… ‘오경통닭’ 옹치기간판에 가게 이름보다 ‘옹치기’라는 표현이 더 크다. 오래전에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하는 경우가 잦았다. ‘오경통닭’도 마찬가지. 주인이 ‘닭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빗대어 ‘옹치기’라고 이름 붙였다. 많은 사람이 ‘옹치기’를 궁금하게 여긴다. 주인이 독창적으로 붙인 이름이다.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 집의 음식이다. 안동찜닭과 비슷하다. 닭볶음탕이 아니라 졸임이다. 안동찜닭이나 이 집 모두 흥건한 육수를 넣고 서서히 졸인다. 고기는 익고 양념은 닭고기 속으로 밴다.긴 시간 졸인 것이라 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살코기에 양념 맛이 잘 배어 있다. 주문할 때 매운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안동찜닭과 다르게 채소와 당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쟁반에 매운 고추나 통깨 이외에 닭고기만 소복하다. 닭고기 ‘정면승부’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당면, 양파, 당근, 대파 등이 보이지 않는 특이한 닭고기 조림이다. 닭은 1.5Kg 내외로 비교적 큰 것이다. 닭고기 맛은 큰 닭이라야 온전하다.순한 장맛 잘 배어든 순수한 맛 ‘소나무집’더하는 음식이 아니라 빼는 음식이다. 대단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맛이 없다. ‘무미(無味)’다. ‘단짠’을 뺀 음식이다. 재료의 소박한 맛이 살아난다. 순한 장맛이 잘 배어든 재료의 순수한 맛, ‘소나무집’의 맛이다.분위기와 음식이 모두 푸근하다. 소박하다. 잘 정리된 ‘시골 할매집’의 음식이다. 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한다. 정원도 깔끔하고 음식도 깔끔하다. 청국장은 청국장의 맛이고, 직접 빚는 두부도 두부, 콩 그 자체의 맛이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직접 담근 장으로 맛을 더한다. 그뿐이다. 억지 맛을 위해 조미료, 감미료를 더하지 않는다. 풋고추 무침도 맛있다. 아주까리 장아찌는 특이한 반찬이다. 아주까리는 피마자다. 오래전에는 흔했는데 이젠 귀한 음식이 되었다. 현지 생산 콩으로 만든 두부도 아주 좋다.주인 할머니의 얼굴과 말투에 푸근함이 묻어 있다. 외진 곳을 찾는 외지 손님들을 위하여 음식에 정성을 더한다. ‘채널A 먹거리X파일’에서 ‘착한 청국장’으로 선정했다.추어탕 맛집 3곳, ‘황토추어탕’ ‘대원식당’ ‘덕산추어탕’청도의 추어탕은 추어탕이되, 추어탕이 아니다. 원형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주원료로 한 추어탕이되 메기와 피라미 등을 넣은 ‘잡탕 추어탕’이었다. 이제는 ‘잡탕 추어탕’은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추어탕과 메기탕, 찜 등의 메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청도 읍내에서는 ‘황토추어탕’이 유명하다. 좁은 골목길 안의 허름한 노포다. 내부도 꼬불꼬불, 복잡하다. 메뉴에 추어탕과 미꾸라지 튀김, 미꾸라지를 넣은 만두도 있다.“경상도식 추어탕은 토란대, 풋배추, 부추 등과 양념으로 산초가루, 방아잎 등을 넣는다”고 써 붙였다. 반찬 중에 곱게 구운 두부가 좋다. 두부 요리도 있다. 노포.각북면은 청도와 대구를 잇는 교통의 요지다. 청도, 대구의 중간 지점이다. 30년을 넘긴 추어탕 집이 두어 곳 있다.‘대원식당’은 오래된 청도 식 추어탕 흔적을 지니고 있다. 추어탕에 작은 양의 메기를 넣는다. 추어탕과 더불어 메기매운탕이 있다.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도 있고, 두부 부침개도 내놓는다. 가게 내부와 음식이 깔끔하다. 열무, 배추를 섞은 물김치와 가지나물, 고추찜이 아주 좋다.‘덕산추어탕’은 추어탕과 더불어 호박전, 미나리 전이 특이하다. 호박전은 겨울철 메뉴이나 미나리 전은 제철인 봄철과 가을에도 가능하다. 가을 미나리 전은 줄기가 없는 이파리로, 밀가루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부쳐내는 미나리 전이다.유일하게 뼈대 볼 수 있는 조선의 냉장고 석빙고(石氷庫)‘청도에 있는 돌로 만든 얼음 저장 창고’다.얼음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음식은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의 주요 도구다. 음식은 제사 모시고, 손님맞이의 필수 조건이다. 조선 시대 제사 중 가장 큰 것은 ‘나라의 제사’ 즉, 종묘 제사와 공자(孔子) 모시는 제사다. 손님맞이는 지방 관청을 찾는 중앙의 관리들이다. 군현의 경우, 관찰사 등 상위직 관리들과 지방을 찾는 관리들에게 늘 음식을 내놓아야 했다. 공식적인 ‘지응(支應)’이다. 각 지방 관청에서도 선왕을 모신 제사와 더불어 공자 제사를 중요히 여겼다. 지방 관청마다 향교가 있고, 향교에는 대성전이 있다. 청도도 마찬가지. 청도 읍성 안에 향교가 있고 지방 관청이 있었다. 향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빙고가 있다. 겨울철을 제외하면 음식은 쉬 상한다. 냉장, 냉동고가 없던 시절이다. 관청 옆에 향교가 있고, 향교 옆에 빙고가 있었다.대부분의 얼음 창고는 나무로 만들고 짚으로 지붕을 덮은 ‘목빙고’였다. 쉬 무너진다. 물이 묻은 나무는 빨리 삭는다. 늘 보수를 해야 한다. 지붕도 매년 새로 이어야 한다. 낭비가 심하니, “석빙고로 만들자”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예산이 문제다. 석빙고는, 한번 만들면 오래 가지만, 처음 만들 때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돌을 깎아야 하고,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 목빙고에 비해서 재료, 인력이 몇 곱절 필요하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목빙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석빙고 몇 개가 경주, 안동, 현풍, 창녕 영산 등에 남아 있다. ‘청송석빙고’를, 숙종 조에 만든 오래된 것, 경주 석빙고 다음으로 큰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족하다. “유일하게 빙고의 뼈대를 모두 볼 수 있고 따라서 석빙고의 구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야 한다.석빙고의 내부 구조는 홍예(虹蜺)와 판석(板石), 바닥의 돌들, 물길, 공기 구멍으로 이루어진다. 홍예는 돌을 짜 맞추어 마치 무지개처럼 만든 것이다. 석빙고의 내부에서 천정을 보면 마치 갈빗대 같은 돌 구조물이 보인다. 홍예다. 홍예를 지탱하고 연결하는 것은 넓적한 돌, 판석이다. 청도석빙고에는 4개의 홍예가 남아 있다. 공기를 차단하더라도 빙고 내부의 얼음이 녹고, 물이 생긴다. 이 물들을 외부로 빼내는 물길이 있었고, 공기를 통하게 하는 공기 구멍이 있었다. 청송 석빙고는, 물길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공기 구멍은 볼 수 없다.청도석빙고. 재미있다.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서 대부분 무너졌다. 앙상한 뼈대 몇몇만 남아 있다. 봉분이 없으니, 오히려 석빙고의 안팎을 제대로 짐작하고, 그려 볼 수 있다. 청도석빙고의 ‘반전’이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0-23

수타 경력 56년 장인이 뽑아낸 ‘256가락’ 면발의 비밀은…

미리 엄살을 떤다. ‘대략 난감’이다. 제대로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못 했으면, 칼럼을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음식이 수준급을 넘어선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다. 평범한 짜장면이다. 청송읍내의 ‘고향식당’. 허름한 시골 동네의 백반집 이름이다. 이 가게 짜장면, 전국 유명 짜장면집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그 흔한 인터넷 포스팅도 네댓 개 정도다. 유명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시골 읍내의 얼마쯤은 스산한 식당이다. 입구가 ‘유리 가라쓰’ 문이다. 좌석은 ‘홀’이 30석 정도. 내부에 20~30명 정도 단체가 앉을 수 있는 방이 있다.현지 토박이가 동행했다. 점심시간을 피해 느지막한 시간에 가자고 했다. 바쁜 시간에 가면 말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엄포가 아니었다. 점심시간에는 홀과 방안이 꽉 찬다. 인터뷰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할 상황. ‘점심시간의 탕수육’도 금기사항이었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짬뽕? 짜장면?’만 가능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손해가 나는 일이다. 탕수육이 아무래도 단가와 이문이 높다.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한다. 남편은 주방장, 올해 일흔다섯이다. 1963년부터 수타면을 치기 시작했다. 수타면 경력 56년이다. 더러 ‘수타면 경력 20년, 30년’은 볼 수 있다. 50년 경력은 드물다. 10대 후반부터 면을 만져도 50년 경력, 60대 후반이 되면 기력이 달린다. 대부분 어깨와 등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다. 75세에 수타면, 경이롭다.아내는 홀서빙 겸 주방 보조다. 주방과 홀을 지켜보니, 왜 점심시간에 ‘짜장면, 짬뽕만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대부분 가게가 기계면이나 공장면을 쓴다. 가락이 일정하다. 수타면을 두고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기계로 뽑은 면, 공장면이 더 쫄깃하다. 수타면은 무르고 부드럽다. 현미경으로 보면 면의 겉면에 달의 분화구 같은 홈이 많다. ‘냉소다’ ‘얼음 소다’라고 부르는 소다를 조금 넣어도 면은 한결 쫄깃해진다. 배달하는 중식당의 면발은 좀체 붓지 않는다. 소다 면, 붓지 않으니, 배달이 가능하다. 소비자들도 ‘면발이 탱글탱글하다’고 좋아한다.슬쩍 물어본다. “128가락입니까?” 대뜸 “256가락”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면을 일곱 번 뽑으면 128, 여덟 번 뽑으면 256가락이다. 수타면인데 굵을 경우, 대부분 7번 뽑은 것이다. 한번을 더 더하는 것이지만 마지막 면을 뽑는 과정은 한결 더 힘들다. 면이 가늘고 곱다. 기계로 하지 않고 손으로 뽑아내는 256가락의 고운 면은 대단한 공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까다로운 ‘힘 조절’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매일 해내고 있다.오래되었다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이 집, 면발이 희다. 소다를 극소량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 실제 수타 과정을 봤다. 소다 그릇이 보이질 않았다. 먹을 때도 마찬가지. 소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면이 쫄깃하지는 않지만, 탄력이 충분했다. 비밀은 냉수처리다.“한 번에 5인분 이상을 삶지 않는다”고 했다. 대중적인 식당에서, 바쁜 점심시간에 이 평범한 원칙을 지키기는 힘들다. 최소한의 양을 삶아야 면은 탱글탱글해진다. 라면을 하나 끓일 때와 10개를 끓였을 때의 면발은 다르다. 그 이치다.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식감이 입안에서 살캉거린다.고명에도 ‘원칙을 지키는 정성’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국수 위에 올리는 고명의 종류와 양에만 신경을 쓴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일행이, 짜장면 두 그릇,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하고 나니 약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짜장면의 고명, 갓 볶아낸 것이었다.‘자장미엔(炸醬麵, 작장면, zhájiàngmiàn)’의 ‘작(炸)’은 ‘터질 작’ 이다. 짜장(춘장 혹은 첨면장)에 채소, 고기 등을 넣고 팬(WOK·웍)으로 볶으면 기포가 생긴다. 열을 가하면 기포는 표면에서 터진다. 원형 첨면장, 춘장은 발효식품이다. 탄산가스가 뜨거운 불을 만나면 외부로 삐져나온다. 이게 작은 거품을 이루었다가 터진다. 그래서 ‘뽀글뽀글 터지는 장’ 작장면, 짜장면이다.‘고향식당’은 한 그릇, 한 그릇 고명을 일일이 따로 볶아서 얹는다. 대부분 짜장면 가게에서는 이른 아침에 짜장 소스를 끓여둔다. 손님이 주문하면 국수를 삶아서 헹군 다음, 끓여둔 짜장 소스를 얹어서 내놓는다. 우리는 이런 짜장면을 ‘옛날 짜장’이라고 부르면서, 원형 짜장으로 여긴다. 그렇지는 않다.원형 짜장면은 첨면장(甛麵醬, 춘장, 짜장)을 볶아서 얹는 것이다. 짬뽕도 마찬가지. 대부분 끓여둔 국물을 웍에서 한 번 더 가열 처리한 다음 얹는다, 국물이 흥건하니 볶은 것인지, 삶은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틀렸다. ‘고향식당’의 짬뽕은, 주문을 받은 다음, 채소, 해물, 고기 등을 웍에 넣고 매번 새롭게 볶는다. 유명 호텔의 중식당에서도 하지 않는 짓이다. 이 ‘미련한 일’을 매일 한다.‘고향식당’의 짜장면, 물컹거리는 채소가 아니라 사각사각한 고명이다.인근에서 6년간 가게를 운영하다가 현재 자리로 이사했다. 현재 자리에서 30년. 대부분 손님이 지역 주민, 단골들이다. 여주인은 연신 “멀리서 오는 손님들은 무섭다”고 말한다. 얼굴이 익은 손님들은 대하기가 편하다. 사정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은 ‘바쁜 점심시간의 탕수육 같은 엉뚱한 주문’도 한다. 혼자서 홀서빙을 하니, 점심시간에는 정신이 없다. 10분 이상 기다려야 주문을 겨우 받는다. 일흔을 넘긴 사람들이니 기계 사용도 서툴다. 카드 결제가 어렵다. 현금만 받으니, 외지 사람의 경우 시비도 붙는다. 궁여지책으로 외부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군수도 못 드나드는 짜장면집”이라는 표현은 얼마쯤 과장되었다. 전임 어느 군수 시절에 군수가 ‘고향식당’에 왔다. 문제는 군청 직원들. 같은 공간에서 ‘군수 모시고’ 짜장면 먹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 안주인이 ‘용단’을 내렸다. 군수에게 “오시지 마라”고 통보(?)를 했다. 군수가 드나들면 군청 공무원 수십 명이 안 온다는 게 이유다.수타 경력 50년을 넘긴, 보기 드문, ‘장인’이 매일 수타면을 제대로 뽑는다. “100세 장수하시면서, 꾸준히 수타면을!”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하다. 수타면 뽑는 일, 힘들다.설마, 청송 주왕산 기슭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만날 줄은 몰랐다. 주왕산국립공원 올라가는 길 왼편에 넓은 주차장의 ‘킴스마운틴커피’가 자리한다. 실내는 웬만한 대도시 커피 전문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장식했다. 30분 정도 구경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 인테리어, 커피 맛은 대도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종류의 커피잔과 티스푼 등이 가게 1, 2층에 가득하다.원두는 생물이다. 제대로 보관하기도 어렵고 일단 볶은 후에는 빠른 기간 내에 소비해야 한다. 커피 맛이 수준급이다. 외진 곳임에도 손님이 꾸준하다는 뜻이다.주인 김해욱 씨는 가끔 무대 위에서 고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손님들을 위한 주인의 배려다. ‘스모크커피’라는 특허 커피도 개발했다. 커피잔을 열면 훈연한 나무 향이 가득하다. 스모크커피는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커피 족욕’ 등도 가능하다.밥상을 받고 괜히 횡재했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왕산 ‘청솔식당’이 그랬다. “관광지 입구에 있는 그저 그런 식당”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전혀 ‘관광지 입구의 그저 그런 식당’이 아니었다. ‘청솔식당’. 장을 직접 담근다. 두부를 직접 만든다.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금생에 두부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두부 전문점도 아니면서 두부를 직접 만드는 건 힘들다.이 힘든 일을 꾸역꾸역해낸다. 청국장을 직접 띄우는 것은 물론이다. 음식 맛은 장맛이다. 장을 직접 담그는 집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횡재’다. 그것도 ‘관광지 입구의 식당’에서. 조미료, 감미료가 거의 없는 식당이다.이른 봄철이면 주인은 산과 들로 나선다. 대부분 나물을 직접 채취한다. 나물은 1년 내내 나오는 것이 아니다. 4~6월 사이 대부분 나물이 생산된다. 냉동, 건조 등으로 보관한다.대중적인 음식점에서 10월에 개 두릅(엄나무 새순)을 볼 수 있었다. 놀랍다. 수수부꾸미 직전의 수수 전도 아주 좋았다. 오래간만에 ‘수수한 수수 전’을 맛봤다.‘산나물 전’은 어수리 전이었다. 대부분 산나물이 그러하듯이, 제대로 된 산나물은 단맛이 아니라 향과 쓴맛이다. 기름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진 쌉쌀한 어수리 전, 아주 잘 먹었다. 오랫동안 입안에 나물의 향이 남았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0-16

가성비도, 맛도 ‘곧 뒤돌아 생각날’ 한결같은 인심이어라

장터국밥… 온천골가마솥국밥 성암골가마솥국밥간판 이름이 묘하다. ‘가마솥국밥’이다.‘가마솥국밥’이라는 제목은 일상적이다. 국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였다는 뜻이다. ‘가마솥국밥’은 일상적이면서 ‘중립적’이다. 변화하는 음식 중에서 묵묵히 자기 이름을 고집하는, 마치 화석(化石)같은 이름이다. 육개장, 대구탕, 따로국밥, 파개장, 해장국, 선지해장국, 장터국밥 등등 여러 종류의 국물 음식이 있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논쟁적’인 이름들이다. 대구시, 대구의 음식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육개장인가, 따로국밥인가, 장터국밥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가마솥국밥’은 한걸음쯤 떨어진 이름이다.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그저 “가마솥에서 끓여낸 국물”이다. ‘가마솥에서 끓여낸 육개장’인지, ‘가마솥에서 끓여낸 장터국밥’인지, 따로국밥인지 가리지 않는다.경산은 대구의 배후지였다. 어느 순간 대구의 팽창과 더불어 서서히 면적, 인구 등이 줄어든다. 원래는 평야가 넓고, 곡식 생산이 많았다. 상업의 중심지였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 서고, 시장에는 반드시 음식점이 들어선다. 경산에 국밥집 등이 널리 유행한 이유다.‘온천골가마솥국밥’은 경산의 대표적인 국밥집이다. 굳이 따지자면 따로국밥이면서 장터국밥 스타일이다. 장터국밥은 대파, 무 등을 많이 사용한다. 육개장에 비해 고사리, 말린 토란대가 적다. ‘온천골가마솥국밥’의 국그릇에는 유독 대파가 눈에 띈다. 해장국은 ‘기능적’인 이름이다. 육개장, 장터국밥, 선지해장국, 따로국밥 모두 넓은 의미에서 해장국이다. 어떤 국물 음식이든 해장하기 좋으면 해장국이다. 해장국의 출발은 해장이 아니라 술국이다. 술을 마시고 이튿날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의 역사는 짧다. 불과 50~60년 정도다.오늘날 해장국은 일제강점기 ‘술국’의 변형 버전이다. 서울 ‘청진옥’을 대표적인 해장국 전문점으로 여긴다. 손님의 대부분은 이른 아침 땔감을 지고 온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이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이른 새벽 ‘청진옥’에서 해장을 했을 리는 없다. 손님 상당수는 멀리 남양주 등에서 땔감을 지고 온,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이른 아침, ‘청진옥’에서 술 한 사발과 밥 한 그릇, 그리고 술국으로 곤한 몸을 다스렸다.‘온천골가마솥국밥’과 ‘성암골가마솥국밥’의 국밥은 큰 차이가 없다. 대파를 많이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대파는, 국솥에 넣고 끓이면 단맛이 강하게 난다. 파의 푸른 부분은 향이 좋지만, 흰 부분은 단맛을 강하게 낸다.의외로 무의 사용은 제한적이다. 무는 계절 별로 맛이 달라진다. 여름 무는 지린 맛이 난다. ‘들척지근하다’라고 표현한다. 서리 맞은 가을 무는 단맛이 강하다. 두 집 모두, 무의 사용은 제한적이다.‘온천골가마솥국밥’의 열린 주방은 볼 만하다. 서너 명의 주방 인력이 가마솥을 중심으로 연신 국물을 퍼 나르고 있다. 가마솥 몇몇에는 당장 손님상에 퍼낼 국물을 끓이고 있고, 몇몇 가마솥에는 예비용 국물이 끓고 있다.‘육국수’는, 이 지역에서는 평범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 메뉴다.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다. ‘성암골가마솥국밥’에도 육국수 메뉴가 있다.‘성암골가마솥국밥’은 떡갈비 등의 메뉴를 보충했다. ‘온천골가마솥국밥’에 비하면 개량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음식 맛도 ‘온천골가마솥국밥’은 오래전의 맛이 강하다. ‘성암골가마솥국밥’은 변화, 진화한 맛이다. 메뉴 구성이나 실내 분위기도 마찬가지. ‘성암골가마솥국밥’은 개량된 맛이다.수준급 한우… 옛진못식육식당 남산식육식당‘옛진못식육식당’의 메뉴판은 재미있다. ‘한우막구이’는 갈비살, 갈비구이다. 갈비살은 늑간(肋間)살이다. 갈비뼈 사이의 살이다. 길게 썬 갈비살이 특이하다. 메뉴 중에 가마솥국밥도 있다. 대파는 보이지 않고 콩나물과 무가 눈에 띈다. 이 지역 ‘가마솥국밥’과는 다르다. 육개장과 장터국밥 등에 대파를 많이 넣는 것은 이 지역의 특징이다. 한때 ‘파+육개장=파개장’도 유행 아이템이었다. ‘옛진못식육식당’의 국밥에는 대파가 많지 않다. 오히려 특징적이다.‘남산식육식당’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다. 고기와 더불어 자투리 고기를 넣은 된장찌개가 좋다. ‘식육식당’이다. 경북 전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고기도 팔고,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는’ 가게다. 고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수준급이다. 지육이나 부분육으로 가져와서, 식당에서 직접 손질한다. 입구에서 연신 고기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 된장찌개가 강추.한 상 가득 정성이… 다정한정식 중남식당업력으로 따지자면 ‘중남식당’이 한참 선배다. ‘중남식당’은 오래된 노포다. 음식도 듬직하다. 변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불평도 있다. 음식 가짓수, 너무 많은 접시가 아니냐, 낭비하는 밥상이다, 음식이 싱겁다, 먹을 것은 별로 없는 데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 등등 평가가 요란하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경산에서도 외진 하양에 있지만, 꿋꿋이 자기 길을 걷는다. 묵묵히 “우리는 이런 밥상이다”라고 주장한다.음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 존재 이유가 있다. 옳다,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음식’이라는 자기 확신이다. 언젠가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다. 거부. “손님이 더 많이 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였다. 할 수 있는 정도를 성의껏 해낸다. 그뿐이다. 아무리 낭비하는 밥상이라고 해도 꾸준히 20여 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바뀌지 않는다. 줄여도 탓할 사람은 없다. 여전히 ‘중남식당’의 밥상이라고 고집한다.‘중남식당’의 상차림에 대해서는 얼마쯤의 ‘설명’이 필요하다,그릇 수로 헤아리면 약 20접시의 반찬이 나온다. 실제로는 더 많다. 나물 네 종류를 넣은 접시가 하나, 전을 네댓 종류 넣은 그릇이 하나 있다. 20종을 훨씬 넘긴다. 나물도 재미있다. 고사리, 무, 콩나물, 푸른 잎 채소 등이다. 이 나물 반찬은 제사상에 오르는 반찬과 같다. 흰색, 푸른색, 고사리의 흑갈색, 노란색 등이 조화롭다. 전도 마찬가지. 먹든 않든 전을 이렇게 다양하게 내놓는 것은 한때 유행했던 한정식의 개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오이 냉채, 갈치 한 토막, 도라지무침, 달걀찜 등도 마찬가지. 한때 화려했던 한정식 밥상의 쓸쓸한 그림자다.‘다정한정식’은 전혀 다르다. 정반대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고치고, 바뀐다.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음식의 내용부터 가격까지 바꾸고 또 바꾼다. 간략하지만, 먹을 만한 음식들로 채운다. 전통 방식은 아니다. 이런 음식이 좋겠다 싶으면 바꾼다. 손님들의 작은 목소리도 듣고 기억한다. 아내가 주방을, 남편이 홀을 맡아서 운영한다. 부부가 조용히 의논, 개발하고, 곧 음식, 접대 등에 반영한다.음식의 종류와 내용도 마찬가지다. 지역 사정에 맞춘 음식값이다. 1만 원 선. 음식 수준? 가격을 상회한다. 수준급의 음식이다. 1만 원대의 가격으로는 더 이상의 밥상을 원하는 것은 결례다 싶을 정도. 가성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밥상이다. ‘중남식당’보다 반찬 가짓수가 적지만 흉이 될 정도는 아니다. 이미 수준급의 음식으로 단골도 제법 있다.굳이 ‘설명’을 하자면, ‘다정한정식’도 ‘경북 반가의 음식’ 틀을 일정 부분 보여준다. 묵이 있고, 두어 종류의 나물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았다. 콩나물, 푸른색 잎채소, 가지나물 등이다. 구절판 변형 반찬이 있고, 제법 그럴듯한 반건 생선조림이 있다.특이한 부분은, 별도로 내놓는 돌솥밥 형태의 솥밥이다. ‘돌’은 아니지만 1인당 솥 하나로 정갈하게 지은 밥이다. 9월에 만나는 자연산 방풍나물도 특이하다. 방풍은 흔히 초봄에 먹는 거로 여긴다. 그렇지는 않다. 가을 방풍나물도 나름의 맛이 있다. 게다가 붉은, 자줏빛 줄기의 자연산이라면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이라고 여겨도 좋다.오랜 전통을 지키는 ‘중남식당’의 밥상에 보이지 않는 잡채가 ‘다정한정식’에는 등장한다. 잡채는, 일그러진 음식이다. 나물도 아니고 쫄깃한 당면을 볶은 음식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나물, 진짜 잡채를 내놓으면서 짝퉁 잡채를 또 내놓을 필요는 없다.한식 밥상은, 경산에서는, ‘중남식당’에서 ‘다정한정식’으로 진화 중이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는 아니다. 변화, 발전하는 모습이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10-09

느긋한 정취가 보탠 식도락의 기쁨이란…

늘 짠하게 바라보는 집들이다. ‘명봉양푼매운탕’은 깊은 산속에서 메기 매운탕, 홍어를 파는 곳이다. 다른 메뉴도 좋다. ‘유정식당’은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전골을 내놓는다.‘명봉양푼매운탕’은 민물 매운탕을 주 종목으로 한다. 메기 매운탕은, 물론, 좋다.반전은 이 집의 백숙. 놓아먹인 닭과 인근에서 구한 능이버섯의 조화가 아주 좋다. 방목 닭은 질긴 맛이 있다. 푹 고아서 내놓으면 제대로 자란 닭고기의 맛이 난다. 여기에 능이버섯을 적절하게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능이버섯백숙’이 된다. 부추를 조금 더하고, 별다른 조미료 없이 끓여낸다. 능이버섯의 진한 맛과 방목 닭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주인이 호남 출신의 아낙이다. 경북 북부로 시집왔다. 음식 만지는 손끝이 맵다. 언젠가 시금치 무침을 세 번이나 리필했던 적도 있다. 깊은 산속의 자그마한 식당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특이하게 홍어를 내놓는다. 홍어를 찾는 손님도 제법 있다.밑반찬들이 제법 짭짤하다. 인근에 명봉산이 있다.‘유정식당’. 차별화된 식당이다. 고집불통이다. 자연산 국산, 양식, 중국산 미꾸라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이른 아침 바깥주인이 길을 나선다. 인근의 논배미나 못, 크고 작은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직접 잡는다, 가게 한구석에 미꾸라지를 넣어둔 붉은 통이 있다. 이미 2~3일 동안 진흙을 토해낸 미꾸라지다. 이 미꾸라지로 전골을 끓인다.오랫동안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탕을 끓였다. 국산 양식을 쓰면 편하다. 자연산도 구할 수 있다. 굳이 미꾸라지를 직접 잡는 것은 “직접 잡는 게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등에서 취재 요청을 하지만 거부했다. 방송에 출연한 후, 손님들이 밀려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자연산 미꾸라지는 늘 부족하다. 이 집의 미꾸라지 음식은 특이하다. 서울식으로 ‘통추’를 사용한다. 큰 냄비에 미꾸라지를 넣고 채소를 더한 다음 푹 끓인다. 탕이라기보다 ‘전골’이다. 농경지역이면서 미꾸라지 손질은 마치 서울식 같다. 통추에, 된장도 아니고 매운맛이 도는 붉은 국물이다. 형식도 탕이 아니라 전골이다. 식탁에서 손님들이 직접 끓여 먹는다. 건더기를 먹고 나면 수제비를 넣어서 먹을 수도 있다.경북 지역의 지자체들은 모두 자체 브랜드 쇠고기를 내놓는다. 안동과 예천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안동한우, 예천참한우가 따로 있다. 예천사람들은 ‘참한우’ 맛이 제일 낫다고 주장한다.바로 그 참한우를 사용하여 육회비빔밥을 내놓는다. 겉보기로는 별 차이점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기 육질이 비교적 탄탄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고기는 씹는 맛”이라고 주장한다.‘백수식당’은 오래된 노포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주차장, 실내가 말끔하다. 음식도 잘 정리된 모습이다.유기를 사용하니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식당이니 음식은 얼마간 달다.예천에 무슨 공항?, 이라고 되물을 법하다. 예천에는 한때 민간항공기가 뜨고 내린 공항이 있었다. 지금은 군용으로만 사용한다. 공항 가까운 곳에 ‘공항휴게소’가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편의점과 식당이 붙어 있다. 한쪽은 편의점, 한쪽은 식당이다. 예천 참한우를 내놓는 고깃집인데, 식사메뉴로 육회비빔밥도 내놓는다.나물 만지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정갈한 밥상이다. 육회의 신선도도 좋다.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벼 먹어도 되는 경북 북부식 육회비빔밥이다. 정확한 식당 이름은 ‘예천신공항휴게소’다.‘단골식당’과 ‘고향식당’의 공통점이 있다. 직화, 석쇠구이다. 내용은 다르다. ‘단골식당’은 돼지고기와 더불어 ‘오징어불고기’가 유명 메뉴다. ‘고향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돼지고기를 연탄 직화, 석쇠로 구워낸다.위치도 전혀 다르다. ‘고향식당’은 예천 읍내에 있다. 이전하기 전 군청 바로 가까운 곳이다. ‘단골식당’은 용궁면이다.‘단골식당’은 전국구 맛집이다. 순대국밥, 돼지고기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손님들은 단골식당의 국물 맛이 진하다고 한다. 토렴을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단골식당’은 토렴을 했다. 가게 한쪽에 큰 가마솥을 걸고 주방 인력들이 끊임없이 그릇에 국물을 담고, 따라내고, 다시 담고를 반복했다. 겨울철 밥알이 차가울 때 토렴을 통하여 밥을 뜨겁게 하고, 국물의 깊은 맛을 그릇에 담았다.‘고향식당’은 소박한 집이다. 가게 안팎이 모두 허름하다. 음식은 늘 수준급. 가게 입구 좁은 공간에 연탄 화덕이 몇 개 있다. ‘주인 아들’이 열심히 석쇠로 돼지고기를 구웠다. 고추장, 고춧가루로 양념한 돼지고기불고기는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가족 경영이다.돼지고기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 음식이 꾸준한 것도 보기 좋다.모두 묵을 주요 메뉴로 내놓는 가게들이다. 도토리묵이든 메밀묵이든 가리지는 않는다. 도토리가 귀해지면서 메밀묵이 주 메뉴가 되었다. 원형 청포묵은 녹두로 만든 묵이다. 녹두로 만든 묵은 색깔이 푸르스름하다. 청포묵을 만들 때, 치자 물을 들이면 묵 색깔이 노르스름해진다. 황포묵이다. 청포묵은 푸른 색깔은 아니다. 오히려 흰 색깔에 가깝다.‘전국을달리는청포집’은 청포묵 전문이지만 정작 주력 메뉴는 ‘탕평채’다. 묵과 녹두나물, 홍당무, 달걀지단, 쇠고기 채썬 것, 미나리 등 푸른 채소를 골골이 놓는다. 먹을 때는 김 가루 정도를 더하고 뒤섞는다. 안동, 예천 등지에서 널리 먹는 탕평채다. 예천 현지에서는 ‘잘 차린 한정식을 내놓는 집’으로 여긴다. 밥상에 반찬이 20가지쯤 되는, 한상차림 전문점인 셈.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통명식당전통묵집’은 메밀묵이 주력 메뉴다. 현지 사람들은 ‘통명묵집’으로 부른다. 메밀묵을 썰어서 국물에 넣고 신김치, 김 가루 정도로 맛을 낸 메밀 묵밥이 아주 좋다.‘통명묵집’과 ‘동성분식’은 태평추가 좋다. 태평추는 메밀묵이나 도토리묵에 신김치, 돼지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것이다. 황포, 청포묵, 탕평채가 비교적 고급스러운, 반가의 음식이라면, 태평추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겨울이 되면 예천 읍내 군데군데에서 태평추를 끓인다. 연탄불 위에 태평추를 올려놓고 술잔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통명식당전통묵집’은 행정구역으로는 읍내지만, 읍내에서 얼마간 떨어져 있다. 통명리. 가게 바로 옆에 개울이 있다. 허름한 시골집이지만 나름대로 운치도 있다.‘동성분식’은 읍내 작은 골목 안에 있다.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 봉놋방이 있고, 작은 주방이 있다.‘초산정’은 전통식초 전문 업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식초를 만든다. 전국의 식초 장인들과 손을 잡고 ‘전통식초협회’를 결성했던 한상준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를 찾아 식초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식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유산초와 초산초다. ‘초산정’은 초산초를 위주로 전통식초를 제조, 관리하는 회사다. 식초, 전통식초, 식초산업은 아직 정확한 규정이 없다. 소비자들은 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하는 ‘양조식초’를 식초로 믿는다. 그렇지는 않다. 공업, 대량 생산한 식초는 발효, 숙성의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값싼 대량 생산물일 뿐이다, ‘초산정’에서 만드는 ‘전통식초’가 바로 식초다. 다른 것은 식초 맛을 내는 공장 생산품일 뿐이다. 민간의 유산초는, 마시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양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식초가 가지고 있는 각종 비타민, 미네랄도 ‘전통식초’와는 다르다.‘초산정’의 한 대표는 정부 해당 기관과 협의, 정확한 식초의 규격을 정하는 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 대표가 만드는 ‘오곡미초’ 등의 레시피는 홈페이지(www.chosanjung.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9-25

향수를 자극하는 ‘불멸의 맛’·소박한 ‘추억의 맛’

영천 고경면의 ‘밀방앗간옆빵집’. ‘시골빵집’이다. 소박하고 푸근하다. 들풀 더미 한가운데 오롯이 있다. 진솔하다. 이름이 길다. 외우기도 힘들다. 한 번만 가보면 이 이름이 입에 붙는다. 한적한 시골길에 가건물 같은 빵집이 있다. ‘수요일, 토요일만 빵집 문을 연다’고 써 붙였다. 50m쯤 떨어진 곳에 허름한 건물이 있다. ‘방앗간’이라고 쓰여 있다. 빵집 부근에 밭이 있다. 빵집 주인 유정재 씨가 농사를 짓는 6천 평 밀밭이다. 직접 농사짓는 밀밭, 전용 방앗간, 빵집. ‘밀방앗간옆빵집’이다.만나기 전날. 전화로 ‘잠깐 인터뷰’를 요청했다. 펄쩍 뛰었다. 절대 인터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언젠가 자그맣게 인터뷰했더니, 다음 날부터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일을 못 했다”고 했다. 2015년께, ‘먹거리X파일_착한빵집’에 잠깐 등장했다. 두어 달 고생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었다.빵에 대한 호기심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막연하게 ‘내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 도회지 생활을 접고, 고향 영천으로 왔을 무렵에도 그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빵은 밀가루로 빚는다. 밀가루는 밀이다. 밀을 기르기로 했다. 국산 밀 품종은 다양하지 않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밀 품종을 여럿 살폈다. 빵 만들기에 좋은 품종을 찾는 일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이모작 밭을 밀 일모작으로 바꾸었다. 밀은 지력을 거칠게 빨아들인다. 어차피 밀 농사 짓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남쪽 땅이라면 10t 정도의 밀이 생산되었을 것이다. 일 년에 겨우 7~8t 정도 수확한다. 그나마 일모작이니 요만큼이라도 가능하다. 일 년 내내 밭에 매여 있기도 힘들다. 추가로 인력을 쏟을 일도 아니다. 일 년 농사지은 밀을 저온 보관한다. 필요한 만큼 꺼내서 방앗간에서 제분한 다음 바로 빵을 만든다. 저온창고 보관, 제분, 제빵의 시간이 짧다. 밀의 맛과 향기를 살린다. 당일 만든 빵은 당일 판다. 하루를 넘기는 빵은 없다. 어차피 수, 토요일만 문을 연다.어린 시절 먹었던 빵, 밀가루의 맛과 냄새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향과 맛을 찾아서 빵을 만든다. 시간, 열, 습도와의 싸움이다. 수입 밀가루는 많은 첨가제를 넣는다. 쉽게, 모양이 그럴 듯한 빵을 얻을 수 있다. 향과 맛이 다르다. 대부분 빵은 다디달다. 밀가루의 풋내와 거친 신 냄새는 없다.개량제는 빵의 모양을 일정하게 잡아준다. 빵의 결과 기공(氣孔)을 일정하게, 예쁜 모양새를 만든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난 후, 속이 쓰린 것은 반드시 글루텐 탓만은 아니다. 개량제, 식용 허가를 받았으니 대부분의 빵집에서 사용한다. 맛, 향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보기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밀가루를 먹고 난 후, 속이 쓰린 것은 ‘지나친 개량제’ 때문이 아닐까, 라고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가능하면 개량제를 전혀 넣지 않은 빵을 만들고 싶다. ‘밀방앗간옆빵집’에선 ‘개량제’를 소량만 쓴다.밀방앗간옆빵집은 바게트(baguette)와 크루아상(croissant), 식빵 등을 중심으로 대여섯 가지의 빵을 내놓고 있다. 바게트는 ‘서민의 빵’, 크루아상은 ‘귀족의 아침 식사’다. 바게트는 밀가루, 물, 소금, 효모로 만든다. 귀한 치즈를 더하면 크루아상이 된다. 만드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크루아상이 더 힘들다. 밀대로 일일이 밀어서 얇은 밀가루 반죽 사이사이에 치즈를 넣어야 한다. 둘 다 달지 않다. ‘식사용 빵’이다. ‘밀방앗간옆빵집’의 바게트는 재미있다. ‘겉 딱딱, 속 촉촉’이 아니다. 겉, 속이 모두 부드럽다. ‘손님’들이 딱딱한 바게트보다 겉이 부드러운 걸 원한다. 겉이 빵처럼 부드럽다. 빵 반죽으로 바게트를 만든다.바깥세상은 다르다.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인 ‘과자 같은 빵’이 대세다. 달다. 단맛이 강한 ‘일본 빵’ 사이에서 즐겁게 ‘식사용 우리 밀 빵’을 만들고 있다.6월에 밀을 수확했다. 9월, 밭은 온통 잡초다. 밀밭을 보고 싶었지만,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 그동안은 대표 유정재 씨의 빵 만드는 솜씨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견뎌야 한다. 빵을 사려면 바지런을 떨어야 한다. 토요일에는 오전 중에 대부분 빵이 다 팔린다.소시지 등을 내놓는 ‘델리(DELI)’를 구상하고 있다. 혼자 하기는 벅차다. 아들이 둘. 둘째가 빵에 관심이 있다. 지켜보고 있다.‘밀방앗간옆빵집’ 취재 후, 한 번 더 가봤다빵을 좋아한다. ‘밀방앗간옆빵집’을 취재하던 날, 빵 두어 종류를 집어왔다. 몇 천원 빵값을 지불했더니, 한두 종류를 덤으로 주었다. 이 빵이 남질 않았다. 돌아오는 도중, 만나는 이마다 “맛있다”고 집어 먹었다. 결국 다 털렸다. 맛은 봤지만, 냉동실에 넣어둘 빵이 없었다. 다음 주에 다시 갔다. 빵을 사러.미처 물어보지 못한 궁금한 부분도 있었다. 효모.몇 해 전부터 ‘천연발효종(天然醱酵種)’이 널리 유행한다. 천연발효종은, ‘천연+발효+종’이다. ‘자연에서 구한 효모의 씨앗’이다.빵을 만들 때 천연발효종, 베이킹파우더, 이스트(YEAST, 건조효모) 등을 사용했고, 또 지금도 사용한다. 이스트는 말 그대로 건조 효모, 효모를 말린 것이다. 정확하게는 건조이스트다. 운반, 보관, 사용이 비교적 편하다. 천연발효종은, 효모 씨앗을 구해서 자체적으로 배양한 것이다. 장점도 많지만, “가장 좋은 빵을 만드는 조건”은 아니다.두 번째 빵집에 들르던 날(사실 문이 닫혀있던 날을 포함하면 세 번째다), 대뜸 발효제, 효모에 대해서 물었다.“여러 가지 써봤는데, 저한테는 세미드라이가 제일 맞더라고요.”세미드라이 이스트(SEMI DRY YEAST)는 ‘반 건조 이스트’ 쯤 된다. 냉동 보관이 가능하고, 발효시키는 힘도 비교적 좋다. 잘 부풀지 않는 우리 밀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매일 문을 열고 여러 종류, 많은 빵을 만드는 집이 아니다. 천연발효종의 경우 보관도 문제다. 세미드라이 이스트는 유 대표의 빵 만드는 과정이 ‘실용적’임을 보여준다. ‘밀방앗간옆빵집’에 최적화된 효모다.유 대표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과학적인 데이터로 움직인다. 빵 만드는 것을 보면, 과학적이면서 때로는 ‘미련’해보인다. 밀을 직접 재배, 제분한다. 밀가루는, 우리 밀의 경우라도, 사서 쓸 수도 있다. 굳이 밀을 재배하고 제분한다. ‘미련’이다. 하지만 바탕에는 심지 깊은 생각이 있다. 빵의 기본은 밀, 밀가루다. 품종을 바꾸면서 여러 밀 종류를 재배하는 것은, “내 손에 맞는 밀가루를 쓰겠다”는 고집 때문이다. 힘들지만 밀 재배, 자체 제분기 사용을 고집한다. 덕분에 빵집은 ‘일주일에 두 번 문을 연다’.크루아상(croissant) 등은 몇 년 빵을 만든 후, 스스로 개발한 것이다. 단면을 잘라보면 잘 만든 빵이 어떤 건지 바로 구별할 수 있다. 사용한 발효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빵 만들기 힘든 우리 밀로 빵의 결, 기공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힘들다. 잘 만든 빵이다. 유 대표도 초기 ‘벽돌같이 딱딱한 빵’을 만들었다. 실패작이었다.‘취재’ 덕분에 ‘방앗간’의 제분기도 돌아봤다. 몇몇 제분 공장을 가본 후, 구입한 장비다. 제분기를 보고 난 후, “이 빵집에서는 통밀빵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밀은 밀의 겉껍질을 살린 것이다. 까칠한 바깥 껍질을 벗기면, 마치 현미 같은, 통밀이 나온다. 다시 껍질을 벗기고 갈아내면 흰 밀가루가 된다. 통밀빵은 거칠다. 구수한 맛은 일반 빵과 다르다. ‘나만의 방앗간’이다. 입자 굵기 조정, 겉껍질 제분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방앗간’부터 들르는 이유다.유제품, 육류가공품도 내놓는 ‘델리(DELI)’를 꿈꾼다. 유 대표가 ‘밀방앗간옆델리’를 만들 때까지 꾸준히 가볼 참이다.갓바위양조장은 우리와 친숙한 막걸리, 약주, 탁주, 청주 등을 만드는 곳이다. 증류주도 선보이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업력도 제법 길다. 이현준 대표가 20여 년 전에 양조장을 시작했다. 오래된 양조장의 경우, 별다른 변화 없이 술을 빚는다. ‘변화’는 자주 망가진다. 때로는 ‘발전’ 혹은 ‘진화’다. 이현준 대표는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때로는 망가지고 더러 발전,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찾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 “20년쯤 하고 나니 이제 겨우 술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여러 가지 실험, 시험을 해봤다. 2010년에 이미 HACCP 인증을 받았다.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알코올 도수 6~8도부터 12도, 18도까지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도 만든다. ‘홍국’은 재미있는 술이다. ‘붉은 누룩’이 ‘홍국(紅麴)’이다. 사전에는 ‘약주를 담그는데 사용하는 누룩’이라고 설명한다. 술 색깔도 붉다. 특이하다. 보편적인 술과는 맛, 향, 색깔이 다르다. “한국에서도 이 정도 술, 이런 막걸리를 내놓는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외국 진출도 시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도리와이너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와이너리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 견학, 체험학습을 오는 이들도 많다. 최봉학 대표가 와인을 만드는 재료, 포도를 직접 재배한다. 생포도도 시장에 내놓는다. 한국의 ‘국산 와인 시장’은 작다. 와인으로만 와이너리를 운영하기는 벅차다. 거봉 등 생포도를 내놓으면서 그나마 숨통이 틘다.와인의 라인업이 다채롭다. 레드를 비롯하여,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등을 내놓는다. 증류주도 있다. 국내 와인 제조, 마케팅은 이제 ‘시작’ 수준이다. 그 선두에 ‘고도리와이너리’가 있다. 레드와인 보다는 화이트와인이 많다. ‘고도리’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다. 주소가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다.전국구로 유명한 맛집은 공설시장 안 ‘포항할매곰탕’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편대장영화식당’ 등이다.‘포항할매곰탕’은 업력이 긴 곰탕전문점이다. 서민의 음식. 시장통에서 상인, 손님들에게 꾸준한 맛으로 인정받았다. 가게 앞에 큰 솥이 걸려 있고 내부는 의외로 아주 작다. 국물 맛이 깊고, 고기 양도 제법 넉넉하다.‘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다. 인근에 금호강이 있다. ‘고디’는 다슬기의 이 지역 사투리다. 인근에서 채취한 ‘고디’를 공급하는 이들이 있다. 실내는 허름하지만 음식은 꾸준히 수준급이다. 추어탕은 ‘갈추’로 남쪽 농경지역 방식이다.‘시골추어탕’. 재미있는 집이다. 영천 토박이들은 잘 아는 집이다. 봉놋방 스타일에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 작고 소박한 집이다, 인터넷에도 포스팅이 없다. 음식은 수준급이다. 얼갈이배추, 청방배추를 고집하지 않고 배추의 여린 잎을 골라서 사용한다. 양념, 반찬 모두 깔끔하다. 미꾸라지는 인근에서 채취한 것을 구해 쓴다. 아주 곱게 갈아서, 추어탕이라는 느낌이 없다. 준비해둔 물량이 소진될 경우, 못 먹는다.‘청정석쇠촌’은 된장찌개에 돼지고기를 석쇠구이 스타일, 두루치기 스타일로 더한다. 고기의 양념이 과하지 않은 것이 장점. 혼밥도 가능하다. ‘석장밥’을 추천한다.영천읍내 ‘한그릇의만족’은 돼지고기, 순대전문점이다. 가게 입구에 큰 가마솥이 걸려 있다. 장작으로 고기, 순대를 삶아내는 가마솥이다. 주인이 주방 일을 하면서 종일 불을 살핀다.고깃집으로는 ‘편대장영화식당’과 ‘화평대군’이 유명하다.영천버스터미널에는 호밀빵을 파는 빵집이 있다. (주)하눅은 호밀 전문 회사다. 이 회사에서 만든 호밀빵, 호밀 선식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9-18

깊은 산·깊은 물이 잉태한 깊은 맛

‘영남매운탕’ ‘진남매운탕’산이 깊으면 물도 깊고, 물이 깊으면 산도 깊다. 문경에는 산이 많다. 크고 작은 물줄기도 많다. 크고 작은 개울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 민물고기다. 바다 생선을 즐기는 이들은 민물생선에서 흙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먹을 것도 없이 작고, 잔뼈가 많아서 굳이 찾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 맛있는, 민물 특유의 맛을 보여주는 식당도 있다. ‘영남매운탕’과 ‘진남매운탕’이 그러하다.‘진남매운탕’과 ‘영남매운탕’은 지척 간에 있다. 진남매운탕은 큰길 가에 있다. 일찍부터 알려졌다. 불과 200~300m. ‘영남매운탕’이 있다. 두 곳 모두 ‘현지에서 잡는 민물생선’을 사용한다고 밝힌다. 가까운 곳에 깊고 얕은 개울이 있다. 여기서 잡는 생선이다. 직접 잡는 생선을 사용하니 민물생선 특유의 맛이 살아 있다. 여름, 가을철에는 직접 잡는 자연산 민물생선을 사용한다. 겨울에는 냉동 자연산을 사용한다.굳이 한가지 메뉴를 추천한다면 ‘잡어매운탕’을 권한다. ‘잡어매운탕’에는 메기, 꺽지, 피라미 등이 들어 있다. 모두 인근에서 구한 것들이다. 메기매운탕을 별도의 메뉴로 내놓는 이유가 있다. 자연산 메기는 민물생선이 아니라 바다 생선의 쫄깃한 맛을 지니고 있다. 흙 비린내가 나는 것은, 생선이 신선하지 않거나 조리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진남매운탕’은 원조, 2대 전승 가게다. 두 집 모두 50~6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영남매운탕’은 민물생선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하여 일체의 ‘맛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민물새우도 피한다. 민물생선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잘 즐기는 법도 있다. “가능하면 맵지 않게”로 주문하면 민물생선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생선을 다 먹은 후, 라면이나 수제비를 넣고 끓여도 좋다.‘통큰짬뽕’ ‘영흥반점’‘영흥반점’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통큰짬뽕’은 ‘영흥반점’에 비길 정도의 업력은 아니다. ‘영흥반점’은 널리 알려진 전국구 맛집이다. 짬뽕과 탕수육으로 널리 알려졌다. ‘찍먹’ 탕수육은 ‘영흥반점’의 대표 메뉴다. 소스와 따로 내놓는 탕수육이 맑다. 깔끔한 탕수육 튀김에 맑은 탕수육 소스를 더한다. 튀김 색깔이 맑고 깔끔하다. 파삭하면서도 튀김 속이 촉촉하다. 소스 역시 많이 달지 않다. 수준급 탕수육이다. 블로거들로부터 ‘혼이 실린 탕수육’이라는 극찬도 듣고 있다. “탕수육 먹으러 왔다가 짬뽕 먹고 혼절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짬뽕도 비교적 맑은 맛이다. 염도도 높지 않고 맛이 순하다.‘통큰짬뽕’은 새재 입구 상가 지역에 있다. 큰길 가 뒷골목에 있으니 지나치기 일쑤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현재 가게 역사는 짧지만, 주인의 업력은 만만치 않다. 구미 등에서 오랫동안 중식당을 운영했다. 두 가게 모두 주인이 곧 주방장이다.‘통큰짬뽕’은 메뉴 구성이 재미있다. ‘해물짬뽕’은, 이 식당의 경우, 평범한 메뉴다. 주인도 굳이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리는 편이다. ‘해물짬뽕’을 주문하면 “해물짬뽕보다는 돼지짬뽕이 낫다”고 말한다. 돼지짬뽕은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사용한 짬뽕이다. 문경은 약돌을 먹여서 기른 소, 돼지고기가 좋다. 깊은 내륙에서 굳이 해물보다는 좋은 생돼지고기를 사용한 돼지짬봉이 낫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야끼우동’은 볶음우동이다. ‘야끼우동’을 내놓는 곳은 주방의 업력이 만만치 않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중식을 만진 이들이 내놓는 메뉴다. 맛은 순하다. 주방의 칼솜씨, 고온에서 순간적으로 볶아내는 솜씨는 좋다. 불 냄새가 깊은 볶음우동이다.‘청록숯불갈비’문경의 한우는 ‘약돌한우’다. 약돌을 먹여서 기른 한우라는 뜻이다. ‘청록숯불갈비’는 약돌한우를 사용한다.도축한 고기의 선별, 유통, 고기의 정형 과정 등을 꼼꼼히 챙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소의 지라 부분 등을 싱싱한 상태로 내놓는다. 간, 천엽 등도 내놓는다.고기는 식감이 좋다. 부드럽기보다는 쫄깃한 편이다. 숙성보다는 싱싱함을 선택한 고기다.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문경우수농특산물직판장’은 문경새재 입구에 있다.가게 내부에는 문경 생산 특산물들이 그득하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쇼핑하는 것보다는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가격도 합리적이다.두 칸으로 이뤄진 가게에는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부터 여러 종류의 가공품들이 가득하다.‘모싯골맛집’ ‘새재할매집’‘40년 전통’을 내건 ‘새재할매집’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모싯골맛집’은 업력이 ‘새재할매집’만큼 길지 않다. 두 집 모두 ‘돼지고기+양념+석쇠구이’ 전문점이다.문경 및 문경 일대의 돼지고기는 맛있다. 석쇠로 굽는다. 돼지고기구이를 주문하면 양념 돼지고기를 별도의 공간에서 연탄불로 굽는다. 양념은 고추장 위주다.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것이다. ‘고추장 양념 돼지고기’는 식당 메뉴로는 어려운 음식이다.된장이나 고추장 등으로 양념을 한 후, 직화로 굽는 경우, 고추장, 된장의 곡물 성분이 기름기와 뒤섞여 쉽게 타버린다. 직화는 고기가 익기 전 양념장을 먼저 태운다. 구운 고기에 거뭇거뭇한 점이 생기는 이유다. 일반 식당에서 손님에게 양념장 돼지고기를 맡기면 대부분 태운다.두 집 모두 넓적하게 썬 돼지고기를 구운 상태에서 내놓는다. 먹을 크기로 자르는 것은 손님 몫이다. 원하는 크기만큼 자른 다음, 곁들인 채소 혹은 반찬과 더불어 먹는다.‘새재할매집’은 배추전을 반찬으로 내놓는다. 경북지역에서는 흔한 반찬이지만 먼 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신기하게 생각한다.‘모싯골맛집’은 된장찌개가 좋다. 두 집 모두 반찬이 심심한 편이다. 새재 관광 코스는 제법 힘들다. 추천. 새재를 오르기 전, 혹은 새재 관람 후 들러도 좋다.‘문경주조’ ‘가나다라브루어리’좋은 음식은 좋은 식재료로 만든다. 좋은 식재료에 정성을 더하면 좋은 음식이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도 음식 만지는 이의 능력이다. 잘 골랐더라도 비싼 가격,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같은 지역이라도 오미자밭에 따라서 오미자의 질은 다르다. 같은 밭이라도 고랑마다 오미자의 질은 달라진다. ‘문경주조’는 이런 차이를 가리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오미자를 구한다. 찹쌀, 오미자가 ‘문경주조’의 주요 재료다. 찹쌀로 술을 빚어, 찹쌀탁주, 오미자 탁주, 맑은 문희주를 만든다. 인근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찹쌀을 구해서 사용한다. ‘문희’와 오미자가 들어간 ‘오미자탁주’, ‘맑은 문희주(청주)’ 등을 선보인다.많은 종류의 술을 빚지는 않지만 ‘문경주조’ 나름으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한다. 별나게 만들었다 싶은 것은 ‘오희’다. ‘문경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다. 탄산이 살아 있는 막걸리다. 색깔이 붉다. 오미자를 사용했다. 인위적인 감미료, 첨가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미자 자체 색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살렸다.‘문희(聞喜)’는 문경의 옛 이름이다. ‘문희경서(聞喜慶瑞)’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소식을 듣고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문경주조’와 대표 술 ‘문희’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문경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양조장이 된 것이다.올가을에는 ‘호프를 재료로 마치 막걸리 빚듯이 만든 술’을 선보인다. “맥주 아니냐?”고 물었더니 “맥주이긴 한데 법적으로는 맥주 가공시설로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맥주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양조장에서 일을 돕고 있다. 일일이 수제로 술을 빚으니 손목부터 고통스럽다. ‘술 짜는 기계’를 써봤다. 술맛이 달라지니 기계로 술을 만들기도 힘들다. 아들의 합류가 힘이 되고, 고맙다.‘가나다라브루어리’는 브루어리(Brewery), 맥주 양조장이다. 공장 2층에서 공장 내부를 볼 수 있고 여러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점촌 IPA Original’ ‘문경새재 페일에일’ ‘은하수 스타우트’ ‘주흘 바이젠’ ‘오미자 에일’ 등 이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를 시음하거나 소량으로 살 수 있다. 공장 내부에는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10명 남짓 보인다. 젊은 직원들이 맥주 공장과 2층 시음장을 동시에 관리한다.점촌, 문경, 주흘, 오미자 등은 이 지역과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다./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9-04

‘마늘 인문학’으로 진화, 세계로 뻗어 나갈 의성 마늘

의성은 마늘이다. ‘의성마늘 최고!’는 팩트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생산량, 가격 모두 전국 최고다.의성은 마늘 왕국이다. “조선 11대 중종 21년(1526년, 약 470여 년 전)에 현 의성읍 치선리(선암부락)에 경주 최씨와 김해 김씨 두 성씨가 터전을 잡게 되면서 재배되었다”고 한다. 의문은 남는다. 중종 21년 무렵 재배한 마늘은 어떤 것일까?단군신화에도 마늘은 등장한다. 가장 오래된 ‘마늘’이다.“(전략)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한 굴에서 살며 늘 환웅에게 사람되기를 빌었는데, 한번은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줄기[艾 一炷, 애 일주]와 마늘 20개[蒜 二十枚, 산 이십매]를 주면서 이르기를, (후략)”마늘은 ‘산(蒜)’이다. ‘산’은 오늘날의 마늘과 다르다. 산은 마늘이면서 ‘달래’다. 단군신화를 전한 ‘삼국유사’의 ‘산(蒜)’은 마늘이 아니다. 달래 혹은 산마늘(명이나물)이 아닐까, 라고 추정한다. ‘마늘 20개’는 ‘산 20매(枚)’의 번역이다. 20줄기인지, 쪽으로 따져서 마늘 20쪽인지도 불분명하다.조선 중기까지의 마늘[蒜, 산]은 오늘날의 ‘쪽’이 있는 마늘과는 다르다. ‘삼국유사’를 기록한 고려 시대에도 오늘날의 ‘쪽 마늘’은 없었다.조선 후기부터 마늘은 더 혼란스럽다. 마늘 종류(?)가 넷으로 늘어난다. 산(蒜)이 있다. 소산(小蒜), 대산(大蒜)이 있다. 소산은 달래, 대산은 오늘날의 마늘과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독두산(獨頭蒜)’이 있다. ‘독두산’은 머리가 하나인 ‘외톨마늘’이다. 달래보다 크기가 큰 ‘마늘 같은 것’으로 짐작한다. ‘외톨마늘’로 번역하지만 정확한 모양은 그리기 힘들다.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마늘을 심고 가꾸는 상세한 방법도 나와 있다.세 차례를 잘 갈고 호미로 고랑과 두둑을 치고서 두 치씩 띄워 한 구덩이를 둔다. 짚신 버린 것을 소변에 담갔다가, 종자를 속에다 넣고 건 흙을 곁들어 심고서 위에다 거름을 두텁게 하면, 크기가 주발[碗]만큼씩 하다. 한정록/ (중략)/9월 초순에 마늘쪽을 촘촘하게 심었다가, 2월 무렵에 이르면 땅을 두어 차례 갈고서 두둑마다 건 흙을 수십 짐씩 붓고, 다시 연장으로 뒤적거려서 골고루 긁고 두 치 가량에 구덩이 하나씩을 내고 마늘 묘종을 한 포기씩 심으며, 가물 때는 항시 물을 준다. - ‘거가필용’‘한정록’은 조선 중기 문인 허균(1569~1618)이 편찬한 책이다. 중국의 사료를 중심으로 엮었다. ‘거가필용’은 중국 자료다. ‘산림경제’는 홍만선이 엮었지만, 중국 자료가 많다. 위의 마늘 기르는 법도 마찬가지다. 상당수가 중국 측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의성군에 ‘마늘의 진화’를 기대한다. ‘의성 마늘’은 이미 부동의 1위다. 마늘 자료, ‘마늘 인문학’도 부동의 1위가 되기를. ‘의성마늘’이 한반도로 넘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음식, 식재료는, 상상력과 고증을 바탕으로, 인문학으로 진화한다. 의성군이 ‘마늘 인문학’에서도 최고, 최대, 최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늘은 인류가 널리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의성은 마늘에 대해서는 으뜸이다.의성은 마늘이다. 대부분 음식에 마늘을 넣는다. “의성 마늘을 썼다”고 표기한다. ‘주영자마늘닭’과 ‘의성마늘치킨’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마늘’이 들어 있다. ‘마늘치킨’이다. 두 마늘치킨 집은 묘하게 다르다. ‘의성마늘치킨’은 의성읍내에 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읍내’의 장점이 있다.‘주영자마늘닭’은 단촌면에 있다. 읍내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시장 한 귀퉁이에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있다.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전화해야 주인이 나타난다. 한적한 시골 음식점이다. 두 집 모두 음식 내공은 깊다.‘주영자마늘닭’은 방송인 ‘ㅂ’씨가 소개하면서 널리 유명해졌다. “방송 때문에 온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집 단골이었다”고 말한다. ‘ㅂ’씨가 오래전부터 드나들다가 어느 날 방송을 했다. “내가 ‘ㅂ’씨보다 한수 위”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 더 바랄 게 없다. 겉이나 속이 모두 부드러운 편. 튀김옷의 단맛과 고기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의성마늘치킨’은 주문한 후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무슨 치킨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나?”라고 불평하지만, 치킨을 받아든 순간 “아! 이래서”라고 긍정한다. 겉이 파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이다. 이른바 ‘딥 프라이드(deep fried)’ 방식으로 튀겨낸 치킨이다.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 튀김 기름의 온도차이가 정확해야 한다. 숙련된 이가 제대로 만든 치킨이다. 식힌 후 뚜껑을 닫으면 제법 시간이 흘러도 튀김의 파삭함과 맛은 쉬 변하지 않는다.‘의성읍 한우회 영농조합 직영점_의성마늘한우프라자’라고 크게 써 붙였다. 영농조합에서 직영,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육점 식당’ 식이다. 손님이 가게 입구에서 고기를 고른다. 불판이 마련되고 손님이 선택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린다.마늘은 불고기 양념의 주재료다. 궁합이 맞는다. 의성 산 마늘을 고기와 같이 굽거나 고기에 올려서 먹는다. 의성마늘은 대체로 작다.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다. 마늘즙도 풍부하다,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자란 한지형이다. 크기가 작으니 자르지 않는다. 통째로 먹어도 과하지 않다. 고기는 싱싱하다. 숙성의 맛보다는 싱싱함이다. 씹는 질감이 좋다.‘남선옥’은 전통 재래시장 옆에 있다. 의성에서도 노포다. 60년을 훌쩍 넘겼다. 지금 주인이 운영한 세월도 30년을 넘겼다. 메뉴는 딱 하나. ‘소고기 양념 불고기’다. 가격도 저렴한 편. 120g에 1만 원(2019년 8월 현재). 3인분씩 내놓는다. 양념이지만 마치 생고기 같다. 고기에 대한 주인의 자부심은 높다. 굽기 전 생고기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석쇠 위의 고기를 돌돌 말면서 익히는 것이 요령. 마치 양념하지 않은 듯한 고기가 숯불 위에서 빠르게 익는다. 육즙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배어 있다. 추천!이른 아침. 밥 먹을 곳이 없다. 의성은 깊은 내륙이다.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도 별로 없다. ‘의성진식당’을 추천한다. 이른 아침 문을 연다. 가게 입구에는 “씨름 선수들이 방문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의성마늘을 비롯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다슬기, 경북 북부에서는 ‘골부리’다. ‘골부리 국 명산지’인 안동 길안면과 맞붙어 있다. 의성읍 인근에도 크고 작은 개울이 있다. 다슬기국, 골부리국을 권한다.추어탕도 좋다. 미꾸라지를 삶아서 뼈 등을 추려낸다. 곱게 간 미꾸라지 살에 얼갈이배추나 청방배추 등을 넣고 끓인다. 미꾸라지 형체가 보이지 않으니 추어탕이라 여기지 않는다. 된장 등으로 비린내를 잡는다. 부족하면 산초가루를 넣는다. 농촌형 추어탕이다. 씨름 선수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인심이 넉넉하고 친절하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쓴다. 평범한 밥상이지만 깔끔하고 넉넉하다.의성읍내 재래 전통시장 입구. 연탄 화덕이 서너 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석쇠 위, 양념한 닭발이 하나 가득이다. 연탄 위에서는 연신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탄불로 닭발을 굽는다.의성은 산골이다. 해가 일찍 진다. 저녁 시간이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원조닭발’. 닭발, 닭 모이주머니(닭똥집)로 소주잔 기울이기 좋다. 특별한 맛을 기대하지는 말 것. 이제는 사라진, 연기 폴폴 날리는 연탄구이 닭발, 모이주머니를 먹을 수 있다. 분위기는 푸근하다.의성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 들깻잎도 인근 밭에서 뜯어온 것이다. 새색시처럼 단아한 마늘도 마찬가지. 쫄깃한 닭발, 모이주머니에 싱싱한 들깻잎, 마늘, 된장이면 소주,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지 않을까?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8-28

산·강·바람이 맛을 보탠 봉화의 오미(五味)

가게 이름이 재미있다. ‘로컬푸드’다. local food. “지역 산물을 파는 건 알겠는데, 이름이 뭐죠?”라고, 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마찬가지. ‘로컬푸드’다. 싱겁기 짝이 없다. ‘로컬푸드’는 ‘봉화 지역 농축산물 생산자들이 직영하는 마트’ 쯤, 으로 생각하면 정확하다. 생산자들이 직접 관리하니 믿을 수 있다.가게 안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소박하다. 농협 하나로마트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 넓은 공간도 아니고 물건 배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좀 더 수더분하고, 소박하다.꼼꼼히 둘러보면 아주 재미있다. 진열된 물건들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 싶다. 꿀도 여러 생산자의 것을 모두 모아 두었다. 양이 많진 않지만, 종류는 상당히 많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 생산물’들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경상도 봉화 생산품들이다.봉화현의 토산: 잣, 석이버섯, 인삼(人蔘), 수달, 백화사(白花蛇), 석청(石淸蜜) 송이(松耳), 은어(銀魚)‘신증동국여지승람’은 1530년에 편찬한 역사, 인문, 지리지다. 500년 전의 기록이다. 그 이전에 만들었던 ‘동국여지승람’ 개정한 것이니 500년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봉화의 생산물이다. 잣, 석이버섯, 석청, 송이 등은 지금도 ‘로컬푸드’에서 구할 수 있다.시대가 달라지면서 버섯은 석이버섯 한 종류에서 표고, 노루궁뎅이버섯 등으로 늘어났고, 꿀(석청)은 여러 생산자가 내놓은 걸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말린 산나물과 오미자 등 각종 열매류도 풍성하다. 착즙 음료부터 산양삼, 곱게 물들인 스카프까지 다양하다.생산자이자 운영자들이 꼼꼼히 챙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생산자 직영체제’로 운영하니 제품의 질이나 가격 등을 별도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국산이냐, 수입산이냐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제품이 봉화군 지역 내 생산물 혹은 생산물을 가공한 것들이다.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온라인 ‘봉화장터’는 http://bmall.go.kr/mall/shop/봉성면은 봉화에서도 외진 곳이다. ‘봉성돼지숯불단지’. 깊은 산속의 돼지고기 단지? 돼지를 특별히, 많이 기르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 웬 돼지고기 단지? 키워드는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나무, 솔잎이다. 다른 곳 돼지고기구이와는 달리, 소나무 숯으로 고기를 익힌다. 초벌 돼지고기에 솔잎 향을 더한다.‘청봉숯불돼지고기’의 주방은 이중 구조다. 어느 식당에나 있는 주방이 있다. 가게 뒤편에는 별도의 ‘구이용 공간’이 있다. 손님이 돼지고기구이를 주문하면 우선 소나무 숯에 고기를 굽는다. 소나무 숯은 참나무 숯보다 화력이 약하다. 이 부분이 ‘포인트’다. 약한 불은 은은하게 고기를 익힌다. 소나무 숯으로 고기를 익힌 뒤, 솔잎을 깔고 다시 고기를 ‘훈연(熏煙)’한다. 솔잎의 향이 돼지고기에 배어든다. 솔잎을 그릇 바닥에 깔아서 손님상에 내놓는다.손님들은 돼지고기를 세 번 먹는다. 돼지고기와 솔잎을 보면서 눈으로 먹는다. 두 번째는 향이다.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 들면 코에 솔향이 들이닥친다. 입보다 코가 먼저 맛을 본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를 베어 문다. 기름기 없는 담백한 돼지고기.매년 봄에는 소나무 숯으로 돼지고기를 굽는 축제도 열린다. 인근의 ‘희망정’이 ‘봉성돼지숯불단지’의 원조다. 가장 오래된 집이다. 음식들은 모두 수준급이다.자연산 은어는 바다에서 태어나서 늦봄, 초여름 무렵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6월 무렵이 은어 낚시 철이다. 어린 은어는 강과 개울에서 짧은 삶을 보내고 곧 바다로 되돌아 간다. 바다에서 산란을 하고 은어는 삶을 마감한다. 은어의 삶은 1년이다. 잠깐 내륙으로 왔을 때 우리는 은어를 낚는다.이제 자연산 은어는 귀하다. 봉화의 은어도 양식이다. 원래 은어는 ‘청류공자(淸流公子)’ ‘수중군자(水中君子)’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다. 등 부분은 검거나 갈색 혹은 맑은 청색을 지니고 있고, 배 부분은 흰색이다. 맑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점잖아서 붙인 이름이다. 혹자는 경북 북부의 사대부들이 은어를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한다.오래전에는 안동의 건진국시 국물을 은어로 우렸다. 육수를 낼 만한 생선은 민물 은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멀고 웬만한 생선은 모두 비린내가 나지만 은어는 수박 향이 가득하다.‘도촌송어양식장’에서는 은어구이, 회, 은어 조림, 튀김 등 다양한 은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은어 전문 양식장은 아니다. 송어와 철갑상어 등도 양식한다. 매년 봄, 일정량의 은어 치어를 지자체로부터 구한다. 8월이면 은어는 일정 크기로 자란다. 전량 다시 지자체에 납품하면 8월의 은어 축제가 시작된다. 일부 식당에서 사용할 양을 냉동 저장한다.봉화 송이는 태백산맥의 선물이다. 소나무가 울창하고, 기후가 송이의 성장에 알맞다. 낮과 밤의 심한 일교차, 산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바람이 봉화 송이에 향기를 더한다. 같은 태백산맥 지역인 인근의 영양, 울진 등의 송이도 이 지역으로 모여든다. 봉화 생산 봉화 송이가 있고 봉화 장터에 모인 인근의 송이도 있다.‘용두식당’은 오랫동안 송이돌솥밥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돌 솔 위에 올린 송이의 양이 만만치 않다. 돌솥밥을 내올 때 은은한 송이 향이 밥상 위로 뒤덮는다. 귀한 향을 맡으면 손님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일본식 가마메시(釜飯, 부반, 일본식 솥밥)과는 다르다. 일본 가마메시는 두어 점의 송이가 모두다. 송이가 들어갔다는 흉내만 낸 정도다. 봉화 ‘용두식당’은 돌솥 위에 송이가 가득하다. 두께도 제법 두텁다.넓은 주차장이 있다. 봉화 농축산물 직매장인 ‘로컬푸드’와 ‘봉화한약우프라자’는 맞붙어 있다. 정육식당이다. 손님이 먼저 고기를 선택한 후, 식당으로 입장, 자리를 잡는다. 일정한 사용료(3천 원)을 내면 식당 내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불판과 각종 반찬, 채소 등을 차려낸다.‘한약우’은 봉화군의 쇠고기 브랜드다. 다른 작물과 마찬가지로 봉화 특유의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한우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에서 일정량의 ‘약재’를 공급한다.한우를 기르는 농가들은 지자체가 공급하는 약재를 더하여 소를 기른다. 한우 마리 수에 맞추어 약재를 공급하고, 약재를 먹인 소를 일괄적으로 도축, ‘봉화한약우프라자’에 내놓는다. 정육식당이니 생고기를 사갈 수 있다.살코기 조직이 치밀한 편이다. 꼬들꼬들한 느낌이 좋고 맛이 깊다.가끔 싱거운 짓을 할 때가 있다. 외지고도 외진 봉화군 춘양면의 ‘용궁반점’을 찾은 것도 바로 이런 ‘싱거운 짓’이었다. 싱거운 짓을 한 이유는 있다. ‘칼과 황홀(2011년). 소설가 성석제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 문제의 ‘용궁반점’과 ‘펭귄반점’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깊은 산골인 봉화 춘양면에 ‘용궁반점’이라니. 아주 괜찮은 ‘야끼우동(볶음우동)’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가봤다. 두 번째 갔을 때, ‘용궁반점’ 앞에 새로 중식당이 문을 열었다. 이름이 압권. ‘펭귄반점’이었다. 포복 졸도했다. ‘펭귄반점’ 주인은 ‘용궁’에 앞설 이름을 오랫동안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용궁과 펭귄. 세상 어디에도 없을 중식당 이름이 아닌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전국 최고의 볶음 우동이라니. 가볼 수밖에 없었다. 가던 길에서 약 60km를 돌아 ‘용궁반점’에 갔다. 볶음우동. ‘우리나라 제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륙치고는 해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제법 잘 볶은 우동이었다. 알고 봤더니 수타 우동 면발을 오랜 기간 만진 주인의 업력도 만만치 않았다.가는 날이 장날이다. ‘용궁반점’에 가던 날, 가게 앞의 ‘펭귄반점’은 문을 닫았다. 그 후로 한 번 더 춘양면에 갔지만, 여전히 ‘펭귄반점’의 문은 닫혀 있었다. 하기야 소설가 성석제 역시 ‘펭귄반점’은 이름만 봤을 뿐, 가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짜장면이 있다”는 설레발이 있으면, ‘펭귄반점’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8-21

따로 또 같이… 진심 담아 허투루가 없는 내공 맛집들

보리밥은 귀하다. 경주 ‘숙영식당’은 찰보리 밥을 내놓는다. 업력도 30년을 넘겼다. 서울 등 외지에서 업무차 경주에 오는 이들이 ‘밥집’으로 여기고 드나들었던 집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안은 ‘ㄷ자’ 혹은 ‘ㅁ자’ 구조다. 밥상은 평범하다. 보리밥에 두부가 많이 들어간 된장찌개, 몇몇 나물 반찬들과 생선구이(가자미) 등이다. 정식 메뉴가 있고, ‘혼밥족’을 위한 메뉴도 별도로 있다. 수준급의 ‘장(醬)’을 사용한다. 식사는 1만1천 원대다. 한식은 장맛이다. 장맛이 좋다. 별다른 특미를 요구할 일은 아니다. 보리밥에 된장찌개 올리고, 몇몇 나물들을 얹어서 비벼 먹으면 넉넉하다. ‘털퍼덕 좌석’이라서 불편하지만, 가족 단위의 식사 공간으로는 오히려 낫다. 추천한다.인근의 ‘화림정’은 재미있는 집이다. ‘음식을 잘 퍼주는 집’이라는 표현이 맞다. ‘주인(주방)의 손이 크다’라고도 표현한다. 한 상 가득 반찬이 나오고 대부분 먹을 만하다. 전형적인 퍼주는 집, 손이 큰 집이다. 멸치젓갈을 강하게 사용한 김치, 무 김치를 한 접시 가득 내놓는다. 썰지 않고 통째로 내놓는 김치를 보면 누구나 “이렇게 퍼주고 남기는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만든, 큼직한 모두부 한 모를 2인 상에 통째로 내놓는다. 국은 곰탕이다. 단일 메뉴로 내놓지만, 정식을 주문하면 먹을 만큼 넉넉하게 준다. 생선조림이나 몇몇 나물 반찬들은 남기고 나오기 십상이다.두부콩이나 반찬용 나물 등을 직접 혹은 계약 재배하여 사용한다. 인근 ‘대갓집’의 살림을 도맡았던 이가 운영하는 집이다. 음식은 계절마다 바뀌는데 경상도에서 널리 먹는 콩잎지 등도 맛볼 수 있다.이외에도 경주에는 ‘쑥부쟁이’ ‘요석궁’ 등이 한식당으로 널리 알려졌다.“설마 이런 곳에 식당이?” 싶은 생각이 든다.‘고두반’은 농가식당이다. 주변이 모두 농촌, 논밭이다. 내부는 많은 도자기로 아기자기하다. 남편은 도자기, 부인은 주방을 도맡고 있다. 일을 거드는 따님이 친절하다. 안과 밖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음식은 ‘집밥’이다. 정성, 섬세함, 진정성이 어우러진 음식이다.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든다. 콩조림, 콩잎지, 가지 등 여러 반찬이 어느 것 하나 허술하지 않다.인근에서 생산되는 채소를 사용한다. 두부 음식도 권할 만하다. 쇠고기와 두부,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인 두부전골이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재료를 맛을 살렸다. 오디청 등 여러 종류의 청도 직접 만든 것이다.예약 없이 가면 재료가 소진될 경우, 밥을 못 먹고 돌아서는 수도 있다. 저녁 시간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 예약할 경우, 오후 7시 정도에도 식사할 수 있다.소박한 음식이지만 음식 내공은 깊다. 평범한 음식을 제대로 차려낸다. 후식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다.아쉬운 점도 있다. 전채로 나오는 샐러드가 달다. 전채의 단맛이 뒤에 나오는 음식들의 맛을 가린다. 전채를 후식인 양 먹는 것도 좋은 방법.‘달개비’는 보문단지에 있는 솥밥 전문점이다.홍합, 곤드레, 전복 등으로 솥밥을 내놓는다. 무던한 음식점이다.옛날식 쇠고기 전골이 재미있다. 파를 많이 넣은 쇠고기 전골이다. 평범, 무던하지만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장으로 맛을 다스린 음식이다. 곁들이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구이는 제법 크기가 크다. 구색용이 아니라 정성을 기울인 음식이다.대부분 음식의 내공이 깊다. 내부 인테리어도 무던하다. 깔끔하면서도 무덤덤하다. 배가 고픈 날, 불쑥 들러 푸근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이다.팔우정 부근의 ‘팔우정해장국’. 5~6년 전에는 도드라진 장점이 있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국물 맛은 말린 모자반으로 해결했다. 오래된 좁은 공간이다. 주인 할머니가 꼼꼼히 그릇을 씻고 잘 끓인 다음 묵해장국을 내놓았다. 대가리를 떼어낸 콩나물(두절 콩나물)과 메밀묵으로 정성스럽게 해장국을 내놓던 집이다. 연세가 드셨고, 어느 날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직접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일을 거들던 이가 ‘메인 주방장’이 되었다.앞뒤 모르는 방송국에서 ‘먹방’을 했다. 급기야 따님이 벽에 손글씨로 “어머님 연세가 많으셔서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하니 양해해달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손님들은 줄을 서고, 음식은 달라졌다. ‘팔우정해장국 골목’의 원조 격인 집이다. 세월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삼릉고향칼국수’는 발로 디디는 족반죽과 곡물 육수(?)로 유명해진 가게다. 마치 우동 반죽을 하듯이 할머니들이 신문지, 비닐을 깔고 반죽을 디뎠다.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 다른 가게와는 달리 국물이 뻑뻑하다. 가난한 시절, 영양과 맛을 생각해서 곡물가루를 넣은 국물을 선보였다. 더러는 들깨칼국수로 오해한다. 들깻가루 위주의 국물은 아니다. 보기 드문 곡물가루 육수다. 면발도 처음부터 툭툭 끊어지는 것이었다. 경주, 경상도 일대에서는 일상적으로 먹었던 면발이다. 외지 관광객, 젊은 세대는 이런 툭툭 끊어지는 면발이 익숙지 않다. 불평도 적잖게 나온다.경주 노동동의 ‘평양냉면집’은 3대, 65년 전통의 노포다.면발은 전분으로 뽑은 쫄깃한 것이다. 서울 등지에서 유행하는 ‘메밀 위주의 냉면’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오랜 전통이 있다. 면발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물도 마찬가지. ‘슴슴한 맛’이 평양냉면의 육수 맛이라고 평가한다. 경주 ‘평양냉면집’의 육수는 단맛, 신맛 등이 강하다. 역시 바꾸는 것은 무리수다. 손님들이 바꾸는 것을 원하는 지도 의문이다. 현지인들이 인정하고 단골손님으로 드나든다.제대로 된 커피 한 잔 만드는 일은 복잡하다. 좋은 원두, 보관, 유통, 로스팅과 그라인딩, 드립 과정까지, 전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어야 제대로 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경주 성건동의 ‘카페 얀(YAN)’. 이 모든 과정을 찬찬히 제대로 해낸다. 베리에이션 커피도 좋지만 무거운 풍미의 남미 산, 과일 향이 좋은 아프리카 단일 품종 핸드 드립 커피를 권한다. 가게 안에 진열된 찻잔 등 커피 관련 용품들도 볼 만하다. 낮은 천장의 내부 분위기도 아주 좋다. 일반인, 창업자를 위한 커피 강습반도 운영 중이다. 직접 만드는 호두 파이도 많이 달지 않고 좋다.‘커피명가’는 경북, 대구 중심의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다. 경주 시내에서 보문단지 가는 길에 있다. 높은 곳에 위치, 주변 조망이 좋고, 프랜차이즈점의 커피 수준을 넘어서는 커피를 내놓고 있다. 전문 핸드 드립 점과는 달리 커피 메뉴는 많지 않다. 고객 중에는 케이크, 차를 주문하는 이들도 많다. 굳이 핸드 드립 커피를 원하는 경우, 아프리카산 커피를 권한다.‘한식 브런치’는 흔하지 않다. ‘브런치’는 서구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겉모양은 서구식 브런치, 속이 한식이면 ‘한식 브런치’다.‘카페 아고’는 제대로 된 한식 브런치 전문점이다.‘장(醬)’을 솜씨 있게 사용한다. ‘쇠고기 구이+장’ 혹은 버섯볶음에도 장을 잘 섞었다.주먹밥, 두부 요리, 버섯, 밀전병 등이 단품 메뉴로 내놓아도 좋을 정도다.내부 분위기는 카페식이고 접시 위의 음식은 한식 변형이다. 경주 특산물 중의 하나인 연뿌리도 여러 가지로 솜씨 있게 조리해 낸다. 달지 않은 수수부꾸미도 강추 메뉴다. 2인이 가면 한식 브런치 메뉴 하나에 수수부꾸미를 주문하는 것도 좋다.아쉬운 점도 있다. 밥상에 국물이 없다. 한라봉과 차 등 국물은 있으나 밥상을 위한 국물이 아니라 음료수다. ‘밥과 더불어 먹는 국물음식’ 하나쯤을 곁들이면 좋겠다.공방을 동시에 운영, 내부 인테리어도 아주 좋다.‘웰빙횟집’은 ‘웃장’에 있다.경주역 바로 앞이다. 정식 명칭은 성동시장이다. 웃장에는 재미있는 초밥집(?)이 하나 있다. 미리 밝히지만, 가격이 싸다. 초밥 12점에 1만 원, 연어, 새우, 흰살생선으로 모두 12점이 1인분이다. 가격이 싸다고 음식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웃장’ 한쪽에 가게가 있다. 설마, 이런 곳에 초밥집이?, 싶다. 이름도 특이하다. ‘웰빙횟집’. 이름은 횟집인데 주 종목은 초밥이다.고급생선은 아니지만, 생선 손질을 잘 해낸다. 숙성도도 좋다. 1만 원 초밥에서 수준급의 밥 짓기와 ‘초대리(초배합)’를 느낄 수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8-07

따로 또 같이… 닮았지만 자존심을 지켜낸 숨은 고수들

갈비, 쇠고기 진수를 보여주는 경주 쇠고기 집 2곳청산숯불갈비·서면식육식당‘청산숯불갈비’. 경주시 강동면에 있다. 메뉴가 간단하다. 갈빗살, 소금구이, 육회, 소고기 국밥이다. 500g 기준, 갈빗살이 65,000원, 소금구이가 38,000원(2019년 7월)이다. 소금구이 100g당 7,600원. 시쳇말로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싸다. 고기 질? 아주 좋다. ‘소금구이’. 메뉴 이름이 재미있다. 대부분 고깃집은 고기 부위를 메뉴로 내놓는다. 안심, 등심, 갈비살 등이다. 안창살, 가브리살, 낙엽살, 토시살, 살치살 등으로 세분한다. 이 가게, 덜렁 ‘소금구이’다. 고기가 아니라 ‘소금’ ‘구이’를 내세운다. 여러 부위를 섞었다.고기 부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금구이라고 표기한 이유다. 갈빗살이나 소금구이 가격은 싸다. 고기 질을 고려하고,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싸다.  쇠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기술력이 자부심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고기를 준비한다. 시간이 걸린다. 그야말로 ‘준비하지 않은 고기’ 전문점이다. 전문점은 미리 고기를 썰어놓지 않는다. 지육(枝肉)이나 덩어리 고기를 공급받는다.해체를 직접 한다. 숙성 등의 과정도 직접 해낸다. 제대로 된 ‘갈비살’ ‘소금구이’가 가능한 이유다. “술잔은 채우는 맛, 고기는 씹는 맛”이다. 이 집의 소금구이, 기름기 적당하고 씹는 질감도 아주 좋다. 신선한 것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품질관리도 수준급이다. 계절 별로 고기 질이 들쑥날쑥할 수는 있다. 여름철보다는 가을, 겨울 맛이 낫다. 계절마다 원육의 질이 다르다. 계절의 맛을 넘어설 수는 없다.  직접 육가공하는 가게에서는 쇠고기 국밥을 먹는 것이 요령이다.정형 과정에서 생긴 ‘칼밥’이나 남는 자투리 고기가 넉넉하다. 맛없을 수가 없다. 숯불도 아주 좋다. 비장탄, 참숯에 가깝다. 강추.      경주시 아화의 ‘서면식육식당’ 메뉴는 얼마쯤 복잡하다. 안창살, 갈비살, 특 갈비살, 등심, 소주물럭 등이다.경주의 쇠고기 마니아들은 자주 찾는 가게다. 가게 입구에는 쇼 케이스를 설치, 식육점도 병행한다. 팔다 남으면 구워서 팔고, 굽다 남으면 식육으로 파는 식이다. 업력도 제법 길다. 한우치고 가격도 싸다. 동네 음식점으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게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돼지고기 맛집 2곳 승진식당·옥천식육식당비슷하지만 다르다. 경주 안강읍의 ‘승진식당’ ‘옥천식육식당’ 이야기다. 돼지찌개(?) 전문점들이다.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 찌개, 돼지 두루치기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두 집을 비교해도 마찬가지. 비슷하지만 다르다. ‘따로, 또 같이’다.‘옥천식육식당’은 한식의 특장점을 모두 보여준다. 에이, 시골의 돼지고깃집을 두고 웬 호들갑?, 이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승진식당’은 돼지찌개 전문점이다. 돼지고기, 버섯, 몇몇 채소가 재료다. 고추장 양념이다. 국물 색깔이 붉고 짙다. 이 집 국물의 특징은 간장 맛이다. 몇몇 젊은 세프들과 간 적이 있다. “재밌네요. 돼지고기 전골인데 간장 맛이 좋네요.” 1만 원대 이하의 음식이다. 고기도 넉넉하고 감칠맛 듬뿍이다. 맛있다.‘옥천식육식당’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냉장 돼지고기에 대파 등 간단한 채소, 고춧가루 조금을 얹어서 냄비에 내놓는다. 육수가 한 대접 따라온다. 육수는? 밍밍하다. 이게 ‘마법의 국물’이다. 육수를 언제, 얼마를 넣든 손님 마음이다. 고기를 볶듯이 끓이면서 따로 내온 국물을 조금씩 붓는 게 요령이다. 한꺼번에 부으라고 하지만 서너 번 나눠서 붓는 게 낫다. 제법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쐬주 한잔에 고기 몇 점을 먹다가’ 나중에 국물을 다 붓고, 끓인다. 식성대로 고춧가루를 더 넣어도 된다. 기본양념은 순하다. 전형적인 한국식 ‘국물 음식’ ‘열린 음식’이다. 손님이 불의 강도, 육수 투척 시기, 볶는 방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간단하지만 재미있다. 밥을 볶아도 되고, 끓인 다음 말아서 먹어도 된다. 국밥, 볶음밥 모두 가능하다. 가격 싸다고, 외진 곳에 있다고 낮춰 볼 일은 아니다. 두 집 모두, 호남의 유명한 ‘애호박돼지찌개’보다 한 수 위다. 아직 블로그 리뷰 100개 이하들이다. 제발 방송 타서 복작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중국, 일본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안압지 출토 숟가락과 젓갈 목간안압지(월지) 바닥에서 숱한 유물이 나왔다. 3만2천여 점이다. 청동 숟가락과 ‘식해(食醢)’에 대해서 기록한 목간도 나왔다. 식해는 젓갈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성에서 만든 생선 젓갈이다. 목간(木簡)은 나무로 만든 두루마리 편지 같은 것이다. 종이 대용이다. 숟가락은 중국-한반도-일본으로 전래 되었다. 일찍부터 중국에서 숟가락을 사용했고, 한반도로 전래 되었으며, 곧 일본으로 건너갔다. 긴 모양의 숟가락이다.안압지 출토 숟가락에는 긴 것과 둥근 것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숟가락을 사용했지만 이제 숟가락은 한반도에만 남았다. 모양이 둥근 숟가락도 한반도에는 남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둥근 숟가락을 사용한다. 한반도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숟가락은 대부분 스테인리스 혹은 구리 합금이다. 금속재질이다. 중국, 일본의 작은 숟가락은 나무 혹은 자기다. 이름만 같은 숟가락이지 사용 빈도나 재질은 전혀 다르다.중국, 일본의 젓가락도 대부분 나무, 플라스틱, 상아 등으로 만든 굵은 것이다.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젓가락은 다르다. 스텐레스 등의 금속제다. 상당히 날카롭다. 숟가락 젓가락은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발전했다. 중국, 일본에서는 거의 사라진 물건이다. 젓갈도 마찬가지. 안압지의 ‘젓갈 목간’은 상세하다.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젓갈을 만든 지역, 옮긴 지역(동궁), 날짜를 상세히 기록했다. 중국에는 자차이, 일본에는 츠케모노[漬物, 오신코]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 발효식품, ‘지[漬]’다. 중국, 일본의 발효식품은 한반도의 김치, 젓갈, 장아찌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숟가락과 젓갈. 비슷하지만 다르다.안압지의 목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택배(宅配) 제도’가 있었음도 알 수 있다. 택배로 젓갈을 받았다? 흥미롭다. 경주박물관에 가면 안압지 유물관에서 젓갈을 기록한 목간과 숟가락을 꼭 보시길.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7-31

물 맑은 낙동강의 깊은 맛을 담다

안동 민물매운탕? 의아하게 생각한다. 안동은 낙동강의 상류지역이다. 안동댐, 임하댐이 있다. 물이 맑다. 안동 건진국시 국물의 재료는 은어였다.태백산맥이 동해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안동 간 고등어가 발달한 이유다. 바다 생선이 귀하니, 민물고기를 잡았다. 댐을 막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내수면 어업 허가’를 주었다. 꾸준히 민물고기를 잡는 이들이 있다. 직접 민물고기를 잡는 이 혹은 이들에게서 공급받는 이들이 크고 작은 민물고기 매운탕 집을 운영한다.‘물고기식당’ ‘거랑애’ ‘왕고집매운탕’ 등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매운탕 전문점이다.‘물고기식당’에는 은어찜이 돋보인다. 은어조림이다. 10여 종류의 밑반찬들도 탄탄하다. 메뉴 중 ‘피리’는 피라미다. 청국장찌개도 수준급이다. 민물고기 매운탕, 찜을 먹으러 갔다가 청국장찌개에 반하는 이들이 많다.‘거랑애’는 모자가 운영한다. 어머니가 주방을, 안동 민물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아들이 실내를 관리한다. 민물고기의 은은한 비린내가 거슬리지 않고 좋다. 법흥교 부근의 대로변에 가게가 있다. 인공조미료는 절제한다.‘왕고집매운탕’은 ‘댐 수몰민’이 운영하는 집이다. 주인은 원래 농부. 농지가 수몰되면서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직접 잡은 자연산만 내놓는다. 조미료도 절제한다. ‘꺾지 도리뱅뱅이’도 가능하다(예약). 안동식 어탕국수도 먹을 수 있다.“국시 없는 제사도 있니껴?”제사상에 국수를 올린다. 외지 사람들은 “제사상에 국수를 놓느냐?”라고 묻겠지만 안동이다. “종가에서는 아직도 국수 제사 모신다.” 인간은 평생 ‘관혼상제’를 거친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한다. 돌아가시면 상을 치르고, 매년 제사를 모신다. 제사와 결혼식에는 반드시 귀한 국수를 내놓는다. 밥(메)같이 여긴다고 ‘메국수’라 부른다. 제사에 참석한 손님들께도 국수를 내놓는다. 결혼식 국수도 마찬가지다. “결혼 언제 하느냐?”를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대신 묻는다. 귀한 국수는 결혼식에나 먹을 수 있었다.‘좋은 국수’에 대한 공통된 잣대도 있다. ‘부들부들하게 잘 삶은 국수’다. ‘부들부들’은 적절하게 삶아서 부드러운 식감이면서, 적당히 쫄깃한 것이다. “콩가루를 얼마나 넣느냐?”는 ‘우문’에 대한 ‘현답’은 “쪼매”다. 고명은 얼갈이배추 혹은 배추의 푸른 잎사귀다. 애호박도 사용한다.‘국시’는 건진국시와 제물국시다. 건진국시는 삶은 후 건져서 보관한다. 손님이 오면 육수를 붓고 바로 내놓는다. 흔히 시원한 육수를 더해서 여름용으로 사용한다. 제물국시는 끓는 육수에 국수를 넣은 후, 삶아서 바로 내놓는다. ‘자기 물’에 삶아서 내놓는다고 자기 물, 제물국시다.남문동의 ‘골목안손국수’가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안동국시 전문점이다. 일상적으로, 집에서 먹는 국시와 가장 닮았다. 묵밥도 가능하다. 조미료를 절제하고 정성껏 육수를 만든다. 맛? 슴슴하다. 밀가루 냄새가 아주 좋다. ‘옥동손국수’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다.안동에는 ‘안동소주 명인(名人)’이 있다. 조옥화 씨와 박재서 씨다. 조옥화 명인은 무형문화재(12호)이자 전통식품명인(20호)이다. 박재서 명인은 전통식품명인(6호)이다. 두 곳 모두 소주 제조 공장과 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소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안동소주는 증류(蒸溜)주다. 시중의 희석(稀釋)식 소주와는 다르다. 곡물을 발효시킨 막걸리나 청주를 증류하여 만드는 술이다. 재료는 쌀이다. 증류 소주는 대략 60~70%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다. 이 술을 시중에 내놓을 때 45% 정도로 조정한다. 희석식 소주는 타피오카 등을 변성하여 100% 주정을 추출한다. 주정에 물 3배를 더하면 알코올 도수는 25%가 된다. 여기에 각종 감미료, 조미료 등을 더한다. 증류주는 뒤끝에 은은한 곡물의 단맛이 난다.경북 안동은 몽골군의 일본 침공 시, 병참기지 겸 내륙 1차 집결지였다. 아랍권에서 시작된 증류는 몽골 군대에 합류했던 기술직 색목인(色目人)을 통하여 안동 지방에 소개된다. 지금도 안동 노인들은 소주를 ‘아래기’라 부른다. ‘아라크’ ‘아라흐’에서 나온 말이다. 술은 제사를 차리는데 긴요하다. 다른 지방과 달리 제사를 챙기는 안동에 증류 소주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다.조옥화 명인의 안동소주는 45% 단일 상품만 선보이고 있다. 직접 누룩을 제조한다. 술에서 은은한 누룩 향이 난다. 현재 며느리 배경화 씨와 아들 김연박 씨가 안동소주 제조법 등을 전수하며 공장,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는 아들 박찬관 씨가 제조법, 박물관 운영을 전수하고 있다. 45, 38, 22, 19% 등 다양한 술을 선보이고 있다. 술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래된 소주병 등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소주 내리는 체험이 가능하다.두 곳 모두 현장 방문 시, 45% 소주를 무료 시음할 수 있다.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두 집을 추천한다. ‘안동화련’과 ‘계림식당’이다.‘안동화련’은 ‘농가맛집’이다. 사과와 연잎, 연밥, 연근을 이용한 음식들이 돋보인다. 연잎에 밥을 짓고, 연근을 이용한 음식을 낸다. 연과 사과를 이용한 각종 소스도 좋다. 음식들이 짜지 않다. 인공조미료를 절제하니 밥상을 받는 순간 ‘건강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실내도 오밀조밀, 깔끔하다.법흥동의 ‘계림식당’은 현지인들이 찾는, 허름한 외관의 ‘밥집’이다. 냄비 밥이 수준급. 10가지의 밑반찬도 짭조름하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하다. 생채 비빔밥도 좋다. 어린 열무와 상추 등을 툭툭 잘라서 넣고, 냄비 밥을 퍼넣은 다음, 된장찌개로 비벼 먹는다. 평범한 ‘집밥’이다. 대단한 음식, 서비스를 기대하면 실망한다.바싹 말린 매운 고추가 눈에 띈다. 보기보다는 맵지 않다. 먹기 좋을 정도로 칼칼하다. 안동찜닭은 간장조림 닭이다. 신선한 닭에 감자, 당면 등을 넣고 간장으로 졸인다. 닭볶음탕과는 다르다. 탕이 아니라 조림이다. 국물이 많지 않다.고추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은 달고 텁텁한 맛이 난다. 칼칼한 매운맛은 툭툭 분지른 마른 고추의 맛이다.시래기나 가래떡을 넣은 찜닭도 있다. 구시장에는 약 30여 곳의 찜닭 전문점이 있다. 가격, 맛은 큰 차이가 없다.‘원조안동찜닭’이 이름 그대로 안동 구시장의 노포다. 바깥에 솥을 걸어두고 연신 ‘주인 아들’이 닭을 조리고 있다. 1980년에 개업했다.안동에서 간 고등어 맛집’을 찾는 것은 어렵다. 안동사람들은, “그기 그거제? 간 고등어가 별다른 게 있니껴?”라고 되묻는다.고등어는 맛이 강하다. 등 푸른 생선이니 잘 상한다. 바닷가에서 소금을 충분히 더한 다음 내륙으로 옮겼다. 혹은 가져온 후, 소금을 더했다. ‘안동 간 고등어’의 시작이다. 간 고등어는 고등어에 소금, 바람, 세월을 더한 것이다. 발효, 숙성의 맛이다.안동사람들에게 간 고등어는 일상이다. 별다른 맛집이 없는 이유다. 식당보다는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는다. ‘일직식당’은 ‘간 고등어 명인’ 이동삼 씨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간잽이’ 이동삼 명인은 간 고등어를 50년 이상 만졌다. ‘명인’이다. ‘일직식당’의 간 고등어는 얼마쯤 쿰쿰한 발효, 숙성의 맛을 낸다.가 볼만한 카페 ‘396커피컴퍼니’와 ‘땡Q커피’양반고을에 커피집?어색하지만 의외로 안동에는 괜찮은 커피집이 2곳 있다.‘396커피컴퍼니’와 ‘땡Q커피’다.2곳 모두 인테리어가 아주 좋다. 단독 건물에 나무, 벽돌을 이용한 푸근한 모양새다.‘396커피컴퍼니’는 안동 현지사람, 외부 관광객에게 수준급의 커피를 내놓는 집으로 인정받고 있다.‘땡큐(ThanQ)커피’는 커피와 더불어 바질스콘, 당근케이크, 팥빙수 등도 인기 품목이다.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앤티크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 온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