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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는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헛제사밥은 최고의 한식이다. 헛제사밥은 ‘가짜 제삿밥’이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음식은, 제사 모시고 손님 맞는 일의 중심이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면 “차린 것은 없으나 많이 드시라”고 말한다. 겸양이다. 주인으로서는 최대한 차린 밥상이다. 제사도 마찬가지. “차린 것 없으나 정성으로 여기시고, 흠향(歆饗)하시라”고 말한다. 역시 후손의 겸양일 뿐이다. 햇과일, 햇곡식, 가장 좋은 음식을 차린다.국가의 최고 음식은 종묘 제사상 음식이다. 궁중 조상이 최고의 제사상을 받는다. 국가의 최고 손님은 외국 사절이다. 중국, 왜, 오키나와 등의 사신에게 국가는 최고의 밥상을 차린다. 만찬(晩餐)이다. 국빈만찬은 지금도 남아 있다. ‘접빈객’의 음식이다.헛제사밥을 두고, “선비들이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면서 이웃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제사 모신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엉터리다. 조선의 선비, 유교, 한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조선의 사대부는 숨기고, 속이면서 구복(口腹)을 구하지 않았다. 제사는 엄중하다. 이웃에게 날짜를 속일 수 없었고, 속이지도 않았다. 한동네가 통째로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었다. ‘내 집안의 제삿날’은 마을이 죄다 알고 있다. 제사를 핑계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한다? 불가능하다.“차린 것 없으나 정성으로 드시라”헛제사밥이 안동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남 진주, 밀양, 경북 상주, 대구 등에도 있었다. 오래전 대도시들이다. 향교가 있고, 벼슬아치, 선비, 반가들이 있었다. 제사를 모셨으니 헛제사밥이 있었다. 전통적인 제사를 오랫동안 고집한 안동의 헛제사밥이 남았을 뿐이다. 경북 안동에는 지금도 ‘불천위(不遷位)제사’가 많다. 높이 기릴 선조를 모시는 제사다. 불천위제사는, 몇 대가 흐르더라도 위패를 내리지 않고 계속 모시는 제사다.헛제사밥은 제사상 정도로 호화로운, 일상의 밥상이다.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헛제사밥을 먹었다. 제사상은 아니되, 제사상처럼 호화로웠다. 식재료가 비싸고 호화로웠다는 뜻이 아니다. 그 정성이 놀라웠다. 재료는 일상에서 흔하게 보는 것들이었다. 차린 것은 변변치 않더라도 ‘정성을 보고 드시라’는 음식이다.1980년대 안동댐 건너편에 관광단지가 생겼다. ‘안동관광촌’이다. 몇몇 음식점들이 문을 열었다. 안동 고춧가루 식혜(食醯), 간고등어 등을 내놓는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그중 헛제사밥 집도 있었다. 월영교 부근 ‘까치구멍집’의 서정애 대표는 “안동시의 추천으로 관광촌에 시어머님이 헛제사밥 집을 열었다”고 전한다. 오래지 않아 서 대표는 시어머니로부터 ‘까치구멍집’을 물려받았다. 가게를 물려받을 때 시어머니가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번거롭더라도 음식 만드는 과정을 줄이지 마라. 헛제사밥은 편하게 만드는 음식이 아니다. 재료를 쉽게 바꾸지 마라. 음식 맛은 정성이다.”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인 헛제사밥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다. 인건비, 나물값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올랐다. 그래도 재료, 인건비 모두 줄이거나 바꾸지 못한다. 더하여 ‘안동사람’들은 헛제사밥 맛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한 숟가락만 먹어보면 바로 알아차린다. 어린 시절부터 일상으로 먹었던, 익숙한 맛이기 때문이다.헛제사밥의 특징 중 하나는 ‘나물 비빔밥’이다. 생채가 아니라 숙채(熟菜)다. 숙채는 말린 나물을 물에 불린 후 다시 삶고 양념을 더한 것이다. 말리는 과정에서 나물은 숙성된 맛을 더한다.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 무나물, 시금치 등이 나물의 재료다. 간고등어도 있고, 북어 보푸라기도 놓는다. ‘상어 돔베고기’, 문어도 빠트릴 수 없다. 산적(散炙)과 배추전 등 각종 전(煎)도 주요 품목이다. 중심은 밥과 국 그리고 탕(湯)이다. 탕은 고기, 무, 다시마 등이 재료의 모두다. 양념을 하지 않는 으뜸 국물, ‘대갱(大羹)’이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한식의 길이고, 최고의 한식인 제사 음식이다.원조의 위엄 ‘맛50년, 헛제사밥’과 ‘까치구멍집’안동댐 건너편 관광촌의 헛제사밥 전문점들은 2000년 무렵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두 집이 원조, 유명 가게다. ‘맛50년, 헛제사밥집’과 ‘까치구멍집’이다. ‘맛50년, 헛제사밥집’이 한두 해 앞선다. 음식은 대동소이하다. 밥을 비벼보면 ‘맛50년, 헛제사밥집’의 비빔밥은 물기가 더 있다. 잘 비벼진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린다.고춧가루나 고추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많은 손님이 고추장을 원하니 달라고 하면 내놓는다. 헛제사밥, 나물 비빔밥의 양념은 참깨 정도를 더한 간장이다. 고추장, 고춧가루는 제사상에도 놓지 않았다. 육회와 고추장을 더한 비빔밥은 우리 시대에 시작된 음식이다.헛제사밥상에는 안동사람들이 ‘톱 반찬’이라고 부르는 ‘반찬 상’이 하나 더 놓인다. ‘톱 반찬’의 시작은 음복상(飮福床)이라고 추정한다. 제사가 끝나면 제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밥상을 내놓는다. ‘봉제사’ 후 ‘접빈객’이다. 한식은 독상(獨床)이다. 혼자서 밥상을 받는다. 자연스레 생선, 고기, 전 등을 잘게 잘라서 놓는다. 문제는 그릇이다. 그릇이 귀하던 시절, 큰 그릇에 여러 가지 반찬을 모았다. 마치 ‘밥상(床)처럼’ 그릇 모양을 만들었다. 다른 그릇보다 높다. 그릇 테두리도 일반적인 그릇과 달리, 마치 밥상 같다. ‘톱 상’에는 대략 아홉 가지 반찬을 놓는다. 전 세 종류와 고기, 달걀, 생선, 두부 등의 다섯 가지다. 자반고등어, ‘상어 돔베’ 고기는 빠지지 않는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7-17

생갈비인 듯, 양념갈비인 듯… 식도락가들의 입맛 사로잡은

갈비는 두 부분이다. 갈빗살과 갈비뼈다. 뼈에 작은 고기 토막이 붙어 있다.안동 홈플러스(구 안동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골목에 10여 곳의 ‘안동한우, 갈비’ 전문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통점은 숯불을 사용하고, 대부분 뼈와 살코기 부분을 분리하여 내놓는다는 점이다.가격은 낮고 고기는 싱싱하다. ‘접착갈비’는 없다. 덧대서 붙이지 않으니 갈비살이 모두 짧다. 갈비뼈에 우둔살을 붙이는 엉터리는 없다.가게마다 차이점도 있다. 살코기를 발라내고 얼마쯤의 고기(?)가 붙어 있는 뼈를 취급하는 방식이 다르다. 살이 조금 붙은 뼈에 된장 물을 풀고, 우거지 등을 넣은 다음 끓인 ‘갈비우거지탕’을 내놓는 집이 있고, 뼈에 버섯, 채소, 달고 매운 양념를 더해서 ‘갈비뼈 조림(찜)’을 내놓는 집도 있다. 몇몇 가게들은 탕과 찜을 동시에 내놓는다. 어느 것이 더 좋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개취’다.이것은 양념갈비인가, 생갈비인가?다른 지역 갈비, 갈비 음식과 안동 갈비의 큰 차이점은 양념 갈비다.관광객들은 “안동의 양념갈비가 생갈비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 놀란다. 양념갈비를 주문하고 고기를 받아든 다음, “어, 우리는 양념갈비 주문했는데요”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양념갈비는 간장 등의 조미액에 푹 담근 다음 내놓는다. 안동의 양념갈비는 겉모양이 생갈비와 흡사하다. 주문을 받은 후, 약한 양념으로 바로 버무린다. 마늘 등을 더한 흔적은 있지만 물기가 거의 없다. 생갈비라고 오인하는 이유다.맛은 아무래도 양념갈비가 생갈비보다 강하다. 고기 특유의 맛을 원하면 생갈비를, 잘 조미한 강한 맛을 원하면 양념갈비를 고르면 된다.‘구서울갈비’는 이 지역의 노포로 알려져 있다. 인근의 ‘동부숯불갈비’ ‘시골갈비’ ‘구서울갈비’ ‘거창숯불갈비’ 등도 권할 만한 안동갈비 전문점들이다.양·가격·부위·품질 속일 수 없이 신선한 고기로 승부‘안동한우’ 브랜드는 탄탄하다. 가격이 높지 않으니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고기의 양, 가격, 부위, 품질을 속이기는 힘들다. 신선한 고기를 사용한다. 가게를 사고 팔거나, 가게에서 일하던 이들이 나가서 인근에서 창업을 했다. 음식이 비슷한 이유다. 골목 안에 제법 큰 규모의 주차장을 공유하며, 10여 곳의 가게들이 오순도순 영업한다.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안동시 길안면의 ‘백두한우’는 안동갈비가 얼마쯤 ‘진화’했다. 육가공 공장에서 지육(枝肉, 큰 덩어리 고기)을 구해서 직접 육가공 공정을 거친다. 가격은 낮아지고 신선하다. 일부는 식육점에서 팔고, 일부는 식당에서 내놓는다. 식육식당이다. 이 집의 ‘옥수수불판’이 재미있다. 불판 곁에 옥수수를 소복이 넣어 두었다. 옥수수는 저절로 불 위로 떨어진다. 옥수수 태운 향이 고기에 단맛을 더한다.안동 시내의 ‘갈비둥지’는 쇠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외지인 대구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고기 문화가 발달한 안동에서 외지 브랜드가 뿌리를 내린 경우다. 안동에서의 업력이 이미 20년이다. 가격이 싸고 음식은 수준급이다.미슐랭이 선택한 크림치즈의 명가 빵집 ‘맘모스 제과’전국적으로 유명한 안동의 대표 빵집. 1974년 창업했다. 창업 초기, 현재의 인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이제, 블로거들은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과 더불어 ‘전국 3대 빵집’으로 손꼽는다.(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빵은 두 종류다.‘식사 빵’과 단맛이 강한 ‘일본식 빵’이다. 식사 빵은 서구인들의 식사용이다. 달지 않다. 고기, 채소, 버터, 치즈, 단맛의 잼 등을 더한 다음 먹는다. 일본식 빵은 달다. 주로 간식용이다.‘맘모스제과’의 대표적인 빵은 ‘크림치즈빵’이다. 맛이 달다. ‘미슐랭가이드-블루가이드’에 소개되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