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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호미곶 등대에 새겨진 한일 근대사의 이면

포항시 남구 대보면에 위치한 호미곶등대사진는 경상북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그 점등 시기를 두고 1903년과 1908년 12월 등 이론(異論)이 있는데 그 건립 배경을 들여다보면 일제 강점 직전 약소국으로서 겪은 한국 근대사의 이면이 드러난다. 지난 1967년 고 박일천은 `일월향지`를 통해 `장기갑 등대의 괴이`라는 제목 아래 고종 광무 50년인 1901년 일본 실습선 `응웅환`의 표류와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당시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러일 전쟁을 준비하는 등 세력 확장에 나선 가운데 나가사키상선학교 실습선 응웅환에 교사와 생도 30여명을 승선시켜 우리 해역의 해류와 어족, 수심 등을 조사하고 다녔다. 하지만 영일만 장기곶을 지나가다 암초에 부딪혀 조난을 당해 승선자 전원이 익사(이는 착오이며 사망자는 4명)하는 사고를 당했다. 일제는 조선이 연안 해난시설을 갖추지 않아 일어난 인재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생트집을 잡았다. 이에 못이긴 조정은 국비로 일본인에게 공사를 맡겨 우리 지역에서 최고, 최초의 등대를 세우게 됐다.이에 일대의 주민들은 `(국토의) 호랑이 꼬리에 불을 지르니 등대가 무너지면 불바다가 된다`며 이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또 하나 일본은 등대수로 본토의 살해 혐의 죄수를 임명해 유배의 벌로 삼았는데 피해자의 아들이 복수에 나서 그와 가족들을 살해한 참극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2012-10-26

“항만 운영 경험 바탕으로 물동량 유치 최선”

- 영일만항이 개장 3주년을 맞이했다. 누적물동량 30만TEU의 의미는?△ 2009년 개장 초기에는 월평균 1천 TEU 정도였다. `괜히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조했다. 현재 월평균 1만 2천 TEU 정도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PICT(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와 포항시 등 관련 기관이 물동량 유치와 항로개설에 적극적인 포트 세일을 펼친 결과다.- 최근 포항~부산 연안선 노선 폐지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실태와 문제점을 얘기해달라.△ 개장 초기 주 타켓으로 꼽혔던 대구·경북의 물량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포스코·현대제철에서 수입하는 고철·부자재 등을 부산항을 통해 들여오게 된 것이 연안선 운항의 계기다. 육상운송으로 처리했던 물량이다. 한진해운은 월 4천 TEU를 처리하면 채산성이 있다고 했고, 향후 수익 발생 때 PICT와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하역비를 낮춰준 것이다. PICT가 한진해운을 대신해 화주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월 4천 TEU를 초과해도 한진해운 측은 연안선 면세유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영업성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역비 인상 요청에 한진해운이 난색을 보였고, 계약이 만료되는 11월 중순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어쨌든 연안선 운영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보았다. 긍정적인 효과는 없었나?△ 개장 초기 항만활성화와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PICT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고, 항만의 발전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해상운송을 통한 화주의 실질적 물류비 절감을 실현해, 화주들에게 컨테이너 터미널 이용 효과를 인식시켰다. 향후 직항선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물동량 확보 대책은?△ 사실 연안선 운항 중단은 우리 측에서도 대비했던 사안이다. 2010년부터 물동량 확보에 전념했다. 올 하반기에는 쌍용자동차 외에도 마쯔다 자동차를 유치했다. 2013년에는 올해와 비교해 물동량이 약 10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 포스코 선재의 컨테이너화로 동남아 수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 또 부산항 환적 외항선사와 영일만항 기항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 동남아의 연안선 이용 화물을 영일만항 직항으로 전환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직항으로 전환했다. 러시아에 스틸하우스를 수출하고 포스코 부원료와 조사료 등을 수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원전 피해 지역인 센다이에 제오라이트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의 항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물동량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2012-10-22

“영일만항 경쟁력 분명히 있다”

▲ 박승호 포항시장지난해 6월 장기초등학교. 장기 산딸기 축제 행사장에서였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인사말을 한 뒤 흥을 돋우려고 `영일만 친구`를 불렀다.박 시장은 이 노래를 좋아하고 듣는 사람에게서 “와” 소리가 나오게 할 만큼 잘 부른다. 박 시장에게 `영일만`이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포항이 포스코로 상징되는 `영일만 신화`에 이어 영일만항에서 도시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영일만 르네상스`다.“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하얼빈에서 일본 니카타까지 얼마나 걸리죠? 아무리 빨라도 5일은 걸립니다. 훈춘-나진항을 이용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이틀이면 됩니다. 영일만항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는 항입니다” 박 시장의 첫마디였다. 중국 동북 3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15일 `추진력`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박승호 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끝- 항만의 활성화는 대형 화주 유치가 있어야 안정적인 물동량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 추진 상황은 ?△ 포항에는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가 있고 철강 공단 안에도 잠재적인 물동량이 많다. 포항시의 적극적인 일대일 마케팅으로 지난해 12월 포스코의 벌크 방식 수출을 컨테이너로 전환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포스코 창립이래 4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말레이시아 파시르구당과 베트남 호찌민으로의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쌍용자동차의 러시아 KD(Knock Down) 수출이 2010년부터 시작됐고 현재 연간 3만대나 된다. 마쯔다 자동차 역시 내년부터 연 2만 5천대 이상 수출될 예정이다.- 영일만항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소개하면.△ 인센티브는 크게 화주와 포워딩 업체를 위한 이용장려금과 선사에 지급되는 항로연장지원금, 특화항로 개설과 관련한 운항손실보조금으로 나뉜다. 화주와 포워딩 업체가 영일만항을 통해 수출·입을 하면 유치물량에 따라 최대 TEU당 4만 원의 이용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영일만항을 기항하는 선사에는 3억 원 이내에서 3년간 항로연장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특화항로를 개설한 선사에는 2년 동안 손실액의 50% 이내에서 연간 10억 원의 운항손실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일만항 인근에는 부산항, 울산항 얼마 전 개장한 마산항 등 경쟁 항만이 많다. 영일만항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영일만항은 지리적인 특수성으로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의 물동량에 대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동북 3성 물동량의 동해 출구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항만으로 머지않아 이들 지역과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쌍용 자동차·일본 마쯔다 자동차의 수출은 대 러시아 수출기지로 영일만항이 최적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나.- 항만 성장에는 다양한 항로개설은 필수요건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영일만항 기항 선사는 고려해운, STX팬오션 등 5개 선사다. 이들은 러시아 3개 항로, 중국 2개 항로, 일본 1개 항로, 동남아 1개 항로 등 7개 항로 10항 차를 운항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러시아 자루비노,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노선과 일본 고베, 오사카 등 항로를 개설함으로써 13개 항로 18항 차로 늘려 서비스할 계획이다. 또 총사업비 2천89억 원의 국제·연안여객선부두 등의 조기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여객선터미널 건설을 대비해 영일만항과 일본 마이즈루항을 잇는 크루즈선이 올 5월과 7월 2회 시험 입항했다. 현재 일본 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항로 개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대구·경북 물동량이 전체 물동량의 1%밖에 안된다. 어떻게 할 건가?△ 부산항과 경쟁해야 하는데 규모, 항로와 항차 수 등 항만서비스 측면에서 영일만항과 부산항은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으로 가는 고가의 전자제품 등이 나진항을 이용하는 때가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소한 동북 3성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영일만항으로 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만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또 배후단지 조성을 통해 물류를 생산·가공·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부산항 등 타항만의 이용 화물을 유치해 항만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포항의 철강 산업을 자동차, 선박, IT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시켜야 한다. 또 냉동창고가 없으면 검역을 할 수가 없어서 농수산물 수출입이 불가능하므로 냉동창고 건립이 시급하다./김상현기자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10-22

영일만항, 인근 지자체와 상생도모 시급하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무역항인 영일만항이 개항한 지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 노선 확충과 관련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대구 등 인근 도시와의 상생 모색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지금은 도시와 도시 간의 경쟁이다. 하지만, 서로 간의 상생 없이는 대구와 포항이 혼자의 힘으로 세계로 나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도시는 상생할 길을 생활권과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적인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인천시 송영길 시장의 상생 선언문 채택이 대표적인 예다.대구·포항은 국책사업유치 등 경쟁자 입장에서 벗어나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상생 모델을 만들어 소모적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지방의 목소리를 키우고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포항은 동해안에서 인구가 많은 도시로, 환동해권 거점도시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포스코·포스텍이라는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영일만항 개발 덕분에 환동해권 국제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권역이 비슷한 대구와 포항이 협력해 경계를 허문다면 영일만항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대구·구미 물동량 거의 없어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영일만항에는 일본을 비롯한 3개국의 5개 선사가 8개 항로, 13항 차의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있다.영일만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2009년 개장 초기 5개월간 6천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는데 그쳤으나 2010년 7만 2천421TEU, 2011년에는 13만 812TEU의 실적을 거뒀으며 올 8월17일 누적물동량 30만TEU를 달성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항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여전히 물동량은 미미한 실정이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간 100만 TEU 정도로 추정되지만 영일만항 이용 실적은 저조하다.최근 한국은행 포항지역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지역 화주기업 95%가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대구 기업의 물동량 유치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선사들 대다수가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고, 부산항에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회사가 많아서 단순한 수송비용 유인만으로는 영일만항에 선사를 유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부산항 대신 영일만항을 이용하겠다는 선사는 20%에 불과했다. 영일만항은 대구지역 화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포트세일즈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한국은행이 선사, 포워더 등 항만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하역요금, 배후화물운송비, 하역생산성 등과 관련해 영일만항이 어떠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현재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는 선사들의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일만항과 같은 소규모 지역항만의 경우 선사들의 항만선택은 비용 및 생산성 요인보다는 물류시스템 전반에 관련된 계약관계나 선사와 부두운영권과의 출자관계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이번 연구팀 관계자는 “배후단지를 조기에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항만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항만의 물동량 증가의 필수조건이며 특히, 초기 항만의 경우 비용, 생산성 및 소프트웨어적 요소보다는 항만 인프라의 조기 확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연구팀은 영일만항을 환동해권 물량확보 등 틈새시장 개척과 부산항의 피더항으로 환적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배후산업단지를 포함한 지역 내에서의 물동량 창출과 육상운송 물류업체 등에 대한 정보서비스 제공이나 회송 시의 화물알선 등과 같은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영일만항까지의 육상 운송비는 부산항보다 저렴하나 육상운송업체의 쌍방향 화물확보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운임은 영일만항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대구시의 관문, 영일만항이 돼야대구와 포항은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대구를 해양도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2004년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연구기관이 대구는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영일만항 개항 때는 항구까지 갖게 됐다고 떠들었다.하지만 영일만항이 생긴지 3년이나 지났지만, 대구는 여전히 내륙도시다. 대구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영일만항을 이용해 수출하는 물건은 거의 없다. 대구 기업들은 여전히 부산항을 통해 수출·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2009년 컨테이너부두 4선석으로 문을 연 영일만항은 2012년 현재 일반부두 2선석을 준공했으며, 2020년까지 1조 9천955억 원을 투자해 16선석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5개 선사 8개 항로 13항 차의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있다. 또 쌍용차와 일본의 마쓰다 자동차가 영일만항을 통해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어 일본자동차 기업의 러시아 수출 전진 기지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크루즈선 입항으로 관광용 항구역할도 하고 있다.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 최동준 대표는 “대구기업들의 수출입품은 지금까지 부산항을 통해 운반돼 왔으며, 여전히 부산항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면서 “부산항이 대구의 관문항은 아니지 않으냐. 대구의 관문은 영일만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일만항에 대한 대구의 냉소적인 시선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또 “대구는 포항을 통해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포항은 53만 명을 배후로 둘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600만 명을 배후로 두는 항구도시가 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상생발전을 위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대구시에서 영일만항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영일만항을 수출입 물류 항구로 이용할 계획은 백지상태다.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 설립 때도 경북도와 포항시는 각각 10%를 출자했지만, 대구시는 출자권유를 아예 거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 기업에 대한 영일만항의 인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산항을 고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일만항이 클 기회를 대구가 막는 형국이다. 대구는 포항이 경북도에 있다고 해서 경쟁도시로 여겨선 안 된다. 포항을 대구의 항구로 봐야 한다.최 대표이사는 대구가 영일만항을 이용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이익으로 △화주기업과 운송회사 등의 물류비용 절감 △일본 교토~포항을 연결하는 카페리 취항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흡수 △포항·대구간 경제 교류로 인한 시너지효과 △수출전진기지 확보 등을 들었다.최 대표는 “대구기업들이 영일만항을 수출입을 위한 전용 항구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영일만항은 대구업체의 수출국과 대부분 항로가 개설돼 있다. 운송사나 화주에겐 수출물량뿐만 아니라 수입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영일만항을 대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10-08

영일만항 활성화 위한 인프라 구축 나서자

영일만항은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컨테이너 항이다. 이 때문에 국내 지역 물동량 유치에 유리하다. 또 부산항보다 러시아지역 항만까지의 해상거리가 100㎞나 가깝다. 일본 서해안과의 거리도 부산항보다 가깝다. 또 중국 동북 3성의 북한 나진항 이용도 가시화되고 있어 지리적으로 볼 때 비교우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과의 물동량 증대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일만항이 적정 수준의 물동량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인프라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 항만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만물동량 확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항만 인근 지역의 GRDP(지역 내 총생산)이다. 방파제 등 항만 부두시설과 냉동·냉장창고 등 하드웨어의 구비 여부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영일만항 배후단지 조성과 항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이유다. 영일만항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 분석해봤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영일만항의 강점첫째, 지리점 이점이다. 영일만항은 1~2시간 이내 거리에 구미(전자), 경주(자동차부품), 포항(철강)이 있다. 세 도시산업의 수·출입 물량 중 일부만 유치하더라도 수익창출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것이다.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제2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5년까지 연평균 6.9%, 2020년까지는 매년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의 우월적 지위는 부산항이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근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지역항만 처리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일만항은 컨테이너 물량이 2020년까지 연평균 19.4%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평택당진항(13.6%), 광양항(10%)보다 물동량 증가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 물류수송체계다. 2014년 KTX 포항노선이 개통되고 영일만항 인입 철도가 완공되면 포항공항, KTX, 고속도로 등 육해공의 복합물류수송체계가 완성된다. 이는 물동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셋째, 배후단지다. 최근 포항 블루밸리의 연내 보상 계획 소식이 들려왔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과 동해면·장기면 일대 620만 2천758㎡에 걸쳐진 블루밸리는 포항지역의 대표 신규 국가산업단지이다. 사업비 9천926억원이 투입되며 LH가 시행을 맡고 있다. 블루밸리와 함께 영일만 제4일반산업단지, 구룡포 광남산업단지, 오천 광명산업단지 등의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기존 철강공단, 경주 자동차부품산업단지와 함께 지역 자체 물동량만으로도 자력성장이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제3차 국가항만기본계획대로 영일만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과 함께 (포항)구항과 신항까지 통합해 운영하면서 국제크루즈여객선까지 취항하게 되면 종합항만으로 발전가능성도 기대해볼 만 하다.◇항만 인프라 늘리고, 인지도 높여야현재 영일만항은 항만의 조기 활성화와 기본 항로 확보를 위한 기초물동량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생항만의 장점인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정책 등 경쟁우위 요소로 화주나 선사에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항만 배후단지 조성이 지연되면서 자체적인 항만 물동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만 배후단지의 조성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영일만항이 타 지역항만과 같은 여건에서 경쟁하려면 배후 산업단지와 함께 방파제와 추가 접안시설 등 핵심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배후연계수송도로의 조기 건설도 영일만항으로선 시급한 과제다. 항만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항만인입철도 건설과 항만인입 고속도로 건설 등 주요 수송망이 늦어지면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중국 물동량이 창출된다 하더라도 영일만항이 이를 흡수하기가 버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인프라 구축과 수송망 구축이 더뎌지면 항만 조기활성화도 저해하고 공사단가의 상승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건설기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특히 구미지역 등 도내 물동량과 수도권 컨테이너 화물 유치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통망 확장과 조기개통에 경북도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또 영일만항이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인지도가 낮아 항만 활성화가 더뎌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외국의 연구나 일본 등의 국가 항만정책수립에 언급되는 국내 항만은 대부분 부산항이다. 간혹 광양항, 울산항, 속초항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영일만항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이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기본계획이 지향하는 종합항만이 되려면 호텔 등 비지니스 시설 등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항만정체성 확립과 냉동·냉장시설 유치일반적으로 `부산항`하면 국가중심허브항, `울산항`은 오일허브항을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의 경우 항의 특성을 내세울 정체성이 없어 향후 경쟁력 강화나 전략 수립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일만항에 대한 장기적인 시설투자는 계획돼 있지만 이런 시설 확충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물동량 정체의 장기화와 울산항·부산항 등과의 중복투자 논란으로 사업 자체가 축소 또는 취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물류 창고 등 보관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각종 물류창고 등은 항만 물동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구미지역 수출제품이 영일만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인프라 구축도 문제지만 화물차 등이 내륙운송 시 영일만항에서 실을 물량이 없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미에서 싣고 온 물건을 내려놓고 빈차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해결하려면 수입 냉동·냉장 농수산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일만항에는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보다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인 냉동 컨테이너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음에도 냉동·냉장시설이 없어 냉동수산물 등의 물동량 확보에 지장을 가져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 중국·러시아와의 냉동 농수산물의 물동량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타 항만으로 물동량을 빼앗길 수도 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등이 부산지역으로 이동 보관됐다가 다시 반입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냉동·냉장시설의 설치가 시급하다.포항시 이종한 해양물류 담당은 “부산항과 수속절차 등을 치밀하게 비교·검토해 화주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 농수산물 통관에 필수적인 냉동창고 투자자 물색과 사업 제휴도 모색중”이라며 “물동량 유치를 위해 화주와 국외 구매자, 통관대행업체에 경비절감 등의 효과와 관련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09-24

동북 3성의 물류 허브도시로 훈춘이 뜬다

지난달 찾은 훈춘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시내, 시외 가릴 것 없이 도시 곳곳에 건설용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다. 중국 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은 훈춘에서만큼은 예외다. 포항시청 소속 정재화 담당은 “다른 도시 부동산은 떨어져도 훈춘은 2년 사이 두 배가량 올랐다. 아파트 가격이 포항시와 맞먹는다. 거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개발에 따른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0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장춘-길림-훈춘을 잇는 `창지투 개발 계획` 덕분이다.그런데 훈춘에는 항구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이다. 약 50㎞ 떨어진 북한 나진항을 빌려 동해로 나간다는 구상이다. 계획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완공된 훈춘~나진 왕복 2차선 고속도로와 장성택의 중국 방문이 이를 상징한다.훈춘은 항구 도시 기능을 조성해 가고 있다. 지난 4월엔 접경도시로는 처음 국가급 경제특구인 `훈춘국제무역합작시범구`로 지정됐다. 이웃 러시아의 연해주와 북한의 나진항을 겨냥한 조치다. 2020년까지 조성될 시범구는 90㎢ 면적에 제조단지, 보세구, 북-중 합작구, 중-러 합작구 등 4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그 개발의 선두에 포스코가 앞장섰다. 지난 10일 착공식을 가진 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가 그것이다. 훈춘시 박진순 항만국장은 “보세구를 만들어 나진항 화물의 세관업무를 훈춘에서 처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그러면 훈춘은 50㎞ 내륙의 항구도시가 된다”고 말했다.훈춘에서 한·중 무역업에 종사하는 전정관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다”며 “보따리 장사만 해도 먹고 사는 건 걱정없다”고 했다. 그는 훈춘~나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북한행 중국 물품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훈춘은 지금 동북아의 물류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훈춘을 중심으로 나진항 이용이 확실시되는 동북 3성의 기업인을 만나봤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흑룡강성 하얼빈 대우인터내셔널흑룡강성은 중국 내륙 동북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넓은 땅과 3천900만명의 인구, 지하자원 등 많은 이점을 가진 곳이다. 아직 중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또 흑룡강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석유공업기지이며, 석유의 매장량과 산유량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산업은 석유화학을 비롯해 자동차, 전자, 식품, 제약산업 등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흑룡강성의 3위 교역국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최귀룡 하얼빈 대표는 흑룡강성의 광산자원, 특히 흑연을 주목했다. 그는 “흑룡강성은 중국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가졌고, 매년 4천만t의 산유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채굴되지 않은 천연가스의 규모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탄 매장량도 220억t에 이르는 데다, 연 생산량도 1억t을 기록 중이라고 덧붙였다.그는 “이미 확인된 광산자원은 110종에 달하고 흑연도 중국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영일만항은 흑룡강성의 광산자원을 공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기존 상해 인근 남방에서 생산되던 흑연이 고갈돼 흑연 채굴·가공하는 공장들이 새로운 흑연을 찾아 흑룡강성으로 이전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휴대전화 배터리 등 흑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나진항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포항으로선 중국 흑연 수입과 함께 영일만항을 통한 전자제품 등의 수출로 인한 항로 개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요녕성 심양 SK네트웍스“현재로선 SK네트웍스의 훈춘 진출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꼭 진출해야 하는 시기는 올 것이다. 북한 나진항 개방과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의 변화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심양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식당 `진지(ZINZEE)`에서 만난 SK네트웍스 전현수 중국대표의 말이다.그는 동북 3성의 나진항 이용에 따른 진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동북 3성은 연간 교역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동북 3성에 대한 한국의 투자액도 40억 달러에 달한다. 또 SK, LG, CJ, 롯데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동북 3성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면서도 “주요 산업 분야에 대한 논의와 포럼 등이 줄을 잇지만, 양국 기업과 유관기관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우려하는 듯했다.하지만, 전 대표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이 10월 초 개통 예정인 훈춘~나진 고속도로 준공식에 맞 큰 폭의 개방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가자산으로 규정하는 주택을 외국인에게 분양할 것이라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역시 개혁·개방과 관련한 조치라는 분석이다./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09-17

훈춘국제물류단지는 韓·中 경제교류 `전진기지`

△ 훈춘 포스코·현대 물류단지 착공2012년 9월10일 오전 9시18분, 중국 길림성 훈춘에서 한중 경제교류사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포스코와 현대가 중국 연변 조선자치주인 훈춘에 국제물류단지를 짓는 첫 삽을 뜨는 것. 착공식에는 정준양 포스코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규형 주중한국대사 등이 참석한다. 중국에서는 손정재(쑨정차이) 길림성 당 서기, 왕유림(왕루린) 성장, 김춘산 훈춘시장 등이 참석한다.훈춘국제물류단지가 들어설 부지는 지금은 땅만 덩그러니 있는 허허벌판이다. 하지만,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하는 국제물류단지와 인구 20만 도시, 훈춘이 10년 후 어떻게 변할지, 어떤 역할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훈춘은 중국이 동해로 통하는 뱃길 가동을 위해 부두사용권을 확보한 북한 나진항과 북·중이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6월 착공한 나선특구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중국의 관문도시다.총 150만㎡(약 45만평)의 부지에 조성되는 훈춘 국제물류단지는 오는 2014년 완공 예정이며, 1천994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포스코가 80%, 현대그룹이 20%의 지분을 가진 훈춘 물류단지에는 광물자원, 자동차, 컨테이너 등을 환적 할 야적장과 보관·가공·포장·통관 기능을 갖춘 창고, 집배송 시설 등 각종 물류시설이 들어선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훈춘 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의 역할 훈춘국제합작시범구 프로젝트는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방선도구 개발사업과 함께 중국 정가에서는 미래 지도자로 꼽히는 손정재(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이 시기에 맞춰 포스코는 중국으로부터 사업권을 얻어냈다. 포스코는 2010년 지린성 정부와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방선도구 개발사업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참여 및 훈춘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기본협약과 사업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4월 훈춘시 정부와 물류단지 합작개발협약, 9월 영업허가를 취득했다.포스코가 중국으로부터 취득한 사업기간은 50년이다. 2014년 말 1단계 건설을 마칠 계획이며, 2017년 2단계 건설을 거쳐, 2020년에 3단계 건설까지 완료된다. 1단계에는 약 30만㎡(약 9만평)의 부지에 일반창고, 항온항습창고, 저온창고, CFS(컨테이너화물집화소) 등을 건설한다.본격적인 운영은 2014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 원정리에서 나진항까지의 50km에 이르는 고속도로가 완공된 상태다. 훈춘물류기지에서 출발한 동북지역의 화물들은 나진항으로 옮겨져 상해 등으로 운송된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나진항을 통해 동북지역의 화물이 한국으로 갈 수 있으며, 반대로 한국의 화물이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훈춘에는 이미 포스코가 물류단지를 선점한 상태이기에 중국의 물류기지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훈춘국제물류단지는 훈춘국제합작시범구 내에 위치하게 된다. 훈춘국제합작시범구는 중국이 국제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재정 및 세제, 자금, 통관, 토지, 금융관련 지원책을 마련해 중국 내·외 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건설된다. 전체면적은 9천만㎡(약 2천700만평)이다. 중국이 미래 물류 허브 중심으로서의 훈춘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범구는 훈춘국제물류단지와 훈춘국경경제합작구, 훈춘국제물류개발원구로 구성된다. 국경경제합작구는 7천300만㎡(약 2천200만평)의 면적에 건설된다. 중국은 국제경제합작구를 동북아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중국과 인근 국가의 자본, 노동력, 기술력을 활용해 자동차부품, 바이오, 의류, 목재가공, 수산물가공 등 7대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훈춘국제물류단지의 역할은 △길림성·흑룡강성의 물류거점 △가공연계 물류거점 △수출입기지 등 크게 세 가지다. 중국 내 물류거점 기능은 중국 내 생산소비재를 훈춘시 인근 지역에 공급하고, 훈춘시 인근 지역 특화 생산품을 중국 내 다른 소비지역으로 공급하는 역할이다. 가공연계 물류거점 기능은 원자재를 훈춘 국제물류단지에 집화 후 인근 가공업체에서 가공한 뒤, 북한을 거쳐 중국 남부연안 지역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수출입기지 역할은 기존 대련항을 통해 운송되는 수출입 물류를 흡수해 수출물품은 한국,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고 수입물품은 중국 동북지역에 공급하는 기능이다.훈춘 국제물류단지의 강점은 물류비와 물류시간에 있다. 포스코는 하얼빈~상해 구간을 나진항을 이용하면 t당 450위안(한화 약 8만원)의 물류비가 들어, 육상운송 시 t당 1천465위안(한화 약 26만원), 대련항을 이용할 때 t당 605위안(한화 10만9천원)보다 각각 70%, 15%가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하얼빈~상해 구간을 트럭을 이용하면 15일, 대련항을 이용할 때 7일이 걸리는 데 비해 훈춘국제물류단지에서 나진항을 통하면 4일이면 운송을 마칠 수 있어 물류시간에서도 우위를 가지고 있다.△북한 경제행보과 남북관계도 관심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지난달 15일 길림성 장춘시에서 쑨정차이 길림성 당 서기 등을 만나며 `경제행보`에 속도를 올렸다. 양국은 나선경제무역구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장성택의 중국 동선은 온통 `경제`에 맞춰져 있었다. 출범 반년을 넘긴 김정은 정권의 최대 화두가 무엇인지, 장성택이 중국 방문을 통해 얻어가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나선 지구는 선진 제조업 및 물류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양국은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다.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북·중 경제협력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의 기틀을 닦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동북 3성의 추정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400만 개에 이르나 대부분 평균 900㎞나 떨어진 대련항을 이용 중이다. 앞으로 이 지역의 물동량 일부는 나진항을 통해 반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 관계가 호전되거나 중국이 확보한 나진항 부두운영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영일만항이 중국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하얼빈 주재 국내 한 무역상사 대표는 “기존 상해 등 남방에서 생산되던 흑연이 고갈돼 흑연을 가공하는 공장이 새로운 흑연을 찾아 하얼빈 인근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휴대전화 배터리 등 흑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나진항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포항으로선 중국 흑연 수입과 함께 국내 가공품 수출로 항로 개설에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09-10

장춘, 자동차산업으로 제2의 번영기 맞는다

중국은 생각보다 가까운 나라다. 북한을 끼고 있어서 멀게 느껴지지만, 비행기로 1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니 제주도보다도 가까운 셈이다. 지난달 6일 오전 기자를 태운 비행기는 1시간 반을 날아 중국 길림성의 수도인 장춘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장춘 시내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림성 최대 도시 장춘 역시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건설붐을 타는 듯 도심 곳곳은 고층빌딩과 아파트 건설현장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요녕성이 동북지역의 용 머리라면 흑룡강성은 용의 꼬리고 길림성은 이제 막 꿈틀대기 시작한 용의 허리다” 동북3성 개발프로젝트에서 길림성의 지정학적 중심론을 펴며 길림성 사람들이 `용 허리론`을 내세우고 있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자동차 도시, 장춘장춘은 길림성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도시다. 세계 500대 기업 중 51개 기업이 투자한 도시다. 인구는 약 751만명으로 한족, 만주족, 조선족 등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 주요도시로 연결되는 국내선 항공편과 서울·동경 등 해외로 연결되는 국제선 항공편이 매일 운항한다. 교통의 중심지답게 매일 100여편의 열차가 장춘역을 거치고 국가급 고속도로가 4개 노선이나 장춘으로 연결돼 있다.고층 건물에서 바라본 장춘 시내는 바둑판 모양이었다. 일본강점기의 잔재가 많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포항지역 기업의 진출은 없으며 포항시와 물류 교역도 없다. 장춘은 중국에서 최대 자동차 공업도시다. 장춘 제1기 차 제조창이 중국 초기 자동차 공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부분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한인 상인회 관계자는 “장춘의 경제 발전은 대부분 공업산업에 의존하고, 장춘의 공업산업은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장춘 경제와 산업의 특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말이다.현재 장춘의 연간 완성차 생산능력은 200만 대를 넘어섰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공업 연구생산기지는 중국 제일자동차그룹공사(이하 이치자동차)다. 이치자동차는 장춘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치 자동차는 중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이자 국영 대기업이다. 자체 브랜드 차량은 물론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과도 합자회사를 설립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장춘의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전역 총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다.장춘 경제기술개발구관리위원회는 장춘의 자동차 공업 영역을 확대해 남쪽은 자동차 부품단지로, 북쪽은 특종 차단지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장춘을 세계적 부품구매기지로 만들어 장춘 자동차 산업에 제2의 번영기를 맞도록 할 것”이라며 “개발구 안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장춘 자동차를 생산하고 앞으로 10년 내에 개발구에서 생산된 부품의 10%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생산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영일만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이기도 하다.장춘은 중국 궤도열차의 주요 생산도시다. 장춘객차공장은 1954년 설립돼 중국 제1차 5개년 계획 시기에 중점 대형 국유 철도 객차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철도 객차의 50%, 도시 궤도열차의 70%가 장춘에서 생산된다. 2008년 건설을 시작한 `궤도교통 장비제조 산업단지`는 앞으로 연간 800대의 고속동력차체와 800대의 도시궤도열차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 옥수수 활용해 세계 최고 바이오 산업기지 계획지난달 7일 방문한 장춘 경제기술개발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원회). 관리위원회는 기자에게 방문 기념으로 넥타이를 선물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넥타이는 옥수수를 가공한 섬유로 만든 것이었다.길림성는 연간 1천900만t의 옥수수를 생산하는 중국 제일의 옥수수 산지다. 장춘시의 옥수수 생산량은 연간 600만t에 달해 길림성 생산량의 1/3을 차지하고 있고 옥수수 가공산업에도 장점을 갖추고 있다. 장춘 대성실업은 중국 옥수수 자원산업 선구업체로 중국 최대 옥수수 정밀가공을 위주로 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아시아 1위, 세계 3위 옥수수 심화가공업체다.생물화공산업단지는 특종차 및 부품산업단지와 함께 장춘경제기술개발구의 주력산업이다. 생물화공산업단지는 옥수수를 연료로 하는 합성섬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장춘경제기술개발구 위원회는 개발구를 10년 내에 생산규모 1천억 위안이 넘는 중국 최대 옥수수 원료 화공산업 및 방직산업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자동산산업 생산액도 2013년까지 575억 위안, 2020년까지 생산규모 900억 위안이 넘는 세계적인 자동차부품생산기지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관리위원회 조욱 관위회부주임은 “현재 길림성에는 500여 개의 옥수수 가공업체가 있다. 생물화공산업단지는 장춘 대성실업의 옥수수 알콜 기술을 핵심으로 합성섬유, 환경친화 플라스틱 등을 만들게 된다”며 “옥수수-화공-경방직의 산업체인을 갖춰 10년 내에 연간 생산액 1천억 위안(한화 17조8천억 원)이 넘는 중국 최대 옥수수 화공기지 및 경방직 산업기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옥수수 완전가공 산업사슬을 경제기술개발구에 구축해 2013년 630억 위안, 2020년 1천500억 위안의 생산액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남북관계가 진전돼 나진항 개방 폭이 넓어지면 세계 일류의 바이오산업기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동북 3성의 경제 중심지인 장춘시의 `장춘경제기술개발구`는 1993년 4월4일 중국 국무원에 국가경제기술개발구로 정식으로 비준을 받은 뒤,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동북 3성의 노화된 산업환경을 진흥시키는 동북진흥전략을 실시함에 따라 국가 급 개발구인 장춘경제기술개발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개발구는 신형공업화 개발구로 건설하고 낙후된 동부공업기지의 선구자 및 시범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훈춘이 투먼장(두만강) 지역 지역합작 개발의 바다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면 장춘은 버팀목 역할을 하게되는데, 장춘경제기술개발구가 그 버팀목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춘흥륭종합보세구장춘흑륭종합보세구는 국무원의 허가를 받은 최고의 개방수준, 최대의 혜택을 완비한 특별세관 관리구라는 것이 관리위원회의 설명이다. 관리위원회 조욱 부주임은 “장춘흥륭종합보세구는 길림성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장춘-길림-도문`개발계획의 핵심프로젝트이자 장춘-길림 일체화 전략의 고리역할을 하며 길림성 대외개방의 새로운 플랫폼이다”고 밝혔다.장춘흥륭종합보세구는 장춘시 동북부인 장춘경제개발구 흥륭산진 지역 내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4.89㎢다. 보세구는 장춘시 철도화물 물류지점인 흥륭산역과 인접해있고 장춘국제공항까지 약 10km 거리에 있다. 관리위원회는 보세구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보세구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도 다양하다. 외부에서 보세구로 반입한 기계, 설비 등에 대해 관세와 수입 절차세를 면세하는 한편 보세구 내 기업의 가격 계산에 의한 결산 화폐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간 수출·입 액수가 1천만 달러에 도달한 가공류 기업은 토지구입 대금의 절반을 보조하고 있으며, 수출·입액수가 5천만 달러에 도달한 기업은 토지 구입 대금의 전액을 보조한다.한편, 장춘 경제기술개발관리위원회는 본지 취재 후 보세구 내 포항 기업 유치를 위해 이달 초 포항시를 전격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김상현기자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09-03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영일만항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포괄하는 환동해경제권의 중심 허브항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2009년 8월 개항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유일한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은 지리적으로 볼때 물동량 유치가 유리한 데다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및 일본 서안지역의 적극적인 항만 육성 정책의 추진 등으로 환동해경제권 중심항만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일만항을 특화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역항만과의 연대강화가 급선무다.본지는 국내 주요항만과 중국 동북3성의 개발 현장을 찾아 중국의 물량이 한국과 일본 태평양으로 이동할 때 영일만항을 거쳐서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 동북 3성의 정책과 개발현장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글 싣는 순서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중국이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훈춘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훈춘은 남쪽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나선(나진·선봉)특별시, 동쪽으로는 러시아 연해주와 맞닿은 국경 도시다. 이때문에 훈춘에는 북한·러시아와의 물류이동과 출·입국 검사를 위한 세관이 위치해 있다. 특히, 훈춘은 대륙 동쪽이 육지로 막힌 중국으로선 바다에 진출할 수 있는 최적지다. 훈춘에서 동쪽으로 15km만 가면 동해다. 훈춘과 러시아 자루비노항은 철도로 연결돼 있다. 훈춘에서는 북한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훈춘에서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를 지나 나진항까지는 50km밖에 되지 않는다. 훈춘은 중국, 북한, 러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전략 요충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훈춘은 `동북아시아 무역전진기기`중국 정부는 훈춘을 `동북아시아의 무역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길림성 정부는 국무원의 승인을 받고 지난 5월29일 훈춘에서 `투먼장(두만강)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훈춘시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7일 찾은 훈춘시내 곳곳에는 `중국 두만강지역 훈춘 국제 합작 시범구 비준 획득을 열렬히 경축`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조성할 시범구는 90㎢ 면적에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이다.투먼장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조성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장춘·길림·투먼을 잇는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은 두만강 유역의 3개 도시를 연결해 대규모 산업과 물류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이미 장길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교통망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9월에는 장춘·연길·훈춘을 잇는 고속도로를 개통했고,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이 구간에서 고속철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동해로의 해출구 확보는 필수다. 중국은 훈춘을 동해로 나가는 길목으로 보고 있다.또 중국 정부는 오는 8월 훈춘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도 완공했다. 이 공사에는 1억6천500만 위안(한화 약 320억원)을 투입했다. 이 도로의 완공으로 훈춘에서 나진항까지의 운행 시간은 종전 9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됐으며, 대형 트럭을 이용해 석탄 등의 자원을 나진항까지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다.중국은 이미 2009년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따냈고, 보수와 확장 공사를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도 갖췄다. 중국 정부는 나진항 1호 부두를 통해 동북3성에서 생산하는 석탄을 선박편으로 상하이 등 남부지역으로 대량 운송하고 있다. 훈춘시는 올해 나진항을 통한 석탄 남방 운송 목표량을 50만t으로 잡았다. 중국은 또 2010년 나진항 4~6호 부두를 개발해 50년간 사용할 권리도 확보했다.◇대륙세력이 해양으로 나가는 출구중국은 1993년부터 항구를 건설해 바다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했다.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훈춘·러시아 자루비노항·속초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를 개통했다. 하지만 이 루트는 여객선 위주의 항로였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러시아 때문에 발전이 더디게 진행됐다.결국 새로운 출구를 찾으려는 중국은 훈춘·나진항 루트로 눈을 돌렸다.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나진항을 동북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해왔다. 나진항은 1921년 문을 열었다. 나진항은 한반도종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부동항이다. 훈춘에서 나진항을 통하면 대련을 통해 부산으로 오는 운송 루트가 일주일 이상 단축된다. 거기다 포항항(영일만항·신항·구항)은 부산항보다 나진항이 중국의 동해 출구로 자리잡으면서 훈춘이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훈춘이 중국 동북지역의 내륙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계지가 된 셈이다.또 지난 15일에는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길림성 장춘시에서 쑨정차이 지린성 당 서기, 왕루린 성장 등을 만나며 `경제행보`에 속도를 올렸다. 양국은 전날 나선경제무역구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나선 지구를 선진 제조업 및 물류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다. `전기공급`은 나선 지구에 대한 중국의 본격적인 투자의 의미로 풀이된다.이런 점에서 볼 때 나진항이 과거엔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입구였다면, 지금은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나가는 출구다. 중국 정부가 훈춘 개발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 러시아를 한데 묶어 동북3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훈춘에선 이미 중국, 북한, 러시아 간 교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훈춘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 간 호시무역액(互市貿易)은 75억 위안( 한화 약 1조3천500억원)을 넘어섰고, 훈춘 호시무역구의 러시아인 유동인구는 연인원 45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무관세 교역인 호시무역이 활기를 띠면서 훈춘에는 매일 수많은 러시아인이 몰려들어 쇼핑을 즐긴다. 주요 거래품목은 의류, 가전제품, 과일 등이며 거래방식은 처음에 소매가 많았던 것이 점차 도매로 바뀌고 있다. 훈춘 호시무역구에서는 무역증을 소지한 중국, 러시아 주민이 매일 1인당 8천위안(약 150만원) 이하의 호시상품을 면세로 교역할 수 있다.현재 나선특구에는 많은 중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도 유치해 훈춘을 명실공히 동북아의 산업 및 물류 허브로 만들려는 야심도 있다.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훈춘에 1천994억원을 투자해 국제물류단지를 개발 중이다. 다음달 10일 오전 10시 18분 포스코·현대 물류기지 착공식이 훈춘시에서 열린 예정이다.중국이 훈춘 개발에 공을 들이는 앞으로 동북아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북한 통일, 러시아의 극동개발 전략, 일본의 동해 진출 전략에 맞서려면 자국의 동북지역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훈춘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지역이다. 두만강 가까이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 훈춘의 변신에 영일만항의 도시 포항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김상현기자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