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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산시선관위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에 수천만 원 후원 한 기부자 고발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회에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혐의로 A산업 대표 B씨와 해당 기업 계열사 직원 C씨를 대구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했다. 4일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쯤 C씨에게 “국회의원 4명(대구지역 의원 3명, 비례대표 1명)의 후원회에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기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C씨는 A산업과 그 계열사 임직원 60명의 명의를 무단으로 사용해 각 후원회에 100만~200만 원씩 송금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실행했다. 이 방식은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개인 기부한도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기부 명의 역시 허위로 판단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법 제2조 제5항에서는 누구든지 타인의 명의나 가명을 사용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법 제11조는 개인이 국회의원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연간 총 2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하나의 후원회에는 5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B씨와 C씨는 이 두 조항을 동시에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선관위는 이들이 명백한 공모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후원금 기부는 대한민국 정치문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수단이지만, 법적 절차와 한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명의 도용 기부는 후원회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4

재선충에 속절없이 무너진 포항의 숲 ‘붉은 비명’만 남았다

21년 전 포항에서 처음 보고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여전히 숲을 갉아먹고 있고, 푸르름을 내뿜던 소나무는 붉게 물들며 신음하고 있다. 지난 2일 호미 반도의 시작점인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에 들어서자 도로 갓길 옆 생을 마감한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가지는 말라비틀어졌고, 줄기 껍질은 일그러져 벗겨지고 있었다. 한때 산 전체를 감싸던 짙은 녹음은 사라지고 검붉게 드러난 나무 뼈대들이 황량하게 서 있었다. 동해면 임곡리로 들어서자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로 우람했던 소나무들이 병든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병든 채 숨이 끊긴 나무처럼 처연했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관광지 주변 산도 병세가 깊었다.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과 솔잎들이 바닥을 덮었고, 앙상한 가지들은 방향을 잃은 채 뒤엉켜 있었다. 반쯤 마른 나무들은 건강한 줄 착각하게 하지만 가까이 보면 침엽수 고유의 윤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임곡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펜션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가 7~8년 전부터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고, 줄기까지 새까맣게 벗겨져선 죽어버렸다"면서 "함부로 베어낼 수도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흥환간이해수욕장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던 해송 군락이 사라지고 죽은 나무 몇 그루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 위로 날아든 까마귀 한 마리가 연신 껍질을 쪼아댔다. 생명을 잃은 나무 위에서조차 또 다른 생명이 생존을 위해 파고들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벌목지에는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있다. 급경사지에 나무가 사라지자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급히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벌거숭이 된 산은 여전히 무방비하다. 낙엽이 깔렸어야 할 땅엔 잘린 나무의 흔적만이 흩어져 있다. 발산리 한 야산은 전체가 이미 벌목을 마친 상태다. 줄지어 자란 소나무들은 사라지고 휑한 경사면만 남았다. 나무 하나 없는 산은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미곶면 대동배리로 접어들면 고사한 소나무 위로 담쟁이덩굴이 자리를 잡고 올라간다. 살아 있는 나무를 덮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나무에 남겨진 줄기를 덮는 덩굴은 묘한 공허감을 안긴다. 30년 넘게 마을에 거주한 김모씨(70)는 “바위 위에 바람이 불고 태풍이 와도 꿋꿋하게 서 있던 소나무도 순신간에 재선충에 감염돼 사라져 쓸쓸하기만 하다”며 한때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소나무 이야기를 전했다. ‘지뢰 매설지역’이라는 붉은 경고판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재선충에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지를 잃고 비틀린 채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들은 마치 살려달라 외치는 듯 침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호미반도 둘레길을 걷던 이명자(58)·박진호(62) 부부는 “때 아닌 단풍인 줄 알았는데, 말라 죽은 소나무였다"라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포항은 푸른 바다에 초록 소나무였는데 지금은 죽음의 색으로 덮였다”며 아쉬워 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인근의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명소의 해송들도 고사한 채 남아 있었다. 일부는 반쯤 마른 상태였고, 일부는 이미 잘려 흔적만 남았다. 사진작가 이윤재씨(43)는 “SNS에 해송 사진 올리면 다들 감탄했는데 이젠 그 자리에 병든 나무만 남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기읍성 뒷산으로 가보면 푸른 대숲과 고사목이 기이하게 공존한다. 붉게 물든 고사목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푸르른 대나무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산 아래 민가까지도 재선충 피해가 번져 있었다. 50년 넘게 이 마을을 지킨 오모씨(75)는 “어릴 적 저 산에 소풍도 가고 도토리도 주웠다. 지금은 다 말라서 겁난다. 마을 쪽으로 벌레가 내려오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숲이 푸르니까 그래도 숨통은 트인다"며 한숨지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구룡포에서 장기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바다 쪽은 동해의 짙푸름이 반짝이지만, 반대편 산들은 죽은 소나무로 검붉게 뒤덮였다. 반짝이는 바다 풍경과 병든 산의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든다. 과연 같은 시공간인지 믿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크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산들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서 벌목이 이뤄졌지만 이미 감염이 번진 뒤였다. 등산로 입구는 벌겋게 고사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고 뒷산까지 감염 흔적이 역력했다. 2대째 복숭아를 재배하는 정모씨(55)는 “처음 재선충이 발생했을 때 방재를 요청했지만, ‘순서대로 한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결국 산 곳곳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신광면 비학산은 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능선으로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재선충 피해로 날개 끝이 썩어 들어간 듯하다. 인접한 야산까지 피해가 확산한 상태였다. 정상부터 시작된 고사 현상이 산 전체로 퍼지고 있었고 녹색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약 1mm의 실처럼 가는 선충으로 단 3~5일 만에 성충이 돼 빠르게 번식한다”며 “이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북방수염하늘소나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옮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하늘소는 겨울 동안 소나무 속에서 월동한 뒤 봄에 우화해 건강한 소나무를 가해하고 이 과정에서 재선충이 함께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방제 방식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감염목만 베어내는 ‘단목 방제’를 실시했지만, 지금은 감염 확산이 심해서 감염목 주변의 미감염목까지 함께 제거하는 ‘모두베기’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호미곶면 등은 현재 방제 특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해당 지역은 모두베기와 수종 전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베어낸 자리는 법에 따라 3년 이내에 반드시 조림해야 하며 재감염 방지를 위해 소나무가 아닌 다른 수종을 심고 있다”며 “산사태 우려와 관련해 시민들이 걱정할 수는 있지만 나무를 베어낸 뒤에도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 2~3년 동안 토양을 단단히 붙잡아준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항공 방제는 익충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으며 매개충의 활동 시기에 맞춰 드론을 활용한 국지적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미 여러 차례 방제해 재선충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4

포항시, 1조 원 규모 호미반도권 관광개발 본격화

포항시가 추진 중인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과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이 각각 지난달 10일과 24일 열린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에서 토지적성평가를 최종 통과, 동력이 붙기 시작했다. 포항시도 본격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이 두 사업은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일자리 창출, 해양관광 특구 지정 등 호미반도권 광역 관광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남구 장기면 두원리 일원 약 165만㎡ 부지에 들어서는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는 2028년까지 총 8677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복합관광 단지다. 이 사업은 앞서 경북도 제7차 권역별 관광 개발계획과 포항시 203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500실 규모의 호텔·콘도 숙박시설을 비롯 골프장, 펫파크, 스마트 레이싱, 딥다이브, 푸드테크 관광센터 등을 갖춘 대형 복합 레저시설로 조성된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 흐름에 발맞춰 세계 장수마을 ‘블루존’ 개념을 도입한 웰니스센터와 온천시설이 결합돼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기체류형 리조트로 개발된다. 이 사업은 국내 최대 민간 관광단지 운영사인 ㈜모나용평과 토지소유주인 ㈜중원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스타밸리모나용평㈜’이 주관한다. 시행사가 이미 사업지 대부분의 토지를 이미 확보해 안정성과 실현 가능성이 크다.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일원 127만㎡ 부지에 총 사업비 1745억원을 들여 조성할 ‘호미곶 골프&리조트’는 2007년 9홀 규모 골프장 조성계획이 고시된 이후 장기간 지연됐던 지역 숙원 사업이다. 2021년 민간사업자 승계를 계기로 18홀 골프장과 고급 리조트를 포함한 관광휴양단지로 재편됐다. 이 사업 역시 현재 사업 부지의 99%가 확보된 상태다. 빠른 시일 내 착공, 2027년 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포항 최초의 골프빌리지를 비롯 다양한 관광·휴양·레저시설이 계획돼 있다. 포항시는 2건 모두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해당 지역 주민들은 관광 활성화와 지역 소득 창출에 기대를 걸며 대체적으로 사업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정모씨(62·호미곶면)는 “호미곶에는 호미곶 광장 말고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었는데 골프장 등 복합관광 단지가 들어서면 연중 호미곶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건 사업이 포항 관광 투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후속 행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짓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으로 있다”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04

지방도 건설 토지 보상 업무, 시·군보다 전문기관이 맡아야

경북 주요 도시를 연결해 간선도로망을 이루는 ‘지방도’ 건설사업 주체인 경북도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기초단체인 시·군에 위임했다. 예산을 주는 경북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일선 시·군은 달갑지 않다. 타 업무를 병행하는 보상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부하, 전문성 부족,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다. 보상이 지연되면 사업이 늦어지면서 비용도 추가되고, 결국 주민 피해로 돌아간다. 김진철 경북도 도로행정팀장은 “보상업무는 까다로운 민원을 직접 다뤄야 하는데다 전문성이 필요한 탓에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북도는 5년여전부터 보상 분야 전문인력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지방도 및 국가지원지방도, 재해복구·예방사업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개발공사도 위탁업무 수용에 한계가 있어 여전히 일선 시·군에 보상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도 도로계획팀 관계자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주로 기초단체의 요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군이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신속한 지방도 건설을 원하는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보상업무를 맡기도 한다. 영양군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영양읍 무창리와 기산리를 잇는 3.9㎞ 구간의 지방도 건설사업의 보상업무를 진행한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보상업무를 자원했지만, 6개월 마다 바뀌는 공무원이 아닌 보상업무를 대행해주는 용역회사에 일을 맡겼다. 김미분 영양군 건설행정팀장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보상업무를 기초단체 공무원이 맡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용역회사를 찾는 것도 무척 힘이 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등이 신속하게 보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초단체가 경북개발공사에 위탁한 사례도 있다. 포항시는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300억 원을 지원해 건설하는 ‘양학동~흥해 대련 간 도시계획도로’의 보상업무를 경북개발공사에 맡겼다. 송하동 도로시설과 주무관은 “140억 원 상당의 보상업무 물량을 담당 공무원 1명이 처리하면 사업 지연과 주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판단에 발 빠르게 위탁했는데, 보상업무에 전문성이 담보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북개발공사 등의 인력을 대폭 확충해 기초단체의 보상업무를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감정평가사는 “보상업무 전문성 확보와 시·군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은 결국 민원인데, 법적인 절차에만 치중하는 전문기관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갈등 발생 소지가 있다”라면서 “설계 변경이나 보상 필지 조정 등 실무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에 시·군 공무원이 참여해 보완하는 구조도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한섭 경북개발공사 보상사업처장은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보상업무 전문기관이 지방도 등의 보상업무를 전담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업무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광역단체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4

대기업건설사, 43억원 3개월 대출연장보증에 15억4천만원 받아가…부당이득 논란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에 해당하는 대기업 건설그룹의 계열사인 D건설이 대구의 한 골프장(이후 A사)을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D건설은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2020년 A사와 군위군 소재 골프장 조성공사(총 공사비 710억원)를 계약 체결해 진행하던 중 2023년 A사에 대한 대주단(대출금융기관협의체)으로 참여해 공사비 외 대출이자 수익까지 올렸다. D건설은 당시 전체 대출금 820억 중 43억을 대출해 줘 금융사를 포함한 19개 대주단의 일원이 됐다. 그러나 D건설은 2024년 대출 기간 만기가 도래하자 A사의 대출 연장 요청에 19개 대주단 중 유일하게 연장 불가를 통보하고, 신탁사에 공매 진행을 요청했다. A사는 D건설을 찾아 골프장 공사까지 한 회사이고, 그것도 대주단 19개 중 18개가 대출 연장에 동의한 것임을 설명하고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D건설은 대출 기간 연장 조건으로 15억4000만원의 현금 담보와 함께 2024년 12월 9일까지 대출금 43억원의 미상환시 이 담보를 몰취한다는 단서가 달린 합의서를 요구했다. 당시 D건설은 이 조건에 대해 다른 18개 대주단으로부터 미리 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A사에 알렸다. 다급했던 A사는 어쩔 수 없이 2024년 9월 9일 합의서 작성 후 15억4000만원을 D건설 법인통장으로 보내줬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야 A사는 2024년 9월 12일 3개월 기한으로 대주단 전체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만기일은 2024년 12월 12일이었다. A사는 만기일을 하루 앞둔 2024년 12월 11일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D건설의 43억원 등 대주단 대출 82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이후 A사는 D건설에 대출연장 당시 담보로 보내 준 15억4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D건설은 2024년 9월 9일 별도 작성한 합의서를 빌미로 아직까지 골프장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A사는 “2024년 9월 9일 D건설과 합의서를 작성했어도 2024년 9월 12일 19개 전체 대주단이 다시 협의해 2024년 12월 12일까지로 상환기간을 변경했고 D건설도 이에 동의했다”면서 “이 경우 담보 몰취의 효력 발생 시기도 변경돼야 함에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D건설이 대출 기간 연장 당시 해당 조건에 대해 다른 대주단도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며 거짓의 합의서를 요구한 만큼 무효라고 했다. 법률전문가 및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이자 수익을 주목적으로 하는 금융권에서는 대출이자가 연체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면 공매가 진행되나, 이 골프장 건은 정상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등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D사가 공매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라고 했다. A사 관계자는 “D사로 공매에 넘겨버리는 바람에 연체가 걸려 이자마저 종전 9.5%에서 3%나 오른 연 12.5%를 적용받았다”면서 “이때부터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D건설은 지급수수료 1%도 더 챙겼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 골프장 건설을 한 업체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골프장을 시공한 대기업 건설사가 대출금 43억원 3개월 연장 조건으로 15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그것도 논란이 있음에도 사흘 만에 어려운 지방의 중소기업 재정 상태는 감안치 않고 꿀꺽 먹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원청사의 갑질이자 횡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사의 주장에 대해 D건설사 측은 “합의서에 따르면 12월 9일까지 당사의 채무가 전액 해소되지 않으면 위약 벌 형태로 담보를 몰취하도록 돼있고, A시행사의 채무는 최종적으로 변제 기일 보다 3일 넘긴 12월 12일에 해소된 만큼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지 않으면 경영진은 배임에 해당되기에 규정대로 진행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합의서 체결 과정을 대주단에게 공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승인 공문도 받았고, 담보 지급 후 계약 연장 건은 시행사에서 먼저 제시한 내용이며 녹취도 있는데 이에 거짓 합의서라고 함은 시행사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혀왔다. /임창희기자

2025-08-04

영천 화장품 원료 제조공장 폭발로 1명 실종·3명 중경상

3일 낮 경북 영천의 화장품 원료 제조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큰불이 났다. 공장 관계자 1명이 중상을, 2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파악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2분쯤 영천시 금호읍 구암리 채신공단 내 화학 물질인 화장품 원료 제조 공장에서 위험물 폭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당국은 신고 접수 16분 뒤 관할 소방서 전체 인력이 동원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거센 불길과 부식성이 강한 증기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공장 내부로 진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공장 관계자 A씨(50대)가 화상(중상)을, B씨(18) 등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 1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폭발 충격으로 공장에서 300여m 떨어진 편의점 유리가 파손되고 아파트 창문이 흔들리는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영천시는 ‘공장에서 위험물이 폭발했으니 인근 주민은 남부동행정복지센터, 금호체육관 등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불이 난 공장은 과산화수소 등 화학물질인 화장품 원료를 제조하는 곳으로 파악됐다. 과산화수소는 산화성 액체로 가열하거나 금속 촉매와 접촉하면 화재를 일으키거나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폭발 신고가 접수됐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08-03

바다에 불법 평상… 양심 없는 일부 민박업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 해변이 일부 민박 업주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공공의 재산인 바다가 사익을 위한 도구가 된 것이다. 지난 2일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이 몰린 오도리 해안도로 옆 수심이 얕은 해루질 포인트에는 5~6개의 평상과 파라솔이 놓여 있었다. 민박집 업주가 하루 5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빌려준 것이다. 민박집 업주는 “4인 기준 자릿세는 5만 원”이라며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예약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평상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고, 남은 음식을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 불법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뒤 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유수면법 제8조에 따르면, 공유수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려 할 때 반드시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평상과 파라솔은 명백히 인공구조물에 해당하고, 허가 없이 설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박 업주들의 불법 행위는 바다 경관을 해치고,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파라솔도 공유수면 점용 대상인데 허가 없이 장사하는 상황”이라면서 “파도나 강풍으로 사고 위험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도 눈살을 찌푸린다. 인천에서 찾았다는 피서객은 “기대했던 시원한 풍경 대신 평상이 점령해 속상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보여서 불편하다”라면서 “삼겹살 굽는 냄새도 심한 탓에 바다인지 식당인지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양심적으로 영업하는 민박집 업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마을 주민은 “불법이라고 모두 말렸으나 일부 업주들이 끝내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다”며 “평상에서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그대로 바다에 버리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걱정했다. 특히 “행정당국이 단속을 나오면 잠시 시설물을 철거했다가 곧바로 영업을 다시 시작한다”면서 “불법으로 설치해놓고도 떳떳하게 온라인 광고까지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공유수면에는 반드시 허가가 필요하고, 읍사무소의 계도에도 철거하지 않으면 고발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접수되면, 강제 철거 등의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원이 접수됐는데, 해당 위치에서 영업하면 불법이라는 점은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최근에도 여전히 해당 장소에서 장사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정확한 확인을 거쳐 현장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3

포항 동부초 갈등 풀 실마리?···정치권, ‘대화·협의’ 주문 가세

속보 =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이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한 동부초 이전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본지 7월 1일 자 5면 등 보도>하고 있는데, ‘대화’와 ‘합의’를 촉구하는 지역 정치권이 가세해 관심을 끈다. 박용선(포항 5)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포항시가 포항교육지원청과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현재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양측이 소통해야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다”라면서 “하루 빨리 협의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특히 “며칠 전에도 포항시와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서로 원하는 조건을 협의하라고 포항교육지원청에 주문했다”라면서 “대화가 진전을 이루면 포항시장과 경북도교육감을 만나 중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임주희(오천)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장은 동부초 학부모와 총동창회, 교육지원청 등 이해당사자 간의 입장 차를 인정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학부모와 총동창회 차원에서 뜻을 모아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달 중순쯤에 포항시, 포항교육지원청이 모인 자리에서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지역의 한 정치인은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동부초와 학생들의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교육 자체가 포항 전체 발전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포엑스 2단계 확장이 완료되면 고용 창출 등 포항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포엑스가 포항의 산업 다변화와 관광 활성화를 이끌 핵심 기반 시설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서다. 이 정치인은 “과거 일부 시민들의 이권 다툼으로 송도초 신축 이전도 무위로 돌아갔다”라면서 “포엑스 2단계 확장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인 만큼,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포항시와의 갈등이 지속되길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조만간 포항시와 만나서 최대한의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3

포항 AI컴퓨팅센터, 수냉식 냉각으로 두토끼 잡나

NHN클라우드, 텐서웨이브 등이 참여해 2027년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구축하는 글로벌 AI컴퓨팅센터에서 사용할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현재 최첨단인 엔비디아(NVIDIA) B200(블랙웰 기반 아키텍처)으로 채택될 경우 발열 해소에 ‘직접 액체 냉각’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AI컴퓨팅센터는 전기요금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공기 대신 액체로 열을 식히는 방식이 에너지·냉각 효율이 매우 높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HN클라우드의 수냉식 시스템은 GPU 위에 냉각판을 붙여 내부에 냉각수를 직접 흐르게 해 열을 빠르게 흡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GPU 확보 사업(1차 추경, 1조4600억 원) 참여자로 NHN클라우드와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를 선정해 첨단 GPU 1만3000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엔비디아(NVIDIA) B200 1만80장, H200(Hopper 기반 아키텍처) 3056장을 연내에 도입하는데, B200은 H200에 비해 연산성능이 2.25배 높다. 이번 국가사업에서 NHN클라우드는 정부가 활용하는 최신 GPU 엔비디아 B200의 75%(7656장)를 직접 구축하는데, 연산성능은 높지만 발열이 심해 강력한 냉각 시스템을 요구하는 B200의 과열을 잡는 수냉식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1GW급 초고성능 AI 연산 인프라로 확장될 포항 AI컴퓨팅센터가 GPU를 B200으로 채택할 경우 높은 연산성능과 전기 효율로 강점을 지니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AI 인프라 전문 기업인 텐서웨이브(TensorWave)가 고성능 최신 GPU 기반의 클라우드 서버 구축과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텐서웨이브가 현재 시점에서 최고 성능인 B200을 탑재할 예정이어서 NHN클라우드의 수냉식 냉각 시스템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시도 발 빠르게 지원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제 적용과 요금 인하 방안을 산업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5개월 안에 완료할 수 있도록 154kV급 40MW 전력설비 구축을 전제로 한전과 협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친환경 전력공급 방안으로 에이치에너지와의 협의로 RE100 대응을 위한 저가 전력구매계약(PPA) 방식도 진행하는데, 장기계약 형태로 전기를 공급받는 동시에 초기 투자비 완화를 위한 맞춤형 요금제 적용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벤처투자 기업으로 AI, 사이버 보안 등 첨단 분야에 대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던 트랜스링크캐피탈이 투자사로 참여한다. 박은혁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수냉식 시스템이 공랭식보다 관리가 어렵거나 누수 때 위험성이 있지만, 수냉식 시스템이 월등하게 유리하다”라면서 “글로벌 AI컴퓨팅센터의 큰 장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3

의대협 비대위원장 사퇴⋯의대생들 “무책임하다” 비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해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협 비대위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어 이선우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가결했다. 비대위 역시 해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의대협의 집단행동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의대협은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해체됐다가 지난해부터 1년 5개월 동안 이어진 의정갈등 속에서 의대생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의대생 집단행동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수업 거부 등 강경 투쟁을 하면서도 의대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지난달 학교 복귀 선언 전에도 협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사퇴나 향후 계획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별도 공지 없이 사퇴했다. 이 위원장이 학교별 학사 일정, 특혜 논란 등 남은 문제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조용한 사퇴’를 한 데 대해 일부 의대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 약 500명이 있는 온라인 대화방에서는 학교 복귀 선언 3주 만에 사퇴를 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가 학칙을 바꿔가며 복귀의 길을 터주고, 의사 국가시험(국시)도 추가로 치르게까지 해줬지만, 장기간 이어진 의정갈등에 대한 사과 없이 의대협 비대위가 사실상 해산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01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있는 오미 광복운동 기념공원

경북북부보훈지청이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오미 광복운동 기념공원을 2025년 8월 ‘이달의 우리 지역 현충시설’로 선정했다. 이번 선정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그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로 오미 광복운동 기념공원은 2008년 10월 조성돼 안동 오미마을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한 교육·추모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원 내에는 불꽃 형상의 기념탑이 우뚝 서 있는데, 이는 독립운동가들의 기개와 애국애족 정신이 영원불멸의 불꽃처럼 온 세상을 밝힌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또한, 탑 주변에는 의열단원으로 일본 궁성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건국훈장 대통령장), 만주 하얼빈에서 순국한 김만수(건국훈장 독립장), 극동민족대회에 참여한 김재봉(건국훈장 애국장) 등 오미마을 출신 24명의 독립운동가들의 양력과 업적이 새겨져 있어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오미마을은 안동 지역의 작은 마을이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항일정신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2009년 9월에는 국가보훈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독립운동 현충시설로 지정되며 그 역사적 가치가 인정받았다. 지청 관계자는 “오미 광복운동 기념공원은 지역민의 자긍심이자 후손들에게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며 “앞으로도 현충시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훈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 체험 프로그램, 답사 활동, 문화해설사 양성 과정 등이 공원과 연계되어 진행되면서, 오미 광복운동 기념공원은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체험형 역사 학습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잊혀진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1

경북 동해안 고수온 주의보 발령…양식업계 ‘비상’

경북 동해안 일대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지역 양식업계와 행정당국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양식 어류의 집단 폐사 가능성이 높아져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일 오전 10시 경주,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표층 수온이 28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식 어류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측정된 각 지역별 표층 수온은 포항 월포 28.1도, 포항 구룡포 하정 27.9도, 영덕 23.8도를 기록했다. 특히 포항 지역의 경우 주의보 발령 기준인 28도를 넘어서면서 양식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고수온 특보 체계에 따르면, 수온이 2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고수온 예비특보를,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한다. 만약 28도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고수온 경보로 격상된다. 수산 전문가들은 수온이 25도를 넘기 시작하면 양식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아 생육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고수온 환경에서는 어류의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산소 용해도가 감소해 집단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까지 포항 지역 양식장에서는 물고기 집단 폐사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양식 어민들과 행정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만큼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양식 어민들에게는 사전 예방 조치를 당부하고 있으며,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지역 양식업계는 고수온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이 빈발하면서 양식업계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8-01

‘불법의료근절’ 시민단체, 정은경 복지부 신임장관 취임 맞아 변화 촉구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취임을 맞아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국민연대.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은 7월 30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복지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취임한 정은경 신임 복지부 장관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고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겠다”면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도입해 적정인력 규모에 대한 과학적인 추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정 장관이 불법대리수술과 같은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살펴봐줄 것을 당부하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정부의 대응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법 대리수술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범죄행위로,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단순한 위법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서울 Y병원의 무면허 대리·유령수술 의혹 등 사례들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의 경우 수년간 무면허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거나, 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 등을 지시한 혐의로 2024년 5월 29일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연대 이근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는 연 4천 건이 넘는 무면허 대리수술을 방조했고, Y병원의 K원장의 위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이는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닌 조직적 비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이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기대감 어린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이 대표는 “(조 전 장관이) 지난 2023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만 반복했고,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며 당시 국정감사가 형식적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대리수술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즉각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그간 불법대리수술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처리나 처벌이 미미해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대리수술 등 불법의료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현행 대응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김선홍 중앙회장도 “복지부는 지난 2024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연세사랑병원을 대상으로 36개월간의 행정조사를 벌였지만 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정 장관을 향해 △불법 대리·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제화 △수술실 CCTV 설치 확대 및 미설치 병원에 대한 제재 △허위 의료광고 처벌 강화 △은폐 및 방기 책임자에 대한 대대적 감찰 및 징계 △모든 수술기록의 실명 기재 의무화 및 위반 시 형사처벌 등의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Y병원 사례를 들며 “Y병원의 범죄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행정의 무기력 속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이라 지적하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의료행위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은경 장관은 방역 행정에서 보여준 책임감과 철저함으로 복지부 시스템을 바로잡을 적임자”라며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 행동으로 국민에게 복지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집회에 앞서 조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세종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Y병원 K원장의 대리수술과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등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절한 조치 없이 행정조사를 부실하게 수행하거나 방기해 공중보건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책관은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필요한 지도 및 명령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만 건에 달하는 수술 내역에 대해 실질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01

“아이들 머리 위 35도, 발밑은 44도”⋯폭염에 더 뜨거운 땅 가까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도심 아스팔트 위와 사람의 평균 키 높이 사이의 기온 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노인, 밭일을 하는 고령 노동자처럼 땅과 가까운 위치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도로에서 이동형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기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도로 노면 온도는 44.3도, 성인 평균 목 높이(1.5m) 지점의 기온은 35.2도로 9.1도 차이를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땅 가까이의 체감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원인”이라며 “고온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실제 느끼는 더위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기상관측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예보될 경우, 대구 도심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폭염 특별관측’의 일환이다. 올해도 동성로, 수성못, 두류공원, 달성공원, 반월당역 인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관측차량에는 기온·습도·기압·강수량 등 기상요소는 물론, 노면온도와 고층 대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특수장비가 탑재돼 있다. 고정형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닿지 않는 지역이나, 열섬현상 등 국지적 기상 현상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대구역, 국채보상공원, 반월당네거리 등 세 곳에서 관측이 이뤄졌다. 같은 시각 대구AWS는 34.63도를 기록했지만, 반월당네거리에서는 35.63도로 1도 더 높았다. 노면 온도는 반월당이 61.82도, 대구역 48.83도, 국채보상공원 40.69도로 확인됐다. 도심 중앙 교차로일수록 열섬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는 차이가 더 커진다. 예컨대 실제 기온이 36도일 때 습도가 70%라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습도가 높을수록 땀 증발이 어려워지고, 몸의 열 방출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계층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는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을 쉽게 흡수하지만 체온 조절 기능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땀 배출이 어렵다. 노인은 땀샘 기능이 떨어져 열을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 같은 관측 결과를 대구시와 대구정책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공동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각 지자체가 폭염 대응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김윤철 대구지방기상청 주무관은 “기상청 내부 정보만으로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자체,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과 협력해 폭염 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7-31

7연승 하나카드, PBA 팀리그 1R 우승… 김가영 MVP

하나카드가 파죽의 7연승으로 2025-2026시즌 프로당구(PBA) 팀리그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하나카드는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리그 1라운드 최종일 경기에서 휴온스를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7승 2패(승점 20)로 정상에 올랐다. 하나카드는 개막 후 2연패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7연승을 내달리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하나카드는 이번 시즌 가장 먼저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했다. 하나카드는 초반 1세트와 3세트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4세트 혼합복식에서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사카이 아야코(일본)가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신정주와 김가영이 각각 남녀 단식에서 승리하며 4-2로 경기를 끝냈다.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는 김가영이 차지했다. 김가영은 단식과 복식을 합쳐 13승 2패, 승률 86.7%(애버리지 1.065)를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통산 세 번째 라운드 MVP 수상은 에디 레펀스(SK렌터카)와 함께 최다 타이다. 김병호 하나카드 리더는 "개막 초 연패로 걱정했지만, 이후 선수들이 힘을 내줬다"며 "2라운드부터는 다양한 조합으로 더 많은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PBA는 내달 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시즌 세 번째 투어인 'NH농협카드 PBA·LPBA 채리티 챔피언십'을 연다. /연합뉴스

2025-07-31

포항-경주 공무원, 고향사랑기부제 상호 기부

동해안 상생협력체 ‘해오름동맹’의 우정이 고향사랑기부제 상호 기부로 이어졌다. 포항시는 31일 포항시 재정관리과와 경주시 세정과·징수과 소속 세무직 공무원 70여 명이 자발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상호 기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호 기부는 실무 교류를 통해 제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지속적인 협력 체계 구축 의지를 담고 있다. 두 도시는 동해안 상생협력체인 ‘해오름동맹(포항·경주·울산)’의 핵심 구성원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상호 기부는 행정 실무 차원에서도 우의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경주시 공무원들도 이번 기부를 통해 △쌀 △건오징어 △약주·막걸리 세트 △포항물회 △사과주스 △천연벌꿀스틱 △ABC주스 등 7종의 포항 특산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기부의 의미를 더했다. 포항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시민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고, 해오름동맹 도시 간 교류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배성호 포항시 총무새마을과장은 “경주시와의 교류 및 협력 차원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었다”며 “이번 상호 기부는 해오름동맹 도시 간 교류의 모범사례로 앞으로도 공무원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제도의 취지와 효과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여름맞이 답례품 이벤트’를 내달 22일까지 진행한다. 포항시에 10만 원 이상 기부한 개인 중 50명을 추첨해 다양한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랜덤 답례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31

대구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 무효 처리된 1표 때문에… 뒤바뀐 당선인

대구시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하 협회) 보궐 선거에서 당선자가 번복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협회가 내홍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선관위 유권 해석과 달리 표 한 장이 무효표로 처리되면서 선거 결과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28일 A후보의 당선을 공고 했다. 하지만 B후보가 선거 결과에 반발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신청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 25일 보궐선거로 치러진 제14대 신임 회장 선거에서 B후보와 A후보 두 명이 등록해 양자 대결로 치러졌다. 선거 결과 전체 34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해 B후보 17표, A후보 16표, 기권 1표로 집계되면서 B후보가 1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B후보가 획득한 17표중 중 1표에 대해 무효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1표는 투표 용지의 이름란과 기표란에 각각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를 두고 협회 내부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이에 협회는 대구 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이어 대구시체육회에도 무효표 처리에 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대구시체육회와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표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선거인의 의사가 명확하게 특정 후보자를 투표한 것으로 보이므로 유효 표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해 사실상 유효표로 인정했다. 협회 선관위는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을 확인하고도 자체 표결을 진행해 2대 5로 해당 표를 무효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투표 결과는 16대 16 동률로 변경됐고, 협회의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당선자는 B후보에서 A후보로 바뀌었다. 대구시 체육회 관계자는 “협회장 최종 인준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동의를 거쳐 대구시 체육회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31

‘달라진 복날 분위기’ 보신탕 대신 ‘염소탕’ 즐겨요

중복인 30일 대구 칠성시장에 있는 속칭 ‘개 골목’ . 이곳은 부산 구포시장,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고기 시장’으로 불렸다. 작년부터 개식용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보신탕 거리였던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복인 이날 점심시간에 가게에는 염소탕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메뉴판에는 보신탕 외에도 염소탕, 전골 등이 함께 적혀 있었다. 식당을 찾은 한 시민은 “보신탕이 이제 곧 법으로 금지돼 먹을수 없을 것 같다”면서 “염소탕이 기가 허할 때 먹으면 좋다고 해서 먹으러 왔다”고 했다. 흑염소가 대체 보양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염소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흑염소탕 전문 식당이나 염소탕 밀키트 제품까지 나올 만큼 대중적으로 소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흑염소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근육 회복과 유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수입량은 작년 8349t으로 전년(6180t) 대비 35% 늘었고, 올해도 5월까지 이미 3857t이 수입돼 지난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반대로 개 사육농장은 빠르게 문을 닫고 있다. 개식용금지법이 시행된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개 사육농장 1537곳 중 623곳(40.5%)이 폐업을 결정했다. ‘개 골목’ 상인들은 보상 금액이 적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임대’라고 써 붙여 놓고 폐업을 한 가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젠 고작 식당 3곳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업주는 “법이 제정된 이후 손님도 10분 1로 줄어든 상태이다”라면서 “250만 원의 보상금으로는 전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칠성시장에 있는 속칭 ‘개 골목’의 상인들 모두 개식용종식법에 따라 작년 8월까지 진행된 전·폐업 지원 신고를 마쳤다. 점포 11곳 중 7곳은 전업을, 4곳은 폐업을 선택했다. 정부는 폐업 시 400만 원, 전업 시 25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30

포항교육지원청 “명확한 실행 계획 없으면 동부초 이전 불가”

속보=포항시가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제2 전시장 확장을 위해 동부초등학교 이전을 제시<본지 7월 1일자 5면 보도 등>하고 있지만, 포항교육지원청은 포항시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지 않는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조차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포엑스 건물 확장을 위해 멀쩡한 학교 건물을 허물고 다른 것으로 옮기는 것은 학교 이전 필요성과 목적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31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1935년 개교한 북구 두호동 소재 동부초는 현재 유치원생을 포함한 13학급 27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지난해 6월 건물에 70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과 디지털 기반 스마트 학습환경 조성 등을 통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꾸몄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외관은 낡았지만, 내부는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아무 불편이 없다“며 “장량동 재개발사업과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마무리되면 학교 인근에 3000가구가 추가로 유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동부초는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고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가 제시한 동부초 이전 후보지 3곳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는 외부용역을 통한 부지 적합성 조사를 통해 A부지(환호공원 서측 부지), B부지(현대제철 사옥), C부지(두호공원) 등 3곳을 교육지원청에 제안했다. 교육지원청은 B부지는 주택사업 승인이 나 매입이 불가능하고, C부지는 공원부지로 학교 건립이 어렵다고 했다. A부지는 동부초와 직선거리로 600~700m 가량 떨어져 있어 등하교 하기에 거리가 다소 멀다는 입장이다. 특히 A부지로 학교 이전을 하면 통학구역 구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학교를 신설할 때 가장 먼저 생긴 동부초를 중심으로 두호남부초, 장량초, 포항해맞이초 등이 잇따라 들어섰는데, 동부초를 이전할 경우 통학 구역 구분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A부지로 이전하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기존 남쪽 맨션(낙원·정원 빌라 등)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원거리 통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런 불편이 지속되면 학생들이 타학교로 전학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지원청은 ‘3년째 동부초 이전 업무 추진에 대해 협의해 왔다’는 포항시의 주장에도 강하게 부인했다. 포항시가 동부초 이전 관련 공문을 보낸 시점은 지난해 2월이고, 이후부터 학교 이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부초 위치는 현 부지가 최적의 장소“라면서 “교육 당국은 컨벤션 사업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 개최와 관련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면 학부모와 학생, 지역 주민만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포항시는 교육지원청의 학교 이전 반대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이 반대하는 부분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반대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포항시 의견을 들어봐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2025-07-30

상주·안동시의회 미국산 사과·소고기 수입 확대 반대 ···한국사과연합회 “통상협상서 농산물 빼라”

8월 1일로 예정된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미국산 사과 수입을 검토하자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상주시의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미국산 소고기와 사과 등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라면서 “산불 피해, 기후 재난, 전염병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우리 농업과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주시의회는 미국산 소고기·사과 등 주요 농축산물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할 것과 농축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존 기반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분명한 원칙을 수립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안동시의회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논의를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회는 생산비 상승 등 복합적 위기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논의는 농업인의 생존과 국민 식탁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의회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농업을 통항 협상의 교환 조건으로 삼지 않는 국가적 원칙을 설정하고 법제화하라고도 했다. 앞서 사단법인 한국사과연합회는 지난 29일 상주시 연합회사무실 앞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 추진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결의문을 통해 “통상협상에서 사과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을 제외하고, 정부와 국회는 국내 사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특히 정부와 국회가 국내 사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인규·피현진 기자

2025-07-30

‘캠핑·박물관 투어 등 저비용으로 알차게’···바뀌는 휴가 트렌드

고물가에 팍팍한 생활이 이어지며 직장인의 여름휴가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이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저비용으로 알찬 일정을 짜 여름휴가를 보내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야외 캠핑이나 박물관 투어 등 가족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많이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 휴가보다는 짧지만, 효율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여름휴가 트렌드의 변화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나우앤서베이가 실시한 ‘2025년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8.9%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휴가 기간은 ‘3~4일’이 54.2%로 가장 많았으며 ‘5~7일’이 26.4%, ‘1~2일’이 14.2%, ‘8일 이상’이 5.2%등이었다. 긴 휴가보다는 짧고 효율적인 일정이 직장인들의 주요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휴가 방식으로는 국내 여행이 69.6%로 가장 많았고, 해외 여행은 19.1%로 뒤를 이었다. 집에서 보내는 휴식인 홈캉스가 6.1%, 가족·친지 방문이 3.0%를 차지했다. 해외 여행을 계획한 응답자 중에선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가 30.8%로 가장 높았고, 30대 22.2%, 40대 21.4%, 50대 13.3%, 60대 이상 10.8% 순이었다. 해외 여행지로는 일본이 34.7%로 가장 인기가 높았고, 동남아시아가 29.4%로 뒤를 이었다. 중국·홍콩·대만이 10.6%, 북미가 7.1%, 서유럽이 5.9%, 오세아니아가 5.3% 등으로 집계됐다. 여름휴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휴식과 힐링이 46.4%로 가장 많았고, 자연과 경치가 41.2%, 맛집 탐방이 37.4%, 숙소의 쾌적함이 35.9%를 기록했다. 휴가 계획이 없는 응답자 111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휴가철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가 24.3%, ‘재정적 여유 부족’이 23.4%, ‘여름휴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18.9%였다. 휴가를 계획 중인 김지연씨(35·대구 수성구)는 “고물가 시대에 펑펑 돈을 쓰며 멀리 가기에는 부담스러워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장을 예약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예약하려는 사람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다. 올 여름 아이들과 캠핑을 하며 자연을 보고 추억을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상기씨(40·대구 달서구)는 “아이들 방학과 직장 휴가를 맞춰야 하다 보니 긴 여행은 생각하기 힘들다”며 “요즘은 지자체별로 관광하기 참 좋게 조성해 놓았다. 무더위에 돈 쓰고 힘든 것보다 쾌적한 실내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높여 줄 수 있는 박물관 투어와 체험을 시켜줄 생각이다”고 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30

경북소방본부 노후 아파트 긴급 화재 안전대책 추진

경북소방본부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노후 아파트 화재로 아동 4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함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도내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긴급 화재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은 화재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높은 노후 아파트 및 공동주택 약 1200여 곳을 주요 대상으로 단순 점검 수준을 넘어선 입체적·실천 중심의 대응책으로,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현재 경북도 내 건축된 지 3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은 전체의 약 15%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화재 감지기, 자동 소화설비 등 주요 소방시설의 노후화와 관리 미흡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의 핵심은 자동화재탐지설비, 소화펌프, 경보장치 등의 작동 여부 및 관리 상태를 집중 점검하고, 대피로 및 방화문 관리 실태,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을 꼼꼼히 살핀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가스·건축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전방위적인 안전 진단을 실시, 피난통로 내 자전거·가구 등 장애물 적치 관행에 대해선 집중적인 계도와 반복 적발 시 행정처분까지 고려할 방침이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화재 행동 매뉴얼 교육 및 시뮬레이션 훈련도 병행된다. 각 소방서장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입주민 대피 유도 방법 안내, 소방시설의 일상적 관리 방법 지도, 주민 대상 화재 예방 컨설팅 및 소방 안전 홍보물 배포 등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후 아파트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소방안전 교육도 함께 추진되며, 대피 요령, 화재 발생 시 신고법, 연기 속에서의 이동 방법 등 실생활 밀착형 훈련이 이뤄진다. 박성열 소방본부장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참극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회적 경고”라며 “경북소방본부는 긴급 점검과 주민 교육, 제도 개선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화재 예방책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30

도심 공공부지에 옥수수·고추 심고… 무단경작으로 몸살

포항 도심을 비롯한 경북지역 공공부지가 불법 경작에 노출돼 있지만 자치단체는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찾은 포항의 한 도로 옆 공공부지에서는 옥수수, 방울토마토, 대파, 고추 등 각종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주변에는 녹색 그물이 둘러쳐져 있었고, ‘작물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이처럼 포항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무단경작 사례가 확인되지만, 반복되는 주민 반발과 상시 단속이 어려운 행정 여건때문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북 전체가 사정이 비슷하다. 예천군 유천면 하지리 중평천 제방 둑 마루에는 1256㎡(약 380평) 규모의 농작물이 있다. 인근 주민 A씨가 하천 부지를 불법 개간해 사용 중인데, 집중호우 시 제방 유실 위험이 높은 곳이어서 무단경작이 재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주시 중동면에서는 공직자의 무단경작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낙동사격장 인근 하천 부지에서 시의원을 포함한 45명이 무단경작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하천법과 국유재산법을 위반한 채 수년간 공공부지를 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구미시가 강제 행정조치로 관행 근절에 나서 관심을 끈다. 봉곡동 현대아파트 인근 시유지 1652㎡(약 500평) 규모의 불법 경작지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계고장을 발송했고, 11월에는 작물 수확 직후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작물과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이팝나무·배롱나무·산수유·청단풍 등 136그루의 나무를 심어 쾌적한 녹지 공간으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무단경작 방치가 도시 경관을 훼손하고, 향후 토지 활용 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확 후 작물 찌꺼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무단으로 경작한 뒤 해당 토지를 자기 재산처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는 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심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휴 부지나 미사용 공공용지는 일정 절차를 거쳐 등록하고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사용하도록 허용하되, 향후 개발 시 작물 철거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항시 남·북구청 관계자는 “불법 경작지를 확인하면 계고장을 발송하고 자진 철거를 권고하고 있으나 넓은 면적 탓에 상시 단속은 사실상 어렵다”며 “철거 이후에도 재차 경작이 이뤄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민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30

KAAV는 질주하고, 보트는 함께 들었다···여름 해병대 캠프

30일 포항시 남구 도구 해안. “KAAV에 올라탄다, 이동” 조교의 우렁찬 구령이 떨어지자 교육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상륙돌격장갑차(KAAV) 6대에 조별로 나눠 탔다. 장갑차가 굉음을 내며 모래사장을 질주했고 이어 백사장과 바다를 오갔다. 올해 여름 해병대 캠프 셋째 날의 모습이다. 전국 중·고교생과 대학생, 일반인, 재외동포 청소년 등 참가자 300여 명은 KAAV 탑승 체험과 IBS(소형 고무보트) 페더링 훈련을 했다. 장갑차 훈련을 마친 교육생들은 곧바로 해변에 일렬로 배치된 검은색 IBS 고무보트 앞으로 이동했다. 이날 두 번째 관문은 해상 페더링(노젓기) 훈련으로 단체 호흡과 협동심이 시험대에 올랐다. 해안선 가까운 수면 위에서 시작된 페더링(노 젓기) 훈련은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니었다. 조별로 구령을 맞춰야만 보트가 앞으로 나아갔고 누군가가 힘을 빼거나 박자를 놓치면 금세 방향이 틀어졌다. ‘짧은 항해’를 마치고 해안으로 돌아온 교육생들에게 조교는 “이제부터가 진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들어야 한다”며 끝까지 팀워크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지친 몸을 일으킨 교육생들은 물에 젖은 팔로 보트를 들어 올렸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그들의 걸음은 분명 무거웠지만 눈빛에는 단단한 변화가 담겨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KAAV와 IBS 훈련은 상륙작전의 기본 전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며 “교육생들이 협동과 인내의 의미를 체험으로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캠프는 오는 8월 1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일정은 천자봉 행군, 전투수영, 이함훈련 등 고강도 프로그램이다. 교육생 전원은 마지막 날 수료식에서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단다. 참가자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최고령 참가자인 최이기씨(78·경기 안산)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가했다”며 “이번이 열 번째 캠프 참여인데 13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삶이 발전되는 느낌이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해병대 출신인 아들을 떠올리며 나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온 재외동포 앤드류 재성 김(21·Andrew Jeesung Kim)은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해병대 훈련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격 훈련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강인한 해병대 정신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병대는 올해 처음으로 재외동포 청소년의 캠프 참여 신청을 받아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6개국에서 온 10명의 청소년들이 캠프에 참가했다. 이들은 훈련 이후 8월 2일 경주·포항 일대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일정도 함께 소화하며 조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높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