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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니파바이러스, 국내 유입 가능성 낮아"...해외여행객 주의 당부

설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인도에서 보고된 니파바이러스 확진 사례와 관련해 해외여행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이다. 다만 현재까지 인도 현지와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여행 수요나 예약 동향에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인도에서 니파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9일부터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수칙을 담은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으며, 입국 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Q-CODE(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검역관에게 건강 상태를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 중심의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니파바이러스는 과일박쥐 등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감염 시 치명률이 40~75%에 이를 정도로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증상이 악화될 경우 뇌염 등 중증 신경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예방 백신이나 확립된 치료제가 없는 점도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설 연휴를 앞둔 인도 여행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체감할 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도 현지 랜드사들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국내 출발 북인도 상품 예약자는 약 300명 수준으로 파악되며, 현재까지 취소 사례는 1~2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기존 일정대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출장 및 전문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니파바이러스와 관련해 당장 수요 위축을 느낄 정도의 변화는 없다”며 “발생 지역이 동인도 일부에 국한돼 있고, 북인도 주요 관광지와는 항공 이동 기준으로 3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 여행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여행사와 항공사들도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다. 북인도 관광상품을 운영 중인 하나투어와 인도 델리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니파바이러스와 관련해 “예약 취소 등 눈에 띄는 수요 변화는 없다”며 “방역 당국의 공식 발표와 현지 상황을 중심으로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태국과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노선은 인도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수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여행 자체를 자제하기보다는 현지 체류 중 개인 위생 관리와 건강 상태 확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여행 시장은 당분간 경계와 관망이 교차하는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9

관광분야 '혁신바우처 지원사업' 수혜기업 모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7일까지 관광분야 중소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의 수혜기업을 모집한다.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은 관광기업의 AI·디지털 전환 관련 과업 수행 비용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혜기업으로 선정되면 추후 서비스 제공기업과 매칭 후 과업을 수행하고, 공사는 바우처 형태로 대금을 지급한다. 올해는 AI 등 고난도 과업 수행이 원활하도록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최대 3000만 원 늘었다. 확대한다. ‘심화’와 ‘일반’ 2개 유형에서 총 78개 사를 선정하며, 심화유형은 자부담금 포함 최대 1억 3000만 원, 일반유형은 최대 7000만 원 규모의 바우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앱·웹 개발 및 고도화 △ AI·빅데이터·로봇 등 신기술 도입 △ ICT 솔루션 도입 △디지털 전환 컨설팅 △디지털 마케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아울러 수혜기업의 디지털 역량 내재화를 위해 IT·AI·관광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단이 과업 전반을 밀착 지원한다. 기술 도입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도록 사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신청 자격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서 관광사업을 영위하거나 관광 관련 사업을 계획 중인 기업이다. 단, 기존 혁신바우처 사업을 포함해 공사의 △여행업계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 △스마트MICE 활성화 사업 등 1회 이상 수혜 이력이 있는 기업은 신청할 수 없다.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혁신바우처 누리집(tourvoucher.or.kr)과 한국관광산업포털 투어라즈(touraz.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관광기업은 동 사업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된다. 공사는 바우처 활용계획 우수성, 과업 수행 역량, 기대효과 등을 평가해 4월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9

협동조합 주인 국내최초 국제지속가능관관광위 인증 획득

충남 부여를 기반으로 로컬 관광의 혁신을 이끌어온 협동조합 주인(이사장 노재정)이 국내 여행사 최초로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 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의 ‘투어 오퍼레이터(TO, Tour Operator)’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으로 한국 관광산업이 글로벌 지속가능 관광의 표준에 진입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협동조합 주인은 지난 2월 2일(월) 오후 2시 30분 컨트롤 유니온 코리아에서 ‘GSTC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글로벌 인증기관 컨트롤유니온 코리아를 통해 1년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25년 12월 26일 공식 승인된 이번 인증으로 협동조합 주인은 ‘대한민국 1호 GSTC 인증 여행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GSTC 여행사 인증은 단순한 친환경 활동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SMS) 구축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이익 증진 △문화유산 보호 △환경 영향 최소화 등 4대 영역 42개의 엄격한 국제 표준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인증이다. 협동조합 주인은 특히 로컬 관광 프로그램 성과와 로컬 기념품 개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정확한 마케팅 기준 준수를 위해 홍보 자료 검증 체계를 강화했으며, 향후 탄소 배출량 측정 기반 투어 상품 론칭을 계획하고 있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관광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 주인 노재정 이사장은 수여식에서 “대한민국 최초 GSTC 인증 여행사가 된 것은 우리가 추구해 온 지역 상생의 가치가 세계적 표준과 일치한다는 증명”이라며 “앞으로 GSTC 가이드라인에 따라 부여 지역의 문화적 진정성을 지키고, 로컬 공급망을 우선 활용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진짜 여행’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컨트롤유니온 APAC 총괄 Dirk Teichert 지사장은 “한국에서 첫 번째 GSTC 여행사 파트너가 탄생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협동조합 주인의 이번 인증은 한국 관광산업에 찍힌 ‘지속가능성의 첫 발자국’으로, 로컬 여행사가 글로벌 표준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가장 고무적인 사례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축하 의사를 전했다. 협동조합 주인은 이번 인증을 기점으로 ‘탄소 중립 여행’ 등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 관광 생태계 확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재정 이사장은 “부여라는 지역의 작은 거인이 세계 표준을 선도하듯 관광을 통해 지역 소멸의 대안을 제시하는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9

가장 싼 항공권 찾아준다 '럭키글라이드' 앱 출시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여행 계획 단계에서 목적지보다 예산을 우선 고려하는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항공권 가격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탐색할 수 있는 ‘럭키글라이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럭키글라이드는 마이리얼트립 항공 캘린더 API를 활용해 최대 6개월간의 항공권 가격 데이터를 분석, 도시 및 일정별 가격 흐름을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예산 범위 내에서 여행지를 비교, 선택 할 수 있다. 특히 마이리얼트립은 관심 노선의 가격 변동을 안내하는 ‘알림 기능’과 동일 노선 내에서 합리적인 인접 일정을 찾아주는 ‘대안 일정 제안’ 기능을 도입하며, 목적지와 일정이 미정인 상황에서도 항공권 탐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럭키글라이드의 초기 프로토타입은 마이리얼트립의 내부 AI 실험 프로그램인 ‘AI 챔피언’ 제도를 통해 개발됐다. 임직원이 AI 기술을 활용해 현업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해결책을 실험했으며, 이후 사내 해커톤을 거쳐 기능과 완성도를 고도화해 정식 서비스로 이어졌다. 이번 출시를 시작으로 마이리얼트립은 숙박·액티비티 등 여행 상품 전반에 가격 기반 탐색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이 여행지와 일정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여행의 시작 단계에서 고객이 보다 가볍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럭키글라이드는 마이리얼트립 공식 홈페이지 및 앱 내 ‘항공’ 카테고리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9

밀림 속에 잠든 문명, ‘마야’를 걷다

문명은 흔적을 남기지만, 질문을 남기는 경우는 드물다. 마야문명은 예외다. 이 고대 문명은 웅대한 건축물과 정교한 천문 지식, 고도로 발달한 문자 체계를 남겼지만, 정작 “왜 사라졌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야는 폐허가 아니라, 질문으로 남아 있다. 마야로 가는 여정은 정답을 찾기 위한 여행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더 많이 안고 돌아오기 위한 길이다. 마야인들은 누구였으며, 무엇을 믿었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했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찬란했던 문명은 어느 순간 숲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는가. 그 비밀을 캐내려 밀림속으로 들어가 보자. △ 수많은 도시국가와 부족들의 느슨한 집합체 마야 수수께끼의 마야문명. 오늘날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과테말라, 유카탄반도 전역과 온두라스 일부에 걸쳐 퍼져 있던 중앙아메리카의 고대문명을 가리킨다. 그 기원은 놀랍게도 기원전 2000~300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6세기부터 10세기에 이르기까지 중앙아메리카 전역을 무대로 찬란한 전성기를 누렸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마야의 흔적은 대부분 열대 밀림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 마야인들이 왜 유카탄 반도를 비롯한 열대 우림 지역에 터전을 잡았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야문명이 단일한 중앙집권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도시국가와 부족들의 느슨한 집합체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적 역시 밀림 곳곳에 흩어져 있고, 마야문명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연스레 탐험의 성격을 띤다. 멕시코 치아파스주에 자리한 팔렌케로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지역은 원주민 중심의 사파티스타 반군이 활동하는 곳으로, 검문과 통제가 유독 삼엄했다. 치아파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산크리스토발을 출발한 버스는 밀림을 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한 포장도로를 10시간 넘게 달렸다. 밀림 속을 헤집듯 이어지는 도로는 마치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안락한 좌석에 몸을 맡기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커브는 이내 멀미를 불러왔다. 그러나 그 몽롱함은 단지 도로 사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천 년 전, 온갖 의문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마야의 세계로 향하는 길이었기에, 어둠에 잠긴 밀림길 자체가 블랙홀처럼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팔렌케는 수많은 마야 유적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이 유적에 대한 소문은 18세기 중엽부터 전해졌지만,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뒤였다. 이곳을 처음 기록한 이는 현지에 파견돼 있던 아기알 신부였으나, 보다 체계적인 보고서를 남긴 인물은 포병대장 안토니오 델 리오였다. 그의 보고서는 지하 통로와 석조 수도(水道)의 존재를 밝히는 등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발굴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유적을 훼손한 점은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 ‘비명의 신전’ 세계를 놀라게 한 피라미드 구조물 팔렌케가 세계를 놀라게 한 계기는 한 피라미드, 즉 오늘날 ‘비명의 신전’이라 불리는 건축물에서 비롯됐다. 높이 22m, 69단의 급경사 계단을 오르면 마야 특유의 아치 구조를 지닌 신전이 나타난다. 1949년, 멕시코의 고고학자 알베르토 루스는 이 신전 바닥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는 수많은 방문객의 발길로 돌계단이 반들반들해졌지만, 발견 당시 계단은 흙과 모래에 완전히 묻혀 있었다. 4년에 걸쳐 이를 제거한 끝에 위장된 왕묘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주변에서는 왕을 따라 순장된 여섯 명의 유체가 발견됐다. 더 깊숙한 조사 끝에 막다른 통로 왼편에서 삼각형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확인됐는데, 그것이 바로 왕묘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 이어지는 지하 통로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가파르고 미끄러워, 자칫하면 이곳에 그대로 묻힐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겨줬다. 도굴을 피하기 위해 통로는 지하에서 다시 지하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 음산한 공간은 동시에, 마야 시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마력을 품고 있는 듯 느껴졌다. 통로 끝에는 크지 않은 묘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장은 마야식 아치로 되어 있고, 벽에는 저승의 왕을 묘사한 벽화가 남아 있었으나 희미해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 석관 안에서 비취 가면을 비롯해 온통 비취로 장식된 파칼 왕의 미이라가 발견됐다. 현재 이 유물들은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석관의 뚜껑이었다. 5톤에 달하는 석판에는 인간과 신, 식물, 마야 문자가 빈틈없이 새겨져 있었고, 그 전체적인 흐름이 마치 우주선 내부를 연상시켰다. 마야의 신관이 우주선을 조종하는 듯 보이는 이 문양은 ‘팔렌케의 우주인설’을 낳으며 마야문명을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들었다. 오늘날 멕시코 유카탄반도를 뒤덮은 열대 숲 아래에는 수백 곳의 마야 유적이 잠들어 있다. 대부분은 밀림 깊숙이 감춰져 접근이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일부만이 정비돼 관광객을 맞고 있는데, ‘우물가의 집’이라는 뜻의 치첸이사와 ‘마법사의 피라미드’로 유명한 욱스말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탐험대가 최초로 목격했다는 툴룸 신전과 캄페체 요새 역시 짙푸른 카리브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전하고 있다. △ 마야 후기 고전기 건축물이 밀집한 욱스말 광대한 밀림 속에 흩어진 치첸이사 유적군을 한눈에 보기 위해 피라미드 카스티요에 올랐다. 전사의 신전, 천문 관측대, 펠로타 경기장이 정글 속에서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작은 길 하나가 눈길을 끈다. 전설의 샘, 세노테로 향하는 길이다. 치첸이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곳은 바로 이 ‘성스러운 샘’ 세노테다. 울창한 밀림 한가운데 갑자기 뚫린 거대한 석회암 구멍. 직경 66m, 깊이 20m에 이르는 이 천연 샘을 마야인들은 비의 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믿었다. 가뭄이 들 때마다 여자와 아이들을 산 채로 제물로 바쳤다고 전해진다. 그런 사연 때문인지, 지금도 이곳에는 음산함과 경건함이 동시에 감돈다. 욱스말은 유카탄의 주도 메리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마야 후기 고전기 양식의 건축물이 밀집한 이곳은 치첸이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형의 기복이 심해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입구에 우뚝 솟은 ‘마법사의 신전’은 계단 경사가 급해 쇠사슬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다. 난장이가 하룻밤 사이에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신전 꼭대기에는 기묘한 우상들이 조각돼 있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마야 문명의 마지막 도시는 과테말라에 속한 티칼이다. 유카탄반도 중앙부에 자리한 이곳은 마야 고전기 문명의 최대 도시로, 17세기 말까지 독립을 유지하며 번영했다. 그러나 1697년 스페인 군대의 침공으로 엘 페텐 호수가 피로 물들 정도의 참혹한 학살이 벌어졌고, 마야 최후의 도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로써 3700년에 걸친 마야 문명의 긴 여정도 막을 내렸다. 울창한 밀림 위로 솟아오른 티칼의 거대한 피라미드 군은 마야 문명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빼어난 건축물로 평가된다. 대광장 그란플라사의 1호 신전과 2호 신전의 장대한 모습, 그리고 숲 너머로 우뚝 솟은 4호 신전에서 내려다보는 끝없는 밀림의 파노라마는 마야 답사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마야문명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신비로운 문명을 이해할 열쇠는 보다 정확한 신성문자의 해독에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고대 마야인들이여, 그대들은 과연 누구였는가.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광활한 밀림 위로, 오늘도 천년의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 /글 사진 박하선 작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6-02-09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체불근로자 생계비 대부

<문>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체불근로자 생계비 대부에 대해 궁금합니다. <답> 네. 임금체불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 근로자에게 저금리로 생계비를 융자해 체불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포항 소재 사업장 근로자로 신청일 이전 1년 동안 1개월분 이상 임금 등 체불된 경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건설일용근로자는 신청일 이전 180일 이내 30일 이상 고용보험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문> 운영 기간 및 대부 한도는 어떻게 되나요? <답> 운영은 5월20일 까지이며, 재직자의 경우 대부 한도는 체불임금 범위 내 최대 1500만 원입니다. 퇴직자는 최대 1000만 원을 한도로 최종 3개월 임금과 최종 3년분의 퇴직금 범위내에 신청할 수 있으며,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문> 대부금리, 보증료 및 상환방법 등은 어떻게 되나요? <답> 3월3일까지 한시적으로 대부금리가 1.5%에서 1%로 인하돼 진행되며, 신용보증 보험료는 연 1%(선공제)입니다. 상환방법은 1년 거치 3년 또는 4년, 2년 거치 3년 또는 4년 분할 상환 중 선택이 가능합니다. <문> 대부 신청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답> 근로복지넷(http://welfare.comwel.or.kr)에 로그인 후 서비스 신청 ‘체불근로자 생계비 대부’에서 신청(간편인증 가능) 또는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경영복지부(054-288-5252)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6-02-08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동산병원·대구동산병원 보직 임용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의료원과 동산병원, 대구동산병원 보직 임용을 진행했다. 김준형(56) 교수가 지난 1일 제37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장에 취임했다. 김 신임 동산병원장은 1994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수했으며, 계명대 동산병원 진료부원장, 행정부원장, 교육수련실장, 감사실장, 수술센터장, 응급의료센터장, 국제의료센터장, 임상연구보호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 대한성형외과학회 대구·경북지회 이사장,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 대한당뇨발학회 상임이사,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 대한창상학회 이사, 대한두개저외과학회 이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약품부작용 전문위원회 전문가단 등을 맡았다. 부원장에는 진료에는 손영길(50) 교수가, 행정에는 여창기(56) 교수가 임용됐다. 손 신임 진료부원장은 경북 의대(99) 졸업, 계명대 의학석·박사, 일본 National Cancer Center 및 Nagoya University Hospital에서 연수했으며,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의료질관리실장, 위장관외과 분과장 등을 역임했다. 여 신임 행정부원장은 경북 의대(95) 졸업, 경북대 의학석·박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임상연구보호센터장, 계명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상현(53) 교수가 지난 1일 제5대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장에 취임했다. 김 신임 대구동산병원장은 1997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류마티스센터에서 연수했으며, 계명대 동산병원 행정부원장, 교육수련실장, 진료협력센터장, 류마티스-알레르기 센터장, 계명대학교 의과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대외적으로 대한류마티스학회 법제윤리이사, 대구·경북류마티스학회장, 대한내과학회 법제위원회 위원, 대한골다공증학회 류마티스 전문위원, 아시아태평양 류마티스 학회(APLAR) Member of Center of Excellence Committee Member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 부원장에는 정성원(52) 교수가 임용됐다. 정 신임 대구동산병원 부원장은 계명의대(96) 졸업, 계명대 의학박사,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연수했으며,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교육)부학장, 입학 및 대외협력실장,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지난 1일 경영전략처장에 이경재(51) 교수를 임용했다. 이 신임 경영전략처장은 계명의대(99) 졸업, 계명대 의학석·박사, 미국 California Stanford University, Joint Replacement center에서 연수했으며,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스마트혁신실장, 경영전략부처장, 동산병원 정형외과장 등을 맡았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03

케이메디허브, ‘안전보건경영방침’ 선포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지난 2일 안전보건을 최우선 경영가치로 삼고 대국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안전보건경영방침’을 선포했다. 케이메디허브는 ‘안전보건경영방침’에 따라 △지역 안전취약계층 △공공·민간 연구실 △임직원·내방객 등을 대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문화 확산활동에 집중한다. 먼저 지역 내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에게 안전물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유관기관 협력 등 신규 프로그램을 발굴해 취약계층의 안전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또 생활 속 안전수칙 안내와 체험형 교육 등도 병행해 안전의식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가연구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공공·민간 연구실 안전에도 앞장선다.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모범기관으로서 공공·민간 연구실의 안전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표준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케이메디허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4곳에 지정됐으며 매년 2개 이상의 신규 인증을 목표로 모범기관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연구실 및 작업장·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과 인력 우선배분을 통해 내부안전도 강화한다. 시설물 안전점검 강화와 사고대응 매뉴얼 체계화 등을 통해 임직원과 내방객의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역량을 함께 높여 간다. 박구선 이사장은 “정부정책에 발맞춰 안전보건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설정했다"며 "재단 임직원뿐만 아니라 내방객과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해 힘을 쏟아 대국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03

영남대병원 심장내과 이찬희 교수,제로 방사선 펄스장 절제술 성공

영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이찬희 교수가 고난도 신의료기술인 ‘제로 방사선 펄스장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3일 영남대병원에 따르면 펄스장 절제술(PFA)은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의 비정상 조직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첨단 기술로, 기존 고주파 도자절제술이나 냉각 풍선 절제술에 비해 합병증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며 높은 안전성을 가진 차세대 치료법이다. 제로 방사선 전극도자 절제술은 심장 내 초음파와 3차원 지도화 영상을 활용해 심장을 입체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방사선 노출 없이 전극도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방사선 피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 시술 중 납 가운 착용이 필요 없어 의료진의 신체적 부담과 누적 방사선 노출도 줄일 수 있다. 해당 시술은 현재 국내에서도 극소수의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24년부터 심방세동뿐만 아니라 심방조동, 심방빈맥,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에 걸친 대부분 부정맥 질환으로 범위를 확장해 해당 시술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펄스장 절제술까지 방사선 노출 없이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미국 메드트로닉사의 펄스장 절제술 장비인 펄스셀렉트(Pulseselect)를 활용해 제로 방사선 펄스장 절제술에 지역 최초로 성공했다. 이 교수는 “영남대병원 부정맥팀은 작년까지 전기생리검사 및 전극도자 절제술 4000례, 심장 삽입형 전기장치 시술 2000례 이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부정맥 치료 분야에서 성과를 기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2-03

[기고] K-관광의 걸림돌, 바가지

“바가지 쓰다”는 경제적 손해를 보거나 과도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 상황을 의미하는 관용어이다. 조선후기 1894년 갑오경장 이후부터 사용되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당시 시장에서 곡물이나 물품의 교환도구로 사용되면서 등장한 바가지는 여러 의미가 혼용되면서 대중들의 뇌리에 사회적 불공정의 대명사처럼 각인되어 왔다. 최근 2026년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에서도 바가지가 등장할 정도이니, 바가지의 생명력은 끈질기면서 시대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겠다. 관광산업에서 바가지 요금의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바가지요금의 주요 대상이다. 바가지 논란은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려 있던 여행수요가 증가하면서 2023년도 이후 더욱 급증하고 있다. 바가지는 관광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대부분 일회성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단기적으로는 몇몇 공급자에게는 이익이 보장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국가 브랜드 훼손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슈라 하겠다. 사실 바가지 현상은 고질적인 한국 관광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라 하겠으며, 성수기나 주요 행사 별로 등장하는 불편한 진실로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껏 가격 왜곡의 구조를 일시적 제재나 단속, 교육과 캠페인, 혹은 자율 규범으로 관리하곤 하였지만, 이제는 관광산업의 신뢰 관리 실패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30년까지 방한 외래관광객 3천만 명의 유치 목표와 함께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서 바가지의 발생빈도와 파급력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은 더욱 절실하다. 바가지 문제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관광지 가격 왜곡을 법과 행정으로 통제했다. 관광객 대상 가격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가격표 외부 게시와 다국어 요금 안내를 법제화했다. 유럽권의 다른 나라에서는 바가지 업소 처벌보다는, 가격표시 기준의 강화, 차별적 가격행위 금지, 관광세 정책 도입, 과징금 강화 등으로 가격 왜곡 요소를 분산시키는 접근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정찰제 문화를 통하여 공동체 차원의 규범으로 내면화하면서 이익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신뢰문화를 중시하고 있다. 주요 국가별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법과 행정을 통한 통제도 해법이지만, 가격 투명성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 관계부처 TF 가동을 통해서 실태점검 및 구체적인 개선 방안 논의에 착수했고, 3월에는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비록 바가지 근절을 위한 법률상 강제할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관광산업의 경쟁력 확보 및 국가 브랜드 확보 차원에서도 적절한 바가지 논란에 대한 행정적 기준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적인 해법 모색을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플랫폼 활용을 통하여 가격정보 공개 및 확인, 과도한 가격에 대한 경고 기능 도입, 다국어 신고 시스템과 대응 서비스 체계 마련 등은 구현이 가능하다. 동시에 관광객 대상의 가격 신뢰가 이루어지는 사업체 등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 물론 관광산업의 질서유지 차원의 법적 기준 마련은 지속가능한 관광진흥을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라 하겠다. 우리의 부끄러운 관행처럼 남겨진 바가지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이전과 다르게 민감하다. 그만큼 사회적 불공정이나 구조적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이상 한국관광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바가지 논란을 방치할 수도 없고, 자칫 그릇된 관광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할 수도 없다. 관광산업의 골든타임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준이 마련된 관광산업의 변신과 신뢰라는 자산이 쌓여간다면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관광대국 진입도 해볼 만하다. 한국관광의 미래는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선택과 협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고계성. 경남대학교 교수·(전) 한국관광학회장

2026-02-02

눈오는 겨울 그곳에 닿고 싶다

겨울이 깊어지면 마음은 자꾸 과거로 향한다. 오래전 어느 겨울 아침, 눈을 뜨자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먼 산도, 골목길도, 집 앞 감나무도 예외 없이 눈을 이고 있었다. 세상의 소란도, 부끄러움도, 아픈 기억도 덮어 주던 흰 눈. 겨울이 되면 문득 그 눈이 그리워진다. 겨울에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 2선을 소개한다. ◇ 오래전 기억 속 풍경을 간직한 경북 영주 △ 겨울에 더 고요한 배움의 공간, 소수서원 영주 소수서원 입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시초였고, 퇴계 이황의 건의로 나라의 지원을 받으며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배움은 개인을 넘어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깃든 공간이다. 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굵은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 있다. 겨울 숲은 군더더기가 없다. 통일신라시대 숙수사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당간지주를 지나면 죽계수가 흐르고, 그 건너편으로 취한대가 보인다. 퇴계 이황이 직접 이름 붙인 정자다. 눈 덮인 정자와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경렴정은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곳이다. 퇴계 이황의 해서체와 고산 황기로의 초서체 편액이 나란히 걸려 있다. 오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글씨에는 여전히 기운이 살아 있다. 마당 안쪽 명륜당에 서면 한국 건축의 미덕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아한 지붕, 섬세한 처마, 듬직한 기둥, 소박한 마루.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은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 겨울 숲이 가장 아름다운 곳, 금선계곡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소백산 자락에 안긴 금선계곡에 겨울이 내려앉았다. 흐르는 세월 속에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이곳만큼은 오래전 기억 속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듯하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은 얼지 않고, 바위와 소나무 위에는 눈이 조용히 쌓였다. 금선계곡은 이름 그대로 비단처럼 고운 물결이 흐르고, 신선이 내려와 노닐 법한 경치를 품은 곳이다. 기암괴석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사계절 내내 수려하지만, 겨울이 되면 그 윤곽이 더 또렷해진다. 이곳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 기록된 십승지 가운데 제1승지로 꼽힌 곳이다. 전쟁과 재앙도 피해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겨울의 고요를 마주하면 그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소백산자락길 2길이다. 오백 년은 족히 되었을 노송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고, 물길을 따라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숲속에 숨어 있는 작은 정자가 금선정이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도 인상적이었지만, 겨울에 다시 찾은 금선정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 내리는 금선정에서 잠시 멈추다 금선정은 바위 위에 얹힌 듯 자리 잡고 있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기둥의 길이를 제각각 다르게 세운 것이 특징이다. 눈이 내리면 정자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 바위를 스치며 흐르는 물소리는 겨울에도 멈추지 않고, 바람이 불 때마다 눈발이 흩날린다. 난롯불 하나 없어도 충분하다. 이곳에서는 고요가 곧 온기다. 금선정에는 퇴계 이황과 그의 제자 금계 황준량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황준량은 이 계곡의 바위를 ‘금선대’라 부르며 사색을 즐겼고, 위쪽 산에는 금양정사를 지어 후학을 길렀다. 퇴계 이황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직접 행장을 써 줄 만큼 아꼈다. 지금의 금선정은 1781년, 그 뜻을 기려 세워졌다. ◇ 천사의 섬에서 사색에 젖다 전남 신안 전남 신안은 ‘천사(1004)의 섬’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은 곳이다. 바다 위에 흩어진 1025개의 섬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거리를 두는 일이 미덕이 된 시대. 겨울의 섬은 더 고요하고, 그 고요는 사색을 부른다. 조금 떨어져 서서 나만의 서정을 느끼고 싶다면, 섬들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신안에서 겨울을 건너보는 것도 좋겠다. △동백파마벽화로 알려진 암태도 신안의 관문인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닿는 섬이 암태도다. 2019년 4월 천사대교 개통 이후 암태도는 더 이상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이름 붙은 암태도는 크지 않은 섬이지만, 골목마다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기동삼거리에 자리한 ‘동백파마벽화’는 암태도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집 안에 자라는 산다화(애기동백) 나무를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린 벽화로, 실제 집주인인 문병일·손석심 어르신이 모델이다. 할머니는 수줍은 표정으로, 할아버지는 환한 웃음으로 겨울 햇살을 맞고 있다. 동백이 만개하는 계절이면 두 어르신의 머리 위에 붉은 파마가 얹힌 듯한 풍경이 완성된다. 손 할머니는 처음 그림을 그릴 때 “남사스럽다”며 지우고 싶어 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그대로 두게 됐다고 한다. 문 할아버지의 동백은 크기가 맞는 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제주도까지 가서 가져왔다. 벽화 하나에 담긴 사연이 섬의 겨울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암태도는 근대사의 무게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1923년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들을 상대로 벌어진 ‘암태도 소작쟁의’는 자은도·비금도·도초도·하의도로 번지며 전국 농민항쟁의 불씨가 됐다.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이 섬을 걷다 보면, 고요한 풍경 속에 묵직한 시간이 겹쳐진다. △ 신안 최고의 풍경을 품은 자은도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사랑과 은혜의 섬’ 자은도(慈恩島)에 닿는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이여송 장군을 따라왔다가 작전에 실패한 두사춘 장수가 이 섬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건진 뒤, 그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은도를 빼고 신안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신안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이 이곳에 모여 있다. 자은도는 해양수산부가 조성한 해안누리길 중 ‘해넘이길’이 지나는 섬이다. 송산마을에서 한운마을, 두모마을까지 약 12㎞ 이어지는데, 특히 한운마을에서 둔장마을로 이어지는 4.8㎞ 구간이 백미다. 겨울 바다는 색이 낮고, 길은 조용하다. 걷는 내내 바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아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다. 백길해변은 갯벌 위주의 신안 섬들과 달리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겨울에도 바람이 덜한 날이면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 이들이 눈에 띈다. 분계해변은 조선시대 방풍림으로 조성된 송림이 인상적이다. 여인의 자태를 닮았다 하여 ‘여인송’이라 불리는 소나무들이 겨울 햇살 아래 고요히 서 있다. 둔장해변 앞에는 길이 1004m의 인도교 ‘무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면 무인도인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가 차례로 이어진다. 섬과 섬을 잇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을 염원하는 뜻을 담아 이름 붙은 다리로, 신안군 1도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각가 박은선과 스위스 출신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손길이 닿았다. 겨울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 보랏빛 향기가 머무는 박지도 안좌도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있다. 한국화가 가운데 가장 비싼 그림값으로 회자되지만, 생가에는 그의 작품이 남아 있지 않다. 안채와 사랑방, 부엌과 마루가 전부인 소박한 집 앞에 걸린 ‘요코하마 풍경’ 한 점마저 복사본이다. 화백의 작품은 섬이 아닌 서울 환기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겨울의 적막 속에서 이 사실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안좌도 남쪽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로 향하는 길은 보랏빛으로 물든다. 2011년 완공된 길이 547m의 퍼플교 덕분에 이제는 걸어서 섬에 닿을 수 있다. 다리 이름처럼 난간부터 바닥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섬에 들어서면 ‘보랏빛 천국’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라벤더와 수국이 계절마다 색을 더하며, 마을은 보라를 주제로 하나의 풍경을 완성했다. 겨울에는 색이 한층 차분해지고, 바람과 빛이 주인공이 된다. 물이 빠진 개펄에서는 짱뚱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을 관찰할 수 있고, 해돋이와 해넘이 역시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함보다 여백이 돋보이는 겨울의 박지도는 사진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2

코레일관광개발, '5극 3특' 여행가이드 3기 모집

코레일관광개발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인‘5극 3특(5대 초광역권 및 3대 특별자치도)’을 기차여행으로 연결할 여행가이드, ‘레일 드리머 (Rail Dreamer)’3기를 공개 모집한다. ‘레일 드리머’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전문 여행 인솔자 그룹이다. 이들은 단순한 가이드 역할을 넘어 정부의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과 다양한 로컬 관광 콘텐츠를 접목한 기차여행 상품의 전반적인 현장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고객과 소통하며, 지역 관광자원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해 여행 품질을 높이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2023년 1기 출범 이후 2기를 거치며 40명의 전문가를 배출해 현장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온 코레일관광개발은 이번 3기 모집을 통해 가이드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는 ‘지방(부산)’ 및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전담 가이드도 선발한다. 이를 통해 지역민의 관광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급증하는 방한 외국인 수요에 발맞춰 글로벌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한국의 로컬 관광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레일 드리머’ 3기 모집인원은 총 20명 이내이며,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국내여행안내사 등 관련 자격증 소지자나 관광 분야 경력자는 우대한다. 지원을 희망하는 사람은 1월 29일부터 2월 6일까지 코레일관광개발 여행몰 누리집(korailtravel.com) 내 알림창에서 공모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담당자 이메일(23098@korailtravel.com)로 제출하면 된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레일 드리머 3기는 지역 곳곳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관광 인력 양성과 지역관광 활성화라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역량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2

문체부·관광공사, 근로자 휴가비 지원 참여기업 모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동 사업은 근로자가 2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소속기업이 각 10만 원을 추가해 총 40만 원을 국내여행 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용 온라인몰 ‘휴가샵(휴가샵.com)’에서 자유롭게 숙박, 교통, 여행패키지, 관광지 입장권 등 27만여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비영리민간단체 및 사회복지법인·시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총 10만 명을 모집하며 기업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참여기업에는 각종 정부인증 신청 시 가점 부여 및 실적 인정 혜택을 제공한다. 우수 참여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정부 포상과 기업 홍보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공사는 모집 시작과 동시에 ‘설날 맞이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휴가샵’ 내 숙박, 교통, 패키지 등 국내여행 상품을 최대 5만 원까지 50% 할인하며, 휴가 계획 설문 이벤트를 통해 추가 포인트 적립 혜택도 마련한다. 자세한 사항은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누리집(vacation.visitkorea.or.kr) 또는 전담 지원센터(1670-133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범석 한국관광공사 관광복지안전센터장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도입 이래 누적 79만 명의 근로자와 8만 3000개 기업이 참여해 여행 소비액 2,830억 원을 달성했다”며, “올해도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더해 근로자들이 부담 없이 국내 여행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2-02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2)

<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어떻게 가입하나요? <답> 표준계약서에 대한 근로자대표와 가입신청서(가입자명단 포함) 제출를 제출하면 됩니다. <문> 표준계약서란 무엇인가요? <답>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주요사항을 기재한 것입니다. <문> 제도를 도입하면 사업주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답>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는 혜택이 있습니다. 고용보험 월평균보수 273만 원 미만(2025년 기준)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 부담금의 10%를 3년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신규 가입시 3년간 수수료가 면제돼 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푸른씨앗 수수료 0.2%). 사용자부담금 납입액은 법인·개인사업자의 손금 및 필요경비로 처리할 수 있고, 퇴직금을 분할해 사외 적립하므로 장기근속에도 안정적으로 퇴직급여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문> 근로자에게는 어떤 점이 좋은가요? <답> 퇴직급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2024년부터 가입자 지원이 신설돼 고용보험 월평균보수 273만 원 미만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가 납입하는 정기부담금의 10%를 가입신청일로부터 3년간 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립시켜 드리는데, 이는 가입자의 퇴직급여가 10% 늘어나는 효과와 동일합니다. 또한,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므로 수급권이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가입을 원하거나 기존 퇴직연금의 기금제도 전환을 원하는 기업은 퇴직연금 상담센터(1661-0075, 1644-0083) 또는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054-288-5207, 5251)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6-02-01

포항성모병원, 지역 최초 24시간 부인과 응급진료·수술 시스템 가동

포항성모병원이 지역 최초로 24시간 부인과 응급진료·수술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시스템 가동으로 포항성모병원은 365일 24시간 언제든 부인과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와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갑작스러운 부인과 응급수술이 발생할 경우 타 지역 대학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던 지역민들의 불편과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성모병원은 이번 체계 구축을 통해 포항 지역은 물론 경상도 전반에서 발생하는 부인과 응급환자에 대해서도 신속한 진료와 수술이 가능한 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산부인과·응급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24시간 응급 진료·수술 전담팀을 상시 운영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입원 병상과 함께 응급 CT·MRI 등 영상 진단 장비, 다빈치 SP 로봇 등 첨단 의료 장비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신속한 판단과 수술 여부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부인과 응급질환에 대해 초기 진단부터 응급수술, 입원 치료까지 병원 내에서 원스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는 그동안 부인과 질환을 중심으로 최소침습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 등 전문 진료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으며, 이번 24시간 응급진료·수술 시스템 가동을 계기로 경상도 지역 부인과 응급의료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영복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 주임과장은 “부인과 응급상황은 시간과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 24시간 진료·수술 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을 넘어 경상도 내 부인과 응급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1-27

겨울이 왜 즐겁냐고? 겨울별미가 기다리니까!

겨울 바다는 차갑지만 식탁은 뜨겁다. 동해와 남해를 따라 내려가며 만나는 겨울 미식은 지역마다 표정이 다르다. 영덕은 붉고, 속초는 깊으며, 통영은 부드럽다. 세 도시를 잇는 겨울 미식여행은 결국 계절을 씹는 일이다. 겨울 미식여행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유행은 없고 제철만 있다. 겨울, 바다를 따라 먹는다는 건 결국 시간을 먹는 일이다. 음식을 즐기는 것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다. 이 겨울 황홀한 맛을 따라 미식여행을 떠나보자. △ 속초 강원도 미식의 저력을 느낀다. 겨울의 속초는 조용하다. 여름의 파도 소리와 관광객의 발길이 빠져나간 자리엔, 대신 더 깊어진 바다의 맛이 남는다. 찬바람이 매서울수록 속초의 식탁은 뜨거워진다. 겨울은 이 도시가 가장 ‘맛있어지는’ 계절이다. 겨울 속초 미식의 출발점은 항구다. 대포항과 동명항 인근 식당에서 만나는 물곰탕(물메기탕)은 겨울 바다의 정직한 맛이다. 흐물거리는 생김새와 달리 국물은 담백하고 깊다. 무와 콩나물, 고추의 조합이 시린 몸을 단번에 풀어준다. 조금 더 강렬한 맛을 원한다면 도치알탕이 있다. 도치의 알에서 나오는 고소함과 얼큰한 국물은 겨울밤 속초에서 가장 확실한 온기다. 이 음식들은 ‘관광용’이 아니다. 바다에서 일하던 이들의 밥상이었고, 그래서 더 믿음직하다. 속초 중앙시장은 겨울에 더 붐빈다. 찬 공기 속에서 뜨거운 냄새가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는 단연 속초 아바이순대. 찹쌀 대신 채소와 선지를 채운 순대는 담백하고, 새콤한 명태회무침과 만나면 맛의 균형이 완성된다. 시장 골목에선 오징어순대, 씨앗호떡, 가자미식해가 겨울 미식의 리듬을 만든다. 포장마차 앞에 잠시 멈춰 서는 그 순간이, 속초 여행의 핵심 장면이다. 겨울 속초는 바다만의 도시가 아니다. 설악산 자락으로 시선을 돌리면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가 기다린다. 겨울 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한 황태는 이 계절이 아니면 완성되지 않는다. 국물은 맑고, 맛은 깊다. 산채비빔밥 역시 겨울에 제격이다. 냉장고가 아닌 산에서 온 나물들이 만들어내는 담백함은, 겨울 여행자에게 과하지 않은 포만감을 준다. 속초의 밤은 조용하지만 술상은 풍성하다. 동해안의 겨울 생선으로 만든 자연산 회, 그리고 지역 소주나 막걸리 한 잔이면 충분하다. 화려함보다 신선함, 설명보다 경험이 앞서는 자리다. 겨울 바다를 앞에 두고 마시는 술은 빠르게 취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겨울 속초 미식여행의 매력은 ‘제철’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 관광객을 위한 맛이 아니라, 계절을 버텨온 음식들. 바다가 차가울수록 국물은 뜨겁고, 시장은 살아 있다. 속초의 겨울은 말수가 적다. 대신 식탁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계절, 속초를 여행한다는 건 바다를 먹고, 시간을 씹는 일이다. △ 영덕대게, 겨울 바다의 문장 겨울이 오면 영덕은 말을 아낀다. 대신 식탁 위에 모든 것을 올려놓는다. 동해의 찬 물결을 버텨낸 재료들, 그리고 이 계절에만 허락되는 맛. 영덕의 겨울 미식은 ‘대게’로 시작해 ‘국물’로 완성된다. 영덕 겨울 미식의 중심에는 단연 영덕대게가 있다. 11월부터 5월까지, 그중에서도 살이 가장 차오르는 시기는 한겨울이다. 붉은 껍질을 열면 하얀 속살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과장 없는 단맛, 씹을수록 퍼지는 바다의 향이 영덕 대게의 정체성이다. 대게는 찌는 방식이 전부가 아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마지막 장면까지가 하나의 코스다. 화려한 소스는 필요 없다. 소금 한 꼬집이면 충분하다. 게를 먹고 나면 반드시 국물이 따라온다. 대게탕은 남은 다리를 넣어 끓여내는 겨울의 해장이다. 무와 파, 고추만으로도 깊은 맛이 난다. 좀 더 일상적인 선택은 홍게라면이다. 항구 인근 포장마차나 작은 식당에서 만나는 이 메뉴는 영덕 겨울 밤의 온도다.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먼저 찾는 메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강구항과 축산항은 영덕 미식의 현장이다. 겨울 아침, 경매가 끝난 뒤 식당으로 바로 들어간 생선들이 식탁에 오른다. 물가자미조림, 도루묵찌개, 대구탕 같은 메뉴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계절을 정확히 담고 있다. 특히 도루묵은 겨울에만 허락되는 생선이다. 알이 꽉 찬 도루묵찌개 한 그릇이면, 바다의 시간을 그대로 삼키는 기분이 든다. 영덕은 바다의 도시지만, 밥상은 소박하다. 항구 주변 백반집에서 만나는 가자미식해, 해초무침, 미역국 같은 반찬들이 영덕 식탁의 또 다른 얼굴이다. 꾸밈없는 맛,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구성. 겨울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다. 영덕의 밤은 조용하다. 대신 술자리는 길다. 대게를 먹고 난 뒤, 항구 근처에서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풍경은 겨울 영덕의 일상이다. 바닷바람이 차가울수록 술은 천천히 비워진다. 영덕의 겨울 미식은 ‘제철’이라는 단어에 가장 충실하다. 대게가 있고, 국물이 있고, 항구가 있다. 화려한 미식 트렌드는 없지만, 대신 계절을 배반하지 않는 음식들이 있다. 겨울의 영덕은 묻지 않는다. 다만 한 상 차려낼 뿐이다. 그리고 그 상 위에는, 겨울 바다의 진짜 맛이 놓여 있다. △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통영 시락국에서 다찌까지 통영에서 아침 허기 를 채우려면 시락국(시래기국)이 제격이다. 이른 새벽 하얀 숨결을 달고 나타난 이들은 배보다 더 허기진 마음을 채우러 시락국을 먹는다 .통영의 새벽시장으로 알려진 서호시장 안에는 시락국을 파는 가게가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 흰살 생선으로 국물을 내는 가마솥시락국과 장어 국물로 맛을 낸 원조 시락국이 많이 알려졌다. 시락국집의 풍경도 음식만큼 이색적이다. 식탁 한가운데 고춧잎, 김치, 섞박지, 무채 등 다양한 반찬이 놓여 있다. 조금씩 음식을 덜어 먹으라는 취지다. 시락국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음식이다. 내 앞에 놓인 반찬을 낯모르는 이와 서로 나누는 정겨운 음식이다. 통영의 시장 음식 중에서 빼떼기죽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빼떼기죽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서민들이 먹던 지역 음식이다. 겨울이면 고구마를 바짝 말려뒀다가 춘궁기가 오면 죽으로 끓여 먹었다. 말리는 과정에서 고구마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빼떼기’라고 불렀다. 말린 고구마를 푹 삶은 다음 팥, 강낭콩, 찹쌀가루 등을 넣어 끓이고 설탕, 소금 간을 한다. 통영 사람들은 빼떼기죽을 추억을 환기시키는 맛이라고 부른다. 통영 음식 중 가장 이색적인 것은 우짜다. 우동과 짜장을 한 그릇에 넣어 내놓은 것. 중국식 음식과는 맛이 다르다. 짜장면 같기도 하고 우동 같기도 한 독특한 맛이다. 충무김밥도 빼놓을 수 없는 통영의 맛이다. 할매김밥 혹은 꼬치김밥이라고 불리는 충무김밥은 새벽에 바다 일 나가는 남편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지자 김밥을 싸서 남편 손에 쥐여줬지만 여름이면 금세 쉬어버려 못 먹게 됐다. 자른 김에 밥을 둘둘 말아 작게 만들고 반찬으로는 통영에서 흔히 잡히는 주꾸미와 홍합, 호래기, 꼴뚜기 등을 물기 없이 꼬들꼬들하게 무치고 삭힌 무김치를 같이 넣어 김밥을 만든 것이 충무김밥의 시초라고 한다. 통영항 주변에는 충무김밥집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음식이 통영의 다찌에는 미치지 못한다. 섬 전문가인 강제윤 시인은 “다찌는 통영 해산물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한다. 통영의 맛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해산물 뷔페이기 때문이라는 것. 통영의 다찌집에서는 계절마다 제철 생선회와 해산물이 다 있다. 싱싱하고 감칠맛 나고 물기가 오른 생동감 넘치는 음식 재료가 풍성하게 올라온다.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는 곳이 이곳이다. 다만 다찌집에서는 음식을 지정해서 먹을 자유는 없다. 주인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그날그날 시장에서 사온 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다찌에 중독되면 약도 없다. 통영의 ‘다찌’는 ‘서서 마시는 일본 선술집을 뜻하는 다치노미(たちのみ)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통영 사람들은 모든 해산물이 ‘다 있지’라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영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해산물 안주를 원하지만, 안주를 많이 먹지 않고 맛있는 안주를 고루고루 조금씩 먹는 미식가들이 모인 동네이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의 막걸리 골목처럼 다찌는 본래 술값만 받고 안주값은 안 받는 술집문화다. 원래 다찌집에서는 술을 한 병씩 시킬 때마다 안주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형태로 운영했지만 타산이 맞지 않아 요즘은 1인당 3만원 정도를 받는다. 기본을 시키면 소주는 3병, 맥주는 5병 정도가 양동이에 담겨 나온다. 좋은 해산물로 거나하게 한잔했다면 다음날 해장 음식으로 물메기탕만한 것이 있을까. 물메기는 곰치다. 동해안에서는 물곰이라고도 부르는 해장 음식의 제왕이다. 시원하고 담백해 쓰린 속을 금세 아물게 하는 신묘한 물고기다. 물메기는 특히 겨울에 맛있다.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무를 넣고 지리탕으로 맑게 끓이면 양파나 다른 채소를 넣지 않아도 달고 시원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26

BTS 월드투어...인바운드 여행 검색 155%↑, 부산 25배↑

약 4년 만에 재개되는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를 앞두고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감이 빠르게 여행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지난 13일 BTS 월드 투어 일정이 공개된 이후 48시간 동안 한국을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어 발표 직전 주와 비교해 4월 4~12일 사이 서울을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은 155% 증가하며 두 배 이상 늘었고, 부산은 2,375% 급증해 약 25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공식 티켓 판매 이전부터 한국 방문을 계획하는 해외 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여행 검색량 증가를 주도한 주요 시장은 일본(+400%)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대만(+260%), 홍콩(+170%), 미국(+95%)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단 두 차례의 공연 일정만으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투어 발표 이후 동일한 48시간 동안 부산을 향한 인바운드 여행 검색량은 일본(+10,545%)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홍콩(+7,100%), 대만(+1,275%), 미국(+835%)이 뒤를 이었다. 인바운드 수요와 함께 국내 여행 수요 역시 크게 확대됐다. 투어 발표 이후 48시간 동안 콘서트 기간 서울을 향한 국내 여행 검색량은 전주 대비 190% 증가했으며, 부산은 같은 기간 3,85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번 데이터는 대형 문화 이벤트가 여행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글로벌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이 인바운드 관광은 물론 국내 이동 수요까지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관광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26

관광공사, '2026 워케이션 우수모델' 공모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는 2월 20일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6 워케이션 우수모델’ 공모를 한다. 이번 공모는 지자체와 지역 주민, 인근 상권이 함께 상생하는 워케이션 우수모델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대상은 전국의 광역시, 기초 지자체 및 지역관광조직으로 총 2개 지자체를 선정한다. 최종 선정된 지자체에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홍보 마케팅 및 참가자 유치 등을 위해 최대 2억 원을 지원한다. 또한, 공사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목적지로서 해당 지자체를 적극 홍보하고,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모객 활동도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에 참여를 원하는 지자체는 20석 이상의 업무 좌석, 회의실, 사무기기 등을 갖춘 워케이션센터를 1개소 이상 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업무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 주민 및 인근 상권과의 상생, 지자체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공사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발표심사, 3차 현장실사를 거쳐 3월 24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관광산업포털 투어라즈(touraz.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