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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 영월로 시네마여행 어떠세요?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6-03-16 15:31 게재일 2026-03-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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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영화 홈페이지

최근 영월에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단종의 삶을 모티프로 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1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하자 실제 유배지였던 영월의 역사 현장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이 펼쳐졌던 강과 숲, 그리고 왕릉을 따라 걸으면 500년 전의 슬픈 역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영월이 단지 영화속 촬영지라서 인기높은 것이 아니다. 순수한 자연과 수많은 박물관에 천문대까지 갖춘 문화도시라는 점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은 영월에서 단종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 단종의 유배지 주천마을의 풍경 

청령포에 있는 단종의 유배생활을 재현한 모습_한국관광공사 
청령포의 단종이 머물렀던 집을 복원한 단종어소_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영월은 깊다. 산이 깊고 강이 깊다. 태백산맥의 산줄기가 겹겹이 둘러싸고, 남한강의 물길이 고요히 굽이치며 흐르는 이곳은 예부터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산간 고을이었다. 그러나 영월의 풍경이 단순한 산수의 아름다움을 넘어 한국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와 겹쳐지게 된 것은 한 왕의 유배 때문이다.

조선의 여섯 번째 임금인 단종. 열두 살에 왕위에 올랐고, 열일곱에 세상을 떠난 어린 임금.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뒤 유배와 죽음을 맞은 그의 흔적은 지금도 영월의 산과 강, 그리고 오래된 소나무 숲 사이에 남아 있다.

1456년 음력 6월 어느 날, 단종은 궁궐의 문을 나섰다. 창덕궁 돈화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었다. 왕위에서 쫓겨난 뒤 ‘노산군’으로 강등된 어린 임금은 긴 유배길에 올랐다.

한강 나루에서 배를 타고 남한강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양주와 광주, 양평과 여주, 그리고 원주를 지나 닷새 만에 영월 땅 주천에 도착했다. 주천 마을에 도착한 단종은 우물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그 우물은 ‘어음정’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유배길에 오른 어린 왕이 목을 축이던 그 물 한 모금이 여행자에게는 유난히 길게 여운을 남긴다.

영월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배일치라는 고개가 있다. 단종의 유배 행렬이 이 고개에 이르렀을 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서쪽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고 한다. 궁궐이 있는 방향이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을 떠올리며 올린 절이었다. 지금도 그 고개에는 절을 올리는 단종의 동상이 서 있다. 고개에 서면 영월의 산들이 파도처럼 이어진다. 그 풍경 앞에서 여행자는 권력의 역사보다 인간의 운명이 더 크게 느껴진다.

△ 엄흥도가 목숨걸고 시신 수습 …장릉애사 

단종이 처음 머문 곳인 청령포 _한국관광공사 제공 
청령포의 유배지 주변을 소나무가 마치 경배하듯 늘어서 있다._한국관광공사 제공 

영월에서 단종이 처음 머문 곳은 청령포다. 청령포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은 절벽이 막고 있어 사실상 섬과 다름없는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 들어가려면 작은 나룻배를 타야 한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몇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청령포를 포함해 영월 일대가 보이는 선돌전망대_한국관광공사 제공 

강물은 잔잔하고 소나무 숲은 깊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면 유배지라는 사실이 쉽게 실감나지 않는다. 오히려 한적한 강변 유원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풍경은 자유로운 사람의 시선일 뿐이다. 이곳에 갇혀 두 달을 살아야 했던 단종에게 청령포는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숲 속에는 단종이 머물렀던 집을 복원한 단종어소가 있다. 작은 기와집이지만 그 안에는 유배 생활을 재현한 인형과 생활 도구들이 놓여 있다. 어린 왕이 밤마다 어떤 생각을 했을지 여행자는 잠시 상상하게 된다.

청령포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는 나무다. 수령 600년이 넘는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숲 한가운데 서 있다. 바로 관음송이다. 이 나무는 단종의 울음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볼 관(觀)’, ‘소리 음(音)’을 써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높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는 마치 시간을 품은 기둥처럼 서 있다.

그 아래에 서면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여행자는 그 바람 속에서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단종이 쌓아 만든 돌탑 망향탑 _한국관광공사 제공 

청령포 뒤편 절벽 위에는 작은 돌탑이 하나 있다. 이곳이 바로 망향탑이다.전설에 따르면 단종이 왕비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돌을 하나씩 쌓아 만든 탑이라고 한다.그 옆에는 노산대라는 바위가 있다. 단종이 자주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다는 곳이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강의 풍경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는 돌아갈 수 없는 궁궐을 바라보던 어린 왕의 슬픔이 겹쳐 있다.

1457년 여름, 큰 홍수가 나면서 단종의 거처는 영월 읍내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옮겨졌다.그리고 같은 해 10월. 단종은 이곳에서 세조가 보낸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열일곱이었다. 관풍헌 앞에는 자규루라는 누각이 있다.

단종은 이곳에 올라 시 한 수를 남겼다. 두견새 울음에 자신의 슬픔을 빗댄 시였다. 그래서 누각의 이름도 자규루가 되었다. 봄밤 두견새가 울 때면 여행자는 그 시의 구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영월의 장릉_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종이 죽은 뒤 그의 시신은 동강에 버려졌다. 세조가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흥도는 목숨을 걸고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밤에 강으로 나가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산속에 몰래 묻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왕릉이다.

세월이 흐른 뒤 단종은 다시 왕으로 복위된다. 숙종 24년, 즉 1698년의 일이다. 그의 무덤은 조선 왕릉의 하나인 장릉이 되었다. 장릉은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능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는데 신기하게도 대부분 능을 향해 고개를 숙인 듯 굽어 있다. 마치 어린 왕에게 예를 올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 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 옹정리에는 ‘한반도지형’ 쏙 빼닮은 곳도 

한반도가 강에 담겨있는 듯한 모습의 ‘한반도 지형’ _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종 유적지 외에도 영월은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이름이 높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한반도 지형은 영월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으로 강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서강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 중 하나로,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한반도 지형을 쏙 빼닮았다. 굽이쳐 흐르는 한천의 침식과 퇴적 등으로 만들어진 지형으로 수천만 년 전 땅 표면이 높아져 생긴 감입곡류하천과 하안단구도 관찰할 수 있다.

한반도지형은 영월 10경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2008년부터 농촌전통테마 마을로 지정되면서 강원도 강변마을의 전통운송수단이던 뗏목을 복원해 뗏목체험을 통해 옛 문화를 알리고 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은 도덕산(508.6m)에 가로막힌 이 마을은 강 건너편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병창 위에 아름다운 신선바위가 있어 지명을 ‘선암’ 또는 ‘서남’이라고 부른다. 옛날 신선이 이곳 경치에 반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 별마로 천문대 

별마로 천문대 _한국관광공사 제공 

또 다른 명소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의 별마로천문대다. 별마로천문대는 영월읍 영흥리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 천문대다. 연간 관측일수가 196일로 한국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국내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민천문대 최상의 관측조건인 해발 799.8m에 있으며, 지름 800㎜ 주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망원경이 있어 달이나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첨단의 시설을 갖춘 주관측실 _한국관광공사 제공 

주요 시설은 반사망원경이 설치된 주돔(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망원경 10대를 갖춘 슬라이딩 돔(보조관측실), 플라네타리움돔(천체투영실)으로 나뉜다. 천체투영실에 있는 투영기는 8.3m 돔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해 날씨에 상관없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으며 3000여 개의 별 표현, 별자리 찾는 방법, 로마신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VR 체험존에서는 VR 패러글라이딩 시뮬레이터를 통해 영월의 하늘을 실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비행하는 듯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넓은 시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영월 읍내 야경도 아름답다. 동절기(10~3월) 운영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매표는 오후 8시50분까지)까지이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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