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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내 고향 동네

내 고향동네 썩 들어서면첫째 집에는큰아들은 백령도 가서 고기 잡고작은 아들은 사람 때려 징역에 들락날락더 썩을 속도 없는 유씨네가 막걸리 판다둘째 집에는고등고시한다는 큰아들 뒷바라지에 속아한 살림 말아올리고애들은 다 초등학교만 끄을러 객지로 떠나보낸문씨네 늙은 내외가 점방을 한다셋째 집은마누라 바람나서 내뺀 지 삼 년째인 홀아비네 칼판집아직 앳된 맏딸이 제 남편 데리고 들어와서술도 팔고 고기도 판다넷째 집에는일곱 동생 제금 내주랴 자식들 학비 대랴 등골이 빠져키조차 작달막한 박대목네 내외가면서기 지서 순경 하숙 쳐서 산다다섯째 집에는서른 전에 혼자된 동네 누님 하나가 애들 둘 바라보며 가게를 하고여섯째 집은데모쟁이 대학생 아들놈 덕에 십년은 땡겨 파싹 늙은 약방집 내외갖가지 인생의 고달픔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고향동네 이웃들의 삶을 상세하게 그려내면서 그 속에 배인 아픔과 한스러움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시골 소읍에 가면 이런 가슴 아픈 서사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떤 아픔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은 얘기들이 소복하여 정겹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한 아침이다.시인

2017-04-25

임신과 통증해방 사이 `선택의 기로`서 재발 우려 높은 수술적 치료 결과는…

언제나 완벽한 결과를 가져오는 치료는 없다. 예를 들면 암환자는 수술 후 복강내 유착으로 인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항암치료 중에도 수많은 감염위험에 시달린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다른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완전한 치료란 그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수술과 항암치료라는 치료의 원칙은 따라야 한다. 물론 환자에 따라 세부적인 치료법은 다양하고 선택이 가능하다. 의사는 환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폭을 제공하고자 경험을 쌓는다. 나 역시 다양한 선택폭을 제시하고자 임신 가능성이 큰 수술적 치료법을 발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한 여성이 생리주기 중 극심한 통증으로 꼼짝할 수 없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한눈에 환자 얼굴이 매우 피곤해 보였다.다른 환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환자 스스로 통증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자궁에 피멍이 드는 선근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과 결혼해 타국에서 생활 중인 그는 외국에서 선근증절제술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한 지 8년째, 바라는 아이는 생기지 않고 생리통만 심해졌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모처럼 한국에 왔다가 부모와 함께 우리 병원을 찾았다. 환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딸이 왜 이렇게 아프냐”고 물었다. 거의 10년만에 본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망연자실해 있었다.검사 결과 자궁후벽에 선근증이 자라 생리때마다 피멍이 들고 자궁내막세포들이 골반 내 자궁과 직장사이에서 출혈과 염증을 만든 것으로 보였다. 이미 골반신경까지 침투해 요통, 다리저림, 만성골반통을 일으키는 심부 자궁내막증이 동반된 상태였다.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미 많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면 됐다. 문제는 환자가 임신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자궁을 절제해선 안 된다. 재발 우려가 높은 수술적 치료밖엔 방법이 없었다. 비록 선근증이 불임의 원인이더라도, 일부는 남겨야 임신 후 자궁파열 가능성이 작아진다.신생아가 건강히 태어날 수 있도록 최소한 임신 34주 이상까지는 자궁이 파열되지 않아야 태아가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수술을 통해 복강경 아래 선근증절제술과 골반 복막, 신경까지 파고든 심부자궁내막증을 완전히 제거했다. 하지만 환자의 임신과 자궁형태 보존을 위해 선근증을 일부 남겼다. 수술 후 며칠 되지 않아 환자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 통증이 사라졌다. 두달간 한국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남편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다시 선근증이 자랄 테니 1년 내 임신을 시도하라고.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정확히 1년이 지나 환자 부모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딸의 소식을 전하며 답답해했다. 수술 후 7~8개월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던 딸이 최근 다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극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꽤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 나라 의료기관으로부터 선근증이 재발한 것으로 진단받았다.환자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니 수술 후 외국으로 돌아간 환자는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보내는 일상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나머지 1년이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말했다.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은 질병과 함께 한다. 임신할 수 있는 가임기에는 선근증도 잘 자란다는 뜻이다. 임신이 불가능한 폐경이 되면 노화가 빨라진다. 그러나 선근증은 성장을 멈추고 통증도 사라진다. 결국 환자의 몸속에서 소리없이 선근증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환자와 남편은 무척이나 아이를 원했지만 이젠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며칠후 환자와 그 가족은 임신을 포기할테니 재발하지 않도록 자궁을 보존하면서 선근증절제술을 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다시 수술을 했다. 치료후 환자는 통증에서 다시 해방됐다.결과적으로 나는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임신을, 그리고 아이를 포기해야만 했으니. 애초 임신을 포기하고 자궁보존을 원했다면 재발을 최소화하는 선근증절제술로 통증 없이 자궁을 보존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완전한 결과를 가져오는 치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모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환자 특성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치료법을 더 익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17-04-05

포항 세명기독병원 응급의료평가 `최우수`

포항 세명기독병원(병원장 한동선)이 `2016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 부문 최상위 A등급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병원은 5년 연속 지역응급의료센터 최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았다.보건복지부는 매년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18곳, 지역응급의료센터 128곳, 지역응급의료기관 266곳을 대상으로 시설 및 장비, 인력 법적기준 및 구조 등과 관련한 응급의료서비스를 평가하고 있다.그 결과 올해 우리 지역에서는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역응급의료센터 부문에서 세명기독병원이 A등급, 동국대학교 경주병원과 포항성모병원이 B등급을 받았다.세명기독병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응급환자 4만3천724명, 하루 평균 119명을 진료했다.현재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9명, 인턴 4명, 간호사 44명, 응급구조사 2명, 간호조무사 6명, 응급코디네이터 2명으로 전문 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외상·심장질환·뇌질환 등 3대 응급질환 치료에 대비하고자 신경외과 전문의 4명, 흉부외과 전문의 2명, 정형외과 전문의 15명, 외과 전문의 5명이 당직팀을 꾸려 24시간 대기 중이다. 더불어 응급환자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심장혈관조영 장비와 뇌혈관조영촬영 장비, 640CH MSCT, MRI 등을 응급의료센터에 근접 배치하고 환자들이 이동에 따른 불편함 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 세명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최태환, 이재일, 이기중 전문의는 각각 포항시 남구와 북구, 영덕 119구급 지도의사로 활동 중이다. 구급대원을 위한 직·간접적 현장 실시간 응급의료지도와 월 2회 정기교육을 제공하며 119구급서비스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원장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는 우리 병원 응급의료센터가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현재 증축공사 중인 응급의료센터가 완공되면 응급진료 뿐만 아니라 감염예방 및 비상진료체계 운영까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위급상황 시 언제나 믿고 찾아올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