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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의 불 -물

등록일 2017-08-17 21:57 게재일 2017-08-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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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 흠
문이 열릴 때마다 황홀히 황홀히

그대 손길이 나를 애무한다

철퍼덕 철퍽 무너지는 나

점점 굳어가는 내 몸뚱이

문이 열릴 때마다 그대 손바닥은

부드러운 칼날이 되어

문이 열릴 때마다 나를

도려내는 그대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벗겨지고 잘린 비명도 없이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얼굴

굳어가며 나는 점점점 졸아든다

자칫 에로적인 성향의 시로 읽혀질지 모르나 시인은 새로이 열리는 세계와의 끝없는 대립과 단절을 얘기하고 있다. 새롭게 대하는 세계는 몸뚱이를 마비시키고 칼날처럼 예리하게 다가오는 공격적 횡포의 대상인 것이다. 시인에게 이러한 세계와의 불협화음이나 마찰은 그가 겪었던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의 비극성이 그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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