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석양이었다 따스한 참새들의 알을 꼭 한 알만 얻겠다고 가만가만 새들이를 타고 올라간 여동생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처마 밑에 막 손을 집어넣었을 때였다 콩닥거리는 참대들의 알 대신 차고 미끄러운 것이 쓰윽 고개를 내밀고 나왔다 굵고 긴 구렁이였다.
초가집 처마에 깃들던 참새들의 구멍집에 새알을 집어내려고 손을 넣었는데 놀랍게도 머리를 내민 건 징그러운 긴 구렁이였다. 필자도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가면 종종 돌담을 넘어가거나 초갓집 천정 속을 기어가는 느리고 온순한 구렁이를 본 적이 있다. 어른들은 사악한 귀신들이나 화재나 각종 재앙으로부터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여기며 친근하고 온순해서 집지킴이라고 부르며 내쫒거나 잡지 않는다. 정겨운 풍경 한 장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