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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수술 중 수혈거부 환자의 죽음 이후 수혈 없는 안전한 수술 수련에 매진

내가 진료했던 환자가 처음으로 사망한 날을 잊지 못한다. 25년 전 의사 면허증을 간신히 인정받고 모교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교통사고로 체내 출혈이 심한 어린아이가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들의 수고에도 환자는 깨어나지 못하고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갔다. 이후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잠시 의사의 길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여러 선택을 했다. 신경외과를 지원하기도 하고, 내과를 전공하기도 하면서 내가 평생 해야 할 전문분야를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선택한 것이 산부인과였다. 아기를 내 손으로 받아내고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어느 날, 한 개인 산부인과에서 분만 후 과다출혈로 급히 본원으로 내원한 산모를 진료하게 됐다. 환자는 이미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였고, 그 와중에도 계속 자궁을 통해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한 수술이 필요했다. 개복 후 자궁을 절제하고 출혈 원인을 치료하는 동시에 수혈로 부족한 혈액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수혈을 지시하고 수술동의서를 받으려는데 가족들이 거부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하지 않겠단 것이다.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10분, 20분 시간은 자꾸 흘렀다.처음으로 미친 듯이 화를 냈다.“살려야 한다, 살릴 수 있는데 왜 수혈을 거부하나! 종교적인 신념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설득해보려 했다. 환자는 차츰 눈의 초점이 흐려지더니 의식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환자에게 소리쳤다. “수혈받지 않으면 당신 죽어요.”환자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수혈을 받고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한 시간 뒤, 결국 환자는 사망했다.가운을 벗어 던지고 병원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시간이 흘러 산과보다는 근종, 선근증, 심부자궁내막증 질환을 복강경 수술로 치료하는 일에 집중해왔다. 어느 날 외래 진료를 기다리다 심한 통증으로 쓰러진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다.심부자궁내막증과 선근증으로 출혈과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신의 질환을 잘 알고 있고 고통스러워했지만, 수술적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환자 남편은 찾아간 병원마다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자세히 들어보니, 환자와 그 가족은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골반 영상 촬영결과 환자 골반은 유착이 매우 심한 상태였고, 직장에도 심부자궁내막증이 자라고 있었다. 거기다 자궁선근증과 근종으로 인한 불임을 함께 치료하고 싶어했다. 가장 난감한 질병을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수혈까지 거부한다면, 의사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회피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의사 초년병 시절 경험한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어떤 수술이라도 출혈은 피하고 싶었다. 다시는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를 안타깝게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합병증과 출혈 형태를 미리 경험해 대처하기로 다짐했다.그러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의사를 찾아가 배워야 했다. 국내를 넘어 프랑스, 브라질, 일본 등 전 세계의 병원 어디든지 찾아갔다.대부분의 날들을 수술 술기 연마에 공을 들였고 절대적인 기준을 세운 후 그 기준을 넘어서야만 다음 단계로 진행하며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쳤다.이제 수술 중 출혈이 많아지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수혈 없이 안전하게 수술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항상 조그마한 출혈이라도 지혈하고 수술을 진행한다. 단 한 방울의 피도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인지 수술 결과는 좋았다. 환자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환자의 희귀한 혈액은 구할 수 없기에, 그 와중에 환자의 질병은 치료해야 하기에.

2017-06-28

`치매와의 전쟁` 이길 수 있어요

치매는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다. 사라진 기억은 되돌릴 수 없고, 없어져 버린 뇌 부위도 회복시킬 수 없다. 질환 특성상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보호자까지도 함께 짐을 나눠서 져야 하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치매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09년 21만7천여명에서 2013년 40만 5천여명으로 5년간 87% 증가했다. 연평균 17%가량 늘어난 것으로 12분마다 한 명씩 새로운 치매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보건당국은 올해 치매환자가 73만4천명, 2025년에는 무려 100만명, 2043년에는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정신건강에 좋아과식·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절대 금물생선 등 통해 오메가3 등 필수지방산 섭취이틀에 한 번 최소 30분 이상 운동이 적합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원인 1위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2위는 뇌혈관질환에 의해 뇌 조직이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다.그 외에도 80가지 이상의 다양한 병이 치매 원인이 되며 증상과 예후 방법도 천차만별이다.치매는 평소 습관으로 미리 대비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질환이다. 무엇보다 두뇌를 끊임없이 사용해야 한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정신건강에 좋다. 뇌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전문가들은 두뇌건강을 위한 보충제는 추천하지 않는다. 은행나무나 멜라토닌처럼 뇌 관련 약품들은 뇌 기능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성분이 천연재료라고 하더라도 고혈압, 소화불량, 불임, 우울증과 같은 잠재적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냉정함을 유지하는 것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스트레스는 기억과 관련된 해마나 두뇌의 다른 부위에 다량의 해로운 화학물질을 생기게 한다.과식은 두뇌를 나태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손상을 끼치는 반면 너무 적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도 두뇌 기능을 손상시킨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주의력 결핍이나 정신착란, 기억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따라서 적당한 지방과 단백질, 높은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선을 먹는 것도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식습관이 된다. 식단에 생선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인지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메가3와 같은 필수지방산은 뇌기능에 결정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데도 유용한 것으로 입증됐다.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균형잡힌 생활과 더불어 요가와 같은 이완운동, 사교활동 등이 스트레스를 줄여 기억력 감퇴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틀에 한 번 최소 30분 이상의 운동이 적합하다.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근아 진료과장은 “치매가 의심된다면 조기 진단 치료가 중요하다. 단순히 기억장애나 언어장애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조절이 안되거나 부쩍 화를 많이 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도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전과는 달리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에도 치매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6-28

내 뼈가 걸려 있다

내 몸이 한 장의 필름으로 분리되어판독기에 걸려 있다검고 희멀건 채색에 담긴 앙상한 늑골들의 빗살 구조그 중심부로 휘어져 내린 척추골반은 육중한 내 육신을 힘겹게 지탱하며 예까지 왔다한 번도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이 나이까지 용케 버티어 왔다문득 낯선 사람이 불을 끈다캄캄한 어둠 속으로 내 몸은 감춰지고젊은 사나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최후의 심판을 준비한다나약해진 내 의식은 두려움에 졸아들고생명이란 것이, 육체란 것이 내 의지로부터이렇게 쉽사리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걸까?그의 논고가 신(神)처럼 무서워진다혹시나 뻥 뚫린 허파, 퉁퉁 부은 간덩이가안막을 덮어 오는데창백한 벽면을 타인처럼 바라본다그곳엔 선고를 기다리는 내 뼈들이기도처럼 걸려 있다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며, 판독기와 검진 의사의 판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시인은 내심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심리를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음을 본다. 이런 경우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심리적 불안감은 인지상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인은 꿋꿋이 살아온 한 생을 성찰하면서 그 두려움을 넘어 서는 담담함과 안정된 심정을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 어떤 경우도 담담하게 안고 가겠다는 성숙되고 균형감 있는 삶의 자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시인

2017-06-16

지난해 피부암 환자 2만명 육박

국내 피부암 환자가 지난 4년간 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 등을 포함한 피부암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지난 2012년 1만4천81명, 2013년 1만5천29명, 2014년 1만7천837명, 2015년 1만7천455명, 2016년에 1만9천435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피부암은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연령별 환자는 70대가 28.0%(5천577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60대 21.6%, 80세 이상 21.3%, 50대 15.5%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1만566명으로 남성(8천869명)보다 더 많았다.피부암은 지나친 햇빛 노출이 주요 원인이며 편평상피세포암, 악성 흑색종, 기저세포암종 등으로 구분된다.편평상피세포암은 표피의 각질 형성 세포에서 나타나는 악성 종양으로 햇빛에 의한 피부 손상,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흉터, 비소 섭취로 피부 표면이 굳어지는 비소 각화증, 방사선 피부염 등이 원인이다. 증상은 입술과 뺨 등에 많이 발생한다.악성 흑색종은 주로 피부 표피의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한다. 멜라닌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점을 구성하는 모반 세포가 악성으로 변질해 생길 수도 있다. 장시간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일광 화상을 입었을 때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8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저세포암종은 85%가 자외선 노출로 발생하며 햇빛에 잘 타지 않는 하얀 피부, 금발, 소아기에 주근깨가 있던 사람, 피부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발생할 위험이 크다.심평원 관계자는 “피부암은 주로 자외선 노출로 발병하므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주기적으로 피부를 관찰해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6-14

물 한잔 미리 마시고 25분 넘기지 마세요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푸는데 목욕이 큰 도움을 준다. 따뜻한 물은 혈액순환을 돕고 노폐물을 제거해 몸의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목욕을 할 때에도 주의사항이 있다.먼저 식사 1시간 후에 목욕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샤워는 괜찮지만, 입욕이나 사우나요법을 식후 1시간 이내 하게 되면 소화기능이 떨어진다.입욕이나 사우나로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전신혈관이 이완되면, 식후 소화기관으로 몰려야 하는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음주나 약물 복용 후에도 목욕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알코올과 약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혈관 확장이 일어나는데 여기다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면 혈압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탕 속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따라서 입욕 시간은 15~25분 정도가 적당하다. 전신 혈관이 이완돼 상체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현기증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면 심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자칫 욕실에서 넘어질 위험도 있다. 목욕 시간은 2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목욕 후에는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마치고 나온 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이때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관절을 둘러싼 활액막과 연골조직도 유연성을 잃고 뻣뻣해져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목욕을 마치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미리 내리고 나서 몸의 물기를 재빨리 닦아내는 것이다.이때 물기는 수건으로 가볍게 눌러 닦아내는 것이 좋다. 물에 닿아 약해진 피부를 마른 수건으로 문지르면 각질이 벗겨진다. 수건으로 몸을 가볍게 눌러 닦아야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줘야 피부 건조증을 막고 가려움증이 생기지 않는다.목욕을 하고 나면 신체 수분 손실이 크기 때문에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목이 마른다. 수분이 흡수되는 시간을 고려해 목욕 15~20분 전에 미리 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좋다. 입욕 전 마시는 물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근아 진료과장은 “목욕을 하면 온혈 효과로 혈액순환을 촉진해 산소나 영양분이 근육으로 전달되면서 피로가 풀리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며 “피부와 신장, 폐에서 노폐물이나 독소를 배출시켜 건강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사우나를 하면 맥박이 1분에 100~160회 정도 뛰고 심장의 혈액 분출량이 증가해 심리적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6-14

심부자궁내막증 환자 감별 진단부터 병변 제거까지 매순간 `노력 또 노력`

월요일 아침은 외래 진료로 시작한다. 주로 최근 수술을 마친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부터 한다.제주도에서 온 한 환자는 직장 난소 자궁 후벽, 방광까지 자궁내막증 병변이 침범한 데다 이미 두 번의 수술로 장 복벽과 자궁 유착이 심했다.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복강경 수술로 골반 내 모든 유착과 심부 자궁내막증병변을 제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과정은 수술을 진행하는 집도의에겐 큰 용기와 인내가 있어야 한다.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전후 3~4일간 금식이 매우 힘들었겠지만, 골반 내 장기 특히 직장의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곧이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로 들어온 한 환자를 만났다. 다른 지역에서 이른 아침 KTX를 타고 왔다고 했다. 피곤함이 심해지면 눈 밑이 검게 변하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 환자가 그랬다. 심한 생리통과 요통, 만성적인 피로, 생리 과다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안 된다고 했다.진료 결과 선근증과 심부 자궁내막증이 동반된 상태로 환자는 자궁내막증과 선근증병변을 모두 제거하면서도 자궁 보존을 원했다.복강경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심부 자궁내막증과 선근증이 동반된 경우는 암 수술보다도 더 힘든 수술이라 할 수 있다. 진료를 마치고 수술날짜를 잡았다.마지막 진료는 복강경 하 난소 자궁내막종 수술 후에도 생리통, 성교통, 요통, 양측 다리 저림을 호소하던 환자였다.한 달 전 재수술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궁과 직장, 요관, 혈관이 있는 골반 깊숙한 곳의 병변을 완전히 제거했다.환자 표정은 매우 밝았다. 10년 이상 겪은 통증이 사라진 것이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환자는 종양 제거가 목적이 아닌 통증 치료를 위해 내원한 경우다.한 마디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들이다.암이 아닌 이상 생리통, 만성 골반통, 요통, 다리 저림, 성교통, 배변통 등과 같은 통증은 `견디는 것`이 한국 여성들에겐 익숙하다.하지만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통증을 경험하게 되면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고 골반염, 장염, 방광염, 척추 디스크 질환처럼 잘못된 진단을 받기도 한다.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난소에 생리혈이 고여 마치 종양처럼 보이는 자궁내막종이 있지 않은 한 초음파나 CT로 진단되지 않기 때문이다.실제로 난소자궁 내막종이 없는 골반 심부 자궁내막증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 안내를 받기가 어렵다. 환자 통증을 골반염 또는 단순한 생리통으로 간주해 항생제나 진통제 호르몬 치료만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있다.사실 자궁내막증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재발률이 가장 낮은 적절하고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나 역시 이 문제를 다루는 학회나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찾아내야 했고, 찾아가야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해온 태도를 버려야 했다. 그것은 고통스러웠다.여기다 골반 장기인 직장, 대장, 요관, 방광의 수술적 처치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심부 자궁내막증은 해결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통증을 호소하는 수많은 환자 중에 심부자궁내막증 환자를 감별 진단하고 골반 깊숙이 위치한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기까지,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배움에 투자하고 이 과정에 방해되는 자존심과 두려움을 버리고자 매 순간 노력했다.열정과 인내는 함께 오래가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괴롭고 힘든 길을 둘러 가지 않을 수 있다.

2017-06-14

염분·수분 적게 섭취하면 어느정도 예방

▲ 이근아 진료과장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한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을 때, 하루일과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 때에도 우리 몸은 붓는다. 때로는 아무런 징후를 느끼지 못한 채로 자신의 부은 몸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왜 붓는 걸까?몸이 붓는 이유는 신체 내 물 성분이 세포와 세포 사이로 많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주로 다리나 발과 같이 몸의 아랫부분이 붓는 경우가 많은데 누워 있을 때는 얼굴, 그중에서도 특히 눈 주위가 붓는 경우가 많다. 눈 주위 조직이 부드러워 체액이 쉽게 고일 수 있어서다.부종의 원인은 라면처럼 짠 음식을 먹고 다음 날 일시적으로 붓거나 심장병이나 신장병에 의한 심각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부종 대부분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특발성 부종`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주기적으로 부었다 빠지기를 반복하는 질병이란 뜻이다.신체 질환으로 인해 부기가 생겼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질환이 있는 신체 부위에 관련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부종 현상도 조금씩 다르므로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이 나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혈액 내 삼투압 농도가 낮아진다. 혈액 외 조직 내로 수분이 빠져나가 부종이 생기는데 아침에는 주로 눈과 얼굴, 오후에는 다리가 붓는다.심장이 나쁘면 호흡곤란, 발작적인 야간 호흡곤란 등이 함께 생기고 주로 다리가 붓는다. 좌측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폐에 물이 차서 주로 호흡 곤란이 나타나고, 우측 심장 기능이 낮으면 주로 사지 부종이 생긴다. 간이 많이 나쁘면 먼저 배에 물이 차서 부르고 나중에 사지가 붓는다.내분비 질환이 있으면 대부분 그에 따른 부종 이외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기능 저하에서는 전신에 부종이, 기능 상승에서는 다리 부위에 부종이 생기는데 문질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 부종이다.단백질 부족이 심하면 몸이 부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나 일부 계층에서는 얼마든지 영양 부족이 가능한 일이므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여성에게는 생리 수일 전에 생기는 부종이 있다. 유두가 뭉치는 느낌, 복부 팽만감이나 불편감도 생길 수 있으며 불안, 우울, 권태감도 생길 수 있다. 임신 관련 부종도 흔하다. 임산부 4명 중 3명이 부종을 겪는데 특히 임신중독증이 발병하면 몸이 심하게 붓는다. 주로 임신 말기에 나타나므로 쉽게 원인을 알 수 있다.부종의 원인을 밝혔다면 원인 제거에 힘써야 한다. 이뇨제를 쓰면 소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부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원인을 방치하면 부종이 재발한다. 나아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부종 원인에 상관없이 염분과 수분을 적게 섭취하면 어느 정도 부기를 예방할 수 있다. 아침에 주로 붓는 이들은 저녁 식사 때 국물이 있는 음식을 적게 먹고 자기 전까지 간식을 금하는 것이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간식을 포함한 모든 음식에는 수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다리를 수시로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것도 좋다. 누워 있을 때 발밑에 베개나 담요를 깔고, 앉아 있을 때에는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으면 된다. 탄력 있는 스타킹을 신는 것도 좋다. 다리를 감싸주는 압력으로 인해 부기가 덜 생기기 때문이다.체중이 늘어난 경우에도 쉽게 부기가 생기므로 적절한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오래 앉아 있으면 자연히 다리에 물성분이 차게 되고, 심하면 정맥 혈류장애도 생기기에 가급적 도중에 움직일 것을 권한다. 특히 장시간 비행을 할 때에는 틈틈이 일어나 복도를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 72시간 이내 급격히 증가하는 부종, 숨차거나 어지러운 증상 또는 피부 변색이나 통증 등이 동반될 때에는 가급적 진료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2017-06-07

“밤에 제대로 못 자면 몸 망쳐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숙면을 취해야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돼 낮 시간 동안 육체·정신적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숙면을 취하면 노화된 세포가 새것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는 것은 몸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적정 수면시간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생후 6개월까지는 하루 18~20시간 정도 잠을 자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줄어 든다. 청소년기의 적정 수면시간은 9시간, 성인의 경우 대략 7~8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수면시간에는 어느 정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잠을 자면서 낮 동안 소모하고 손상된 중추신경의 기능이 회복되기 때문에 임신 중이거나 질병, 과로, 스트레스 등이 있으면 자연스레 수면 시간이 늘게 된다. 성적과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수험생들이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사회에서는 수험생을 비롯해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쫓겨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오히려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돼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적정 수면시간보다 4시간 정도 덜 자면 반응 속도가 45%가량 느려지고,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 반응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수면부족은 원할한 정신적 활동도 방해한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복잡한 문제나 창의력, 재치, 순발력 등을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생기가 없고 둔감해지며 기분이 가라앉아 평소 쾌활하던 사람도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쉽게 우울해지고 짜증이나 화를 잘 내기도 한다.따라서 수면시간을 줄이면 공부나 업무시간은 늘더라도 오히려 일의 능률이나 생산성은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수험생이나 정신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편안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만 능률을 올릴 수 있다.잠이 부족하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비롯해 궤양, 심장병, 비만, 노화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수면시간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너무 잠이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이 자면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늘어진다. 수면과다는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후이다. 갑자기 수면시간이 줄거나 늘었다면 수면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잠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면 무엇보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면 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밤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늦잠과 낮잠이 늘어 수면시간이 증가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수면과다증인 기면증일 수 있으므로 수면시간이 갑자기 과도하게 늘었을 때에는 수면상태나 패턴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결과적으로 무조건 수면시간을 줄이거나 또는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단 적절한 수면시간을 찾아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잘 맞는 수면시간과 습관이야말로 몸에 꼭 필요한 보약이다.특히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생체시계를 혼란에 빠뜨려 숙면을 방해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 해를 본 후 15시간이 지나면 잠을 자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뇌에서 분비돼 잠이 오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시간은 소아는 12시간, 청소년은 9시간, 성인은 7시간 30분 이상 자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 졸릴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 아니다. 커피나 콜라 등의 각성(覺醒)효과는 일시적이다.■ 자신이 잠들기 시작하는 시간을 알 수 있다?→ 아니다. 알 수 없다.■ 능숙한 운전자는 졸려도 본능적으로 차를 잘 몰 수 있다?→ 아니다. 누구라도 졸리면 판단력, 순발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잠을 충분히 잔 경우 약간 피곤해도 졸음운전의 위험은 없다?→ 아니다. 간밤에 푹 잤는지를 인지할 순 없으며 피곤하면 졸음은 온다.■ 나이가 어리고 젊을수록 잠을 덜 자도 된다?→ 아니다. 성장에 숙면은 필수적이고 나이가 젊다고 덜 자도 멀쩡할 순 없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