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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3차 순환도로 동편, 100년 만에 열린 길⋯남구의 ‘숨통’이 트였다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5-11-20 15:49 게재일 2025-1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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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개통식을 가진 대구 남구 3차 순환도로 동편 구간의 모습. 정식 개통은 21일 자정부터다.

“이제야 남구가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네요.”

20일 오후 대구 남구 3차 순환도로 동편 구간.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초입의 공기 속에서 주민 6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미군 비상활주로로 막혀 있던 700m의 회색 도로 위에는 개통을 축하하려는 사람들의 숨결이 겹겹이 차오르고 있었다. ‘금단의 땅’이라 불리던 이곳이, 100여 년 만에 시민의 일상 속 공간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주민들이 도로 한복판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휴대전화를 들었다. 개통을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이는 가운데, 문화공연이 시작되고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조재구 남구청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환호와 박수가 터질 때마다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주민들의 마음속 숙원으로 남아 있었는지 짐작하게 했다.

20일 오후 열린 대구 남구 3차 순환도로 동편 구간 개통식의 모습.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개통된 구간은 왕복 8차로, 폭 40m의 넓은 도로다. 한때 미군 비상활주로였던 이 땅은 지난 1996년 3차 순환도로가 부분 개통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막힌 길’로 남아 있었다. 아침 저녁이면 목구멍을 막은 듯한 교통 정체가 일상이었고, 봉덕동과 이천동 주민들은 수 km를 돌아서 출·퇴근해야 했다. 소음과 빛 공해, 상권 단절 역시 수십 년간 이어진 문제였다.

봉덕동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서월태(69) 씨는 “그동안은 영대네거리까지 빙빙 돌아가야 했다. 이 길만 뚫리면 한결 나아질 거라고 늘 말했다”고 회상하며 “이젠 직선으로 바로 갈 수 있으니 체감이 확 온다. 서편까지 이어지면 남구가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도로 주변 상권 역시 오랜 침체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봉덕동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영대(36) 씨는 “저녁이면 어둡고 조용한 동네였는데, 요즘은 도서관 개관도 있고 도로도 열리니 손님이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며 “가게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도로가 남구의 ‘동맥’이자 대구 남부권 교통의 핵심 관문이라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구시는 봉덕로·이천로·중앙대로22길 등 상습 정체 구간을 지나는 차량 가운데 약 42%, 하루 2만 4000여 대가 새 도로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대로와 신천대로 접근성 역시 좋아져 산업단지·유통시설과의 연결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사실 이 도로 개통까지는 길고 복잡한 시간이 필요했다. 2002년 미군 부지 반환 결정 이후에도 시설물 이전, 토양 정화 등 군사시설 특수성 탓에 협의가 수년씩 지연됐다. 대구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73억 원을 투입하며 마침내 동편 구간을 현실로 끌어냈다.

20일 대구 남구 3차 순환도로 동편 구간 개통식이 열린 가운데 주민들이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왼쪽 두번째)과 조재구 남구청장(가운데), 송민선 남구의회장(오른쪽)에게 명부를 전달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이번 3차 순환도로 동편 구간 개통은 남구 지역뿐 아니라, 대구시 전역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구도서관과 향후 조성될 평화공원과 함께 남구가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차 순환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대구와 남구의 미래 가능성을 열어가는 길인 만큼 서편도로도 조기에 완전 개통이 될 수 있도록 5만 8000여 명의 주민서명부를 대구시와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적극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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