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콩국은 열두 살 순임이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무를 썰거나 배추를 다듬으면서
한눈을 팔면 금세 넘쳐버린다
순임이는 어머니 눈을 보면서 자란다
부풀어 오를 때마다
화로 구멍을 반쯤 막거나
살살 저어 달래주어야 한다
그래도 가라앉지 않으면
따뜻한 온기 담아 후우후우 불면서
가만히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국자로 저어서는 절대 안된다
화로 앞에 앉아 콩국을 끓이실 때
지상의 어머니는
가장 아픈 손가락을 먼저 생각한다
….
위의 시의 어머니에겐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자식이 있다. “가장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이 그렇다. 콩국 끓일 때처럼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열두 살 순임이” 같은 아이. 콩국처럼 “살살 저어 달래주”고 “가만히 어루만져주어야” 순임이는 넘치지 않기에. “어머니 눈을 보면서 자란” 순임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인 것일까···. 음식을 만들어주는 어머니의 마음이 자식에 대한 사랑과 겹쳐지며 잘 드러난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