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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뾰족함

등록일 2025-10-09 16:04 게재일 2025-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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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쉬페르비엘(최성웅 옮김)

살아생전

독서를 즐긴 그였다

촛불 하나 곁에 두고서

종종 그 위로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곤 했다

납득하기 위하여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자신이 살고 있음을.

그가 죽은 이래로

밝혀진 촛불 하나

줄곧 그의 곁을 지킨다

두 손을 가리운 채.

…….

쥘 쉬페르비엘은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프랑스 시인. 위의 시에 등장하는 독서가는 촛불을 곁에 두고 살았을 것이다. 전기가 일반화되기 이전엔 촛불을 곁에 두고 책을 읽어야 했을 테니까. 그는 “자신이 살아 있”고 “살고 있음을” 알기 위해 종종 ‘뾰족한’ 촛불 위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었다고. 그의 삶을 증명해준 그 촛불은 그의 죽음 이후로도 그의 존재를 잊지 못하고 “줄곧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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