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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의 가계

등록일 2025-09-30 17:37 게재일 2025-10-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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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할머니 제사는 매년 돌아오지만

엄마 배 속에서 죽은 오빠는 돌아오지 못한다

 

달력 속 음력은 늘 작은 글씨

 

죽은 사람은 물결로 떠오르고

산 사람은 땅에서 씨를 뿌린다

 

생일이 매년 바뀌는 사람과 살고 있는 나도

음력 뒤에 오는 봄이 좋아진다

 

오곡밥과 고사리, 무, 건취, 곤드레, 표고

이것들은 모두 달의 뿌리에서 나온 것

 

밖에 눈이 온다

음력 눈이다

물이 많은 눈이다

 

…..

제사는 대개 음력에 맞추어 지낸다. 달력에 음력 날짜는 마치 숨기려는 듯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데, 그것은 음력이 죽은 이를 부르기 때문 아닐까. 음력을 따르는 세계에서 “죽은 사람은 물결로 떠오”른다. 음력은 달의 운행 주기에 따른 역법, 태양이 빛을 내려준다면, 달은 이와 대조적으로 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겠다. 음력에 맞춰 지내는 명절날 먹는 ‘오곡밥’과 나물들도 “달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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