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수
어릴 적
아버지 등에 업혀
새벽어둠 가르며
의원 가던 날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뛰시던지
아픈 것보다
등에서 떨어질 것 같기만
했던 나
언제나 변함없이
뒤로 앞으로
내밀어주신 크신 두 손
지금까지도 큰 산이 되어
생각만 해도 온기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전화 첫 마디가 언제나
나다, 라시던
나의 아버지
……
많은 이들이 아버지의 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을 테다. 예전 아버지는 대부분 무뚝뚝하신 모습이다. 하나 아플 땐 아버지의 진짜 마음이 드러난다. 위의 시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이 어릴 적, 아플 때 그를 등에 업고 새벽을 가르며 의원으로 달려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 기억으로 인해 아버지는 시인에게 여전히 그를 지켜주는 “큰 산이 되어”주며 “온기로 가득/채워주”시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