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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보이스피싱 감금지옥’서 한국인 2명 구조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10-11 18:13 게재일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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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갇혔던 B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돼 고문을 당하던 한국인 2명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의 지원으로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A씨는 “IT 관련 고소득 일자리를 소개한다”는 온라인 구인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월 800만~1500만원의 급여, 1인 1실 숙소와 식사 제공이라는 조건은 그럴듯했다. 비행기 표까지 끊어주겠다는 말에 ‘갔다가 아니면 돌아오면 되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떠난 길이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악몽이었다. 회사라 불린 곳은 공무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이른바 ‘웬치(범죄단지)’였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으면 온종일 고문을 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A씨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말다툼을 했다. 그러자 이들은 A씨를 범죄단지 안에 대기시켰고, 다시 한국으로 데려다주겠다며 짐을 싸서 차에 타라고 말했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공항이 아닌 캄보디아 포이펫의 또 다른 범죄단지였다. 짐은 빼앗기고, 손목과 발목엔 수갑이 채워졌다.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로 맞는 일이 일상이었다. 기절하면 얼굴에 물을 끼얹고 다시 폭행이 이어졌다. 그렇게 100여 일이 흘렀다.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신고 사실이 발각되며 탈출은 무산됐다. 두 사람은 머리에 봉지가 씌워진 채 차량 트렁크에 갇혀 다시 시아누크빌로 이송됐다. 위치가 발각됐으니 거점을 옮겨야 한다는 중국인 관리자의 판단이었다.

그곳에서도 일할 때는 발목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인 채 감금됐다.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면 돌려보내 주겠다는 범죄 가담 강요도 이어졌다.

“한 번 더 신고하면 파묻어 버리겠다”, “소각장에서 태우겠다”, “현지 경찰에 작업이 돼 있으니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중국인 관리자의 위협도 뒤따랐다. 절망 속에서 A씨는 다시 한 번 구조 요청을 시도했고 현지 경찰이 급습하면서 두 사람은 마침내 해방됐다. 감금된 지 160일 만이었다.

두 사람은 현재 캄보디아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귀국을 준비 중이다.

이번 구조는 피해자 가족의 절박한 요청에서 시작됐다. 박찬대 의원실은 지난달 초 B씨의 어머니로부터 “우리 아들을 꼭 살려달라”는 호소를 받고 외교부와 현지 영사관,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구출 작전을 진행했다.

박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 피해’를 신고한 한국인은 330명에 달한다. 그러나 현지 공관의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재외국민 사건·사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과 실종 신고 적극 대응 등 영사조력 체계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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