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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작년 EU에 380만t 무관세 수출…EU 쿼터축소에 ‘긴장’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10-08 12:54 게재일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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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글로벌 철강쿼터 47% 축소·관세 50% 인상 예고
韓 철강업계 “美 이어 EU까지 50% 관세…개별국 협상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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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철강 수입 쿼터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관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EU는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쿼터를 현행 연간 3천53만t에서 1천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한다.

EU는 이번 조치가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될 예정이며, 각 국가별 세부 수입쿼터는 추후 개별 협상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6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종료를 앞두고 마련된 사전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약 380만t의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263만t은 한국에 부여된 개별 쿼터를 통해, 나머지는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EU가 예고한 대로 글로벌 쿼터가 축소되면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이미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EU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주요 품목 수출이 크게 위축된 상태인데, EU까지 관세 장벽을 높이면 수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며 “세계적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업황 악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HS코드 61 기준)은 44억8천만 달러(약 6조3천억 원) 규모로, 단일 시장 기준으로는 미국(43억5천만 달러)과 함께 최대 수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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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들. /연합뉴스

앞서 미국은 지난 3월 수입 철강 제품의 무관세 쿼터(한국 263만t)를 폐지하고, 품목별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했다. 이후 한국의 철강 수출은 4월을 제외하고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12.4%, 6월 -8.2%, 7월 -3.0%, 8월 -15.4%를 기록하며 부진이 심화됐다.

미국은 또 8월부터 냉장고, 변압기, 전선·케이블 등 철강 파생품 407종에 대해 50% 관세를 확대 적용하면서 대미(對美) 수출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EU의 쿼터 축소와 관세 인상 방침까지 겹치면 한국 철강 수출은 미국·EU 양대 시장 모두에서 이중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철강업계는 EU가 국가별 수입 쿼터를 추후 개별 협상을 통해 정하겠다고 밝힌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와 협력해 한국에 배정되는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고, 글로벌 쿼터 활용 여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운영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세부 내용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정부·협회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의 지위를 고려하겠다고 명시했다”며 “EU와의 양자 협의를 통해 우리 산업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중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회담을 갖고, 한국 측 우려와 입장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철강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수출시장 다변화 및 기술경쟁력 강화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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