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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하는 정당 게시대·행정 관청 난립 동참···‘현수막 없는 도시’ 만들 해법은?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9-30 16:40 게재일 2025-10-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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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삼거리의 정치 현수막 우선게시대와 정당 전용 게시대 주변에 각종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려있다.

30일 찾은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삼거리에 설치된 ‘정치 현수막 우선게시대’에는 특강·공연·마켓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는 특정 정당 소속 정치인의 현수막으로 채워져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게시대 주변을 둘러쌌다. ‘정당 게시대’가 포항 전역에 9개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차로 주변을 선호하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항 시내 주요 교차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점은 행정기관의 각종 안내·행사 홍보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 대신 막무가내로 걸려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청 등 행정기관부터 무분별한 현수막 난립에 동참하는 꼴이어서 명절마다 도심을 ‘현수막 숲’으로 만드는 정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지역 곳곳에 설치해 행정 관련 홍보를 하는 대구지역 지자체와 대조적이다. 포항시 광고물디자인팀 관계자는 “행정 홍보 현수막이 지정 게시대 외에 내걸린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행정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항과 달리 다른 지자체는 도시 미관 저해, 정치적 피로감, 자원 낭비 등의 문제를 지닌 ‘현수막 공해’ 해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에서는 2015년 수성구가 ‘현수막 제로구역’을 처음 도입한 뒤 동구와 군위군을 제외한 나머지 구·군으로 확대되면서 38곳까지 늘었다. 불법 현수막은 물론 정치 현수막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수성구의 경우 달구벌대로, 동대구로 주요 교차로, 수성못 인근 구간 등을 클린존으로 지정해 각 정당과 협의를 통해 ‘현수막 제로구역’에 정당과 정치인 현수막을 달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수막 난립을 막는 방법도 다양하다. 

박상영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 팀장은 “단속반원이 대로변을 매일 순찰하고 주말에도 조를 편성해 현장을 돌고, 행정복지센터는 이면도로를 담당해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민이 직접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면 보상을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 8월에는 큰 현수막의 보상금을 장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이 제도를 더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철영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치 현수막 난립은 단순한 시각적 불편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과 정치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수막 없는 도시’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김 교수는 “정치인과 정당은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 교차로 전광판처럼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며 “해외 선진국의 대도시에서 현수막 난립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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