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실용성·가성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강화 유통업계 “생활용품·가공식품 인기” ‘보복 소비’ 심리에 고가 프리미엄 선물 증가
#1. 소상공인 정 씨(32·여·대구 중구)는 경기침체 등으로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년 명절에 이어오던 선물을 단번에 없애기는 어렵다 보니 한 대형할인점의 추석 선물 코너를 찾았다. 그는 “다양한 물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선물을 대량으로 한 번에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돼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거래처에 과일과 건강식품 등의 고가의 선물을 했지만, 올해는 적당한 가격선에서 명절 선물을 골라야 할 거 같다”고 말하며 상품을 꼼꼼히 살펴봤다.
#2.천봉철(40·대구 남구) 씨는 매년 추석마다 부모님께 정성껏 굴비 세트나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선물 가격이 크게 올라 예년만큼의 만족감을 주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는 부모님의 편의를 고려해 온라인 상품권을 선택했다.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 씨는 “처음에는 한가위 선물인데 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 고민했지만, 부모님께도 선택권을 드리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전통적인 명절 선물 대신 온라인 상품권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추석 선물 트렌드에 큰 변화를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통적인 고가 선물 대신 생활용품, 건강식품, 상품권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프리미엄 선물과 실속형 선물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위주로 추석 선물을 마련하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선물을 마련하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받는 사람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상품권과 모바일 교환권의 수요가 증가했다. 백화점 상품권부터 네이버페이, 올리브영, 편의점 금액 상품권 등 다양한 옵션이 추석 선물로 활용되고 있다.
1만~3만 원대 저가형 선물 세트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유통업계 측은 “샴푸,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과 참치, 식용유, 김 세트 등 가공식품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비교와 할인 혜택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플랫폼들도 저가 상품 프로모션과 사전 예약 할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점은 고기나 생선, 과일이 주를 이뤘던 추석 선물 풍토에서 건강식품 수요가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고물가 속에서도 건강 관련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홍삼, 비타민, 건강즙 등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맛과 영양을 겸비한 건강 간식 세트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고물가 시대로 전환이 되다 보니 대부분 소비자는 실용적인 선물을 선택하지만, 일부 계층에서는 ‘보복 소비’ 심리로 고가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춰 백화점 등에서는 최고급 한우, 희귀 과일, 고급 와인 등 차별화된 고가 세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스몰 럭셔리’ 트렌드로 소포장 프리미엄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 상품을 선택해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특별함을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화하면서,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며 “프리미엄 시장과 실속형 시장의 양극화는 경제 상황에 따른 소비 심리의 분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재욱·황인무·장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