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 이후 번호이동 급증⋯대구·경북 유통 현장도 과열, 당국 현장 점검
KT의 해킹 사태 수습 과정에서 해지 위약금 면제가 시행되자 이동통신 시장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간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까지 등장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누적 이탈자는 10만 7499명에 달했다. 지난 6일 하루에만 2만 8444명이 KT를 떠났으며, 이 가운데 64%(알뜰폰 포함)가 SK텔레콤(SKT)으로 번호이동했다.
통신 3사가 모두 해킹·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겪은 전례가 있음에도 이번 사태가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불안으로 집중되며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가입자 확보 경쟁이 가격 경쟁을 벗어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 지역 유통 현장에서는 경쟁사 해킹 이력을 강조하거나 ‘보안 안전성’을 내세운 홍보 문구가 등장하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통신사 본사의 공식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현장 유통망에서 경쟁사 비방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KT는 경쟁사들의 불안 조장 마케팅을 문제 삼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조사 요청을 제출했다. LG유플러스 일부 매장에서도 경쟁사를 겨냥한 홍보 문구가 등장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보조금 경쟁 역시 격화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대구·구미 지역 일부 판매점에서는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최신 단말기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이탈자 급증으로 위기에 몰린 KT도 최신 단말기 지원금을 경쟁사 수준으로 상향하며 방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통신사 간 경쟁이 아닌 시장 신뢰 훼손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문제로 보고 있다.
대구의 한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판매점 매출이 늘 수 있지만 과도한 지원금과 허위·과장 설명은 결국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 불신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방미통위는 7일부터 전국 통신 유통 현장을 대상으로 점검에 착수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공포 마케팅과 허위·과장 광고로 이용자를 오도하는 행위가 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며 “통신 3사에도 과열 경쟁 자제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