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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주거문제, 청년·서민은 여전히 벼랑 끝···해법은 ‘다층적 가격대’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09-23 17:46 게재일 2025-09-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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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으론 안정’ vs. ‘체감은 절망’

포항시민의 주거비 부담은 통계상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현실은 다르다. 청년과 저소득층은 월세와 전세금 마련에 허덕이며 여전히 주거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주거학회논문집 2025년 8월호에 실린 구자문·안병국 연구위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포항 원도심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30% 이상인 임차가구는 9.2%, 자가 가구도 5.3%였다. 수치상으로는 양호해 보이지만 연구진은 “포항의 낮은 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체감 부담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의 현실은 특히 냉혹하다. 23일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한 원룸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아르바이트로 버는 130만 원 중 40만 원이 월세로 나간다”며 “생활비를 줄여도 저축은 꿈도 못 꾼다”고 하소연했다. 

맞벌이 부부 박모씨(34) 역시 “전세금이 최소 2억 원을 넘어 새 아파트 이사는 포기했다”며 “낡은 다세대주택에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 사다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출산율 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단열과 채광, 주변 환경 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혜택은 특정 계층에 집중됐다. 포항시 남구 한 재개발 예정지 주민 이모씨(62)는 “지붕에서 새는 물을 양동이로 받아내며 살고 있다”며 “재개발 얘기는 수년째인데 지연만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포항시는 현재 3개 단지 신축, 10개 단지 재개발, 21개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거학회 연구진은 “분양가 기준으로 공급만 늘어난다면 저소득층은 계속 소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도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고가 아파트만 늘어나고 있다”며 “임대와 중저가 주택이 함께 늘지 않으면 포항은 빈집과 고가 아파트가 공존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도시의 혈관’으로 비유한다. 혈관이 막히면 몸 전체가 위태로워지듯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시 경쟁력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구자문·안병국 연구위원도 “포항의 주거문제는 단순한 공급 수치가 아니라 체감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맞춤형 정책 없이는 원도심 공동화와 인구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의 핵심으로 ‘다층적 가격대 형성을 통한 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급’을 꼽는다. 서울 은평구와 세종시 일부 단지가신규 분양 시 임대주택 비율을 의무화해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사례를 포항에 적용한다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크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신규개발·재개발·도시재생을 병행한 공급 확대 ▲건축 허가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 의무화 ▲저소득층 금융·세제 지원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물량 공급을 넘어 소득별 맞춤형 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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