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문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소아진료 공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소아응급환자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앞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반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인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소아과 전문의 6490명중 절반정도가 서울(1510명)·경기(1691명)지역 의료기관에서 활동했다. 18세 이하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경북이 0.52명으로 가장 적었고 그다음 충남(0.56명), 전남(0.59명)이 하위권이었다.
문제는 전문의를 준비하는 소아과 전공의 감소세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지역·전공과목별 불균형이 심하다. 소아과의 경우 수도권 수련병원에는 80명 복귀했지만 비수도권은 23명 복귀하는데 그쳤다. 대구권 수련병원에는 단 4명 복귀했다. 복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하다. 의·정갈등 이후 필수진료과목과 비수도권 의사 이탈이 더 심각해진 게 원인이다.
대구권 수련병원에서는 “의정 갈등 이후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가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다. 신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는데다 의료수가가 환자를 볼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진료하는 게 ‘감정노동’일 뿐 아니라 동네 맘카페 등에 구설수라도 오르면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한다. 부모들의 의료소송도 주요 기피요인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 2월부터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줄줄이 내놨지만 의료 현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의사의 소송 부담 완화 대책도 환자단체의 반대로 현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의료대란을 부른 윤석열 정부의 실패요인을 잘 분석해서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