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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자리는 병원과 수술실에 있다”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8-11 15:39 게재일 2025-0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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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계 거목’ 황일우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 94세 일기로 별세
연구·수술·교육 병행하며 환자 곁 지켜… 은퇴 후에도 현장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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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일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황일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지난 9일 94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 황 교수는 전 경북대병원장, 전 대한외과학회 회장, 대구적십자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1931년 일제강점기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3세 때 경남 진주로 이사해 진주소학교를 졸업했다. 1949년 제1회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미루고 중학교 임시교사로 근무했다.

1950년 대구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휴교를 맞아 공군 위생하사관으로 복무했다. 1952년 경북의대에 복학해 1958년 졸업했으며, 외과학교실 무급 조교로 출발해 레지던트를 거쳐 1968년 전임강사로 임용됐다.

1976년부터 1994년까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임한 그는, 주임교수로서 모든 수술을 직접 주관할 수 있었음에도 의학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과감히 분과제를 도입했다.

소아외과(장수일), 유방갑상선외과(이영하), 간담췌외과(윤영국), 대장항문외과(전수한), 위암·위장관외과(유완식), 혈관외과(김영욱) 등 지금의 6개 전문분과 체계를 정착시켜 경북대병원 외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임상 연구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위·십이지장 소화성궤양, 소장폐색증, 외과적 갑상선질환, 비장 손상, 회장종말부 천공성복막염 등 다양한 주제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74년 WHO 면역학연구소에서 장기이식면역학을 연구한 뒤 국내 최초로 간겸자를 이용한 간엽절제술을 연속 3례 성공시켰고, 1981년 비수도권 최초 신장이식 수술 성공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1987년 경북대병원장에 임명됐으나, 행정보다 환자 진료와 교육에 전념하겠다며 4개월 만에 사임했다. 고 황 교수는 “의사의 자리는 병원과 수술실에 있다”고 했다.

이후에도 1991년 대한대장항문병학회 회장, 1995년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맡아 학회 발전에 힘썼다. 1997년 외과학교실 첫 정년퇴임 교수로 명예롭게 교단을 떠난 뒤에도 대구적십자병원장으로 3년간 봉직하며 환자 곁을 지켰다.

그는 연구와 수술, 교육을 병행하며도 환자 앞에서는 결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은퇴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진료 현장을 찾았고, 후학들에게는 “환자가 먼저”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제자들은 “황 교수님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의사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몸소 보여준 분”이라고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황윤진(경북대 의대 명예교수)·윤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씨, 며느리 김숙영(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이미경(랩지노믹스 진단검사의학과의원 원장) 씨가 있다. 손녀 황문주 대구의료원 내과과장, 손자 황정필 계명대 동산병원 내과 전임의가 있다.

빈소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장례식장 특2호(053-650-4444)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영천호국원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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