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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부분)

등록일 2026-01-08 17:02 게재일 2026-0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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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야

동인천역 지하상가 계단 아래

모자를 거꾸로 붙잡고 든 사내

바닥과 하나 된 자세로 엎드려 있다

 

누군가 동전을 넣자

모자 속으로 다보탑이 사라졌고

누런 벽 이삭은 고개를 숙인 채 떨어졌다

또 누군가 두루미가 새겨진 동전을 넣자

사내의 손이 날아가는 두루미 목을 잡고

주머니 속으로 얼른 집어넣었다

 

(중략)

 

밤의 밖으로 밀려난 그림자들

슬픔의 동업자들

서로 떠나온 역을 등지고 앉아

구부러진 그림자를 파먹는 그림자들

 

빛이 모두 빠져나간 원형 광장에서

각자의 자세로 영혼을 재운다

 

매일 다른 밤이

같은 내일을 데려온다

 

………

우리는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지만, 여전히 추위를 견디며 노숙하는 이들도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하여 시는 위의 시처럼 사회의 빛 이면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한다. “역을 등지고 앉아”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 “슬픔의 동업자들”은 큰 역에 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을 터. 하지만 이들의 영혼은 “각자의 자세”로 “다른 밤이” 데려오는 “같은 내일”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시는 말해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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