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중략)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
새해가 열렸다. 우린 또 얼마나 다짐을 하며 새해를 시작하는지. 다짐은 마음에 짐을 얹는 일. 위의 시를 읽으며 위안을 얻게 되는 건 그 때문일 테다. ‘봄’을 새해로 바꾸어 읽어본다. ‘비장’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지 말고, “앞날에 대해 침묵”하며 “작은 약속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이와 그저 서로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라고 시는 권한다. 그럴 때 적어도 “나쁘지는 않”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리라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