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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던 ‘이동노동자 쉼터’ 중단에 이용자들 뿔났다

김재욱 기자
등록일 2025-08-06 18:33 게재일 2025-08-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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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대리운전 중심 운영 등 이유… 수성·달서쉼터 2곳 문 닫아
대리운전·화물차 기사 등 불편 “소외감… 다양한 얘기 들어달라” 토로
市 편의점·카페 전환 개선안… “업무 특성 파악하지 못한 행정 조치”
지난 7월 1일부터 대구 동구청과 협약을 맺은 후 이동노동자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CU신천상공회의소점의 모습. /황인무기자

“예산 절감을 핑계로 잘 운영되고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갑자기 없애버리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대구에서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삼는 A씨의 말이다.

올해 4월 1일 대구시 이동노동자 쉼터 두 곳의 운영이 중단되자 최근 이동 노동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종 직종에만 편의성이 집중되고 일부 직종은 소외된다고 느껴서다. 택배 기사나 배달 라이더 등 일부 이동 노동자는 혜택을 보고 있지만, 대리운전이나 학습지 교사, 화물차 기사 등의 직군은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달구벌이동노동자쉼터 2곳을 운영했다. 범어역 인근 건물 8층의 수성 쉼터, 죽전역 인근 건물 2층의 달서 쉼터가 그 장소. 하지만 운영 5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쉼터가 2층, 8층으로 고층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대리운전 직종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 프로그램 및 홍보가 부족한 점 등을 대구시의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다.

이에 시는 직영으로만 운영하던 것을 구·군 매칭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시비를 절감하고, 쉼터당 운영비와 인건비를 축소해 무인 형태로 운영하는 대신 쉼터 수를 늘리고 있다.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 관계자는 “대구 동구에 CU 편의점 15곳을 이동노동자 쉼터로 운영하고 있다. 또 카페 10곳도 대구 전역에 운영 중”이라며 “쉼터에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설치했고, 쿠폰 등을 지급해 이동 노동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견해다. 쉼터가 없어지고 주 이동 지역인 수성구, 달서구가 아닌 동구 쪽 편의점에만 쉼터가 몰려 있어서다. 또 이름만 쉼터지, 장시간 거치하기도 힘들고 체류하기 불편한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 B씨는 “서울과 다른 지자체에서는 모두 잘 운영되고 있는데 대구에서만 유독 쉼터의 문을 닫아버리고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며 “추후에 개선한다는 것이 편의점 및 카페를 통해 전환한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업무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C씨는 “작년 겨울 그 추운데 이동 노동자들은 잘 사용하고 있는 쉼터가 없어져 큰 고생을 했다. 이번 여름에는 갈 곳이 없으니 각자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대구시에 건의해도 취약한 시민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한다는 설명이 전부이고, 쉼터부터 없애니 참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재 결과 이들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열악한 환경에서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다. 이들은 쉼터가 출근하는 장소 같다고도 말했다. 또 이 공간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업무에 대한 정보도 교류하고, 서로를 위하는 공간으로 기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 노동자의 경우 개인이나 독립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에서는 민원도 적어서 쉽사리 이러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이동 노동자의 직군도 다양한 상황에서 어차피 쓰는 예산이면 다양하게 얘기를 들어보고 진행해야 졸속행정이란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한편 대구시가 그동안 운영한 이동노동자 쉼터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1만 1258건, 2023년 1만 1636건이던 이용 건수는 2024년 1만 5128건을 기록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이용자 대부분을 차지하던 2023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퀵(배달 기사) 이용 건수가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2023년 682건에 그친 퀵(배달 기사)의 이용 건수는 2024년 1523건으로 늘었던 바 있다.

2025년 대구시가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에 책정한 예산은 3억 900만 원이다. 2024년 대비 7000만 원 줄었다. 이 중 2억 원이 자치단체 경상보조금(구·군 지원)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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