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폐업 속 공립·대형만 ‘대기 행렬’… “시설·서비스 만족” 경북지역 정원 충족률 64%… 소규모 어린이집 차별화 전략 필요
속보=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로 지역의 어린이집이 줄폐업<본지 23일 자 3면 보도> 하는 상황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신 시설을 갖춘 국공립어린이집이과 보다 나은 서비스로 입소문이 난 대형 민간어린이집은 대기 수요가 있는 반면에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북에는 1234곳의 어린이집이 있다. 유형별로는 민간 어린이집이 489곳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 어린이집 370곳, 국공립 어린이집 217곳, 사회복지 법인 69곳, 직장 어린이집 57곳, 법인·단체 어린이집 31곳 등이었다. 어린이집 1234곳의 보육정원은 6만676명이며, 정원충족률은 63.7%에 머물렀다.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세한 어린이집별 상황을 살펴보면 확연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전국 어린이집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사랑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포항시 남구 오천 소재 A시립어린이집의 대기자 수는 무려 112명을 기록했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 대형 민간 어린이집 역시 대기인원이 100명을 훌쩍 넘겼다. 경북 지역 대부분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원 보다 많은 인원이 대기하고 있다. 민간 영세어린이집은 정원을 겨우 채우거나 미달되는 곳이 많다.
포항에서 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권모씨(40·북구 장량동)는 “민간이 국공립 보다 상대적으로 입소는 수월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어린이집 마다 운영내용의 편차도 크다“면서 “교사 선발 기준 또한 국공립이 훨씬 더 까다로워 거리가 멀더라도 국공립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지역의 보육 사각지대를 책임지던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접근성 좋은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 위주로 원아들이 몰리지만, 구도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등록 원아가 줄고 있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어린이집들은 고령화 시대에 수요가 급증한 노인복지시설로 업종을 바꾸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들이 크기의 경쟁에 집중하기 보다 부모의 다양한 근로형태에 따라 필요한 보육 수요와 그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향 위덕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가정처럼 따뜻한 보육환경을 제공하는 등 어린이집 자체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면서 “국공립 어린이집과 다른 차별화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린이집 존립을 위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