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빈
잠들기 위해 숫자를 센다
열아홉, 스물
스물아홉 다음도 다시, 스물
스물에 묶여 있는 입에서
밤이 조금씩 덜컹거려도
끝내 입은 안 닫히고,
내가 포장한 선물의 포장을 헤치듯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풀면
일시에 지난 시간이 검은 모래로 되살아난다
모두가 자기 말만 하는 모래밭에서
나는 옆으로 걷기만 하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도
나는 옆으로 걸어야 한다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입 주변이 하얗게 일어날 때까지
…
어릴 적 잠을 청하기 위해 숫자를 세곤 했다. 이 시의 화자는 어른인데도 숫자를 세며 잠을 청한다. 불면 때문이리라. 어린 아이와는 달리 좀처럼 그는 자지 못한다. “밤이 조금씩 덜컹거리”기라도 하면 “검은 모래로 되살아”나는 지난 시간 때문에 입이 닫히지 않아서다. “모두가 자기 말만 하는 모래밭”세상에서, 모래를 게워내는 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하는 삶은, 온통 검은 모래의 기억들로만 채워지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