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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라면(부분)

등록일 2025-07-17 18:11 게재일 2025-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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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걸어다닐 수 있겠지/ 겨울 갈대숲을

 

황량한 곳/ 정신이 깨끗한 손가락으로 턱을 괴는 곳

 

가끔 진흙탕에 발이 빠지기도 하고/ 삶이 진창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의 어깨 위에서 알려줄 수 있겠지

(중략)

내가 새라면/ 단 한번의 날갯짓으로/ 검은 비 떨어지는 창공으로 날아올라/ 추락을 살 수 있겠지

 

겨울 갈대숲/ 발자국 위에서 볼 수 있겠지/ 멀리/ 날아가는 한 마리 새

….

이 세상이 ‘겨울 갈대숲’처럼 ‘황량한 곳’이라면. 바닥이 진흙탕이어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진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시인은 “정신이 깨끗한” 새가 되고 싶을 테다. “사랑하는 이의 어깨 위에서” 삶의 슬픔을 알려주는 새. 하나 시는 결국 “검은 비 떨어지는” 이 세상에서의 새의 비상이란 추락을 산다는 것임을 말한다. 새의 발자국-이 찍힌 겨울 갈대숲에서 새의 슬픈 삶을 시인이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면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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