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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여쁜 걱정

등록일 2025-07-13 18:09 게재일 2025-07-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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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눈길에 꼬꾸라진 일곱 살 가영이가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털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내곤

아무 일 없다는 듯

버스 정류장을 향해 절룩거리며 뛰어갑니다

복지관에 간 지적 장애인 엄마가 돌아올 시간인데

엄마의 보행기가 되어줘야 하는데

다발로 쏟아붓는 함박눈이

자꾸 가영이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눈송이만 한 눈망울에

걱정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

‘지적 장애인 엄마’의 보행기가 되어주어야 한다면서,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얼른 일어나 “피를 소매로 닦아내곤” “버스 정류장을 향해 절룩거리며 뛰어”가는 저 아이의 ‘어여쁜’ 모습은 숭고하면서도 어른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가. 아이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나 걱정을 드러낼 때 그렇다. 그 마음은 눈물 그렁그렁한 순수함에서 솟아나기에 더욱 굳건하고 진실하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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