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
눈길에 꼬꾸라진 일곱 살 가영이가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털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내곤
아무 일 없다는 듯
버스 정류장을 향해 절룩거리며 뛰어갑니다
복지관에 간 지적 장애인 엄마가 돌아올 시간인데
엄마의 보행기가 되어줘야 하는데
다발로 쏟아붓는 함박눈이
자꾸 가영이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눈송이만 한 눈망울에
걱정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
‘지적 장애인 엄마’의 보행기가 되어주어야 한다면서,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얼른 일어나 “피를 소매로 닦아내곤” “버스 정류장을 향해 절룩거리며 뛰어”가는 저 아이의 ‘어여쁜’ 모습은 숭고하면서도 어른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가. 아이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나 걱정을 드러낼 때 그렇다. 그 마음은 눈물 그렁그렁한 순수함에서 솟아나기에 더욱 굳건하고 진실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