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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인(부분)

등록일 2025-07-07 18:42 게재일 2025-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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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나를 가장 많이 울리고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는 이가

나의, 애인입니다.

(중략)

어제 했던 약속도

어제라는 독약도 모두 삼키는 이가

나의, 애인입니다.

매일 만나거나 죽어서도 만날 이가

나의, 애인입니다.

너무 많은 애인을 가져서

무겁습니다.

너무 많은 애인을 두어서

괴롭습니다.

아니 외롭습니다.

내가

나의, 애인이기 때문입니다.

 

….

위의 시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지나고 보면 타인에 대한 사랑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사랑의 막바지에 이르면 홀로 있음에 처하게 된다는 진실을 아프게 보여준다. 애인은 결국 ‘나’ 자신이며, 삶은 외롭다는 진실. 게다가 ‘나’는 여럿 존재해서, 애인은 괴로울 정도로 많다. 하나 “어제라는 독약”을 함께 삼킬 수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은, 그가 ‘나’ 자신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삶을 가능케 하지 않겠는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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