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영
바다가 돌을 낳았다.
동그랗고 작은 새알 같은 돌이
파도 바깥으로 밀려들 듯 태어났다.
돌은 차가운 물의 손에 몸을 맡긴 채
소리 내어 우는 법을 배웠다.
햇빛에 일렁이는 잔물결 따라
달빛에 그렁대는 바다를 보며
조금씩 자신을 키웠다.
휘몰아치는 폭풍우가 떠나고
구름이 걷힌 날
고난을 이겨낸 돌은
단단한 얼굴로 내 앞에 밀려왔다.
…..
시인은 말 없는 사물로부터 내력을 읽어내고, 감동이나 깨달음을 얻는 이다. 그는 해변으로 밀려나온 “작은 새알 같은 돌”에서 “고난을 이겨낸” “단단한 얼굴”을 보고는, 그 돌이 살아온 삶을 읽어낸다. 그것은 고독을 견디는 삶, 밤낮으로 바다를 지켜보며 “소리 내어 우는 법”을 배우고, “조금씩 자신을 키”운 삶이었다. 그 시간을 견디고 맞이한 “구름이 걷힌 날”, 그 돌은 시인 앞에 단단한 모습을 드러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