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숙
봄은 생강나무꽃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어서
어디서 본 듯한 노부부의 어깨에 노랗게 내려앉는 저 봄
우거진 숲을 쓸쓸히 지나왔겠거니
뒤돌아보는 눈빛이 따듯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무량한 눈빛이
메마른 가지에서 붐빈다
다정한 은빛 머리카락처럼
순정한 목련꽃도 피었다
봄이다
…
신생의 계절인 봄. 봄이 오면 노란 생강나무꽃이 가장 먼저 피겠지만, 봄은 “노부부의 어깨”에도 노랗게 내려앉는다. 노부부에게도 봄엔 신생이 일어나는 것. 하나 그 신생은 발랄하진 않다. 뒤돌아보는 노부부의 무량하고 따뜻한 눈빛에서 쓸쓸함도 느껴지기 때문. 하여 시인은 “하마터면 울 뻔했다”고 한다. 봄은 노란 꽃만이 아니라 노부부의 “은빛 머리카락처럼” 하얀 꽃으로도 온다. 순정한 목련꽃의 봄도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