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돌아서간다

등록일 2025-07-20 18:53 게재일 2025-07-21 18면
스크랩버튼
조원규

물방울을 만난 개미가

관통하지 않고

멈칫 돌아서 간다

조용한 슬픔의 나라

억센 비바람 치는 겨울을

직시하지도 않고

숙인 얼굴로

삐뚤삐뚤 돌아서 간다

비틀거리며 간다

마음의 불빛을 붙들고서

그 빛 세상의 무엇도

하나 비추지 않고

단지 저를 태울 뿐인데

흐릿하게 흐릿하게

가지 않은 직선을

깊은 꿈에서나 보는

그런 마음인데, 이런

개미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조용한 슬픔의 나라”인 물방울을 만나게 될 테다. 이 만남 앞에서 개미는 얼굴 숙여 “직시하지도 않”은 채로 “삐뚤삐뚤 돌아서” 갈 터, 개미는 슬픔 덩어리를 운명처럼 마주하지만 그 물방울을 뚫고 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세상의 무엇도/하나 비추지 않고//단지 저를 태울 뿐인” “마음의 불빛을 붙들고서” 직선으로 나아가는 삶을 마음 깊이 꿈꾸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