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물방울을 만난 개미가
관통하지 않고
멈칫 돌아서 간다
조용한 슬픔의 나라
억센 비바람 치는 겨울을
직시하지도 않고
숙인 얼굴로
삐뚤삐뚤 돌아서 간다
비틀거리며 간다
마음의 불빛을 붙들고서
그 빛 세상의 무엇도
하나 비추지 않고
단지 저를 태울 뿐인데
흐릿하게 흐릿하게
가지 않은 직선을
깊은 꿈에서나 보는
그런 마음인데, 이런
…
개미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조용한 슬픔의 나라”인 물방울을 만나게 될 테다. 이 만남 앞에서 개미는 얼굴 숙여 “직시하지도 않”은 채로 “삐뚤삐뚤 돌아서” 갈 터, 개미는 슬픔 덩어리를 운명처럼 마주하지만 그 물방울을 뚫고 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세상의 무엇도/하나 비추지 않고//단지 저를 태울 뿐인” “마음의 불빛을 붙들고서” 직선으로 나아가는 삶을 마음 깊이 꿈꾸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