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황소연 옮김)
자, 들어 봐, 내가 죽을 때 누가 우는 거 별로야, 그냥
처분 절차나 밟아, 난 한세상 잘 살았어, 혹여
한가락 하는 인간이 있었다고 해도, 나한텐
못 당해, 난 예닐곱 명분의 인생을 살았거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아, 그러니 추도사는 하지 마, 제발,
정 하고 싶으면 그는 경마 도박을 했고
대단한 꾼이었다고만 해 줘.
다음 차례는 당신이야, 당신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거든,
그럴 수도 있단 얘기야.
….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부코스키. 그는 술꾼의 삶을 철저하게 살았다. 위의 시는 자신의 임종을 상정한 그의 유언시. 유언은 제발 추도사 하지 말고 잊어달라는 것. 자신은 “한세상 잘 살았”으니 추모할 게 없다는 것. “정 하고 싶으면” 경마에 “대단한 꾼이었다고만 해” 달라는 것.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으니 시인의 죽음도 당신이 맞을 죽음처럼 특별하지 않다는 것. 호쾌한 유언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