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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산불 발생 ‘한 달’… 피해 주민들 ‘멈춰버린 일상’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5-04-20 15:45 게재일 2025-04-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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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준비 바쁜 시기에…” 긴 대피소 생활·더딘 복구에 불만
“방에 비 새고 배수 안돼” 임시주택 입주민들도 고단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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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다. 20일 오전 의성 산불 최초 발화지인 안평면 괴산리 산소 인근 야산의 모습. 화마를 이겨낸 나무에서는 연둣빛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재민의 마음에도 연둣빛 희망과 용기가 피어나길 바란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의성에서 지난달 22일 발생한 산불이 인근 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확산하면서 단일 산불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힌 지 한 달이 됐다.

<관련기사 3·5·7면>

산불로 인한 피해 집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산림당국은 당초 산불 영향구역이 4만5157㏊라고 발표했지만 정부 기관 합동 조사 결과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피해 규모는 9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악의 산불로 불렸던 2000년 동해안 산림 피해 면적의 4배에 달한다.

또한 농작물 2003ha, 시설하우스 1480동, 축사 473동, 농기계(11종) 8308대 등이 ‘화마’에 희생됐다. 주택은 4723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전소가 3911채, 반소 388채, 부분 소실 424채였다.  시·군별로는 안동 1823채, 영덕 1600채, 청송 770채, 의성 395채, 영양 135채 등이다. 이로 인한 이재민은 현재 3530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낙 피해가 크다 보니 산불 피해 지역은 지난 한 달 일상이 완전히 멈췄다. 

평온했던 마을은 온통 불에 그을려 생기를 잃었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던 집은 폐허로 변했다. 여기에 농번기로 접어들면서 바빠야 할 농민들과 공장 등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집이라도 멀쩡한 주민들은 그래도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새로운 일상을 맞이할 수 있지만,  긴 대피소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재민들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이들은 그저 하늘을 원망하면서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재민 A씨는 “하루에 한 번씩 밭에 나가 산불로 다 타버린 풍경을 보고 온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없다”면서 “일상이 완전히 변했다. 예년 같았으면 농사 준비로 바쁜 시기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평생을 농사만 지어 왔는데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잃어 버렸다”며 “하루빨리 복구가 진행돼 집도 새로 짓고 농사도 다시 짓는 그런 일상이 하루 빨리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피소 생활을 청산하고 임시주택이라도 배정받고 싶은 이들도 불만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늦어도 5월말까지 임시주택 공급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이재민 수요가 많아 기반 공사가 밀리거나, 부지확보 등 난항을 겪는 지역의 이재민들은 “좀 더 속도감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 집계도 늦어지면서 복구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대피소에서 언제 벗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힘겨워했다. 이어 “임시 주택이 공급되고 일부는 입주까지 했다고 하는데 내 차례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여러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대피소만 벗어나도 좋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비교적 빨리 임시주택을 배정받아 입주한 이재민들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18일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동화나라 운동장에 지어진 임시주택(모튤러 주택)에 입주한 6가구 주민들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부실 공사로 입주 첫날부터 불만을 쏟아 냈다.

이재민 B씨는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빠르게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부실은 예상했지만,  입주 첫날부터 집에 배수가 되지 않거나 문틀이 뒤틀려 문을 잘 여닫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관련 공무원만 두 번 호출했다"면서 "지금 비가 오는데 지붕에 처마가 없어 비가 그대로 집안으로 흘러들어와 환기 조차 못하고 있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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