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대담 - 경북 경제 진단<br/>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대담자 최병일 편집국장
인구 소멸이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 소멸, 국가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치단체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각자도생할 경우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역연대와 상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기위한 방안과 지자체간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알아봤다.
-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권 대부분의 도시가 인구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고 지역경제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를 위해 위원님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 바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북권의 경우, 포항에는 없는데 전국으로 놓고 보면 돌아가는 것들이 있다. 포항 철강 산업도 여기는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소재인 제철만 있지만 전국으로 확장하면 자동차도, 선박도 생산한다. 나름대로 국내 자체에서 내수가 돌아가는 게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자율적인 선순환 경제가 되려면 최소 인구가 1억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일본이 지금 잃어버린 몇십 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경북 자체는 돌아갈 수 있는데 포항만 놓고 보면 안 돌아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우리가 남이가”라는 개념을 경북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시·군 지자체장의 입장에서는 “나는 내 것만 보면 된다”고 하지만, 포항과 경주가 서로 합쳤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경주APEC도 상호 연대 좋은 기회… 포항 방사광 가속기등 견학 프로그램 고민을
포항·경주뿐 아니라 경북도 22개 시·군 협업으로 인구감소 벗어나 ‘제3의 효과’ 기대
‘지역행복 생활권’ 새로운 접근 통해 실질 경제권 영역의 행정·정책·산업 재편 제안
시·공간 융합사업 확대 추진 이후 자연스럽게 행정 통합·선거구 통합 등 이루어져야
글 싣는 순서
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
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해결해야 할 과제는
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
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2025년 APEC 개최도시로 경주가 확정됐다.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북 내 지자체 간 상호 협력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APEC 경주 개최를 계기로 지자체간 상호협력과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2010년에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나도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여해 서포트 했었다. 포항의 경우에도 국제 불빛 축제라는 큰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불빛 축제 보러 온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인근 숙박 시설이 깨끗하지도 않고 휴가철에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오르는 데다 장기 투숙도 쉽지 않은 탓에 경주 보문단지 힐튼 호텔이나 라한호텔(당시 현대호텔) 등 주변 호텔에 머무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 축제하니까 몸만 가서 축제를 즐기고 결국 다시 경주로 돌아온다. 축제를 여는 포항시 입장에서는 “이거 뭐 내가 돈 들여서 남 좋은 일 시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이기주의에 머물일이 아니다. 서로 상생하고 돕는 연대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APEC 회의를 경주에서 개최할 때 행사 기간 동안 경주 시내만 사람들이 몰려 있게 둘 게 아니라, 포항에 오면 스페이스 워크도 있고 볼거리도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포항공대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동한 방사광가속기와 네 번째로 가동한 차세대선형가속기(XFEL) 등이 있다. APEC정상들은 본적이 없거나 자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견학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APEC관계자나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맞는 말씀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도 경주시장, 경북도지사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APEC을 경주시 단독으로 치르는 행사로 보지말고 포항은 물론 인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북 전체를 보면 그냥 1이 아니라고 1.5가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시·군 지자체 간 연대하고자 하면 융합까진 안 되더라도 서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는 경북에서 큰 행사를 한다고 하면, 포항시가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만 또 우리가 어려울 때 다른 지자체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빨대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길이 잘 뚫려 있어서 어느 도시와도 협업하면 할수록 포항이 빨아들일 확률이 높지, 포항에 있는 사람들이 청송이나 청도 등으로 유출될 확률은 적다고 본다. 포항이 그래도 경북의 제1도시라고, 자주 얘기가 돼 왔다. 지금처럼 22개 시군이 따로따로 돼 있는 것보다 서로 원활하게 움직이면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를 벗어나 제3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포항과 경주, 포항과 영덕, 포항과 울진 등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그걸 보러 포항으로 올 수 있다.
- 위원님은 ‘지역행복생활권’을 지역발전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생활권을 같이하는 2개 이상 지자체의 연계사업을 공모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지역행복생활권’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소지역 의식을 허물어 정책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창의적 지역발전정책의 표본으로 꼽는다.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시군의 경계를 넘는 주민의 생활영역을 고려해 복수의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주민복리증진 사업이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은 주거여건이 열악하고 안전과 위생이 취약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새마을 운동이 그랬듯이 지역위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광역의 경계까지 허물고 접근할 수 있는 인접 시·군끼리의 윈-윈(Win-Win) 아이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웃마을끼리 자조정신으로 합작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너무 뜬구름 잡는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거꾸로 해석하면, 생활경제권 개념이 포항의 생활 경제권이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 ‘행복생활권’을 포항 지역에 대입시켜 보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
△예를 들어 경주대는 몰라도 위덕대는 아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위덕대를 보는 것과 전국에서 위덕대를 바라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포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가니까 선을 긋고 어차피 경주 지역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주시 입장에서는 경주시 행정구역 끝자락이고 도로만 건너면 포항인데다 포항에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또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현재 위덕대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돼 버렸다. 그저 대학 혼자 생존을 위해 엄청 고생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도 이제는 어떤 행정적인 지도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권으로 보고 행정이나 정책, 산업 등을 함께 해야 한다. 경주의 외동이 왜 컸겠는가. 쉽게 얘기하면 외동은 울산 경제권이다. 경주시는 외동에 신경도 안 썼다. 결론적으로는 외동에 현대자동차 부품의 2, 3차 계열사들이 있으니까 현대 자동차가 외동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자금의 경우에는 경주시 지역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소관이니 포항에서 다루고 있었다.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처가 울산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들과 얽혀있으니까 이왕이면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도 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할인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한국은행에서도 이 부분을 조정해 줬다.
- 생활경제권의 개념과 범주를 경북 내에서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인구소멸과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는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인구는 적어도 오히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정책은 우리 지역 사업 저 정책은 다른 지역 사업, 이렇게 나눌 것이 아니라 이번에 포항, 영천, 경주로 동남권 호국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듯 경북을 묶은 시공간 융합 사업을 많이 해 나간다고 하면 인구소멸에 따른 문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앞으로 인구소멸 등과 관련해 지방간 통·폐합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지역을 통합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선 생활경제권으로 지역 간 교류, 경제적 끈끈한 연결이 이뤄진 지역을 묶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구 통합도 이러한 개념으로 이뤄지고, 어느 정도 주민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이 들 때 광역시든 무엇이든 통합이 이뤄져야만 무리가 없다고 본다. 행정편의로 통합부터 하고나면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할 수 없다.
/정리=이부용 기자 lby12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