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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공방전, 영천전투

등록일 2023-12-11 18:13 게재일 2023-12-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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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 전망타워 내 전시관 1950년 영천 대혈투속으로.

영천은 한국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이자 치열한 전쟁터였다. 1950년 파죽지세로 밀려 내려온 북한군은 낙동강방어선에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영천전투는 보현산을 넘어 영천을 점령하려 한 북한군 제15사단을 국군 제2군단 예하 제7사단과 제8사단이 9월 5일에서 13일까지 전력을 다해 공방전을 펼치고 끝내 영천을 확보하여 승리한 전투이다. 이 전투는 한국전쟁에서 처음으로 국군과 연합군이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한 대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1950년 7월 14일 북한군이 금강 방어선을 넘자 워커 장군은 낙동강방어선을 말하며, ‘만약 이 선에서 적의 남진을 저지하지 못하면 연합군과 한국군의 반격 작전은 실패할 것’이라 강조했다. 북한군은 8월에 다부동과 대구에 대한 공격이 실패하자 영천을 점령 후 다시 대구나 경주로 진격하고자 했다. 만약 영천이 점령되면 다부동 일대의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방어선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으며, 만약 경주로 진격한다면 부산교두보가 위협받을 수 있었다. 영천은 낙동강방어선을 형성하는데 핵심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비가 쏟아지던 9월 5일 새벽 1시, 북한군 제15사단은 전차 5대를 앞세워 총공격을 해왔다. 국군은 북한군에게 밀리다 분산 철수를 단행한다. 육군은 속절없이 뚫린 제8사단의 배속을 제1군단에서 제2군단으로 변경하여 병력을 보충한다. 9월 6일, 영천은 완전히 북한군의 차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국군은 북한군에 밀렸음에도 다시 공격하여 영천을 탈환해 낸다. 또한 신녕의 317고지에서도 북한군을 방어해 낸다. 영천과 신녕을 차지하지 못한 북한군 제8사단은 전멸 상태로 패퇴하였다. 9월 7일, 국군은 일대를 수색하여 북한군 보급 차량 30여대를 파괴하고, 제73연대를 격멸하며, 139고지-130고지를 차지한다. 9월 8일, 북한군 제15사단이 다시 총공격을 감행하나 국군의 방어로 실패한다. 9월 9일, 국군 제8연대는 대구로 향하던 북한군을 저지하고 영천 시내로 진격한다. 이 과정에서 제5연대가 임포터널에 숨은 북한군 제15사단 포병연대를 섬멸한다. 9월 10일, 영천에서 경주 사이의 도로를 확보한 국군 제2군단은 영천 방면의 북한군을 격퇴하기 위해 반격을 시작한다. 제7사단과 제8사단을 중심으로 자포동·도림동·완산동으로 진출했다. 또한 제19연대와 제21연대에서 적의 연락군관 2명을 생포하여 북한군 사령부의 위치를 파악한다. 9월 11일, 대의동에 위치한 북한군 제15사단의 사령부를 성공적으로 공격한다. 9월 12일, 북한군 제15사단은 전차·자주포 그리고 병력의 반을 상실한 상태가 되었다. 국군은 이를 계기로 자천을 탈환하였다. 9월 13일, 영천에서 북한군의 위협이 사라지자 국군 제8사단은 전술지휘소를 영천으로 북상시켰다. 9월 15일, 기다리던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영천지구전승비.
영천지구전승비.

영천전투는 미군이 북한군의 8월 공세 후 인천상륙작전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를 찔려 발생한 공방전이다. 북한군이 전력을 특정하여 집중하던 8월과 달리 9월에는 여러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가해 혼란을 유발했었다. 전달과 다른 전략으로 인해 처음에는 한국군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영천을 비롯해 낙동강방어선이 밀려 위험해졌었다. 그러나 한국군이 북한군의 전략을 파악하고, 가용 전력을 끌어모아 반격을 시작하자 북한군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물러나게 된다. 이러한 영천전투의 승리는 낙동강 등 병참선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했고, 이는 앞으로 수행될 국군과 유엔군의 작전 성공 가능성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불리는 국군과 유엔군의 북한군에 대한 총반격도 낙동강방어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영천전투는 한국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전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영천에는 전투와 관련된 장소가 여럿 마련되어 있으며, 언제든 방문하여 그들을 기릴 수 있다. 한국전쟁의 참전용사들을 비롯한 영웅들이 영천호국원에 잠들어있고, 전투호국기념관에서는 그 치열했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창구동 산자락에는 영천전투를 체험할 수 있는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가 있다. 전투전망타워 1층에서는 간략하게 영천전투의 역사를 살피고, 2층 전망타워에서 영천시가지를 한눈에 담아본다. 야외에 마련된 시가전체험장·연병장·고지전체험장·국군훈련장에서 군사훈련과 서바이벌게임을 체험하며, 공원에 마련된 길을 따라 민족통일염원비·영천지구전적비·영천지구전승비·충혼탑을 둘러보며 참전용사들을 기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체험프로그램이 단체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 개인이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영천전투와 관련 있는 장소를 방문하고 체험한 이들은 오랫동안 전쟁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체험의 문이 개인에게도 활짝 개방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최정화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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