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제오리의 한적한 도로변에는 비스듬히 세워진 절벽 모양의 바위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금성산의 화산활동으로 지질의 위치가 변화된 그 바위 위에는 움푹 파인 동그란 자국들이 무수히 남겨져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공룡발자국이라 했다. 특히 바위 면적 대비 국내 최대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산지와는 다른 특별한 면이 있다고 한다. 사실 일반인 막눈으로는 동그란 알 모양의 자국을 제외하고 발자국처럼 생긴 형태를 구분해 낼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그 많다는 공룡의 보행렬도 글로 된 지식만 확인하고 실물과 연관하지 못했다.
제오리 공룡 발자국은 의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질 명소 가운데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가운데 하나이다. 아무래도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첫 케이스이기도 하고, 1천600㎡라는 작은 면적에 총 384개의 발자국이 고밀도로 남겨져 있으며, 조각류 발자국이 우세한 다른 지역의 화석산지에 비해 용각류가 더 많이 남겨진 희귀한 화석산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변에 위치하여 지나가다가 잠깐 둘러보기에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공룡은 크게 도마뱀의 골반(용반류)과 새의 골반(조반류)으로 형태를 구분한다. 용각류와 수각류는 도마뱀 골반이고, 조각류는 새의 골반에 속한다.
용각류는 주로 4개의 다리로 걸으며, 긴 목과 긴 꼬리·커다랗고 뚱뚱한 몸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머리를 가진 초식 동물이다.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잎을 먹을 수 있게 신체가 발달하였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광범위하게 퍼졌다가 멸종되었다. 수각류는 주로 이족 보행을 하는 육식형 공룡으로 트라이아스기 말에서 백악기 말까지 생존하였다. 어류나 벌레를 잡아먹는 종·타조처럼 빠른 달리기가 가능한 종·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포식자·벌새처럼 작은 종·악어와 같은 종 등 매우 다양한 종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생김새만 보면 조반류가 용반류에 비해 더 창의적인 형태를 지니는 듯하다. 조반류는 예전에는 조각류·검룡류·곡룡류·각룡류·후두류로 나누었다. 좀 직관적인 분류명들이라 쉽게 그 특징을 추측할 수 있다. 조각류는 쉽게 얘기하면 새의 튼튼한 다리와 오리주둥이를 닮은 공룡류를 칭한다. 두 발과 네 발을 모두 사용했으며, 이빨이 발달하였다. 검룡류는 꼬리가 검 같거나 검처럼 생긴 침이 있는 종류로 뒷다리가 길고 머리가 작고 목이 매우 짧다. 곡룡류는 등과 옆구리에 가시가 있고 갑옷이나 곤봉 모양의 꼬리를 가진 공룡이다. 각룡류는 삼각형 모양의 큰 머리뼈와 굵은 목 그리고 입이 앵무새 부리를 닮았거나 뿔이 있다. 공룡 중 가장 늦게 등장하였고 백악기 후기에 생존했었다. 후두류는 일명 박치기에 특화된 공룡으로 머리뼈가 엄청 단단하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서는 총 35개의 보행렬이 발견되었다. 그 가운데 19개 보행렬은 용각류의 것이고, 14개의 보행렬은 조각류의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수각류의 발자국도 조금 남겨져 있다. 이렇게 적은 면적에 많은 발자국이 남겨져 있는 것은 서식하던 공룡들이 무리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제오리 인근에서는 만천리 아기공룡발자국 화석산지도 발견되었다. 2008년 제오리 인근을 조사하다가 가로 5미터·세로 7.5미터의 바위에 찍힌 발자국을 확인하였다. 총 20마리의 공룡들이 8개의 보행렬을 그렸는데, 총 126개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이 화석은 아기공룡의 보행렬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그 보행렬의 길이가 4.35미터로 세계 최장의 길이라는 점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발견 당시에는 용각류 아기공룡의 발자국으로 생각되어졌다. 그러나 심층 조사에 의해 두 발로 빠르게 걷다가 잠시 멈춘 후 다시 네 발로 천천히 걷는 조각류 아기공룡의 발자국으로 밝혀졌다. 같은 노면에 수각류와 용각류의 발자국도 함께 있어 당시 공룡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또 제오리 인근 탑리에서는 울트라사우루스 골격 화석이 국내 최초로 발견되었고, 최근에는 남대천 일대에 발가락 마디까지 잘 보존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되었다. 남대천의 발자국은 20여개의 초식공룡과 8개의 육식공룡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많은 의성은 공룡들의 세계를 상상해보기에 좋다. 또한 조문국박물관과 고분군, 금성산 칼데라와 빙계계곡과 같은 다양한 지질 환경 등 생각보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관리나 제반 시설이나 일반인을 위한 설명 등이 매우 미흡하다. 막상 일반인이 찾아가도 이해가 가지 않고 그 가치를 파악할 수 없다면 보존이나 보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 막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고 체계적인 보조시스템이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