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동해 가운데 아직도 활동하는 화산섬 일대가 있다. 하늘이 허락해야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이곳은 그날 날씨 상황에 따라 눈에 담을 수 있는 곳도 가변적이다. 최근에 대두되는 백두산 폭발만큼이나 초대형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곳, 울릉도 일대는 오늘도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려 사람들이 모여든다. 만약 운이 따른다면 독도에 발을 디디게 될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한다.
대개는 1만년 이내에 화산활동이 있었으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활화산으로 분류한다. 울릉도는 약 250만년 전에서 5천년 사이에 형성되었는데, 바닷속 해저화산에서 용암이 여러 차례 분출되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해저화산이 섬이란 이름의 땅이 되던 모습은 2021년 8월 일본의 해저화산 폭발이나 2019년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섬은 대부분 바닷물에 의한 침식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영토 확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울릉도는 마지막 화산 폭발이 약 5천년 전쯤 안으로 조사되었고, 활동 주기가 3천년에서 7천년 사이로 확인되었다. 또한 최근에 지하 100㎞에 거대한 마그마방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온천이 없는 울릉도의 지하수 온도가 63~99℃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측정되었고, 지열 발전을 위한 연구에서도 1㎞ 땅속으로 내려갈 때마다 온도는 급속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버블스프링’이라하여 마그마가 오래 머금기 어려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만하면 아직도 살아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울릉도는 화산의 총길이가 3천m나 되지만 현재 물 위로 보이는 부분은 겨우 600m에서 1천m에 불과하다. 해저화산의 일부가 물 위에 보이는 형태인만큼 섬의 경사도가 심한 편이고 해식절벽이나 침식동굴, 부석 등 화산활동과 이후의 결과물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저동·도동해안은 초기 화산활동의 지질구조를 잘 간직한 곳으로 주로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마치 치약을 길게 짜놓은 듯 길고 둥근 모양(베개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베개용암이라 부른다. 울릉도 개척항으로 유명한 학포해안은 해안을 따라 집괴암·응회암·조면암층이 분포되어 있는데, 집괴암과 응회암이 많은 지형은 침식되어 만(들어간 곳)이 되고, 단단한 조면암층이 많은 곳은 곶(튀어나온 곳)이 되었다. 해안절벽은 침식으로 붕괴되면서 가파른 절벽이 만들어졌으며 그 위로 국수처럼 길고 각진 기둥이 생성되어 주상절리를 이루었다. 향나무가 자생하는 대풍감이나 노인봉·송곳봉 그리고 국수바위에서도 잘 발달된 주상절리가 발견된다. 또 본래는 울릉도와 한 몸이었으나 이제는 동떨어진 섬이 된 코끼리바위는 높이 약 10m 아치형의 해식동굴이 코끼리의 코를 이룬다. 이러한 코부분이 침식되어 부서진다면 아마도 세 명의 선녀처럼 서 있는 삼선암이나 거북바위처럼 독립된 촛대 모양의 바위가 될 것이다. 이런 침식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관음도의 관음쌍굴도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구멍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전에 높아진 해수면에 잠겨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말이다.
강물에 의해 침식된 지형은 울릉도 남부의 주요 상수원이 되는 봉래폭포와 용출소가 있다. 용출소는 지하수가 단단한 조면암을 만나 지표로 솟아올라 형성된 물웅덩이로 약 2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봉래폭포는 오르는 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풍혈(바람구멍)이 있어 산책하기 좋으며, 울릉도 특유의 식생이 발달하여 여러 식물을 관찰하기에도 편한 장소이다. 사실 대다수 희귀식물은 성인봉 인근의 원시림에 주로 자생한다. 너도밤나무 숲·섬조릿대·솔송나무·섬단풍나무·섬피나무 등과 섬말나리·섬노루귀·섬바디 등 총 200분류군이 발견되었고 보존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원시림은 화산폭발때 발생한 부석이 비옥한 토양층을 형성하여 조성되었다. 대나무가 많이 자라 죽도라 불리는 울릉도의 한 부속섬도 얇은 부석층으로 덮여있다. 울릉도 화산의 분화구에 해당되는 나리분지는 폭발 후 그 일대가 가라앉아 형성된 칼데라이자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화산 알봉을 품은 이중화산 분화구이다. 두 개의 칼데라가 겹쳐 만들어진 이곳은 울릉도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여 해마다 눈꽃축제가 열린다. 알봉은 점성이 강하고 끈적한 용암이 봉긋한 돔형태로 굳어진 것으로 마치 새의 알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분화구가 뚜렷하지 않아 살짝 패인 꼭대기를 분화구로 추정하고 있다.
우산국·우릉도·무릉도·우릉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 울릉도는 현재 지오투어리즘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화산으로 형성된 지질과 그 이후 침식된 세월의 흔적을 머금었으며, 독자적으로 자생한 원시림이 남아있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울릉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온 역사가 흥미를 더한다. 오늘도 하늘이 허락한 사람들은 잔잔한 바람과 고요한 파도를 만끽하며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