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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록일 2023-03-13 19:15 게재일 2023-03-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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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세계 최악의 출산율 0.78명, 이것은 청년들의 ‘고통’과 ‘가치관’을 반증한다. 취업·결혼·출산·육아는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는 출산율 제고에 16년간(2005∼2021) 280조를 투입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돌팔이 의사가 중환자의 병을 진단·치료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청년세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은 당사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취업난과 무주택 상황에서 결혼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결혼을 해도 출산과 양육에는 엄청난 돈·시간·희생이 요구된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일·가정 양립은 어렵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돈 몇 푼 주고 아이 낳으라’고 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의 가치관도 변했다. MZ세대는 인간 실존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자아실현을 위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결혼과 출산은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가족주의·가부장주의와는 달리 개인주의·양성평등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들은 자녀가 노후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내생(來生)보다 현생(現生)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청년세대의 관점에서, 그들의 고통과 가치관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성 있는 중·장기정책으로 삶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이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확신이 설 때 비로소 그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매우 어렵고 힘든 개혁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들의 취업·주거·육아·교육 등 생애 전반에 대한 정부의 법적·제도적 책임이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소멸위기의 극복은 ‘허울뿐인 위원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명무실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정부의 공식 부처로 승격하는 동시에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하고 범정부적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지만 인구집중에 따른 과잉경쟁과 주거불안으로 고통은 가중된다. 전국 최저의 출산율 0.59명은 서울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말해준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발언권을 강화시킴으로써 점점 더 집중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적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허울뿐인 위원회’로서는 국가균형발전도 어렵고 저출산문제도 해결할 수가 없다.

양성평등문화의 정착도 시급하다. 출산과 육아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이며, 현대여성들은 ‘독박 육아, 독박 가사’를 단호히 거부한다. 양성평등의식이 절실함은 물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일·가정 양립을 성공시킨 영국·프랑스·스웨덴의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성세대의 낡은 의식이나 정치권의 권력 논리를 버리고 청년세대,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비로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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